장점
1. 완성도 높은 스토리
이 게임의 스토리 전개는 인물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각 챕터마다 한 명의 주요 인물이 등장하고, 주인공의 능력을 통해 이 인물들의 내면 심리를 보여주죠. 재밌는 점은 후반부가 되어야 인물들의 내면 심리가 어째서 이렇게 묘사되었는지 알 수 있다는 점입니다. 스포일러기 때문이 이 내용은 자세히 언급하기 어렵지만 말이죠.
챕터를 클리어할 때마다 제목이 표시되는 것도 재밌는 점입니다. 각 챕터 제목은 해당 챕터의 주요 인물 이름으로 되어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아, 이번 챕터는 누구에 대한 얘기였구나.' 같은 생각을 하게 되죠. 그리고 이 기믹은 자연스럽게 마지막 챕터에서도 활용되게 됩니다. 많은 플레이어들이 마지막 챕터의 제목을 예상할 수 있지만, 실제로 마지막 챕터 제목이 뜰 때는 상당히 감동적입니다. 뻔하긴 하지만, 이 스토리의 핵심이기 때문이죠.
초반부에 등장하는 동화 역시 재밌는 요소입니다. 스토리를 진행하면서 각 페이지를 모으게 되고, 메뉴 화면에서 열람할 수 있는 게 특징인데요. 역시 후반부까지 진행을 한 뒤에 동화를 다시 읽어보면, 스토리와 어떤 연관성을 가지게 되는지 알 수 있는 요소입니다. 막바지에 감동에 흠뻑 젖어서 동화를 읽고있자면, 감동이 배가 되는게 특징이죠.
전체적으로 완성도가 높은 스토리에 이를 뒷받침하는 요소들이 탄탄해서, 후반부를 플레이할때 눈물샘을 자극하는게 큰 장점이었다고 생각해요.
2. 직관적인 퍼즐
이 게임은 어드벤처 장르인 만큼, 스토리를 진행하는 방식은 퍼즐이 대부분입니다. 보통 퍼즐이 너무 어렵거나 단서가 퍼즐과 멀리 있으면, 진행이 막혀서 답답하기 마련인데요. 그렇다고 퍼즐이 너무 쉬우면 재미가 없고 말이죠. 이 게임은 적당한 난이도를 유지하면서도, 단서는 퍼즐과 꽤 가까이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인디게임인 만큼 마을 자체가 작다보니, 퍼즐과 단서가 멀리 떨어질 수 없기도 하죠. 하지만 그것보다 매 챕터당 플레이어가 갈 수 있는 지역을 제한해서, 퍼즐의 단서와 크게 관련이 없는 곳은 애초에 갈 수 없게 만들어놨습니다.
이런 식으로 플레이어가 헤메지 않도록 구성하는 건 잘 만든 게임들에서 흔하게 보이는 특징이기도 하죠. 길치인 저도 일반적인 플레이타임인 10시간만에 클리어한 걸 보면, 플레이어가 길을 잃지 않도록 충분히 맵을 잘 구성해놓은 것 같아요.
단점
1. 늘어지는 전투
기본적으로 이 게임의 전투 방식은, 화면에 표시된 커맨드를 입력하고 타이밍에 맞춰 버튼을 누르는 게 전부입니다. 주인공이 처음 전투를 하게 되는 연출은 90년대 오락실 문화를 떠올리게 해서, 개인적으로는 참 마음에 드는 부분인데요. 초반에는 입력해야하는 커맨드도 복잡하지 않고, 세 번 정도만 입력하면 전투가 끝나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후반부로 넘어가서 전투가 길어지면 아무래도 지겹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죠. 커맨드가 복잡해지기 시작하면서, 잘못 입력하면 짜증나기도 하고 말이죠.
물론 전투가 지겨워질 때 쯤 되면, 뒷 얘기가 궁금해서 그만둘수도 없습니다. 스토리의 완성도가 높다보니 나오는 안타까운 점이라고 볼 수 있죠.
2. 한 번 놓치면 돌이킬 수 없는 버킷 리스트
게임을 진행하다보면 버킷 리스트가 등장합니다. 처음 이 버킷 리스트를 메뉴화면에서 접하게되면, 모두 달성했을 때 뭔가 보상이 있을거라고 짐작할 수 있죠. 아니나다를까 버킷리스트를 모두 달성한 상태에서 엔딩을 보게되면, 숨겨진 장면을 볼 수 있습니다. 버킷리스트를 달성하기 위한 요소들은 각 챕터에 숨겨져있는데, 하나라도 놓치면 버킷리스트를 달성하는게 불가능해지죠. 이렇게되면 숨겨진 장면을 보기 위해선 처음부터 게임을 다시 진행해야합니다.
다행인 점이라면 엔딩 그 자체가 변하는 건 아니라서, 꼭 볼 필요는 없다는 점이에요. 다만 캐릭터의 심리를 정말 잘 묘사한 작품인데다가, 숨겨진 장면 또한 주인공의 심리를 묘사하는 장면이기 때문에, 궁금하신 분들은 한번쯤 유튜브에서 찾아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정리해보면, 묶이지 않은 자들을 위한 우주는 높은 완성도를 자랑하는 스토리와 이를 뒷받침하는 요소들, 그리고 직관적이면서 적당한 난이도의 퍼즐이 인상적인 작품이었습니다. 버킷 리스트를 달성하기 위한 요소를 놓치면 숨겨진 장면을 볼 수 없다거나, 단순한 전투방식은 조금 아쉽긴 했지만, 전체적인 완성도가 단점을 충분히 상쇄할 수 있는 그런 작품이었죠. 어드벤처 게임이나 스토리를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분들이라면, 한번 플레이해보시는 게 어떨까 싶네요.
이상으로 '묶이지 않은 자들을 위한 우주'에 대한 리뷰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검은곰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