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봐.”
“뭔데?”
남자친구가 들이민 핸드폰을 건네받았다. 핸드폰 화면에는 -'이상적 남편'…연봉 5천만원, 키 178㎝, 공무원- 라는 내용의 기사가 있었다. 기사 내용은 결혼 정보업체에서 1000명 정도 가량의 사람에게 설문조사 한 것이고 그 설문조사의 내용이 나와 있었다. 그리고 그 밑에는 이 조사가 이해가 안 간다는 내용의 댓글이 빼곡하게 있었다.
“왜?”
“왜 이런 결과가 나온 거야?”
“그걸 왜 나한테 묻는 거야. 내가 궁금증 해결소인 줄 아냐”
“다른 애들이 그러는 데 연봉 5천에 공무원은 완전 헛소리라는 데 왜 설문조사결과가 이런 지 알고 싶어서.”
“그런데 왜 그걸 나한테 묻는 건데?”
“네가 내가 아는 사람 중에서는 제일 똑똑하니까.”
나는 잠시 생각을 했다. 간단한 통계의 함정이었다.
“좋아. 왜 이렇게 된 건지 알려줄게. 계산하기 쉽게 예시를 하나 들어준다. 여자 A/B/C가 있어. A는 남편의 직업이 공무원이고 연봉은 2500만원 이었으면 좋겠다고 답했고 B또한 똑같이 답했어. 그런데 C는 의사에 연봉 1억이라고 답했다고 하자.”
“의사가 20대에 그렇게 많이 벌어?”
“잘 몰라. 그냥 그렇다고 치자고. 그럼 평균을 내볼까? 평균적으로 가장 많이 원하는 직업은 공무원이고 연봉은 5000만원이 되었지.”
“그러네.”
"그런데 A/B/C 여자들이 이상한 선택을 했다고 생각해?"
"의사 연봉이 좀 높고 공무원 연봉도 높은 것 같긴 하지만 기사 제목처럼 완전 이상한 소리라고는 생각이 안 들어."
“그래. 이것도 똑같아. 기사를 잘 보라고. 공무원이라는 응답은 13%야. 의사, 약사, 사무직의 수도 많다고. 연봉은 그냥 평균을 내버리고. 직업은 가장 많이 답한 걸로 퉁쳐버리니 이런 결과가 나오지. 실재 결과는 확신할 수는 없지만 말이야. 이럴 가능성이 커.”
“오. 신기하다.”
“신기는 무슨. 그렇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가정이고. 실재 응답문항을 볼 수 없고 결과를 정확히 분석을 못하니 확신하기는 힘들지만 어디까지나 그럴 가능성이 크다는 거지. 너도 배웠겠지만 단순 평균으로는 우리가 생각하는 평균의 느낌을 못 살리는 경우가 많아.”
“그런데 댓글들은 이 상황을 이해 못한 사람이 많은 것 같아.”
남친의 말이 맞았다. 댓글들은 대체적으로 사회생활 한 번 못해본 멍청한 것들 저게 말이 되냐? 이런 종류의 댓글들이 많았다.
“그 이유는 크게 3가지가 있겠지. 첫 번째는 그냥 기사의 표제만 읽고 생각안하고 대충 댓글만 달기 때문에.”
“기자도 참 이상하다.”
“왜?”
“오해 안하게 잘 적어주면 되잖아.”
“웃기는 소리하네. 걔네들이 뭣 하러 그러겠어. 이렇게 자극적으로 적어야 사람들이 더 많이 들어 올 텐데. 만일 -조사결과 이상적인 신랑감 13%는 공무원 이상적인 연봉은 5천만원- 이런 식으로 제목이 나왔다면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겠어? -이상적인 신랑감 공무원 연봉 5천- 이렇게 적어야 사람들이 제목만 보고 ‘에잇! 이 멍청한 여자들’ 이러면서 관심을 가질 거 아니냐.”
“하긴 그럴 수 있겠다.”
“그 다음은 이 상황을 이해 할 수 없을 정도로 진짜 멍청한 경우. 어쩔 수 없지. 아무리 설명 해줘도 평균을 이해 못하면 답이 없지. 마지막은 이 상황을 다 알아도 댓글 달기 귀찮아서 넘어가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설명은 이정도면 되겠지? 댓글들 읽어보니 내가 다 피곤해진다.”
나는 핸드폰을 다시 그에게 건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