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반 진행후 소감, 너무나도 현실적인 판타지
사실 게임 내적 시스템이나 전투 시스템이나 ui나 맘에 드는 건 없지만 다 넣어두고 스토리에 대해서만 얘기합니다
테일즈 오브 제스티리아.... 테일즈 시리즈의 최신작이자 알파벳의 끝인 z를 담당하고 있는 게임입니다.
발매 전부터도 공식 홈페이지에 도사의 전승이라던가, 20주년이라던가 기대감을 잔뜩 주더니 나중엔 정통파로의 회귀까지 갖다 붙여서 타이틀의 가치를 높혀줬습니다.
거기에 주인공도 디자인이 평범해서 사람들이 뭐라고 했지만 정통파라면 저런 애여도 납득했습니다.
그리고 히로인이라고 소개된(지금은 논란이 많지만 분명 기억합니다 슬레이와 함께 작품의 주인공 및 히로인이라고 공개된 것이 알리샤였던 것을....) 여성은 절제된 미와 일국의 말단 공주란 나름 공주와 함께 세상을 진정시키는 용사같은 거구나 하고 이해도 쉽게 되더군요.
그래서 저도 왠만하면 할 게임 많을 땐 나중에 값좀 안정 되고나서 사지만 이번엔 그냥 초회 한정판 전쟁에 참여해서 구매했습니다.
물건을 받고 내용을 보니 특전 애니메이션까지 동봉되어있을 정도로 처음엔 공들인 게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초반부 알리샤가 슬레이의 마을을 떠나면서 슬레이에게 감사와 기대를 담으며 '세상에 한 번 나와보지 않겠나'란 표현을 은은하게 묘사한
'도사라는 게 정말 존재한다면 슬레이 같은 사람이었으면 하니까'
란 대사는 참 와닿았죠.
그리고 마을을 떠나 세상이란 무대에 서서 세상을 알고, 사람을 알아가며 좀 덤벙대며 세상에 적응하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 앞의 사람을 구하기 위해, 천족과 사람이 공존하는 세상을 그리는 자신의 꿈을 위해, 도사라는 역할의 막중함이 어떻든 짊어주겠다며 패기 있게 성검을 뽑고 슬레이는 도사가 됩니다.
여기까지는 오랜만에 테일즈가 정통파 시나리오로 제대로 뽑아주는 구나하고 전율했습니다.
그리고 도사라는 정말 그 세계에서 중요한 사람이 된 주인공은 아이러니하게도 도사가 되고 나서부터 이상해집니다. 뭔가 현실에 너무 물들었달까요.
거기에 주변 인물들도 알리샤를 제외하곤 너무 현실적인 인물들이 다가옵니다.
인간 세상에 간섭함으로써 일어나는 리스크를 어떻게든 피하려는 미크리오, 역대 도사의 시말을 다 알고 있어서 너무나도 조심스러운 라일라, 염세주의의 에드나 등등 이상보다는 현실을 직시하는 캐릭터가 너무 많다고 느낍니다.
거기에 상황도 정치니 뭐니 너무 현실적이어서 갑자기 세상에 끼어든 슬레이는 이용당하는 것을 제외하곤 딱히 할 게 없습니다. 이 게임에서 '어쩔 수 없다' 라는 말을 몇번이나 들었는지....
역대 테일즈의 주인공들은 몇몇을 제외하곤 이상하리만큼 착하고 감정적인 주인공입니다. 주변의 동료들이 어쩔 수 없다...라고 해도 그래도! 로 반론하며 인정하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찾아 갑니다.
세상을 구할 수록 마음이 망가지는 소꿉친구 콜레트를 위해서 세상도 구하지만 콜레트도 구하려고 하는 로이드와 어쩔 수 없는 더러운 현실에서라도 자신의 손을 더럽혀서라도 정의를 관철하는 유리처럼 말이죠.
이런면에서 슬레이는 너무 대조적으로 주변 동료들의 '어쩔수 없다' 라는 말에 너무나도 쉽게 수긍해버리고 맙니다.
하지만 이상적인 인간인 알리샤가 있었을 때는 '그래도 우리가 할 수있는 것을 하자'며 이용당하긴 하지만 그 속에서 자신들만의 선행을 하고 주변사람들에게 인정을 받습니다.
하지만 슬레이의 몸에 종사로서의 부담이 걸리며 알리샤가 파티 탈퇴를 한 이후, 비뚤어진 현실주의자 로제와 그 로제와 복수만이 삶의 목표인 데젤이 파티 가입을 하며 슬레이의 파티는 점점 더 현실적이 됩니다.
사실 많이 욕을 먹는 동료들이지만 따지고 보면 참 이해타산이 잘 돌아가는 현실적인 인물들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다큐를 하는게 아닌 게임을 하고 있습니다. 한 두명정도는 정말 눈이 부실 정도로 착하고 멋진 캐릭터가 있어야 대리만족이 됩니다
가령 테일즈 오브 디어비스에서 주인공 루크는 자신의 의도는 아니었다지만 마을 하나와 그 마을 사람들을 전부 매장시키는 실수를 저지릅니다.
근데 그것만 하면 모르겠지만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며 현실 도피를 하는 모습에 동료들도 다 학을 떼고 떠나가 버리죠. 그나마 사정을 대충 아는 히로인인 티아는 남아주지만요.
어쨋든 루크는 마음의 재정비를 하고 다시 여행을 하려고 길을 나서다가 마을의 출구에서 기다려주고 있던 가이를 만납니다. 그리고 가이는 어쩔 수 없었다는 루크에게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구잖아 라며 먼저 다가와서 같이 여행에 동참해줍니다
이 장면을 봤을 때 나도 저런 사람이 되고 싶다고 느낄 정도로 멋져 보였습니다.
현실에서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 나이스 가이죠.
하지만 제스티리아에는 이런 비현실적인 인물들이 너무 없습니다. 그저 현실의 부정을 받아들이며 고치려고도 하지 않고 오히려 도사는 인간세상에 관여해선 안 된다는 천족들만 우르르 있죠.
거기에 처음 알리샤를 구할 때 이즈치의 장로에게 현실에 관여하지 말라는 소리를 듣고 바로 '나도 인간이야' 라며 반론하던 슬레이는 어디로 사라지고 그저 '이것이 마(케가레)....' 하고 넘어가 버립니다.
참 뭐랄까.... 어찌할 도리가 없는 현실을 덤덤히 받아들이는 실제 사는 사람들의 모습이 겹쳐보였습니다
특히 서브 이벤트로 스파이 색출하는 내용에선 알리샤가 그 스파이 혐의자를 잡지만 그 자가 적국과의 유통에 중요한 인물이어서 잡았지만 그냥 놓아줘 버리고 심지어 범인을 잡은 알리샤가 오히려 고개를 숙여가며 사죄를 하는 모습과 그걸 뒤에서 지켜보고 어쩔 수 없다며 나서지 않는 주인공 무리를 보니 정말 현실의 부정부패의 현장을 보는 것처럼 가슴이 타들어가더군요.
정말 역대 주인공이 이자리에 있었다면.... 이라고 망상한 적이 한 두번이 아닙니다.
차라리 엑실리아처럼.... 남자가 그저 한 눈에 반한 여자를 위해서........ 평범한 의대생이었던 쥬드가 정령왕을 상대로 싸우고 한 나라의 대왕에게 맞섰던 것처럼 슬레이가 알리샤에게 연정을 품고 동료들의 만류를 무시하고 이것저것 해줬더라면 훨씬 나앗을지도 모를 것 같네요.
어쩄든 이모저모 아쉬운 제스티리아입니다.
재능도 있고 천족과 친화력이 있으며 그 천족과 사람의 공존을 꿈꾸는 주인공 슬레이
재능은 있지만 영적인 존재를 무서워 해 천족을 거부하는 로제,
재능은 없지만 누구보다도 천족을 공경하고 함께 하고자 하는 알리샤
이 대조적인 히로인(과 엑스트라 ㅠㅠ) 둘을 가지고 왜 이런 이야기밖에 풀어나가지 못했을까요
나중에 천족을 거부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로제와, 세상의 마를 점점 정화해나가며 영응력이 높아져서 천족을 인식할 수 있게되는 알리샤, 이 둘의 성장을 통해 슬레이의 꿈의 편린을 보게끔 하는 것도 가능했을텐데 말입니다
뭐 이야기가 그렇게 쉽게 쉽게 풀리면 말이 되냐 하는데 게임이잖아! 없던 영응력이 갑자기 생기면 좀 어때! 약간의 계기로 로제는 트라우마를 한 번에 극복했으면서!
어휴 항암제 먹으며 저는 엔딩을 보기 위해 이만 글을 줄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