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있으면 <기동전함 나데시코>가 방영된 지 18년이 된다고 하더라. 필자야 18년전에는 콧찔찔이 오줌싸개에 불과한 어린아이였으니 이 애니메이션에 무슨 눈물 젖은 아련한 추억따위는 서려있지 않다. 불과 반 년전에야 의무감에 이끌려 힘겹게 정주행을 한 게 전부였으니까. 쉽지 않은 경험이었다. 그 때 당시 애니메이션들의 기준으로 놓고 봐도 여기 등장하는 인물들의 정신 사나운 심리를 쫓아가는 일은 벅차기 그지 없었고 이 밝고 발랄한 작품 이면에 깔려있는 자포자기에 가까운 심정, 감정선을 중심으로 따라가기 위해 완결성 그 자체를 포기하는 화법에는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하여튼간 <기동전함 나데시코>를 보면서 정작 캐릭터들은 평온한 상황인데도 보고 있는 필자의 마음이 쫄깃하면서도 답답함에 미칠 뻔한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고 함장 자리에 앉아있는 유리카의 모습은 그 자체로 공포영화였다.
그래서 루리는, 호시노 루리는 <기동전함 나데시코>의 거의 유일한 환풍구처럼 느껴졌다. 차라리 이 정신없는 집단 속에서 유일하게 이성적으로 보이는 이는 그녀밖에 없지 않은가. 그 커다란 눈과 대비될 정도로 새초롬하게 닫혀있는 입은 차라리 안도감이 느껴질 정도였고 가장 어린 사람이 가장 어른스러워 보인다는 그 심술궃은 역설이 애처로웠다. 바카-바카란 말을 내뱉으며 한숨을 쉬는 그녀의 모습은 답답하게 막혀있는 내 속을 뚫어주기 위해 등을 두드려주는 손처럼 반갑기 그지없었고 여하튼간 뒤로 가면 갈수록 믿을 만한 사람은 그녀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무슨 말이 필요하랴. 어디어디 사이트의 유래처럼 호시노 루리는 그 자체로 함선 나데시코의 어머니에 가까웠다. 실제로 나데시코가 그녀가 없으면 움직일 수 없듯이 루리는 <기동전함 나데시코>의 어머니요, 딸이었다. 후반부에 그녀의 정체가 피스랜드의 공주였음이 밝혀짐에도 그녀는 저 어리숙한 선원들을 차마 두고 갈 수 없기에 나데시코로 돌아온다 (물론 메인 컴퓨터 오모이카네에 대한 애착도 있었을 것이다). 작중의 이야기가 게키강가의 기억에 사로잡혀 있는 어른이 되지 못 한 어린이들의 성숙과 방황을 요하는 오디세이아에 가깝다는 걸 생각하면 그녀가 중얼거리는 한마디 한마디는 철없는 자녀들에게 전달하는 잔소리와 충고였다.
하지만 세상의 모든 자녀들이 그렇듯이 어머니가 원하는대로 자라는 아이들은 없다. 최종화에서 아키토가 게키강가를 좋아했던 내 마음, 열혈을 믿었던 내 마음을 믿고 싶어 라면서 현재의 상처를 봉합하기 위해 더 나아가기 위한 성숙을 지연했던 것처럼, 그리고 극장판 <The Prince of Darkness>가 돌아온 탕자의 이야기였던 것처럼 아키토의 모습은 우리가 생각하는 어른의 그것과는 아주 동떨어진 세계에 존재하고 있었다. 긴 세월을 걸친 모험이 만들어낸 아키토는 완전히 망가져 있었다.
하지만 루리는 성장한다. 그녀는 <기동전함 나데시코> 시리즈 전체를 걸쳐 한 여자의 생애를 포괄하는 위치에 서있다. TV판에서의 루리가 어머니적 위치를 가지고 있었다면 소설판 <루리 A에서 B까지의 이야기 >는 오히려 아키토와 유리카 사이에서 탄생한 딸에 가까우며 극장판에서는 그 두 개의 영역 중간에 걸친 하나의 '여자'로서의 존재를 확립한다. 그녀는 딸이며 어머니며 그리고 여자였다. 이제 그녀는 외적위치에 서있는 인물이 아니라 주인공의 자격을 얻음으로서 아키토를 위나 아래의 관계가 아닌 동등한 위치에서 바라본다. 아키토가 자신이 심신적으로 완전히 망가진 것을 고백하고 유리카의 회복을 지켜보지 않고 떠났다. 하지만 루리는 아키토가 소중한 사람이기에 쫓아가겠다고 말함으로서 자신이 어머니나 딸이 아닌, 한 명의 여자로서 스스로의 의지에 솔직함을 표현한다.
<기동전함 나데시코>에서 루리가 전설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결국 그 모든 감정의 총량이 빚어낸 결과다. 그녀는 이 시리즈에서 유일하게 신뢰할 수 있는 인물이며 동시에 또 다른 위치로 나아가면서 반대로 성장을 한다. TV판에서 그녀가 어리숙하면서도 어려보이지 않기 위해 애를 쓰는 어머니처럼 보였다면 극장판에서 루리는 어려보이지만 동시에 나아갈 방향을 찾은 여자에 가깝다. 더 이상 후속작이 나오지 않으면서 그 뒤의 이야기는 상상의 영역에만 머물러있지만 18년이 흐른 지금, 어른이 되었고 어른이 되가는 모든 이들에게 루리는 어머니며 딸이요, 하나의 여자다. 애늙은이처럼 굴기를 원했던 여자아이는 지금도 어머니가 되기 위한 여정을 계속하며 우주를 떠돌고 있다. 그렇게 루리는 전설이 되었다.
루리웹의 어...어머니!
이분, 참 배우신 분이시네요. 아무렴, 어머니에게 나쁜 말을 하는 자식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진인환씨가 이 글을 매우 좋아합니다.
젭라 후속작 좀요ㅜ
어머니는 닥 추천
루리웹의 어...어머니!
루리쨔응
어머니는 닥 추천
이분, 참 배우신 분이시네요. 아무렴, 어머니에게 나쁜 말을 하는 자식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어머니는 사랑입니다
어머님 전상서
어머니..
진인환씨가 이 글을 매우 좋아합니다.
어머님....
SBS 방영당시 정말 재밌게보고...후에 DVD도 사고... 지금도 가~끔 돌려보는 명작...
어머니글은 추천이죠. 목놓아 외쳐봅니다.어머니!!!!!!!!!!!!!!
전 어릴때 안보고 한 5년전에 봤지만 군대가기 전에 본 마지막 만화여서 더 애착이 가네요 특히 군대가기전 우울할때 극장판을 봤는데 엄청 충격이었음..
극장판은 레전드
루리보단 유리카.. 레알 주인공이 이렇게 불쌍한 주인공은 첨봄
엄마!
슈로대에서 어머님을 보고파요...ㅠㅠ
좋아 너무좋아
젭라 후속작 좀요ㅜ
어머니 ㅜㅜ
오마니!
엄마는 추천
어머니!!
어무이 !
흠...나데시코 재밌었는데 코드가 안 맞아서 의무감으로 보시다니...아쉽네요 ㅠ_ㅠ
전설이 아닙니다. 진리시죠
어머니이이이이이이!!!!
루리웹의 어머님이시다. 어서 받들거라 !
어머니를 오른쪽으로 모시자
바카바카
온누리의 오타가 루리가 되어 루리웹이 되었.... 루리루리 어머니 만세!!
어머니!!!!!!!!!!!!!!!!!!!!!!!!!!!!!!!!!!!!!!!!!!!!!!!!!!!!!!!!!!!!!!!!!!!!!!!!!!!!!!!!!!!11
어머니!!!!
어머니 ㅠㅠㅠ
어머니...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18년이라 갑자기 op ed 곡을 우연히 유투브에서 듣고 SBS방영 당시 갓 초등학교에 입학한 나이에 남은 기억이 떠오르면서 정말 어린시절 추억이 떠오르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