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 제가 할 수 있는 최고의 경험이었습니다.
이런 귀한 경험을 추석 직전에,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느긋하게 즐길 수 있는 신의 타이밍까지 겹치게 되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하네요.
간혹 GTA 자체에 경험이 없으신 분들이 세간에 알려진 정보를 토대로 이런저런 상상을 하다 접했을때 생기는 괴리감 때문에 실망을 하는 케이스도 있는데, GTA3,4를 즐겨보신 분들에겐..세상에 이것만큼 즐겁고 굉장한 경험이 없을거라고 생각하네요.
30시간 내리 달리는 내내 너무 즐거웠습니다.
트레버는 락스타가 작정하고 넣은, GTA세계에 가장 어울리는 캐릭터라고 생각합니다. 사회적인 통념을 따르지 않고 자기 자신의 욕구에 충실하며 그런 자신을 자랑스러워 하고 사랑할 줄 아는, 그 욕구와 기준이 일반인들과는 거리가 멀어 ㅁㅊㄴ 소리를 가장 많이 듣지만 그만큼 순수한 모습에 매력을 느끼게 되는 캐릭터 같습니다. 파괴본능을 일으키는 그 터프함도 어떻게 보면 막장짓을 자처할 수 있는 GTA 세계에서 가장 어울리는 캐릭터가 아닐까 싶네요. 플레이 할때, 특히 운전할때 저도 모르게 일부러 과격하게 난폭운전 하게되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정도로 이 캐릭터를 이해하고 동화되려고 하면 참 매력적이고 애착이 가는 캐릭터인것 같습니다.
프랭클린은...굉장히 정이 많고 착한 캐릭터죠. 마이클과 트레버 사이를 중용하고 입은 거칠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흑인의 특성-_-; 같은 걸로 표현되면서 실제론 가장 많이 남을 도와주고 정을 떼버리고 싶은 친구조차도 위험에 처했을땐 두말없이 구하러 가는, 그런 의리와 정을 중요시 여기는 캐릭터입니다. 메인캐릭터 두명이 중년이라 성장에 대한 요소는 이 프랭클린에게 몰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네요.(마이클도 성장을 하긴 합니다만 이건 성장이라기 보단 조금 다른관점에서 볼 수 있는 부분이라)착하고 의리있는 모습에 자연스럽게 몰입이 되고 정이 가는 캐릭터라고 생각합니다.
마이클은....사실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가장 모순된 캐릭터죠. 어떻게 보면 이시대 가장의 모습을 그대로 표현하고 있으면서 그 속의 문제점이나 모순된 부분을 적나라하게 찝어서 표현해낸 캐릭터가 아닌가 싶은데....그런 의미에서 트레버와도 완전히 반대노선에 위치한 캐릭터라고 생각합니다. 살인자에 도둑이지만, 가정을 꾸리고 평범하게 살면서 남들이 누리는걸 다 누리고 싶어하는 허영심이 가득한 캐릭터입니다. 사실 그 두가지는 절대 공존할 수 없는 성질의 것임에도 그걸 추구하는 모습에서부터 이미 모순된거죠. 결국 그런 모습에 가족들도 떠나가고 캐릭터들 중 가장 비참한 상황에 쳐하지만 여차저차 내적인 성장(과연 심리치료의 효과였을진 ㅋㅋ)에 더불어 아슬아슬한 밸런스를 유지하는데 성공하는, 가장 현실적이면서 어떻게 보면 리얼한 캐릭터라 마음에 들었습니다.
게임 외적인 부분에 있어서의 변화(그래픽이나 시스템, 컷씬에서 인게임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연출이나 방대한 서브컨텐츠 등)들도 정말 즐거움 그 자체였지만 스토리 진행하는 과정에서 몇몇 상징적인 상황들이 굉장히 인상깊었네요. 고작 트레일러 생활을 하면서 변변찮은 ㅁㅇ팔이나 하는 트레버가 마이클을 빗대어 "으리으리한 집에서 혼자 사는 외로운 늙은이"라고 마이클을 비꼬는 상황이라던가, 그런 트레버를 보면서 사람처럼 좀 하고 살라고 핀잔을 주는 마이클을 보면서 "인생의 가치를 어디에 두는게 옳은가" 라는 철학적인 질문도 가지게 되고(개인적으론 마이클 쪽에 가깝지만 그렇기에 트레버의 순수함이 더 진솔되어 보이고 부럽기도 합니다)
역시 차는 튜닝 끝판으로 한 슈퍼카가 갑이구나-_-; 하는 생각도 들고(서스펜션 낮춰서 바닥에 착 감겨서 달리는 그 느낌이 왜 그렇게 좋은지...알것 같습니다. 게임이었지만-_-;)
실제로 전작대비 가장 체감이 와닿았던 부분은 '운전이 재밌다!' 라는 점이었습니다. 원래 레이싱 게임으 절대 안하는 편인데 이번 GTA5는 운전하는게 정말정말 재밌었네요. 외딴곳에 떨어져서 타고갈 만한 차가 없을때 제외하곤 죄다 직접 운전하고 다녔습니다. 그래서 30시간 가량의 플레이 타임이 나온거 같기도 하고...실제로 이런 류의 게임에서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내게 되는게 차 안인데, 그런 만큼 운전에서 재미를 느끼게 하려고 들인 노력이 어마어마하다는 걸 짐작할 수 있었던것 같습니다. 오픈월드 게임에서 운전 자체가 이렇게 즐거운 게임은 처음이었거든요.
프랭클린의 츤데레적인 모습에 나도 저런 친구가 하나쯤 있었으면 좋겠다(프랭클린 욕은 늬앙스 상 욕처럼 들리지가 않아서...되려 진지하게 협박하거나 경고 할때도 무게감이 떨어져 보일 정도로)하는 생각도 들고....
정신없이 쏘고 부수고 죽이고 달린 30여 시간이었지만 그러는 와중에도 참 많은걸 느끼고 생각하게 해주네요.
물론 완벽하기만 한 게임은 절대 아니지만(은행털기 부분은 감탄스럽긴 했지만 사실 조금 기대 이하였고, 차고에 차가 사라지는 버그는 뼈가 아픈데다 종반부 라스트 미션같은 경우엔 분기가 생긴 만큼 하나하나의 깊이나 분량이 아쉽게 느껴졌습니다.)
아마 지금까지 나온 게임 중 라스트오브어스와 더불어 가장 완벽을 향해 이상적인 답을 제시한 게임이 아닌가 싶네요.
라오어가 디테일하게 두 캐릭터의 이야기를 영화적인 방법으로 풀어낸 대작이라면 GTA5는 만능엔터테이먼트형 게임의 교과서같은 느낌이랄까요...올해 GOTY는 어떤 게임이 될지 기대되기도 하지만 동시에 이런 게임들이 다른 작품에 큰 영향을 주고 앞으로 게임업계가 더 성숙해질거란 생각을 하니 기쁘기까지 합니다. (두 작품 다 앞으로 나올 게임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칠 거라는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겠죠. 많은 회사가 너티독과 락스타를 목표로 삼거나 본받으며 게임을 만들게 되리라 생각합니다.)
사실 최근에 나온 맥스페인3도 어마어마한 제작비를 들인것 치곤 흥행성적이 저조하다는 뉴스를 보고나서 'GTA5도 잘 안된다면 앞으로 락스타만큼 제작비를 아끼지 않고 쏟아부을 회사가 더 줄어들텐데...'하는 걱정을 했었는데 발매 첫날 매출액을 보니 그런 걱정 안해도 되겠네요.
락스타는 앞으로도 지금처럼 만들고 싶은 게임을 최고의 품질로 내기 위해 아낌없이 돈을 쏟아부을것 같습니다. 뿌린대로 거두고 있는거 같아 다행입니다.
정작 걱정할건 국내 판매량...인데. 이런 게임을 한글로 하게 될 날이 올 줄 꿈에도 몰랐다 -> 근데 실 판매량은 똥 -> 이제 니네 나라 신경 안써! 크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전례를 생각해 보면 조금 걱정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국내도 발매 당일 대부분의 물량이 소진된거 같긴 한데 충분히 많이 팔려서 콘솔 시장도 다시 활기를 찾고 이제 한국 게이머들도 성숙해져서 질 좋은 게임을 현지화 해주면 그만큼 잘 팔린다는 인식이 해외 기업에도 심어졌으면 하는 마음도 있습니다)
클리어 하고 나서 감회가 새로운 나머지 두서없이 이야기를 너무 길게 써내려 왔네요. 죄송합니다 ㅠㅠ;
정리하자면 정말 하는 내내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고 플레이 하는 동안 행복했습니다 ㅠ.ㅠ
남은 시간동안은 좀 쉬면서 온라인을 기다려야겠네요.
미국이라는 나라를 가장 현실적으로 표현하면서 제대로 까는 겜인듯 테러와의 전쟁을위해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않는 비열한 정부를 비꼬기도 하고, 라디오광고 같은거 들어보면 사회현상을 엄청 디스하는 내용도 많더군요
소감게시판에도 올려주세요 한번 읽고 지나가기에는 너무 아까운 장문의 글이네요
ㅊㅊ
좋은글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