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압] 러브라이브 없이도 누마즈를 즐기는 법 - 시즈오카 여행
이제 러브라이버들에게는 도쿄 다음으로 중요한 도시가 된 누마즈.
러브라이버들의 성지 순례 명소가 되어서 이미 루리웹에도 여러번 성지 순례 후기가 올라온 곳이기도 합니다.
지금은 러브라이브의 성지로 겨우겨우 회복하고 있는 시골 마을이지만 과거에는 꽤 잘나가는 도시이기도 했습니다.
깊은 수심의 스루가만에서 나오는 품질 좋은 수산물을 공급하는 어항 역할과 함께 도쿄와 교토 사이의 역참 역할도 하면서 크게 성장했었죠.
거기에 황궁의 별장도 들어서고 일본 최초의 아케이드 거리까지 생기는 등
하마마츠, 시즈오카와 함께 시즈오카현의 동쪽, 중앙, 서쪽을 담당하는 중심도시로써의 역할을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원양어업의 발달과 도시화의 가속으로 인해 점점 도시의 성장 동력을 잃고, 신칸센마저 옆의 미시마에 정차하게 되면서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애니메이션 성지로 겨우 회복한 시골 동네가 되었죠.
하지만 예전에 황궁 별장이 들어선 과거가 있을 만큼, 누마즈는 그 자체로 분명 꽤 괜찮은 휴양 도시입니다.
일반적으로 러브라이브 성지순례를 위해 누마즈를 올 때에는 도쿄를 거쳐서 가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아키하바라 자체가 러브라이브의 또다른 성지이기도 하고, '덕질'을 목표로 한다면 시즈오카나 누마즈는 인프라가 많이 부족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덕질 없이 순수하게 관광만을 위해 누마즈를 온다면 제대로 된 패스가 없기 때문에 도쿄로 가는 것은 조금 비효율적일 수 있습니다.
하필 다른 대도시인 나고야와도 딱 중앙에 위치해있기 때문에 하네다던 센트레아던 애매한 위치일 수 있는데
다행히도 에어서울에서 시즈오카 공항으로 다니는 정기편을 운항하고 있습니다.
물론 시즈오카 공항도 누마즈에서 가까운 것은 아니지만 이후 사용할 패스의 효용성을 따지면 시즈오카공항도 나쁘지 않은 선택입니다.
시즈오카공항은 규모가 매우 작은 공항입니다. 이 규모로 국제공항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네요.
하지만 내부는 꽤 깔끔한 편이었습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지도에서 보면 공항 바로 밑으로 신칸센이 관통하고 있는데 슬프게도 공항에 정차하지는 않습니다.
만약 지하에 정차역을 만들었으면 시즈오카 공항의 접근성이 훨씬 높아졌을텐데 말이죠.
그러다보니 시즈오카 공항에서 가장 근처에 있는 대도시인 시즈오카를 가려면 버스를 이용해야 합니다.
물론 역에서 가장 가까운 시마다 역으로 간 뒤에 JR로 갈아타는 방법도 있지만 가격과 시간에선 그다지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시즈오카 공항에서 시즈오카 역까지는 약 한시간, 가격은 1000엔입니다.
요즘은 슬슬 버스에도 USB 충전기가 도입되는 추세인 듯 싶습니다.
공항에서 시즈오카역까지 가는 풍경이 엄청 대단하고 그런건 아니기 때문에 넉넉하게 USB로 스마트폰을 충전하고 다니는 것은 나쁜 선택이 아닙니다.
시즈오카는 일본 최고의 차 생산지입니다. 그래서 공항에서 나오자마자 계속해서 차밭이 이어지죠.
2년 전에 갔었던 하마마츠쪽에서도 끝없이 차밭이 이어졌는데, 그 차밭이 이곳까지 쭉 이어지는겁니다.
시즈오카 공항 주변에서 해안가까지 펼쳐지는 넓고 완만한 평야 지대 어딜 가든 이렇게 둥글게 깍은 차밭을 볼 수 있습니다.
대략 2년만에 다시 돌아온 시즈오카역.
사실 2년 전에는 잠깐 왔다가 볼게 너무 없어서 오뎅만 먹고 바로 하마마츠로 갔는데
이번에는 정말 그렇게 볼게 없는건가 확인해볼 겸, 도착 시간이 어정쩡해서 적당히 여행 준비를 할 겸 첫날 숙소로 시즈오카를 잡았습니다.
사실 이번 여행은 2년 전의 후지산 관광 실패의 리벤지 여행이기도 한데, 역 뒤의 날씨를 보시면 알겠지만 이번 여행도 또 후지산 보기는 사실상 실패입니다.
애초에 제가 여행을 온 7월은 태풍도 워낙 많이 오고 후지산의 상징인 정상에 쌓인 눈도 다 녹아버리는 시기라 후지산을 보러 오기 좋은 시기는 아닙니다.
2년 전, 후지산 관광패스를 구하지 못해 패닉 상태에서 어떻게든 관광거리를 찾기 위해 왔다가
짧은 시간에 도저히 놀러갈만한 곳을 찾지 못해 결국 도망쳤던 시즈오카였습니다만
작정하고 놀러갈만한 곳을 찾아보니 생각보다 훨씬 더 놀만한 곳이 없는 엄청난 곳입니다.
이정도로 볼거리가 없는 곳은 사가현 사가시 다음으로 처음입니다.
시즈오카 서쪽은 대도시 나고야와 가깝고 오이카와 열차나 미나미 알프스 남부 산악지대가 있고
시즈오카 동쪽은 후지산, 이즈반도, 스루가만 등 볼거리 놀거리 먹을거리가 넘치는 휴양지의 천국이라면
시즈오카가 있는 시즈오카 중부지방은 그야말로 사람살기'만' 좋은 노잼의 결정체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나마 시즈오카의 중심지인 신시즈오카역에서 바라본 시즈오카시 전경.
날씨가 맑았다면 여기서 후지산이 보였을까요?
실제로 시즈오카시 관광사이트를 가도 관광 설명의 절반은 후지산입니다.
나머지 절반은 도쿠가와 이에야스인데, 한국인들에게는 그렇게 재미있는 소재는 절대 아닙니다.
사실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개인적으로 그 시대의 인물중에서 인기도 재미도 좀 아쉬운 인물이기도 하고요
그러다보니 시즈오카시는 현청소재지임에도 불구하고 제 2의 도시인 하마마츠보다도 상권이나 도시의 생기가 부족한 느낌입니다.
그래도 도시에 볼거리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닙니다. 도시 중심에 꽤 규모가 있는 역사 시설인 슨푸성터가 있습니다.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말년에 이곳에서 지냈는데요
사실 그게 전부인 소박한(?) 성터입니다. 심지어 성도 아니고 성터라 내부는 그냥 공원이고요.
게다가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주무대로 활동한 곳은 이곳이 아니라 같은 시즈오카의 하마마츠성이기 때문에 도쿠가와의 팬이라도 존재감은 떨어집니다.
그래도 성터 내부는 공원으로 깔끔하고 시민들이 휴식을 하러 오기 좋게 조성되어 있습니다.
관광을 하러 오기에는 애매하지만 살기에는 인프라가 부족하지 않아 나쁘지 않은 곳 같습니다.
슨푸성, 도쿠가와 이에야스와 함께 시즈오카시를 상징하는 시즈오카 오뎅.
사실 시즈오카시 어디에서든 만날 수 있는 시즈오카의 명물이지만, 이날은 워낙 날씨도 덥고 지치고 해서 공원 안에 있는 오뎅집으로 갔습니다.
시즈오카 오뎅, 다른 말로 쿠로 한펜으로도 유명한 이 오뎅은 소 힘줄, 정어리, 닭 등을 오래 삶아 시커매진 국물에 어묵, 내장 등을 넣고 만든 것으로 유명한 오뎅 요리입니다.
그리고 그 위에 가츠오부시나 가루를 뿌려 먹는 것이 시즈오카 오뎅의 특징입니다.
슨푸 성터를 나오면 시즈오카 현청과 시즈오카 시청이 나옵니다.
시즈오카 현청은 높은 건물이 거의 없는 시즈오카에서 가장 높은 건물 중 하나입니다. 시즈오카 어디서든 잘 보이기 때문에 길을 잃을 때 참고하기 좋습니다.
시즈오카의 중심가. 공원을 중심으로 주변에 상권이 비교적 잘 조성되어 있습니다.
볼거리가 없다고 계속 평가절하를 했지만 그래도 시즈오카현의 제 2의 도시로 인프라는 시즈오카 동편에서는 가장 뛰어납니다.
괜히 첫날부터 올 필요는 없어보이고 여행 마지막날 필요한 물건이나 선물들을 살 때 시즈오카시를 들르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합니다.
시즈오카의 또다른 명물인 와사비로 만든 와사비 아이스크림.
와사비로 만든 디저트는 사실 상식적으로 괴식 취급을 받는게 당연하지만, 와사비 킷캣을 먹어본 사람들의 평이 의외로 괜찮은 것처럼
이렇게 디저트에 와사비가 적절하게 들어가면 단맛을 잡아주고 끝맛을 개운하게 해줘 디저트의 맛을 더욱 풍부하게 해줍니다.
첫날은 그렇게 시즈오카시의 노잼을 온몸으로 체험하고, 다음날부터 본격적인 시즈오카 관광을 시작합니다.
제가 이용한 패스는 JR 도카이에서 판매하는 후지산 시즈오카 에어리어 미니 패스.
3일 연속으로 시즈오카 대부분의 지역과 후지산 순환 버스, 그리고 이즈 반도 관광 노선을 이용할 수 있는 패스입니다.
가격은 4500엔인데, 3일치인걸 생각하면 그렇게 싸다고 느끼지 못할 수 있지만 후지산 순환 버스와 주변 노선을 이용하면 가성비가 급등하는 꽤 괜찮은 패스입니다.
일단 재미없던 시즈오카를 탈출하고 시미즈로 도망칩니다.
구름이 가득한 날씨 치고는 그래도 후지산이 조금은 보이는 편이지만 역시 정상은 제대로 보이지 않습니다.
시미즈는 과거 시미즈시였다가 10년 전에 시즈오카시와 합병하면서 시미즈구가 된 곳입니다.
일본에서 축구가 가장 먼저 시작된 동네 중 하나로 일본 축구의 성지 취급을 받는 곳이기도 합니다. 안정환, 정대세등이 뛴 시미즈 S펄스 연고지이기도 하죠.
제가 여행을 간 시기가 7월 7일 칠석 시즌이다보니 일본에서도 한창 마츠리가 진행중이었습니다.
시미즈에 도착한 시간이 워낙 이른 아침이라 축제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이렇게 축제가 끝난 뒤의 모습을 보는 것도 또다른 재미인 것 같네요.
애니메이션에서도 자주 나오듯, 칠석에는 대나무를 잘라서 거기에 소원을 적는 풍습이 있습니다.
서브컬쳐에서 보던 문화를 실제로 보는 것은 언제나 신선하고 독특한 경험이네요.
시미즈는 일본의 국민 만화 중 하나인 마루코는 7살의 배경 도시이면서 작가의 고향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마을 곳곳에 마루코 사진이 걸려있고, 축제 때 마루코 그림을 전시하기도 하네요.
시미즈의 대표적인 대형 쇼핑몰인 시미즈 드림펄스에 가면 마루코를 테마로 한 놀이 시설도 있을 정도니까요.
시미즈시에는 시미즈에서부터 시즈오카까지 연결해주는 오래된 사철인 시즈오카 전철이 있습니다. 줄여서 시즈테츠라고 부르죠.
역간 거리가 멀고 중심가에는 조금 떨어진 JR에 비해 비교적 시즈오카시 곳곳을 관통해서 시민들이 이용하기에는 편리한 전철입니다.
물론 그렇게 이용객이 엄청 많은건 아니라 시설도 노후화되었지만 언제나 그렇듯 오래된 전철에는 그만의 매력이 있습니다.
시미즈시에서 가장 큰 쇼핑몰인 시미즈 드림펄스.
시미즈를 상징하는 축구, 마루코, 항구, 그리고 초밥까지 시미즈를 즐기기에 이곳보다 좋은 곳은 없습니다.
다만 제가 너무 일찍 와서 들어갈 수는 없지만요. 물론 시미즈에 온 목적도 이곳은 아닙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첫날 시즈오카를 가지 말고 바로 시미즈로 오는 것을 추천합니다.
시미즈 드림펄스와 이곳에서 배나 버스를 타고 갈 수 있는 미호노 마츠라바 등 공항에 도착하고 첫날 즐길만한 콘텐츠는 시즈오카보다 시미즈쪽이 더 많으니까요.
그리고 시즈오카는 초밥으로도 유명한 동네라 드림펄스 내에 있는 초밥골목도 재밌게 갈만합니다.
하지만 오늘 제가 시미즈에 온 이유는 바로 배를 타기 위함입니다.
JR패스에 이곳 시미즈에서 이즈 반도의 도이항까지 운항하는 페리를 탈 수 있기 때문이죠.
자동차를 타고 가면 한시간, 열차를 타고 가면 두시간 가까이 걸리는 거리를 페리를 타면 50분만에 갈 수 있습니다.
그렇게 오래 걸리는 편도 아니고 도이도 볼거리가 꽤 많은 곳이고 기차나 버스만 타는 것보다는 배도 한번 타보는 것이 여행의 묘미이기도 하죠.
터미널 내에는 스루가만에 대해 설명하는 박물관이 있습니다.
일본은 일본알프스를 기준으로 동쪽은 태평양판, 서쪽은 유라시아판으로 이루어진 섬인데
특이하게 이곳 이즈반도만이 유일하게 필리핀판으로 이루어진 지역입니다.
그러다보니 필리핀판이 들어오면서 생긴 스루가만은 근해임에도 깊이가 2000미터에 가까운 심해로 이루어져있죠.
그래서 일반적으로 근해에서는 보기 힘든 심해열수공과 각종 심해어류 등을 관찰할 수 있는 심해 연구의 보고이기도 합니다.
시미즈와 도이를 이어주는 페리. 생각보다 꽤 규모가 큰 페리입니다.
멀미에 약해서 작은 배면 어쩌지 하고 걱정했는데 배가 워낙 커서 조금은 안심이 됩니다.
시즈오카 외각인 이즈반도에서 시즈오카 중심지까지 매우 빨리 이어주는 페리이기 때문에 의외로 이용하는 사람이 아주 많습니다.
주목적은 차량을 수송하는 페리지만, 저처럼 관광을 목적으로 탑승하는 승객도 꽤 있는 편입니다.
배 안에는 과자나 먹을거리를 파는 편의 시설이 잘 갖춰져 있습니다.
배의 승객칸 2층은 추가요금을 내야 탈 수 있는 1등석인데, 배가 운행하는 노선 전체가 후지산이 아주 잘 보이는 후지산 명소이기 때문에
후지산 관광철에는 후지산 관람을 위해 찾는 손님이 아주 많습니다.
배 뒤에 있는 야외석에서는 이렇게 각종 구이를 구어주는 아저씨도 있습니다.
오징어, 조개 등의 해산물부터 오코노미야끼, 타코야끼까지 차가운 공산품을 파는 안쪽의 매점과는 또 다른 먹거리를 즐길 수 있죠.
개인적으로 일본의 해산물 구이를 정말 좋아해서 이런걸 파는걸 보면 꼭 사먹습니다.
사실 아침부터 지금까지 전혀 먹지를 못해서 오징어와 호타테 구이를 시켰습니다. 배고파서 그런지 지금까지 먹어본 것중에 제일 맛있었네요.
구름도 끼고, 산 위에 눈도 없지만, 배 위에서 보는 후지산의 모습은 정말 멋있습니다.
확실히 후지산 관광철에 오면 정말 멋있는 풍경을 볼 수 있을 것 같네요.
실제로 일본 관광청에서 선정한 후지산 풍경 100선 중 절반 가까이가 시즈오카에 있을 정도로 시즈오카에서 후지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엄청납니다.
그렇게 40분을 기다리면 이즈반도 서쪽의 항구동네인 도이항에 도착합니다.
사진에 보이는 것이 마을의 전부일 정도로 규모가 크지 않은 작은 항구도시입니다.
하지만 제가 여기에 온 이유는 단순히 배를 타고 동선이 짧아져서만은 아닙니다.
위에 스루가만을 설명할 때 말했듯 이즈반도는 필리핀판과 유라시아판, 태평양판이 만나면서 생긴 지형입니다.
그러다보니 지질학적으로도 매우 독특하고 가치가 있는 곳이고, 그래서 반도 대부분이 이즈 지질공원이라는 이름이 붙어있죠.
그래서 이즈반도 곳곳에는 화산 지형들이 몰려있고, 일본에서 유명한 온천지대인 시모다, 아타미, 슈젠지, 하코네 등이 몰려있죠.
그리고 특히 도이금광으로 유명한 곳이기도 합니다.
물론 인지도 면에서는 세계문화유산으로 선정된 시마네현의 이와미 은광에는 밀리지만
수도권에서 훨씬 가깝고 여름철에는 꽤 괜찮은 피서지이다보니 이즈반도에서도 나름 유명한 관광지 중 하나입니다.
생각보다 쓸데없이 휘황찬란한 광산 입구.
저 아저씨는 사람이 지나가면 큰 소리로 이랏샤이맛세~라고 소리칩니다.
광산의 입구. 제가 갔던 7월의 일본은 정말 끔찍하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습하고 더운데
광산 안에 들어가면 거짓말처럼 서늘해지고 기분이 상쾌해집니다.
지금은 당연히 폐광되어 광산으로써의 역할은 없어졌지만, 현대적인 도구가 없던 에도 시절 어떻게 광산이 만들어졌는지 볼 수 있는 꽤 재밌는 곳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의외로 한글로 설명이 잘되어 있기도 합니다.
시즈오카가 한국에서 인지도나 접근성이 꽤 떨어지는 것을 생각하면 인상적인 부분이기도 합니다.
내부에는 이렇게 인형들로 당시 광산을 캐던 모습을 재현해놨습니다.
잘 번역된 한글 설명과 더불어 에도 시대의 일본 광산의 모습을 이해할 수 있는 생각보다 괜찮았던 시간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시원한게 가장 좋았지만요.
다만 어두운 광산 안에서 인형들이 살짝살짝 움직이는걸 혼자 보고 있자니 살짝 무서운 기분도 들기는 합니다.
일반인들이 둘러볼 수 있는 광산의 길이는 약 30분 정도 코스이지만, 실제 도이 광산의 총 길이는 수백 km가 넘을 정도로 깊습니다.
사람들이 갈 수 있는 코스를 가다보면 중간중간 다른 곳으로 향하는 길을 볼 수 있죠.
광산이 끝난 뒤에 광산 박물관을 구경할 수 있습니다.
박물관에는 광산 뿐 아니라 광산이 생기면서 만들어진 광산촌의 당시 문화와 사회상 등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곳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금괴'
무려 250kg의 금으로, 그 무게를 느껴볼 수 있도록 구멍에 손을 넣어 들어볼 수 있습니다. 당연히 꿈쩍도 안하지만요.
현재 금의 시세가 대충 2g에 15만원정도 하니까 저 골드바 하나만 해도 거의 200억원짜리란 소리네요.
그리고 직접 사금 채취를 체험할 수 있는 체험장도 있습니다.
입장료 외에 별도로 유료로 이용할 수 있는데 금을 제법 많이 채취하면 채취한 금으로 기념품도 만들 수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도이항에서 버스를 타고 슈젠지까지 갈 수 있습니다. 이 버스도 패스를 이용해 탈 수 있죠.
일본은 기차보다도 동네 버스가 훨씬 비싼걸 감안하면 버스를 여러번 탈 수 있는 이 패스가 가성비가 뛰어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슈젠지 관광 안내소에 도착을 하면 안쪽 시민문화회관 지하에 지오리아라는 지질학 박물관이 있습니다.
이곳에는 이즈반도가 가진 지질학적 특이성과 다양한 지질학적 정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물론 전부 일본어라 제대로 이해하기는 힘들지만, 어짜피 입장료는 무료니까 더위를 식힐 겸 들어오기 괜찮은 곳입니다.
중간에 이렇게 모래와 흐르는 물로 침식과 퇴적에 대한 설명을 해주는 코너가 있었는데 예전에 지구과학 시간에 배운걸 직접 눈으로 보니까 괜히 더 재밌네요.
그리고 관광 안내소에서 약 10분 정도 더 걸어가면 이즈 반도의 숨은 보물이라는 슈젠지 온천을 만날 수 있습니다.
최근 TV에서 이시언?이 이곳으로 여행을 와서 한국에서도 유명해진 곳이기도 합니다만
패스 없이 일반 교통편으로 오려면 사실 상당히 접근성이 떨어지는 곳입니다.
하지만 일단 오면 울창하게 펼쳐진 대나무 숲을 시원하게 돌아다닐 수 있죠.
주인 아저씨와 함께 온 강아지들도 평상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군요 ㅎㅎ
슈젠지의 이름의 어원이 된 슈젠지 절이 마을 중앙에 있습니다.
시고쿠의 88헨로를 약식으로 순례할 수 있는 88헨로가 이곳에도 있네요.
언젠가 직접 시고쿠에 가서 88헨로 순례도 해볼 예정이라 굳이 이곳을 들릴 필요는 없어보입니다.
사실 슈젠지가 엄청 유명하고 역사적 의미가 있는 절은 아니지만 그래도 슈젠지 온천 마을 전반적으로 오래된 숲 속에서 조용하고 깔끔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습니다.
물론 주변에 시모다나 하코네에 비하면 인지도나 규모는 밀리지만, 시즈오카 여행을 온다면 사람 많은 다른 온천보다 비교적 한적한 이곳 슈젠지도 꽤 괜찮아 보이네요.
마치 숲 속에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기분 좋은 산책길이었습니다.
온천에 있는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타고 약 10분가량 산을 내려오면 이즈나가오카 전철의 종착역인 슈젠지 역입니다.
지방 전철치고는 꽤 깔끔하고 규모도 제법 있는 역인데, 사실 여기 슈젠지 역과 중간 거점인 이즈나가오카역, 종점인 미시마역을 빼면 대부분 무인으로 운영되는 전철입니다.
아침에는 날씨가 구렸는데 오후가 되니 구름도 걷히고 날씨도 꽤 좋아졌습니다.
이즈나가오카 철도를 타고 가면서 멀리 보이는 후지산을 바라보면 괜한 근심 걱정이 사라지는 것 같습니다.
이즈반도는 화산 반도라 전반적으로 높고 급한 산들이 많지만, 북쪽으로 갈수록 퇴적지형이 펼쳐지면서 완만하고 평탄한 평야지대가 됩니다.
슈젠지에서 출발하면 산 속을 달리는 듯 싶다가 곧 논밭을 지나면서 후지산을 감상할 수 있죠.
이즈나가오카 철도는 누마즈 주변 동네에서의 러브라이브의 영향력을 몸소 느낄 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랩핑버스와는 임팩트에서 압도적인 차이가 나는 랩핑 전철을 한번 보고 나면 역시 일본의 오타쿠 문화는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습니다.
역 밖을 나가면 훨씬 더 압도적인 러브라이브의 영향력을 느낄 수 있습니다.
러브라이브 선샤인의 주 무대가 되는 누마즈 역보다 훨씬 더 러브라이브로 가득 찬 이즈나가오카역
3집인 HPT가 열차 컨셉이다보니 더더욱 역 전체를 HPT 컨셉으로 가득 채웠습니다.
열차 뿐 아니라 버스도 역시 러브라이브입니다.
이 버스를 타고 우치우라까지 바로 갈 수 있습니다. 물론 이 버스도 JR 패스를 통해 무료로 탈 수 있고요.
물론 이 이상의 오타쿠 문화는 부담스럽다고 느끼신다면 다음 버스를 타고 가시면 됩니다. 모든 버스가 러브라이브 랩핑은 아니고 3~4대 당 한대 정도거든요.
이 버스는 이즈나가오카역에서 우치우라 이즈-미토 시 파라다이스까지 왕복합니다.
우치우라에서 바라보는 후지산의 풍경은 일본 관광청에서 선정한 후지산 100대 풍경 중 하나입니다.
후지산의 완만한 경사면과 함께 스루가만 앞에 아와시마가 떠있는 풍경은 확실히 다른 후지산 명소에서도 보기 드문 독특한 풍경입니다.
우치우라는 러브라이브 선샤인의 배경 학교가 위치하기도 한 실질적인 무대이지만, 누마즈에서도 가장 오지에 위치한 곳이다보니 인프라가 썩 좋지는 않습니다.
러브라이브 성지라는 느낌도 오히려 누마즈나 이즈나가오카보다 적은 편이죠.
하지만 해변길을 천천히 걸으면서 후지산과 우치우라만을 바라보다보면 괜히 마음이 편해지는 느낌입니다.
우치우라에서 누마즈역까지 직행하는 마을버스가 있지만 아쉽게도 해당 노선은 패스로 탈 수 있는 구간은 아닙니다.
시간 여유도 있기 때문에 다시 버스를 타고 이즈나가오카역으로 와서 이즈나가오카 노선을 타고 미시마역으로 가봅니다.
바로 미시마역으로 가지는 않고 미시마역 바로 전 역인 미시마 히로코지역에서 내려봅니다. 미시마시내를 한번 걸어보고 싶었거든요.
철도선 건너에 보이는 후지산의 풍경이 멋있는 미시마시.
아무래도 러브라이버들에게는 도쿄에서 신칸센을 타고 내리는 신칸센 정차역, 누마즈 옆동네 정도로 인식되는 동네인 미시마시.
하지만 미시마시는 그 자체로 꽤 좋은 관광 도시입니다.
나중에 가기도 하지만 미시마 타이샤를 비롯해 미시마시를 흐르는 두개의 하천을 꽤 이쁘게 꾸며놨습니다.
이 하천 조경을 통해 물의 도시, 친환경 도시라는 프랜차이즈로 산책하기 좋은 마을로 선전하고 있죠.
미시마 히로코지역에서 약 20분정도 걸어가면 미시마역에 도착합니다.
시의 중심쪽인 남쪽 출구는 규모가 그렇게 크지 않지만, 북쪽으로 가면 신칸센 플랫폼이 있어 규모도 커지고 사람도 많이 이용합니다.
지속적으로 인구가 줄어들고 있는 누마즈시와 대조적으로 미시마시는 신칸센에 힘입어 조금씩 인구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2년만에 돌아온 누마즈. 하지만 가뜩이나 저녁에 일찍 닫는 일본인데 시골은 더 일찍 닫습니다.
이곳도 한창 칠석 축제가 진행중입니다. 시미즈에서는 축제가 마루코 판이었다면, 여기는 당연히 러브라이브가 축제의 주인공입니다.
그렇게 누마즈에서의 하룻밤이 지나고 본격적으로 후지산 여행을 가려 하는데
공교롭게도 서일본쪽에 쏟아진 기록적인 폭우로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본 날이기도 했습니다.
일본에 여러번 왔지만 좀처럼 보기 힘든 희생자 수였고, 실제로 결국 이 폭우는 역대급 피해를 끼치게 되었죠.
이 여행 이후 홋카이도를 다녀왔는데, 여행을 다녀오고 곧바로 홋카이도에 큰 지진이 일어나기도 하고, 올해는 일본에 자연재해가 끊이지 않는 한해였습니다.
그래도 전날의 흐린 날씨는 후지산을 향하면서 점점 좋아지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저 구름 속에 있는 산이 후지산이지만, 이렇게 날씨가 좋아지면 그래도 도착할 즈음엔 후지산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생깁니다.
그렇게 누마즈에서 한시간정도 열차를 타고 도착한 고텐바역.
고텐바는 일본의 자위대와 미군 기지가 있는 것으로 유명한 동네이기도 합니다.
역 대합실에 자리를 깔고 관광 안내를 해주시는 봉사자 분도 계시지만, 고텐바 프리미엄 아울렛과 유원지 그린파 정도만 빼면
고텐바는 사실 후지산 관광 전초기지 정도의 역할을 하고 자위대로 먹고 사는 동네입니다.
고텐바 버스 정류장에서 본격적인 후지산 관광이 시작됩니다.
후지산을 지나는 버스가 매우 많지만 패스를 이용할 수 있는 버스는 한정적이기 때문에 왠만하면 타기 전에 기사 아저씨에게 패스를 보여주는 것이 좋습니다.
고개를 끄덕여주시면 패스를 타고 안심하고 다음 목적지인 신후지역까지 갈 수 있습니다.
버스를 타고 후지산 능선을 한번 넘으면 후지 5호 중 첫번째인 야마나카 호수에 도착하게 됩니다.
야마나카호수변을 따라 수많은 오리배와 유원지, 숙소 등이 줄지어 있습니다.
후지 5호는 후지산이 만들어지면서 생긴 5개의 큰 호수를 의미합니다.
시즈오카현은 시즈오카 해변에서 보는 후지산의 풍경을, 야마나시현은 후지 5호에서 바라보는 후지산의 풍경을 최고의 후지산의 풍경이라고 주장합니다.
물론 후지산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인 후지산을 배경으로 신칸센이 달리는 장면은 당연히 시즈오카쪽에서 찍은 것이지만
단풍이 졌을 때 후지 5호를 배경으로 찍은 후지산의 이미지도 후지산 하면 떠오르는 장면 중 하나이기 때문에 뭐가 더 좋다고 정하기 어렵습니다.
그렇게 버스를 타고 가면 첫 환승지인 후지산역에 도착합니다.
후지산역은 후지산에서부터 신주쿠까지 이어지는 후지급행, 줄여서 후지큐 철도의 중간역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도쿄에 사는 사람들은 대부분 이 후지큐 급행을 타고 편하게 후지산 관광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카와구치호수까지 바로 갈 수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저처럼 누마즈에서 고텐바를 거쳐 버스를 타고 고생해서 오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사실 꽤 높은 고개를 지나기도 하고 오래된 버스로 구불구불한 산길을 타는건 멀미에 약한 사람에게는 조금 힘든 여행일 수도 있습니다.
높은 산 근처의 날씨는 좀처럼 예측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분명 산을 넘기 전에는 맑은 하늘이었는데 언제 그랬냐는 듯 비가 오고 있습니다.
다시 버스를 타고 후지산 순환을 시작하는 길에 보이는 이 유원지는 바로 후지큐 하이랜드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무서운 귀신의 집이 있기로도 유명한 곳이죠. 런닝맨 등에도 나와 한국에도 인지도가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후지 5호중에 가장 크고 사람도 가장 많이 찾는 곳인 카와구치호.
호수 주변은 그야말로 민박과 숙박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도쿄에서 접근성이 가장 좋을 뿐 아니라
후지5호 주변에서 가장 큰 마을이 있기도 하고 식당과 놀이시설, 공원, 박물관 등이 위치해 있습니다.
카와구치호 마을을 빠져나오면 언제 그랬냐는 듯 바로 숲속을 달리게 됩니다.
후지산의 거대한 경사면을 따라 울창하게 펼쳐진 이곳을 예전부터 사람들은 수해라 불렀습니다.
화산암 기반이라 복잡하고 거친 지형, 종종 생기는 자기 이상 등때문에 함부로 들어갔다가 빠져나올 수 없다고 해서 죽음의 숲이라고 부르기도 하죠.
아오키가하라숲은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들어갔다 빠져나오지 못해 죽었다는 전설로 인해 해마다 많은 사람들이 자살을 하는 자살 명소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수해라는 말도 어디까지나 과거의 일이고, 이제 도로가 잘 정비되어 있어 지금은 그저 울창하고 산책하기 좋은 트래킹 코스입니다.
후지 5호 중 세번째 호수인 사이호수는 패스로 탈 수 있는 버스로는 갈 수 없고, 곧 네번째 호수인 쇼지 호수가 나타납니다.
쇼지 호수는 후지 5호중 가장 크기가 작지만, U자의 독특한 모양과, 산 속에 있어서 가장 푸르르고 시원한 느낌을 주는 호수입니다.
원래 딱 이 지점에서 보는 후지산의 모습이 멋있다고 해서 주변에 후지산을 보는 전망대도 여럿 있지만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이번 후지산 여행도 실패한 모양입니다.날씨도 좋고 호수도 푸르르고 후지산만 잘 보이면 정말 최고의 코스일텐데 너무 아쉬울 따름이네요.
그렇게 2시간 정도 후지산 북쪽을 빙 돌아서 도착한 곳은 아사기리 농장입니다.
후지산의 광활하고 넓은 평야는 목장과 농장을 하기에 가장 좋은 환경입니다.
그래서 이곳에서 나는 농축산물로 다양한 음식도 만들고, 그 음식을 시식하고 살 수도 있는 휴게소 겸 공원이 있습니다.
후지산 경사면을 따라 펼쳐진 목장은 마치 홋카이도의 광할한 평원을 보는 듯한 기분입니다.
7월의 찌는듯한 더위도 이곳은 해발 고도가 높아 마냥 죽을만큼 덥지 않고 살짝 서늘하고 기분 좋은 온도이기도 합니다.
마치 우리나라의 대관령에 온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이곳에서는 패러글라이딩도 즐길 수 있는데, 이것도 나혼자 산다에서 이시언이 탄걸로 제법 인지도를 얻었다고 하더라구요.
아사기리 목장 휴게소에는 아사기리 푸드 파크라고 하는 몇몇 공방이 이어진 공원이 있습니다.
이곳 아사기리 목장과 주변 농장에서 기르는 감자, 고구마, 쌀, 소 등을 이용해 과자 공방, 고구마 공방, 주조창, 우유 공방 등 다양한 공방을 운영하고 있죠.
대부분의 공방은 이렇게 내부의 모습을 관람할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공방에서 직접 만든 다양한 농축산물과 가공품들을 시식하거나 직접 살 수도 있습니다.
어짜피 여기서 다음 버스를 타기 위해선 시간이 꽤 많이 남을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가볍게 들러보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돌아가는 길에 후지 5호의 마지막 호수인 모토스 호수가 보입니다.
아쉽게도 모토스 호수는 입구에서 잠깐 정차하고 다시 돌아가기 때문에 호수 전체의 모습을 볼 수는 없습니다.
시즈오카-후지 패스를 이용하면 후지산을 순환하는 버스들을 무료로 탈 수 있지만, 사실 이렇게 외진 시골의 버스는 배차 간격이 나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냥 한방향으로 순회하면서 여러 목적지를 내려 가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거나 정말 아침 일찍부터 움직여야 합니다.
아니면 미리미리 배차 시간을 잘 보고 분 단위로 움직이면서 다음 버스를 놓치지 않고 타야지만 후지산 관광을 시간 내에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일본의 시골 버스 가격은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에 후지산 주변 관광지 중 두세개만 볼 수 있어도 패스 가격의 대부분은 뽑을 수는 있습니다.
다음으로 도착한 곳은 후지산의 가장 대표적인 관광지 중 하나인 '풍혈'입니다.
네 미륵이 쓰는 그 풍혈과 같은 한자입니다. 물론 뜻은 바람의 구멍으로, 자연적으로 생긴 얼음 동굴입니다.
한여름의 평일인데도 관광 버스가 다닐만큼 관광객이 많은 것도 인상적입니다.
정류장에서 풍혈까지 약 10분정도 걸어갑니다. 그러면서 수해라 불리는 아오키가하라를 지나가볼 수 있습니다.
죽음의 숲이라는 이명과 달리, 사실 그렇게 어둡고 무시무시한 분위기의 숲은 아닙니다.
오히려 오래되고 울창한 숲 속에 있어서 기분이 괜히 좋아질 뿐입니다.
이날은 어린 친구들과 함께 합니다. 어디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서 소풍을 온 모양입니다.
아이들 덕분에 조용한 숲은 시끌벅적해지고 좀 더 활기를 찾습니다.
뭔가 묘한 번역이 되어 있는 풍혈 안내문.
이곳은 정말 자연상태로 한여름에도 얼음이 어는 천연 얼음동굴입니다.
후지산의 화산 지형과 주변 5호, 그리고 수해가 빚어내는 자연의 협력으로 생기는 자연의 신비 그 자체죠.
이날 여기 온 한국 사람은 제가 처음인 모양입니다. 대만에선 어디 단체 관광객이 온 모양이네요.
풍혈은 지하로 들어가는 동굴의 형태입니다.
점점 동굴의 높이는 낮아지고, 계단의 경사는 가파라지고, 동굴 안에서는 시원하다못해 차갑고 추운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합니다.
어제 갔던 광산에서의 그 시원함과는 차원이 다른 말 그대로 겨울과도 같은 공기죠.
동굴의 내부는 그야말로 장관입니다.
밖에는 10분만 서있어도 땀이 비오듯 흐르는 찌는듯한 더위지만, 이곳에는 냉방 시설 없이도 얼음이 녹지 않고 1년 내내 유지됩니다.
이런 특징 덕분에 풍혈은 예로부터 문자 그대로 천연 냉장고의 역할을 했습니다.
얼음을 보관하는 것 뿐 아니라 사진에서처럼 누에들을 보관하기에도 좋은 곳이죠.
저 누에들은 실제로 보관중인 누에들로, 주변 양잠시설에서 이곳에 보관을 하고 있습니다.
입구에도 고드름이 생길 정도로, 풍혈의 추위는 후지산에서 느낄 수 있는 정말 독특한 경험이었습니다.
하지만 후지산에는 이곳 풍혈 뿐 아니라 또다른 자연 얼음동굴이 또 있습니다.
그 이름은 빙혈, 이름에서 느낄 수 있듯 풍혈보다 훨씬 본격적인 얼음동굴이죠.
풍혈과 빙혈로 가는 티켓을 모두 구매하면 할인까지 해준다고 합니다만
풍혈에서 빙혈까지는 걸어서 약 20분의 거리, 이 날씨에 걸어가기엔 부담스럽고 버스를 타기엔 배차간격이 애매한 그런 위치였습니다.
하지만 풍혈에서의 경험이 너무 좋아서, 기왕에 즐기는거 제대로 즐기자는 생각에 빙혈까지 걸어가보기로 합니다.
풍혈에서 30분(안내판엔 분명 20분이라고 되어 있었는데) 정도 걸어가면 도착하는 나루자와 얼음동굴
풍혈보다 훨씬 큰 시설을 갖추고 있습니다.
풍혈은 한번 지하로 들어가면 큰 경사 없이 가볍게 둘러볼 수 있는 구조인데 반해
빙혈은 훨씬 수직으로 들어가야 하고 구조도 복잡합니다.
풍혈은 유치원생들도 가볍게 둘러볼 수 있지만 빙혈은 아이들은 부모의 도움이 없으면 출입이 불가능합니다.
풍혈보다 훨씬 큰 규모인 빙혈 입구.
뭔가 좀 더 본격적으로 동굴에 들어가는 느낌입니다. 안에서 불어오는 찬바람의 정도도 훨씬 심하고요.
순식간에 좁아지는 빙혈 동굴.
빙혈은 풍혈보다 훨씬 좁고 요철과 언덕이 많기 때문에 입장할 때 성인은 반드시 헬멧을 써야 합니다.
곳곳에 붙어있는 머리 주의 표지판
화산 동굴이기 때문에 바위들도 날카롭고, 동굴 곳곳에서 지하수가 나오기 때문에 바닥도 매우 미끄럽습니다.
동굴 중간에는 폭이 채 50cm도 되지 않는 정말 좁은 구간도 있어서 어른들은 쭈그려야 겨우 통과할 수 있는 구간도 있습니다.
조금 덩치가 있으면 동굴을 탐험하는데 정말 힘들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지하로 내려가면 얼음 창고가 나옵니다.
풍혈은 얼음이 녹지 않을 정도의 온도라 한여름에도 얼음을 보관하기에 무리가 있었다면
이곳 빙혈은 정말로 1년 내내 얼음을 온전하게 보관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에 예로부터 귀족들의 얼음 창고로 쓰였습니다.
겨울에 주변의 호수에서 얼음을 잘라 이곳에서 보관하고, 여름에 조금씩 꺼내서 쓰였죠.
동굴 중간에는 얼음 연못이 있습니다.
이 얼음연못은 적어도 이 동굴이 생긴 이후 2만년동안 얼어있는 연못입니다. 문자그대로 영구동토층인 샘이죠.
연못의 깊이는 3미터지만 연못 전체가 얼어있기 때문에 미끄러지지만 않다면 안전하게 지나갈 수 있습니다.
풍혈보다 훨씬 강렬했던 빙혈을 구경한 뒤 이제 다시 땅 위로 올라갑니다.
조금씩 돌아가면서 내려왔던 것과 달리, 올라갈 때는 바로 입구까지 올라가기 때문에 경사가 훨씬 심합니다.
그래도 올라갈 때 경사가 심한게 좀 더 안전하죠.
제가 후지산 순환 버스를 몇 번만 타면 패스 본전을 챙길 수 있다고 한 것은 괜한 말이 아닙니다.
일본의 지방 버스 가격은 정말 살인적이란 말이 나올 만 하죠. 서울에서 대전을 가도 만원이 넘지 않는데 말이죠.
순환 버스 한번 왕복만 해도 패스 가격 4500엔은 진작에 넘는 효율이 나오니까요.
후지산 관광의 중심지인 카와구치호 역. 후지큐 급행 종점일 뿐 아니라 후지산 주변을 가는 대부분의 버스들이 여기를 거칩니다.
이제 슬슬 도쿄에서 온사람들은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라 역 주변은 엄청 북적입니다.
후지산을 등산하고 온 사람들도 여럿 보입니다. 후지산은 한번도 안오른 사람은 있어도 두번 오른 사람은 없기로 유명한 산이기도 하죠.
완만하고 정상으로 갈수록 아무것도 없어서 오르는 재미는 전혀 없지만, 그래도 일본의 상징과도 같은 산이라 많은 사람들이 찾는 산이기도 합니다.
후지산에서 신주쿠까지 사람들을 편하게 이어주는 후지큐 급행 전철.
빨간색의 차체가 인상적인 열차입니다.
다시 후지산역으로 도착하니 역내에는 세계유산으로 선정된 후지산의 기념품을 파는 상점이 있습니다.
보통 후지산이 세계유산이다 하면 세계자연유산으로 선정되었겠거니 하지만, 사실 후지산 자체가 세계유산으로 선정된 것은 아닙니다.
후지산이 일본의 상징과 같은 산이기도 하고 일본 최고봉이기도 하지만 자연적으로는 사실 큰 특징이 없는 평범한 화산이거든요.
후지산이 세계유산으로 선정된 것은 정확히는 '산을 숭배하는 일본의 숭배문화' 중 하나로 세계 문화유산에 선정된 것입니다.
고텐바로 돌아가는 버스를 기다릴 때만 해도 비가 억수처럼 쏟아지더니 거짓말처럼 개이기 시작했습니다.
그 개이는 풍경이 정말 멋있었습니다. 후지산은 못봐도 오늘 본 풍경은 정말 멋있었다고 긍정회로를 돌리며 고텐바로 돌아갑니다.
근데 고텐바로 가는 길에 구름에 잔뜩 쌓였던 후지산이 뭔가 솜사탕 뜯어지듯 조금씩 구름이 걷히더니
완전히 모습을 들어내지는 않았지만 구름이 후지산을 감싸 꽤나 멋진 모습이 되었습니다.
찢어지듯이 흩어진 구름 사이로 보이는 후지산의 모습은 흔히 보는 후지산이 아닌 전혀 새로운 모습의 후지산이라 훨씬 더 인상깊었네요.
돌아와서 호텔에서 뉴스를 틀어보니 때마침 이슈였던 아시아나 기내식 파동으로 점화된 아시아나 갑질 사건이 보도되고 있습니다.
참 한국을 좋아하는 나라구나... 싶으면서도 자국의 갑질 사건이 부끄러운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다음날은 괜히 멀리 가지 않고 가볍게 누마즈 근처를 돌아다녀볼 계획입니다.
아무리 러브라이브로 흥했다고는 하지만 누마즈는 워낙 시골 동네라 동네 자체에서 볼건 한시간이면 다 보고 볼만한 것들은 항구 근천에 많이 있습니다.
누마즈 항구에 위치한 신선관. 누마즈는 일본에서도 꽤 유명한 어항이고, 건어물로는 일본 최대 산지이기도 합니다.
근데 신선관은 이날도 휴무네요. 2년 전에 왔을 때도 휴무라 못들어갔는데
신선관 건너편에는 누마즈 심해 수족관과 누마즈 버거가 있습니다.
누마즈 심해 수족관은 수족관 많기로 유명한 일본에서도 보기 드문 심해 생물들을 주제로 한 수족관입니다.
수족관을 좋아하는 편이라 2년 전에 왔을 때 정말 만족하면서 본 곳이기도 합니다. 다만 가격이 좀 많이 비싼 것이 단점입니다.
아무래도 심해 동물용 수족관이 운용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그런 것 같네요.
수족관 건너편에 있는 누마즈 버거. 그냥 평범한 버거집이 아니라 피쉬 버거를 전문으로 하는 버거집입니다.
물론 사진에서도 느껴지듯 이곳도 러브라이브로 가득한 곳입니다.
하지만 이곳의 버거는 분명 맛있습니다.
군대에서 나오던 피쉬버거나 롯데리아의 피쉬버거로 생긴 피쉬버거에 대한 선입견이 깔끔하게 사라지는 정말 맛있는 곳입니다.
제가 주문한 것은 무려 상어 고기로 만든 샤크 버거. 피쉬 버거의 그 특유의 비린내와 별로 좋지 않은 식감은 전혀 없고 바삭하고 고소한 맛이 정말 맛있습니다.
유명한 어항이라고는 하지만 원양어업의 발달으로 조금씩 침체되어가고 있는 누마즈 항.
이날도 조용하고 깨끗한 풍경입니다.
누마즈에서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곳 중 하나인 뷰-오 수문.
누마즈항의 수문 겸 방파제 겸 전망대의 역할도 하고 있는 곳입니다.
입장료는 고작 100엔. 정말 부담 없이 올라갔다 내려올 수 있는 곳이죠.
전망대 주변에는 해풍을 막기 위해 심어둔 해송들이 줄지어 공원을 이루고 있습니다.
이곳에 있는 소나무가 천그루가 넘는다 해서 센본하마 공원이라는 이름이 붙기도 했죠. 이 공원을 따라 이어진 해안가에서 보는 후지산도 역시 후지산 100선 중 하나입니다.
전망대에 오르면 누마즈 항구와 누마즈시를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이곳에서 보는 후지산이 그렇게 이쁜데, 결국 다시후지산은 구름 속으로 숨어버렸습니다.
하지만 조급해하면 안됩니다. 언젠가 후지산을 이쁘게 볼 날이 오지 않을까요?
건어물 집의 고양이.
적당히 덕질을 하고 누마즈를 떠나려 했는데, 이런걸 발견해버렸습니다.
스탬프 투어는 성지순례를 더욱 재밌게 하는 요소고 루리웹에도 스탬프 투어가 여러번 올라왔었죠
그걸 너무 재밌게 봐서 나도 해봐야지 하고 봤는데, 그러면 그렇지, 두개는 누마즈 시내에서 쉽게 할 수 있지만 마지막 스탬프가 이즈미토 시 파라다이스에 있습니다.
엇그제 이미 다녀온 곳을 스탬프 하나 찍자고 또 다녀와야 하나? 하는 갈등을 하다가, 어짜피 큰 계획도 없어서 다시 가기로 합니다.
물론 패스 활용을 위해 또 이즈나가오카 철도를 타고 말이죠.
분명 엇그제와 같은 철도를 탔는데, 이날은 날씨가 너무너무너무너무 너무 좋아서 전혀 다른 철도를 타는 기분이었습니다.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여름 하면 꼭 나오는 푸른 하늘의 높이 피어오르는 적란운도 볼 수 있었습니다.
그 표현이 절대 과장이 아니었군요. 물론 날씨도 어마무시하게 더웠지만요.
그렇게 이틀만에 다시 돌아온 우치우라. 근데 여기 와서 스탬프만 찍고 가기엔 너무 억울해서 이번엔 이즈미토 시 파라다이스를 구경해보기로 합니다.
입장료가 결코 저렴하지 않아 항상 망설이다 그냥 지나쳤는데, 이번에는 스탬프를 찍은 고객에게 사은품을 준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구경을 해야 하네요.
이즈미토 시 파라다이스의 명물인 돌고래쇼와 물개쇼.
아무래도 평일 낮이라 손님은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훈련중인 것 같네요.
시 파라다이스의 또다른 명물인 바다소 우칫치.
그밖에도 다양한 바다생물과 물고기, 내륙의 민물고기등도 전시해서 의외로 볼거리가 많은 곳이었습니다.
이곳에서 보는 우치우라와 후지산 전경도 꽤 좋네요.
그냥 우치우라 다녀오고 버스 타고 기차만 타고 다니는 여행인데, 날씨가 너무 좋아 그냥 기분이 좋았습니다.
그냥 마냥 열차를 타고 아무 생각 없이 밖을 보면서 지나가는 여행이 너무 좋아 시작한 일본여행.
복잡한 도시의 삶에서 벗어나 시골의 조용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느끼는 여행이 정말 좋습니다.
다시 미시마시로 돌아와서 좀 더 본격적으로 미시마시를 돌아다녀봅니다.
개인적으로 일본의 지방 철도를 참 좋아합니다.
정말 엄청 낡았지만 그 낡은 시설 속에서 규칙에 맞춰 운행하는 것에 알 수 없는 매력을 느끼거든요.
열차도 거의 다니지 않아 조용하고 한적한 전철역을 보면 괜히 묘한 기분이 듭니다.
미시마시에 위치한 미시마타이샤.
나름 꽤 규모가 있고, 오래된 신사입니다.
사실 그렇게 특별한 점이 있는 신사는 아닙니다. 외국인 입장에서 신사는 꽤 잘 정돈되고 오래된 건물이 있는 공원 느낌이죠.
미시마가 물의 도시라고 불리게 한 겐베가와. 하천가를 따라 공원이 이쁘게 조성되어 있습니다.
도시를 걸을 때만 해도 찌는 듯한 더위에 죽어갈 것 같았지만 하천가를 걸으니 시원하고 깨끗한 공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미시마역 주변의 유흥가들. 아직 영업시간이 아니라 조용한 분위기입니다.
신주쿠나 시부야 같은 곳의 시끌벅적한 거리와는 전혀 다른 지방 도시의 작고 소박한 주점가들 역시 일본 지방도시의 또다른 매력이죠.
사실 마지막날 숙소를 누마즈에서 하루 더 묵을까, 시즈오카로 가서 교통비를 아낄까 고민하다가 시즈오카로 돌아갔습니다.
하지만 별로 좋은 선택지는 아니었습니다. 시즈오카에 생각보다 저렴한 호텔이 없고 기껏 찾은 호텔은 와이파이도 터지지 않은 엄청 낡은 호텔이었거든요.
어짜피 혼자서 밤에 할건 오락실을 가고 편의점에서 술이랑 군것질 사와서 먹는건데 그럴거면 시즈오카던 누마즈던 다 할 수 있는거거든요.
누마즈는 전반적으로 저렴하면서 시설도 그럭저럭 좋은 호텔이 많은게 장점인지라 앞으로는 왠만하면 누마즈에서 숙소를 잡아야겠네요.
아무튼 시즈오카에서의 마지막날은 적당히 쇼핑하고 부탁받은 것들 사고 선물을 사고 공항으로 돌아옵니다.
시즈오카 공항에서 가장 가까운 철도역은 시마다역입니다. 네 용이 내가 되는 그 시마다역이네요.
용이 내가 될 것 같은 곳이지만 워낙 작은 동네라 역 근처에 변변찮은 상점도 없어서 망설임 없이 버스를 타러 갑니다.
다시 보이는 시즈오카의 차밭들.
다시 도착한 시즈오카 공항.
이렇게 출발 전에는 꽤 걱정했지만 의외로(?) 만족스러웠던 시즈오카 여행이 끝났습니다.
시즈오카 후지 패스를 이용해 시즈오카 동부를 꽤 알차게 다니는 여행이긴 했지만 남에게 마구 권하기엔 사실 난이도가 꽤 있는 여행이기도 합니다.
가성비가 좋은 원인인 버스는 배차간격이 길어서 시간을 정확히 맞추기가 어렵고
의외로 볼거리가 많은 시즈오카지만 또 3일 안에 전부 가기엔 살짝 시간이 빠듯한 면도 없지 않아 있습니다.
저는 아무래도 아무런 계획 없이 일단 와서 일정을 생각하는 스타일이다보니 빡빡하게 시간표를 짜야 하는 여행은 어려움이 있었네요.
의외의 만족감 뒤에는 '한번 더 오면 훨씬 가치있게 즐길 수 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기도 합니다.
그래도 정말로 한번 더, 보다 철저하게 준비해서 온다면 다른 유명한 관광지 못지않은 즐거움을 남기고 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물론 시즈오카 주변에는 워낙 쟁쟁하고 유명한 관광지들이 많기 때문에 '다른데 가지 말고 시즈오카를 와라!!'고 추천하기는 어렵지만
러브라이브 성지순례를 할 겸 주변을 관광하고 싶다거나, 가벼운 마음으로 왔다 가는 여행을 하고 싶으신 분들이라면 시즈오카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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