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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야리가미: 경시청 괴사건 파일
6번째 게시물 -콧쿠리상-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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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안에는 인기척이 없었다.
사건이 소문나는 것을 두려워한 학교측이
임시 휴교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학교측의 함구령에 따라,
얌전히 귀가한 것 같다.
하지만, 그 효과도 그리 오래가진 않을 것이다.
그들이 사건에 겁을 먹고 있다면 괜찮겠지만,
이런 소문은 언젠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퍼질거라는 것은
안봐도 뻔하기 때문이다.
"아무도 없네요, 선배"
묵묵히 걷고만 있는게 거북했는지, 소이치로 씨는 입을 열었다.
도서실을 나온 우리들은 교사 안을 수사하기로 했다.
사실은 학생들에게 물어보고 싶지만,
이렇게 아무도 없어서는 불가능할 것 같다.
뭐, 어차피 말을 거는 자체가 어렵겠지만......
그 이유는, 이 곳이 학교라서다.
민간시설 중에서도 학교는 특히 섬세한 장소다.
TV드라마 처럼 형사수첩을 보여준다고
마음껏 수사를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경찰관은 수사 허가없이는 일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게다가 사립 츠보미 고교의 학생들은 20세가 되지 않은
미성년자 이므로, 그들이 이번 사건에 어떠한 관계가 있든간에
법률에 의해 보호받는 입장이다.
이른바 "소년법"이라고 하는 녀석이다.
예를 들어, 한 경찰관이 학생에게 질문했다고 하자.
특별히 그 학생을 의심하는 것도 아닌
그저 질문한 것만으로도
주변사람들은 과연 어떻게 생각할까?
"저녀석은 경찰에게 질문받았어."
"뭔가 나쁜 짓이라도 저지른게 틀림없어."
그런 소문이 퍼진다면, 그 학생의 장래는 어떻게 될까.
범죄의 저연령화가 되가고 있는 요즘, 소년법에 대한 생각은 변하고 있지만
실제로 죄를 범한 자야 어찌됐든, 그렇지 않은 아이들은 보호받지 않으면 안된다.
그래서, 우리들 경찰은, 공공장소에서 소년들의 미래를 해칠만한 행동을 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그건 그렇고------
아직 해가 지지 않았음에도 아무도 없는 교사 안은 이상한 기분이 들게 했다.
학교라는 곳은, 좋든 싫든 간에 이상한 것들을 연상케한다.
학교 괴담으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던 화장실의 하나코씨.
음악실에서 저절로 흘러나오는 쇼팽의 '빗방울'.
심야에 배회하는 과학실의 인체모형.
운동장을 여기저기 뛰어다니는 니노미야 긴지로 동상.
어느 학교든 7대 불가사의나 괴담의 소문은 존재하기 마련이다.
"저어, 선배...... 이제 돌아갈까요?"
코구레 씨는 새파란 얼굴로 안절부절 주변을 둘러보고 있다.
그렇군. 방금 전부터 침착하지 못한 것은 그런 이유였나.
"무섭습니까?"
장난기가 발동하여, 슬며시 물어보았다.
"마, 말도 안됩니다! 저는 조금도 무섭지가!"
알기 쉬운 반응이다.
이것으로 코구레 씨는 스스로 무섭다고 증언한 셈이다.
"단지......"
"단지? 뭡니까?"
"동료에게서 들은 것입니다만, 이 학교...... 나오는 것 같습니다."
철퍼덕!!!
등 뒤에서 뭔가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생각지도 못한 일에, 목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고동이 심장에서 전신으로 흘러간다.
코구레 씨는 금붕어처럼 입을 뻐끔뻐끔 거리며 흰자위가 드러나고 있다.
범인은, 바로 발견되었다.
그곳에는 복도에서 떨어뜨린 책을 줍는 소녀가 있었다.
아직 학교에 남아있는 학생이 있었다니.
사건에 대해 들었을텐데,
잘도 혼자서 돌아다닐수 있었군.
상대가 인간이라는 것을 알고 안심한걸까,
코구레 씨는 함께 책을 줍기 시작했다.
친절한 사람이다.
나도 그를 따라 발밑의 책을 주웠다.
"공포와 심리학"
글쓴이: 제프리 프라이트먼
역자: 코노 우에쇼
500 페이지는 될듯한 심리학 전문서였다.
"감사합니다."
꽤 매니악한 책이라 감탄하고 있을 때,
소녀가 말을 걸어왔다.
모르는 사이에, 복도에 떨어진 책들은
모두 소녀의 양손 위에 모아져 있었다.
아무래도, 이 책이 마지막이라
빨리 돌려달라고 재촉하는 것 같았다.
"어려운 책을 읽는구나."
"네, 뭐...... 저어, 당신들은?"
그녀는 우리들을 수상하게 생각하는 모양이다.
교내에 모르는 남자들(그 중 한명은 딱딱하게 생긴 거한)이
돌아다니고 있으니 무리도 아니다.
게다가, 그런 사건이 일어났으니 더욱 그러하겠지.
"안심해도 돼. 우린 경찰이니까."
나와 코구레 씨는 경찰수첩을 열어 보였다.
"형사......님?"
놀랐다는 듯 소녀의 표정이 변했다.
실제로 형사를 보는 것은 처음이라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학생들에게 물어보면 열에 아홉은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지금이라면 다른 학생들도 없으니, 질문해보는 것도 나쁘진 않겠군......
"호리카와 마리 입니다."
"응?"
"제 이름. 사건에 대해 물어보려고 하셨죠?"
간파당했다.
호리카와 마리------
스트레이트한 검고 긴 생머리에 어울리지 않는 안경이
우등생의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희미하게 미소짓고 있는 입가와는 대조적으로
근심을 품고 있는 듯한 눈동자가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저에게 물어보셔도 소용없어요.
올해 봄에 전학을 와서 이 학교에 대해선 잘 모르니까요."
"그럼, 이토 카오리의 일도?"
"아아, 그녀와는 같은 반이예요."
놀랐다. 생각지도 못한 찬스가 굴러들어온 것이다.
"이토에 대해서 말인데------"
"죽었다죠."
별 일 아니라는 말투로 그녀는 말했다.
"그래서......? 그게 어쨌는데요?"
나와 코구레 씨는 할말을 잃고 얼굴을 마주보았다.
반친구가 죽었는데도
그녀의 감상은 한마디 뿐이였다.
'그게 어쨌는데요?'
그것은 모든 것을 베어버릴 듯한 대사였다.
만남은 짧았겠지만 책상을 마주대고
함께 지낸 반친구가 죽은 것이다.
어쩌면 이리도 무관심하게 이야기할 수 있단 말인가.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호리카와 마리는 우리들 앞을 떠났다.
"하아... 요즘 애들은 모두 저런걸까요?"
코구레 씨가, 질렸다는 듯 새파란 얼굴로 한숨을 쉬었다.
"호리카와 마리인가......"
나는, 그 이름을 확실히 기억해두었다.
호리카와 마리에게 차인 뒤, 우리들은 교사 밖을 수사하기로 했다.
이 이상 교사 안을 조사하는건 소용없다는
코구레 씨의 의견을 수용한 것이다.
그 의견에는 분명히 다른 이유가 존재하겠지만,
첫날부터 사이가 틀어져선 안되겠다고 생각해서
이 겁많은 파트너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우리들은 교사를 한바퀴 돌듯이
운동장 바깥에서 교사 뒤로 빠졌다.
교사 뒤는 낮이라곤 생각할 수 없을만큼 그늘졌다.
날씨가 나빠서가 아니다.
교사 전체를 안고 있는듯 나무들이 울창하게 서있어서 어두운 것이였다.
이 나무들----- 아니 숲이라고 하는게 옳겠지.
이곳은 학교 부지인걸까?
내가 경치를 보고 있을 때
코구레씨가 몸을 굽히고 귀를 기울였다.
"선배, 저기를"
그가 가리킨 '저' 방향을 보자, 그곳에는 사람이 있었다.
단발머리라 사복이였으면 구별이 힘들었겠지만
교복 덕분에 여학생이라는 것을 알았다.
멀리서 잘 보이진 않았지만, 그 여학생은 주저앉아 손을 열심히 움직이고 있었다.
"앗!"
여학생의 손에는 팟하고 작은 불꽃이 올라왔다.
그녀는 라이터를 킨 것이다.
나는----------
1. 말을 걸어 멈추게 했다.
2. 몰래 등 뒤로 다가갔다.
3. 좀 더 상황을 지켜보았다.
"코구레 씨. 그녀가 눈치채지 않게 다가갑시다."
"옷쓰. 그렇다면, 제게 맡겨주십쇼.
저는 무도를 깨우쳤으니까, 기색을 지우고 은밀히 다가가는걸 보여드리겠습니다."
그러고보니, 자기소개를 할때도 유도, 검도, 공수도를 익혔다고 말한 것이 기억났다.
여기는 코구레 씨에게 맡겨볼까.
"알겠습니다. 부탁드리겠습니다, 코구레 씨."
"......쇼우치(라져)!"
특기를 살릴 수 있다는게 기뻐서일까,
코구레 씨는 의기양양하게 나섰다.
이러저러하는 동안에 여학생의 손에 피어오른 불꽃은 조금씩 커지고 있었다.
시간이 없다. 우물쭈물 하다가는
그녀가 가지고 있는 물건이 불타버린다.
그리고, 그것이 사건에 관계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더욱 더, 나를 긴장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코구레 씨의 움직임은 재빨랐다.
다리와 다리 사이에 쓸데없는 움직임 없이,
경쾌한 발놀림으로 기색을 지우며 그녀와의 거리를 좁혀나가고 있다.
굉장해. 형사에게 어울릴만한 특수능력이다.
코구레 씨의 순사부장 지위는
이 능력 때문일지도 모른다.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가는 코구레 씨는
여학생의 등 뒤 5미터까지 가까워졌다.
"꺄아아아아아아아! 치한이야!!"
엄청난 비명소리가 조용한 긴장감을 날려버렸다.
둘러보니, 학교 창문에서 한 여학생이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뭣!? 치한이라고!? 어디냐!? 절대로 놓치지 않겠다!"
코구레 씨......그 치한은 아마 당신일겁니다.
학교 관계자도 아닌 거구의 남자가,
여학생의 등뒤를 몰래 다가가는 모습을 목격당한 것이다.
치한이라고 불려도 할말이 없다......
라고 납득해버리면 코구레 씨가 불쌍해지겠군.
"단순 착각이였겠죠, 코구레 씨.
그보다도, 자. 그녀가 떨어뜨린 물건입니다."
그곳에는 꾸깃꾸깃하게 말아놓은 종이가 떨어져 있었다.
그녀는 이 종이를 불태우려 했던 것 같다.
떨어뜨린 본인은 치한 소동을 틈타 모습을 감춰버렸다.
그건그렇고, 코구레 씨의 겁많음도 의외로 쓸모가 있었다.
그의 제안을 반대하고 교사 뒤까지 오지 않았더라면
이 종이를 발견하지 못했을 것이다.
도서실에서 기묘한 종이쪼가리를 발견한 것도 그렇고,
코구레 씨의 머리에는 천연 안테나가 달려있는걸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쪼글쪼글해진 종이를 펴보았다.
종이에는 암호같아 보이는 문자들이 나열되어 있었다.
"あ"부터 "ん"까지의 히라가나.
"0"부터 "9"까지의 숫자.
"네"와 "아니오".
"남자"와 "여자".
그리고 검고 둥근 점과 토리같이 생긴 기호가 보였다.
"선배. 이건 '위쟈반'입니다."
"위쟈반......?"
코구레 씨의 말을 듣고보니,
이건 '콧쿠리상'에 쓰여지는 종이같다.
콧쿠리상은 여우 신인지 영혼인지를 불러들여서,
운세를 점치는 놀이다.
그러고보니 초등학생 시절에
반 여자아이들이 하고 있는걸 본것도 같다.
"이야~~ 왠지 그립네요.
저도 초등학생 때 이걸로 자주 놀곤 했습니다.
좋아하는 여자와 손을 잡을 수 있다는게 기쁘기도 했고......"
아무도 거기까지 물어보진 않았다.
내가 잠자코 듣고 있는 것을 기회로,
코구레씨는 얼굴을 붉히며, 과거 청춘의 나날로 시간여행을 하고 있었다.
"코구레 씨!"
"뭐, 뭡니까!?"
무사히, 현실로 돌아온 코구레 씨가
팟 하고 몸을 폈다.
"이걸 보세요. 코구레 씨"
위쟈반의 좌측 하단이 검붉게 물들어 있다.
"피......입니까?"
코구레 씨의 얼굴이 다시 새파래지고 있었다-----
결국, 그 이상의 수확은 얻을 수 없었다.
위쟈반을 본 뒤에, 우리들은 과장이 부른 곳으로 어떤 임무를 명받았다.
그것은, 우리들에게 있어서 처음인,
그리고 너무나도 괴로운 임무였다.
자살한 이토 카오리의 죽음을 알고 경악한 가족들은,
귀신처럼 험악한 얼굴로 학교과 경찰을 비난했다.
부모는 "그 아이가 자살같은걸 할리가 없어!" 라고 따지는가 하면,
초등학생이라 생각되는 동생은 "누나를 돌려줘!"라고 울며 외쳐댔다.
과장은 나와 코구레씨에게 모든 것을 떠넘기고,
도망치듯 본청으로 돌아갔다.
우리들은 이토 카오리의 가족을 진정시키는데,
남은 반나절이 걸렸다.
학교에 따져가면서까지 말하던 그들도,
"경찰이 반드시 진상을 해명할겁니다."라는 교장의
무책임한 말에 소강상태가 되었다.
경찰에게 책임을 넘기려는 교장에게 반발하려 했으나
세상을 떠난 학생과 그 가족들을 위해서라도,
우리들에게는 사건을 해결할 의무와 책임이 있다.
이렇게 해서, 수사 1일째가 종료되었다.
오.... 흥미진진하네요 체격은 큰데 겁쟁이라는 설정을 가진 형사도 있어서 더 재밌는거 같음ㅎ
폭풍연재엔 폭풍추천! 앞으로도 잘 부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