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게 더러워진 노트 1 (黒く汚れたノート 一)
모든 것을 잃고 얼마나 지난 것일까.
산의 흙이 여관의 반을 덮어 버렸다.
가족들을 찾아봤지만, 발견한 것은
아버지가 남긴 그 사진첩뿐이었다.
누구의 것인지도 모를, '애도를 위한 사진'이지만,
가족들의 마지막과 인연이 있는 물건 되었다.
이 땅밑 끝같은 어둠 속에서
얼마나 시간을 보낸 것일까.
이제 됐다.
모든 것 태우고 나면, 그 다음 내 차례다.
마지막은 옥상의 전망대가 좋을 것 같다.
그곳에서 보는 석양은 아름답다.
검게 더러워진 노트 2 (黒く汚れたノート 二)
산사태 이전부터 이상한 일이 있었다.
몇년인가 전에, 먼 곳에서 온 학생 중,
두 여자아이가 산에서 행방불명이 되었다.
경찰을 불러 수색을 의뢰했지만, 결국 찾지 못하고
수색이 종료되었다.
그런데 몇일 후, 실종된 여자아이 중 한 명이
정신이 나간 듯한 상태로 발견되었다.
사건의 가능성을 포함해,여러가지 소문이 돌았지만,
결국 세상에는[카미카쿠시]로 인식되어 버렸다.
남겨진 여자아이는 매년 발견되지 않은 다른 한 명에게
참배하듯이 매년 이곳을 방문하여, 그 아이를 찾는다.
이 산에서는 매년 부자연스러울 정도로,행방불명이 자주 발생한다.
경찰도, 나도 이제는 익숙해져 버렸다.
검게 더러워진 노트 3 (黒く汚れたノート 三)
한때는 관광지였던 이 곳도 지금은 자살의 명소로 유명해졌다.
아니, 원래 그런 장소였던 것이다.
이 산에 들어오는 것은 죽음을 의미한다.
여기 미고모리는 원래[무녀사]
죽음을 담당하는 산의 무녀를 위한 신사였다.
죽음을 바라는 자는 여기서 같이 산에 들어갈 무녀를 선택한다고 한다.
딱 좋다.
나도 지금 그것을 바라고 있다.
날 돌봐줄 가족도 이제 없다.
검게 더러워진 노트 4 (黒く汚れたノート 四)
사진첩의 '애도를 위한 사진'은 이 산에 살고 있던
민속학자가 모아놓은 것이었다.
그 민속학자 와타라이 케이지는 일본에 전해지는
신비한 풍습에 끌려 일본에 와서 히카미 산에 거주하며
그 전승을 조사했다.
외국에서 오는 민속학자는 흔치않다고 생각한 아버지는
그에게 협력하여 이 마을에 전해지는 '애도를 위한 사진'을
모아 주었다고 한다.
이 히카미 산에는 , 산에 흐르는 물을 '신'으로 생각하고 모시는
특이한 풍습이 있다.
그는 당시 잃어가던 그 세계관을 피부로 느끼고 싶다고 하며,
산 중턱에 거주하여, 산의 비밀에 좀더 다가가고 싶다고 말했다고 한다.
사람이 드나들지 않는 낡은 신사를 여관으로 개조하여 운영하던 아버지는,
민속학자에게 적극적으로 협력했다.
여관의 선전에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 듯 하다.
어떤 날을 경계로 그 민속학자는 행방불명이 되었다.
몇 명이 산 속을 찾아 돌아다녔지만, 숲 안쪽에 있던 그의 집과
그 집으로 향하는 길조차 발견되지 않았다.
아버지도 민속학자를 찾으러 산속에 들어갔지만, 이 사진첩만 안고 돌아왔다.
온몸이이 흠뻑 젖어 있었는데, 보통때와는 다른, 뭔가에 홀린듯한 눈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 이상하게 기억난다.
그 뒤, 아버지는 행방불명이 되었다.
산사태로 무너진 구관에서 이 사진첩을 찾아내기 전까지는
이 일을 완전히 잊고 있었는데, 지금의 나는 없어진 아버지의 기분을 알 것같다.
민속학자의 기분도 같았을 것이다.
이 사진은, 아름답다.
여관 주인의 유서 (旅館主人の遺書)
석양이 부르고 있다.
물이 부르고 있다.
이건 올바른 일이다.
루이의 수첩 1 (累の手帳 一)
선생님은 정리할 줄 모르는 사람이다.
자취생활이 길었다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가사를 할 줄 모른다.
요리도 안되고, 청소도 서툴다.
작가 조수라고는 하지만, 거의 시중드는 일 뿐.
선생님은 뭔가를 찾는 일이 서툰 사람.
자주 물건을 잃어버린다.
그 책이 없어 난리가 나더니, 결국 쿠로사와씨에게
의뢰하고 있다.
나도 늘어만 가는 책을 제대로 정리하려고 했지만,
방에서 꺼낸 적이 없는데도, 정말로 안보인다.
마치 없어진 것 처럼.
영견을 부탁하니, 쿠로사와씨는 혼자서 방에 들어가서,
잠시 뒤 선생님이 찾던 책을 가지고 나온다.
[보이지 않게 된 물건]을 볼 수있게 했다고, 쿠로사와씨는
웃으면 말하는데, 영견은 정말로 신기하다.
나도 한번 신기한 체험을 한 적이 있다.
방을 정리하던 중에, 처음 본 물건이 나왔었다.
히소카 씨가 말했던 [보이지 않게 된 물건]이었던 것일까.
오래된 상자에 넣어져 있던 물건.
그것은 뭐였을까?
정리하려는 생각에 두고 갔더니,
어느샌가 사라져 버렸다.
다시 [보이지 않게 된 물건]이 된 것일까.
히소카의 편지 (密花からの手紙)
호우죠 렌 님께
빌렸던 사진기를 돌려드립니다.
이 사진기는 [사영기]라고 하는, 제가 사용하고 있는 것과
같은 [있을 수 없는 것], 즉,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찍을수 있다고 하는 매우 진귀한 카메라입니다.
골동업계에서는 아주 드물게 출품되기도 하는데,
이런 복안 타입은 저도 처음 봤습니다.
겁주려는 건 아니지만, 사영기의 주인은
불행이 닥쳐온다고 하는 소문이 있습니다.
세상을 떠나거나, 제정신이 아니게 되거나, 주인은 행방불명이 되고
사영기만 남았다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이것을 찾는 호사가도 있는데, 골동 리스트에 올라오는 사영기는
대개가 그 전 주인이 그 불행을 겪고난 결과이며, 또한 그 사실이
물건의 가치로 평가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저의 사영기도, 돌아가신, 영견을 했던 분의 집에 있던 것을
가족의 양해를 구해 양도받은 것입니다.
아직 사용할 수있는 물건이라고 생각됩니다만, 다루는데는
충분한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P.S.
이 사영기는 뚜껑이 망가져있는데,
원래는 [상자]와 같은 형태였던 듯 합니다.
파실 의향은 없으시겠지만, 가능하다면, 잠시동안만이라도
빌려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사례는 하겠습니다. 생각해 봐 주세요.
- 쿠로사와 히소카-
영견 보고서 (影見の報告書)
탐색물에 관한 보고서
의뢰주: 호우죠 렌 님
보고서: 코즈카타 유우리
확인: 쿠로사와 히소카
의뢰 내용:
히카미 산에서 발견한 애도 사진과 같은 물품, 또는 관계가 있는
문헌 등의 존재를 조사하고, 가능하면 입수 할 것.
히카미 산에서 발견된 애도 사진을 기향으로 영견을 하였습니다.
첫 번째 영견에서 전해 드린대로 히카미 산의 폐여관[이치루 장]에서
애도 사진이 모아져 있는 사진첩을 발견했습니다.
관계 각처의 허가를 얻었으므로, 그대로 소유하셔도 괜찮습니다.
쓰다만 원고 (書きかけの原稿)
사후사진(Post-mortem photography)이라는 것은
19세기 아직 사진이 신기하게 평가되었던 시대에
서양에서 행해진 풍습니다.
세상을 떠난 가족이나 연인의 모습을 그 아름다움이
사라지기 전에 사진으로 남겨둔다고 하는,
이 아름다우면서도 슬픈 사진들을 조사하던 중,
그 풍습이 일본에도 전해져, 죽은 자의 사진이 찍혀졌다는
사실을 알았다.
일본에서는[애도 사진]이라고 불리며, 촬영된 이 사진은
지금도 소량 남아 있다.
운좋게도 한 장, 손에 넣을수 있었는데,
그 사진으로부터 서양의 사진에서는 없던
독특한 아름다움이 느껴졌다.
서양으로부터 일본으로 전해진 사진은 초기에 독특한
의미를 가졌었다.
유명한 것으로는 [혼을 뺏긴다]라고 하는 미신이 있다.
당시에 누구나 그렇게 믿고 있었던 것은 아니겠지만,
그와 같은 풍토 속에서 촬영된 [애도 사진]이라는 것은
어떤 의미, 생각이 담겨 있던 것이었을까.
시간을 멈추고, 혼을 꺼내서 봉인한다.
혹시 사진에 그런 효과가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찍었다고
한다면, 그것은 추억의 기록이나, 애도의 의미 뿐만이 아닌,
근원적으로 독특한 사생관(생과 사의 관념)이 기인한 것이
아니었을까.
무녀 살해의 전설 (巫女殺しの伝説)
[무녀 살해]의 전설
자살의 명소로 불리는 심령 스팟에서는
옛날 부터 어떤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옛날, 영산(영적인 산)으로서 숭배되고 있던 산에서는
많으 무녀들이 살고, 산의 제사는 모두 그 무녀들에 의해
거행되었다.
어느 날, 무녀를 사랑해 버린 남자가 산을 헤치고 들어와
무녀에게 고백했지만, 신의 일을 하는 무녀는 그 남자의
고백을 거절했다.
남자는 분노하며, 그 무녀를 죽이고 강에 버렸다.
몇일 후, 남자는 횃불과 손도끼를 들고 갑자기 산에 나타나
산에 있는 무녀를 모두 죽이고, 똑같이 강에 버렸다.
산의 물은 무녀들의 피로 검붉게 물들고, 미소기가 연못(목욕재개 연못)이라고
불리는 연못에는 대량의 무녀들의 시체가 흘러 들었다.
그 무녀들의 눈은 모두 짖이겨 져 있었다고 한다.
남자는 처음 죽였던 무녀를 강에 버리면서, 그 무녀의 눈을 봐 버리고 말았다.
무녀의 눈에 홀린 남자는, 그 눈을 두려워하며, 다른 무녀들도 죽인 것이다.
모든 무녀를 죽인 남자는 그 자리에서 스스로 목을 긋고 자살 했다.
그 후, 산에는 온 몸이 젖은 무녀의 령이 나타나, 산을 방문한 자를 죽음에 이끈다.
그 눈을 본 자는 무녀와 함께 물에 들어가, 자살하고 만다고 전해진다.
이 무녀살해의 전설은 실제로 있었던 사건을 모티브로 한 것이라고 전해진다.
현지의 오래된 기록에는 많은 무녀의 사체가 발견 되었다는 기록이 있고,
그 이후, 그 산에서는 신의 일이 거행되지 않게 되었다고 한다.
추천
감사합니다! 덕분에 내용을 알 수있게되었네요. 그런데 마지막 문서의 무녀살인자는 정말 어처구니가 없는 남자네요. 고백을 거절당했다고, 상대를 죽이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