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군문에서 치안을 담당하는 직책을 맡고 있었지만
( 무공은 뛰어난데 , 딱히 윗사람에게 살랑살랑 아부 떠는 기술이나
티 안 나게 슬쩍 슬쩍 바치는 일을 성격상 못해서 직책이 낮았다고 함 )
소 잡고 돼지 잡는 푸줏간 주인놈이 못된 짓을 하자 ,
그놈을 주먹 세 대로 즉사시키고 도망쳐서 스님이 되었다는 과거 행적을 가지고 있음
( 그래서 본명이 " 노달 " 인데 , 여기에 법명으로 " 지심 " 을 받아서
보통 " 노지심 " 이라 부름 )
이 양반이 이런 저런 일을 겪다가 " 대상국사 " 라는 큰 절에 왔는데 ,
이게 그냥 온 게 아니라 원래 있었던 절에서 일종의 추천서를 받고 온 거였음
( 물론 , 그 전에 있었던 절에서도 맘대로 술먹고 양념한 개고기 우걱우걱 씹어먹고
아무대나 소변 보고 자신에게 뭐라 하는 스님들 뒤집어엎고 그랬던 터라
좋게 나온 건 아니었음 )
이 추천서에는 그가 어떤 인물인지에 대한 것도 적혀 있었는데 ,
이를 본 " 대상국사 " 의 주지는 깊은 고심에 빠졌음
이게 이 추천서를 쓴 주지가 " 대상국사 " 의 주지에겐 일종의 선배격 되는 사람인데 ,
추천서에 ' 지금은 깽판치고 그래도 나중에 큰 깨달음을 얻을 사람이니
당분간만 좀 맡아주시게 ' 라고 써 있었던 건데 ,
이렇게까지 써 있으니 ' 꺼져 이 개망나니야 ' 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던 거임
결국 다른 스님들에게 이 말을 털어놓고 어찌하면 좋을지 묻는데 ,
스님 중 하나가 말하기를
" 그렇게까지 힘을 잘 쓴다면 , 채두를 시켜보심이 어떠할런지요 ?
그쯤 되면 채마밭을 엉망으로 만드는 건달놈들쯤이야 상대하지 않겠습니까 ? "
라고 의견을 내놨음
말 그대로 채소나 야채 같은 거 심어다가 팔거나 절간 음식 만들 때
여기서 뽑아다가 쓰고 하는 거라 보면 됨
근데 , 이걸 거리에서 주먹깨나 쓴다는 놈들이 제 멋대로 뽑아가놓고선
이걸 팔아서 지들 술값 , 노름값으로 써먹고 있던 상황이었음
당연히 이전 채마밭지기가 말리기도 해 봤고 ,
" 대상국사 " 에서도 " 잡인은 들지 말라 " 고 엄포를 놓기도 했지만
거리의 막장 인생들이 그딴 걸 곧이 곧대로 들어쳐먹을리가 만무했고 ,
관에서도 영 시큰둥하게 나오는 터라 이래저래 골머리를 썩던 상황이었음
그런 상황에서 이런 의견이 나오자 다들 ' 그렇게 하자 ' 는 쪽으로 말이 모아졌고 ,
제안을 한 스님이 " 노지심 " 에게 채마밭지기를 하는 게 어떻겠냐고 권함
" 노지심 " 은 " 노지심 " 대로 ' 아니 나한테 거름 푸고 밭에 물 주고
그런 잡일이나 하라는 거요 지금 ? ' 하면서 화를 내더니
' 이럴거면 나 여기도 싹 다 뒤집어엎겠소 ! ' 하고 본격적으로 짜증을 내려 했음
그러자 스님이 달래면서 말하기를
" 이런 , 이런... 스님께선 절 돌아가는 사정에 까막눈이시구려
원래 절간의 직책이란 다 순서가 있는 법이외다
이렇게 밑에서부터 차근차근 올라가야 대접도 받고 대우도 받는 법인데
어찌하여 이런 이치조차 모르고 이 귀한 자리를 내다버린단 말씀이오 ? "
하면서 말빨로 적당히 달래자 , 워낙이 단순무식한 " 노지심 " 은
' 아이고야 내가 너무 사정에 어두웠구나 ' 하면서 말빨에 홀라당 넘어갔고
채마밭지기를 하기로 결심함
근데 , 이 소식을 들은 동네 건달놈들이
" 하 ! 노지심이란 놈이 왔단 말이지 ?
그놈한테 이 채마밭이 누구 것인지 똑똑히 알려줘야겠다 ! "
며 비웃어댔음
이놈들이 마냥 보통 놈들은 아니고 , 나름대로 길거리에서 무공 좀 익힌 애들인데
이제 무협지로 치면 " 하오문 " 같은 애들이라 보면 됨
그래서 나름대로 별호도 있는데 , " 풀숲에 숨은 독사 " 라던지
" 길거리의 늙은 쥐새끼 " 같은 별호를 달고 있었고
건달 패거리 중에서도 머리가 꽤 잘 돌고 주먹이 제법 맵다는 놈들이었음
( + 소문이나 정보 주워듣는 것도 굉장히 빠른데 ,
판본에 따라서는 " 노지심 " 이 얘네들 부려먹어서 정보를 얻어듣는 대목이 나오기도 함 )
그래서 " 노지심 " 에게 단단히 굴욕을 주기로 결정하고
" 노지심 " 을 찾아가서 겉으로는 공손하게 예의를 표하며
" 헤헤 저희는 주변에 사는 것들인데 ,
채마밭을 맡으신 분이 새로 왔다길래 인사차 왔습니다요 ~ "
하면서 인사하는 척 하다가 잽싸게 달려들어 " 노지심 " 의 팔과 다리를 잡고
똥통에 쳐박아넣으려고 했음
근데 , " 노지심 " 은 이미 이놈들이 뭔 수작을 하는지 다 알고 있었고 ,
그가 오히려 팔과 다리에 들러붙어있는 애들을 가볍게 휙 휙 떨쳐내자
건달들이 비명을 지르며 사방에 나뒹굴고
몇 놈은 지들이 똥통에 빠져서 살려줍쇼 살려줍쇼 제발 목숨만 살려줍쇼
하는 신세로 전락함
그 무시무시한 괴력을 본 건달들이 아이고 x 됐다 도망가자 하면서 뛰려는데 ,
" 노지심 " 이
" 야 , 이 의리라곤 눈꼽만큼도 없는 약아빠진 놈들아 !
당장 이리 안 오면 니놈들 머리통을 박살내주마 ! "
하면서 고함을 지르자 ,
마치 호랑이의 포효를 들은 들짐승마냥 자리에 얼어붙어서 덜덜 떨어댔고 ,
결국 죄다 엎드려서 제발 목숨만 살려달라고 비는 처지가 됨
자신이 어떤 사람들이 내력을 가볍게 말해주자
다들 ' 아이고야 목숨을 건진 게 천만다행이구나 ! ' 하면서 경악함
그 뒤로는 " 노지심 " 을 형님 형님 하면서 깎듯이 모시게 되는데
" 노지심 " 이 기분이 한껏 좋아져서 자신의 주무기인 " 수마선장 " 을 쓰는 법을 보여주자
그 엄청난 무공에 넋을 빼고 보는 대목도 있음
참고로 , 이렇게 약아빠진 놈들이긴 한데 ,
판본 중에는 " 노지심 " 이 " 고구 " 에게 원한을 사게 되서
채마밭에서 도망쳤을 때도 도와줄 정도로 나름 의리를 지키는 놈들도 나오는 경우도 있음
이때 임충이랑 인연이 닿았었나 가물가물하네
나중에 선장 휘두르고 있는데 , 누가 " 와 진짜 잘하네 ! " 하길래 봤더니 그 양반이 임충이었음 처음엔 노지심이 누군지 몰라서 ?? 쟤 누구임 ? 이랬는데 주변 건달 패거리들이 임충이라고 말해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