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이 끝난 이후 많은 전범 재판들이 계속 이뤄졌지만
사실상 독일 사회 전체를 나치가 장악했었던지라 대부분의 독일인들은 나치 혐의를 피할 수 없었음
그러기에 최대한 대가리들은 처내고 중간 관료들은 심각한 애들만 빠르게 처벌한 뒤
나머지 죄가 소명되지 않거나 증거가 있지만 국가 운영에 일단 필요한나치 전범 잔당들의 처분은
어영부영 넘기며 사실상 처벌을 유예하고 있었음
그러던 1968년....
독일에서 드러 법 dreher gesetz 이 조용히 만장일치로 통과되면서 상황이 완전 바뀌게 됨
드러 법의 요지는 이럼
독일의 형법에 따르면 살인 등 중범죄의 공소시효는 20년으로 정해져 있으니
나치 시절 독일 내외에서 자행 된 살인, 학살, 전범 행위 등 중범죄가 확인된 사건들을 모두 과실치사로 묶어서
20년의 공소시효가 끝나면 그대로 기소를 하지 않겠다.
라는 것임
1949년에 정식적인 독일 정부 수립이 된 동시에 수사가 진행되었던지라
법이 만들어진 1968년의 다음 해인 1969년 말엔 모든 나치 전범들의 공소시효가 만료되는 상황임
한마디로 내년이면 모두 사면이라는 뜻...
이런 정신나간 법을 누가 만들었나 싶지만...
드러 법을 설계한 주요 인물은 에두아르트 드러 Eduard Dreher 라는 사람인데
과거 나치 당원 출신으로 라이프치히, 드레스덴에 근무했던 검사였음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린 때는 독일에 합병된 오스트리아 티롤 주 인스부르크에
정적들이 제거된 전부 이후 설치된 '특별 법원'에 임명된 첫 나치 검사로 악명을 떨쳤음
당시 나치에 의해 만들어진 여러 악법들을 이용해 사회를 깨끗하게 만든다는 명목으로
약 17개의 절도, 무단침입 등등 여러 경범죄 사건에서 사형을 요청한 전적이 있다고 알려진 인물임...
안타깝게도 당시 인스부르크에 설치된 나치 독일의 특별 법원과 경찰의 자료가 전쟁통에 상당 부분 소실 된 관계로
일단 당시 그가 담당했던 사건들 중에 부당하게 사형 요청했다고 확실하게 알려진
3건의 사형 판결 건과 전범을 이유로 전쟁이 끝나고 기소 되었음
그 기소 후 재판 상황은 잘 모르겟지만 독일 연방 수립한 1949년에 변호사 협회 반대에도 변호사 자격을 취득하고
1951년부터 69년까지 연방 법무부에서 근무하며 드러 법을 구상한 것을 보면
제대로 된 처벌은 없었던듯 함..
이 법이 통과된 이후 드러 본인도 곧바로 수혜자가 되었는데
원래는 68년에 2개의 나치 시절 벌인 사건으로 기소되었지만 법이 통과되자
어영부영 처리가 늦어지더니 결국 공소시효 만료로 기소 중지 엔딩이 뜸...
결국 이 법이 통과되며 1970년엔 그동안의 모든 나치 전범 행위에 대한 기소가 취소되면서
서독의 모든 나치 전과자들이 안심하며 샴페인을 터트리게 됨
물론 독일이 이후 68운동 여파로 정권도 바뀌고 하면서 반 나치 정서가 제대로 퍼졌고
16차 형법 개정을 통해 중범죄에 대한 공소시효를 삭제하며 다시 처벌을 할 수 있게 됨
하지만 이 때가 되면 당시 살아있던 나치 전범들은 전부 죽었거나
기소가 중지되며 수사 중 증거 수집이 중지되거나 파기 되었고 법안 발의 이전엔 아예 수사 자체를 놓고 질질 끌은 만큼
원래 재판에 서야 할 확실한 전범들에 대한 증거는 날아간 상황임
또한 다들 다른 나라 특히 남미에 주로 이민을 가거나 서류를 조작하거나 간단하게 이름을 바꾸고
멀리 조용한 곳으로 이사가 숨어 사는 상태라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 처벌을 할 수 없게 됨
거기다 이미 처벌이 불가피한 나치 인사들 중 유능하다고 판단되면 미국과 소련을 비롯한 승전국들이 쏙쏙 빼가서
최신형 세탁기보다 더 깔끔하게 세탁해 승전국들의 국민으로 만들어 알차게 써먹기도 했음...
지금 독일이야 적극적으로 살아 있는 나치에 대해 처벌을 원하는 모습이지만
아직도 정치와 사회에 뿌리 내리고 있는 해결할 수 없는 아이러니가 아직도 그림자를 깊게 드리우고 있음
그렇다고 나치출신들 다 죽이거나 다 잡아넣거나 했으면 프랑스혁명꼴 났을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