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20살 되었을 때 동네 근처의 팔각정에서 비슷한
나이대의 여자가 선객으로 있었는데 공허하게
허공만 응시하고 있었음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데
그러고 있으니 무슨 사연이 있나 싶어서 혹시나
실연을 당해 나쁜 생각을 하나 싶어 신경 쓰였음
그렇게 미묘한 시간이 흐르고 얼마 있다가 오토바이 소리가
울리며 팔각정에 새로운 손님이 오더라
그리고 풍기는 치킨 냄새 여자가 시킨 치킨이었음
치킨이 오자 공허했던 여자의 눈동자는 생기가 가득했고
같이 시킨 생맥주를 건네주자 사랑에 빠진 여자의 얼굴이 됨
그렇게 생전처음 보는 여자를 걱정했던 내가 우습기도 하고
여자의 행동이 귀엽기도 해서 헛웃음이 나왔는데 여자가
갑자기 나를 바라보며 말을 검
“비웃는 거예요?”
아니라고 해명하며 내가 보고 느꼈던 상황이 이랬노라고 설명함
여자는 피식하고선 혼자 먹으면 흥이 안난다고 같이 먹자는
제안을 함 그리고 뭔가 끈적한 시선과 무언가를 갈구하는 표정
명백한 뜻이 전해지는 노골적인 무언의 침묵
나는 빙긋 웃으며 닭찌찌살을 집었고 여자는 만족하는 그리고
그래야지 라는 얼굴로 종이컵에 생맥주를 따라 줌
그렇게 우리는 팔각정에서 뜨거운 치맥으로 불타 올랐음
이것이 내가 야외 치맥의 첫경험임
가을이어따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