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은 쉔무 3가 도착했습니다. 전 클라우드 펀딩에 참여해서 어제(11월 18일) 저녁에 PS4판 소프트를 받았지요. 펀딩 참여자를 위한 실물 특전은 사진 오른쪽의 종이 슬리브 정도라 좀 아쉽지만, 제 이름...은 아니고 닉네임 LEADKUN이 스탭롤에 들어간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쉔무 시리즈의 팬이라면 아쉬운 면도 많지만 그래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게임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쉔무 시리즈의 팬이라면'이 아주 중요합니다. 쉔무 시리즈에 대해 별다른 애착이나 플레이 경험이 없는 분이 이 게임을 접하신다면, 크게 실망할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쉔무 시리즈의 팬이 아닌 분이 실망할 가능성에 대한 이유를 요약하자면, 이 게임은 'AAA급 게임을 재현하려고 노력한 저예산 인디 게임'이기 때문입니다. 쉔무 1과 2는 개발비가 1999년 기준으로 700억원 이상이나 들어간 AAA급 예산의 게임이고, 비록 AAA 하면 생각나는 스펙터클한 액션이나 판타지 게임은 아닐지라도 그 예산에 걸맞는 그래픽, 사운드와 디테일을 보여 주었던 게임이지만, 쉔무 3는 개발비 규모만 봐도 절대 그럴 수 없는 게임인 게 당연하니까요.
팬이 아닌 사람이 보았다고 가정했을 때, 쉔무 3의 첫인상은 별로 좋지 않습니다. 배경 그래픽은 무난하다고 쳐도 캐릭터는 애니메이션 느낌도 리얼한 느낌도 아닌 어정쩡한 모습이고, 대화가 풀 음성이긴 한데 대놓고 돌려 쓸 수 있는 부분은 돌려 써서 하나의 긴 대화가 아니라 여러 개의 짧은 대화를 끊어서 하는 듯한 느낌이 들고, PS4 Pro 지원 게임도 아니기 때문에 4K 모니터로 플레이하면 흐릿흐릿한 느낌을 감출 수 없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클라우드 펀딩에 100달러 이상을 투자할 정도로 쉔무 팬인 저조차 똑같은 인상이었습니다.
하지만 실제 게임 플레이로 들어가자, 쉔무 팬인 저는 충분히 만족스러웠습니다. 팬들이 기대하던 '쉔무스러움'을 최대한 살리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였고, 딱 그만큼은 즐겁기 때문입니다.
'쉔무스러움'이 무엇인지에 대해선 사람마다 느끼는 점이 다르겠습니다만, 저는 아래의 3가지로 정의하려 합니다.
1. 탐정 스타일의 게임 진행
본격 추리 게임까지는 아닙니다만, 쉔무 시리즈는 마치 탐정이 된 듯이 플레이하는 게임입니다. 찾아야 할 사람이나 가야 할 장소가 있고,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우선 주변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들은 뒤, 그것을 단서 삼아 다음 단서를 능동적으로 찾아야 하는 게임이죠. 이야기해야 할 사람 머리 위에 아이콘이 뜨거나 가야 할 장소까지 화살표가 표시되는 편리한 기능은 없으며, 단서가 될 만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 주인공 료의 메모장에 자동으로 그 내용이 적히는 정도가 고작입니다.
쉔무의 세계에서는 플레이어가 게임을 진행하는 동안 시간은 계속 흐르고 있으며,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확보한 단서와 함께 시간도 중요한 키워드가 됩니다. 찾으려는 사람이 매주 금요일 오후 8시 이후에 술을 마시러 술집에 간다는 단서를 확보했어도, 시간이 한낮이라면 술집이 열기까지 기다려야 하죠.
2. 세세한 디테일과 다양한 놀거리로 가득찬 마을/도시
1번에서 설명드린 것처럼 이 게임은 시간의 흐름이 매우 중요하며,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해 기다리는 시간도 생겨나게 됩니다. 이런 남는 시간을 즐겁게 때울 수 있는 방법이라면, 오락실 등에서 즐길 수 있는 미니 게임을 플레이하거나, 다친 고양이 돌보기나 아르바이트 등의 서브 퀘스트를 수행하거나, 아니면 실제에 가까울 정도로 정교하게 짜여진 마을/도시 풍경을 둘러보며, 그리고 때에 따라서는 단지 둘러보는 것 뿐만이 아니라 찬장 서랍 안까지 샅샅이 뒤져보며 시간을 보내는 거죠.
3. 중국 무술/무협 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가 돋보이는 스토리
전작들의 스포일러가 되어 버리기 때문에 자세한 서술은 하지 않겠습니다만, 현대(1980년대)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이면서도 기본적인 전개는 무협물에 가깝고, 다양한 중국 무술이 중요한 역할로 등장하는 것도 쉔무의 특징이지요.
다른 많은 것들은 예산의 한계 및 이런저런 사정으로 포기했다고 하더라도, 위 3가지 특징은 제대로 지키고 있다는 것이 제가 쉔무 3를 몇 시간 플레이하고 느낀 첫인상이었습니다. 시작부터 누군가를 찾아야 해서 마을 사람들에게 정보를 얻고 메모장에 기록하는 전개도, 히로인 쉔화의 방에 있는 수많은 가구의 서랍 하나하나를 열어볼 수 있는 디테일도, 중국 계림의 시골 마을 광장에서 아이들에게 태극권을 가르치는 자칭 달인 및 산기슭에 위치한 무술 도장도, 그야말로 쉔무 시리즈를 상징하는 듯한 그때 그 모습이었습니다.
시대의 흐름을 타고 어느 정도 타협할 것은 타협한 면도 볼 수 있었습니다. 다음 스토리가 전개될 시간까지 스킵하는 기능이 있어서 더 이상 밤에 술집이 열릴 때까지 기다리지 않아도 되고, 열 수 있는 서랍을 줌 인해서 바라보면 붉은 원 모양의 안내가 표시됩니다. 숲이나 풀밭에 피어 있는 풀꽃들 중 약초가 될 만한 것을 찾아서 한약을 만들거나, 상인에게 팔 수 있는 아이템 수집 요소도 새로 추가되었습니다.
이렇게 '쉔무스러움'을 지키며 그때 그 느낌과 재미만큼은 보장하려고 노력한 쉔무 3입니다만, 18년 전에 비해 너무나도 달라진 환경에서 비롯된 아쉬움은 언제나 한켠에 가시지 않고 남아 있습니다. 일본의 소도시 요코스카와 홍콩을 집착에 가까울 정도로 치밀하게 재현해서, 비록 가게 이름이나 물건의 상표가 게임 오리지널이라고 해도 전혀 위화감 없이 실제 도시와 같은 느낌을 받았던 쉔무 1과 2와는 달리, 쉔무 3의 첫 배경인 백록촌은 도로 포장도 안 되어 있고 전기가 겨우 들어올 정도의 시골 마을인데도 모든 가게 간판에는 한자 표기 아래 친절하게도 영어 해석이 쓰여 있습니다. 한자만 읽어도 어떤 가게인지 대충 이해할 수 있을 일본 플레이어와 달리, 한자로만 가게 이름이 쓰여 있으면 무슨 가게인지 전혀 모를 서양 플레이어들을 배려하면서, 동시에 가장 적은 제작비 부담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건 이해합니다만, 예전 시리즈에서 느꼈던 현실감과 몰입감은 많이 줄어들어 버렸죠.
버추어 파이터 시리즈의 커맨드 입력을 가져온 대전격투식 전투가 특징이었던 쉔무 시리즈입니다만, 쉔무 3의 전투는 콤보나 버튼 조합으로 기술을 사용하는 일반적인 액션 어드벤처의 전투 스타일로 변해 버렸습니다. 이제 버추어 파이터의 제작진이 쉔무 시리즈를 만들지 않는 만큼 어쩔 수 없었겠지만, '왜 이문정주(팔꿈치 치기)가 공격 버튼 3개의 조합으로 나가? 달려들어서 세게 한방 치는 커맨드 아니었어?'라는 위화감은 가시질 않네요.
예전과 같은 기본기를 지키고 있는 데서 오는 안심과 예전보다 퇴화한 면들을 바라보며 드는 아쉬움. 아마 이 게임의 끝을 볼 때까지 이 두 감정은 계속 이어질 것 같습니다.
제가 기다리던 소감문이네요ㅎ 아직 받아보진 못했지만 오랜 팬으로서 아마 같은 기분을 느끼지 않을까 합니다
팬으로서 만족하셨다니 다행이네요. 팬 아닌 입장에서는 오전 9시에 스트리밍 시작한 분이 오후 3시가 되도록 첫번째 마을 밖을 못나가는걸 보고 XXX 겜이라는 생각만 들던데...
참고로 스트리머분은 닭잡기 미니게임하고 걍 빡쳐서 겜 삭제하셨어요.
쉔무 3로 처음 시리즈를 접하셨다면 더 실망이 클 수도 있다 봅니다.
저는 쉔무 1, 2를 안해봤습니다만 팔꿈치 카운터는 도통 타격감이 없더군요. 용과같이의 호떨만큼 강한 데미지가 들어가는것도 아닌데다 커맨드도 세개를 동시에 눌러야하니 굳이 쓸 필요는 없는 기술? 느낌이 나더군요. 전작에선 참 멋져보였던 기술인데...
저도 여러 변경점 중에 전투 관련이 제일 아쉽더라고요. 쿵쿵 울리는 타격감이 전작의 재미 중 하나였는데...
제가 기다리던 소감문이네요ㅎ 아직 받아보진 못했지만 오랜 팬으로서 아마 같은 기분을 느끼지 않을까 합니다
감사합니다. 즐겁게 플레이하셨으면 합니다.
빨리 받으셨네요. 전 아시아판으로 선택해서 이제서야 배송 메시지 떴는데.. 임마들 아시아판 사용자는 DL코드 준다더니 안보내주네요.. 망할롬들
무슨 문제가 있는지 메일 발송이 전체적으로 늦네요. 저도 후원자 코드(타이틀 화면에서 입력해서 특전 획득) 메일로 받아야 하는데...
아.. 저는 백커 코드랑 월페이퍼 등 특전 코드는 받았는데 아시아판 피지컬 선택한 사람들한테 준다던 DL코드가 안왔어요..
아... 패키지만 오고 특전이 안 온 저랑은 반대네요. 하루 빨리 코드 받으시길 기원하겠습니다 ㅠㅠ
킥스타터에서 설문조사 메일 다시 보내기 한번 해보세요 이거 해보라고 커뮤니티에서 봤는데 메일 바로 보내주는 것 같네요.
감사합니다. 시도해 봐야겠네요.
사진 정보게시판에 사용해도 될까요? 문제시 사진 삭제 하겠습니다.
예. 사용하셔도 됩니다.
메타 50점 갓겜 ㄷㄷㄷㄷㄷㄷㄷㄷ
팬 입장으로서는 78점 정도는 되는 느낌이네요. 팬 아닌 분들께는 50점 맞으니 그냥 지나가시면 됩니다.
1번은 시간 빨리 보내기 기능 있더군요
네. 본문에서도 언급했지만 타협할 부분은 타협했더라고요. 처음 스킵 기능을 보았을 때는 살짝 충격(?)이었습니다.
한국 게이머들을 하찮게 보고 한글화도 안하준 양아치들 게임은 그냥줘도 안합니다.
현명한 판단이십니다.^^
오 스탭롤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