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S.DYNAZENON,
후회와 극복 속에서 비로소 빛을 내는 게 뭐야?
SSSS.DYNAZENON은 보는 관점에 따라, 회차에 따라 보이는 것이 다른 굉장히 특별한 작품입니다.
전작인 SSSS.GRIDMAN이 세계의 비밀을 중심으로 쭉 뻗어나가는 구조를 지녔던 반면
후속작 SSSS.DYNAZENON은 세계관에 대한 이야기를 크게 줄이고 인물들에 집중하여 각각의 서사를 펼쳐나가기에 더욱 그렇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본격적인 심층 리뷰에 앞서 제가 처음 보았을 때는 깨닫지 못했던 부분들과 다회차 감상에 도움이 될만한 해석들을 아주 개인적인 시선으로 정리해보겠습니다.
카노는 진짜 왕따를 당했을까
카노의 사인은 사고사입니다. 이건 작품 내에서 계속 암시 되고 10화에서 거의 확정을 지어주기도 하죠.
하지만 사고사와 별개로 왕따를 당했는지에 대해서는 애매하게 비춰지는 편입니다. 저도 처음에 볼 때는 유메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니 카노가 무조건 왕따를 당했다고 생각했지만 보면 볼수록 양쪽 모두를 염두 해 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유메의 고민을 깊어지게 만드는 선배에게 받은 몰래카메라 영상도 카노의 죽음을 생각하면 따돌림을 받는 것 같지만 확실하게 단정 지을 만한 부분은 존재하지 않고 사고에 대한 심증만을 가중 할 뿐이죠.
10화에서도 직접적으로 묘사되거나 대사로 나오는 부분이 없고 그저 노력하다 헛발질을 좀 했던 거 같다. 혼자 무리했던 거 같다는 식으로 카노가 돌려 말하는 걸 보면 작품 내에서만 한정할 때, 카노가 후타바와 사귀면서 시기와 질투를 받은 것 까지가 사실이고 직접적인 따돌림을 당했는지는 알 수 없다고 해석하는 것이 맞다 생각합니다.
이 부분은 양쪽 모두로 해석될 수 있는 만큼 유메의 방황에 직접적인 이유가 되기도 하죠.
코요미는 왜 백수였고 또 왜 갑자기 일을 하게 되었을까
작품의 시작 시점에서 코요미는 과거 ‘무언가’로부터 도망친 것에 대한 후회를 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그걸 코요미는 스스로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큰 돈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고 도망친 자신에 대한 자책과 그로 인해 생긴 '돈에 대한 깊은 방황'을 겪고 있는 상태인 거죠.
무지나와의 대화에서 돈이라면 얼마든지 있었다 라는 대사로 그런 심리를 직접적으로 묘사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어떤 사건을 기점으로 코요미는 자신의 후회가 어떤 것이었는지를 깨닫습니다.
자신이 그날 남겨두고 도망친 것은 감당할 수 없이 큰 돈이 아니라 '이나모토'라는 것을 말이죠.
치세는 학교폭력을 당했을까
치세를 대표할 수 있는 단어는 소외감입니다.
학교를 가지 않게 된 직접적인 사건 같은 것은 묘사되지 않고 학교에서 느꼈던 소외감을 가우마 부대에서도 동일하게 느낀다는 연출을 사용하는 걸 볼 때, 학교폭력 같은 큰 사건이 아닐 확률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특히나 왕따를 당했었다면 같은 일로 언니를 잃었다고 생각하는 유메에게 아무리 자신과 대비되어 보였다 하더라도 ‘당신 복에 겨운 거야’ 같은 날카로운 말을 내뱉지 않았을 테니까요.
치세는 과거에 대한 후회 같은 것이 직접적으로 묘사되지 않는 캐릭터인 만큼 다른 주역들과는 또 다른 방향의 성장을 하게 됩니다.
일상으로의 복귀가 아닌 스스로의 삶에 대한 개척이죠.
가우마가 말하는 '사람으로서 지켜야 할 세 번째'는 중요한가
SSSS.DYNAZENON이 종영할 당시 정말 많은 추측과 해석을 기반으로 한 추론이 있던 부분입니다.
하이라이트를 장식할 줄 알았던 ‘사람이라면 지켜야 할 세 가지’가 무엇인지를 끝까지 알려주지 않은 채 완결이 났었으니까요.
그리드맨 유니버스가 개봉한 지금은 모두 알게 되었지만 SSSS.DYNAZENON에 한정해서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문자 그대로 공란으로 받아들여도 되고 나름의 답을 찾아도 되는 그런 맥거핀 같은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리드맨 유니버스에서 밝혀진 단어는 본편의 주제나 이야기를 나타낸 다기 보단 가우마와 공주의 이야기를 깔끔하게 마무리 해주는 단어였으니까요.
반대로 약속과 사랑은 SSSS.DYNAZENON 본편을 관통하는 제일 중요한 키워드입니다.
요모기가 시즈무에게 말하는 ‘값진 부자유’에 가장 어울리는 두 가지니까요.
괴수는 도대체 무엇인가
SSSS.DYNAZENON에서 괴수는 하나로 정의될 수 없는 존재입니다.
8화에서 괴수에게도 감정이 있을 수 있는 지에 대한 논제가 나오지만 나이트와 가우마에 의해 바로 깔끔하게 단정 지어지고
또 9화에선 골드번이 등장하면서 다시 반증이 나오게 됩니다. 애초에 나이트와 2대 또한 괴수이고요.
어떤 사람의 마음에게 영향을 받아 각자의 힘이 생기고 성장하는 것이 괴수지만 그 대상이 등장한 것은 골드번-치세가 유일합니다.
정리하자면 괴수는 바라보는 시점에 따라 다른 존재라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치세에게 골드번은 친구이고 나이트, 가우마에게 괴수는 더 큰 피해를 입히기 전에 제거 해야 할 적, 괴수우생사상에겐 목적을 이루기 위한 도구.
그리고 요모기에겐 알 수 없는 존재인 것 처럼요.
개인적으로는 무조건 나왔으면 좋겠지만 쉽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SSSS.GRIDMAN은 그리드맨 유니버스를 통해 깔끔한 완결을 지었지만 SSSS.DYNAZENON은 본편만으로도 더할 나위 없는 완전한 결말을 맞이했습니다.
여운을 남기기 위해 둔 맥거핀들은 대부분 그리드맨 유니버스에서 후일담처럼 잘 회수 되었고 가장 중요한 가우마 부대의 멤버들이 각자의 성장을 본편에서 끝내며 매듭지어졌으니까요.
하지만 그리드맨 유니버스의 작품은 계속 나올 것이고 타 세계로의 이동에 대한 가능성을 남겨두었으니 주인공은 아니더라도 충분히 다른 작품에서 만나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실 그냥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보이스 드라마는 꼭 봐야하는가
전작 SSSS.GRIDMAN에서 보이스 드라마의 역할은 꽤나 중요했습니다. 인물 각 개인의 서사가 약하다 보니 성격이나 성향을 파악하게 해주는 역할을 보이스 드라마가 대신 했기 때문이죠.
주요 서사에는 영향을 끼치진 않지만 인물의 반응이나 행동 원리 등을 확실히 이해하려면 시청을 하는 것이 필수적이었습니다.
하지만 SSSS.DYNAZENON은 조금 다릅니다. 12화 보이스 드라마는 전작과 같이 이야기에 직접 맞닿아 있는 에필로그 인지라 보는 것이 좋지만 나머지는 정말 말 그대로의 외전 같은 느낌입니다.
그나마 조금 영향을 주는 것이 있다면 10.10화에서 쥬우가의 진짜 속내가 나온다는 것 정도이고 나머지는 그냥 팬들을 위한 서비스 인지라 꼭 찾아보지 않아도 작품을 이해하는데 에는 큰 영향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SSSS.DYNAZENON은 분명 메카물, 특촬에 대한 이해도 같은 진입장벽이 존재하는 작품이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적극 추천할만한 걸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어질 심층 리뷰에서는 비교적 비중이 적었던 코요미의 성장과 극복부터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자유와 부자유의 사상적 대립이 어떻게 그려졌는가 까지 정말 정말 개인적인 해석을 기반으로 풀어 내보겠습니다.
오늘도 그리드맨 유니버스의 빠른 한국개봉을 기원하며 긴 글 마치겠습니다!
그리드맨의 후속작이었기에 꼭 봐야겠다고 마음먹었고, 결말을 본 저는, 무척 행복했습니다.
전작은 그리드맨은 끝나고 뭔가 내용면에서 아쉬움이 가득했는데 스핀오프였던 다이나제논은 끝나느거 자체가 아쉬웠던 작품
그리드맨의 후속작이었기에 꼭 봐야겠다고 마음먹었고, 결말을 본 저는, 무척 행복했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입니다. 다시 볼수록 애니메이션에 담긴 정보량이 어마어마 하다는 생각도 했었구요. 그래서 다회차 하시는 거 적극추천 드립니다!
전작은 그리드맨은 끝나고 뭔가 내용면에서 아쉬움이 가득했는데 스핀오프였던 다이나제논은 끝나느거 자체가 아쉬웠던 작품
동감합니다. 힘들겠지만 제발 가우마 부대를 다시 볼 수 있기를
그니까 그 중요한 ‘보이스 드라마’를 해외에선 판권 못준다고 지랄한 SK들이란 말이지… 하-
진짜 답답한 부분이죠. 공식적으로 한국에선 이제 볼 방법이 없는 거나 다름이 없으니까요. 다이나제논은 그래도 조금 나은 편인데 그리드맨은 보이스 드라마가 가지는 의미가 너무 커서 어떻게든 풀어주는 게 맞지 않나 싶습니다.
진짜 여러모로 전작의 단점을 보완해준 후속작...
그리드맨도 뛰어난 작품이지만 여러 번 볼수록 완성도 면에선 다이나제논이 한 수 위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