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7월 뉴욕 방문의 마지막 게시글을 올려봅니다.
마지막날 이른 저녁을 친척어른들과 함께 오래된 베이징덕 전문점에서
먹고나서 밤에 술한잔하고 심야 비행기로 한국에 돌아왔네요.
친척 어르신들이 제일 좋아하시는 중국음식점으로 예약.
페킹 덕이라는 호칭이 더 익숙한 곳.
베이징 덕이 유명한 곳입니다. 1978년 개업했으니 제법 된 곳이지요.
전채로 해파리 냉채를 시켜봅니다.
한국식의 식초와 겨자맛이 나는 해파리 냉채가 아니라
굉장히 두툼한 해파리를 마늘, 소금, 간장, 참기름으로만 무쳐
내오는 스타일. 좀 슴슴한거 같아도 먹다보면 정말 맛있습니다.
이분들과 30여년전에도 함께 했던 식당인데 말이죠...
이날 처음으로 이 식당의 한자 이름을 알았네요.
풍림각 楓林閣 압자루 鴨子樓.
참 좋아하는 이집 해파리 냉채. 좀 더 간을 추가하고 싶으면
고추기름을 얹어 먹으면 됩니다.
그러는 사이 베이징 덕이 나와서 조리사가 테이블 옆에서 살을 발라주고 있네요.
살 발라주고나서 조리사가 쿨하게 떠나면 그 후엔 웨이터가
서빙을 해줍니다. 맨 처음엔 시범 겸 밀전병에 소스 발라 오이와
파채 넣고 돌돌 말아줍니다.
으흠- 역시 이 집 베이징 덕 일품이네요.
나머지 살 발라낸 것과 소스, 대파, 오이는 테이블에 두고 갑니다.
첨면장 소스 인심이 완전 후하죠?
미국인들은 짭짤하고 단거 좋아해서 직접 싸 먹을땐 소스를 완전
듬뿍듬뿍 넣어 먹더라구요.
그럼 저도 현지인들 처럼 소스 왕창...
와웅- 매운걸 원하면 고추기름 넣고-
기타 시킨 요리들. 친척 어르신들도 나이드시니 튀긴 걸 잘 안드셔서
찌고 볶는 음식으로만 시켰네요.
데쳐낸 두부에 게살을 넣은 소스를 얹어주는 게살두부.
새우가 잔뜩 들어간 해물 야채볶음.
굴소스 넣어 잘 볶아낸 익숙한 맛.
볶음 요리는 짭잘하고 두부요리는 슴슴해서 궁합이 잘 맞네요.
밥하고 먹어도 둘다 맛있습니다.
초저녁인데도 사람이 많아요. 이집 주말에는 예약이 힘들더라구요.
오래된 중국식당이다 보니 단골들도 진짜 많습니다.
유태인 손님들도 많고. 뭐, 이때가 여름이었어서 시기적으로는 다르지만
20세기 뉴욕(미국) 유태인들에게는 크리스마스에 중국 음식 먹는게 전통으로 자리잡았습니다.
예수생일 따위 신경 안쓰는 유태인들이 대부분 식당들과 상점들이 닫는 크리스마스 명절
기간에 밥을 먹자니 식당문을 여는 곳은 마찬가지로 예수생일 따위 신경 안쓰는 중국인이
하는 중국식당들뿐이서 크리스마스 기간 유태인들이 엄청 중국 음식 먹기 시작했다합니다.
대신 돼지고기 요리는 안먹겠지만요. 이날도 유태인으로 보이는 손님들이 한가득.
베이징 덕을 테이블 옆에서 손질해 주는 건 미국인들에게도 즐거운 경험인 듯.
후식으로 나온 오렌지와 포춘쿠키.
중국집의 고전적 후식이지만 생겨난 곳은 캘리포니아? 던가? 그럴 겁니다.
중국이랑은 하등 상관 없다 들었죠.
"누군가는 행복을 추구하지만 당신은 행복을 만들어 내는군요."
어르신들 배웅 해드리고나서 늦은 저녁을 호텔 근처 또 다른 오래된 호텔에서
간단히 술 몇잔과 함께 먹고 심야 비행기로 귀국했습니다.
이번 뉴욕 일정에서 처음 술을 먹었네요.
1933년 오픈 당시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모든 조명을 파란색으로
장식해 화제가 되었던 블루바입니다. 글자 그대로 온통 푸른 빛이 가득.
블루바가 위치한 곳. 호텔 자체가 뉴욕시 역사건축물로 지정된 알곤퀸 호텔입니다.
미국 원주민(인디언)인 알곤퀸 부족에서 이름을 딴 호텔입니다. 바는 1층 내부에 있죠.
호텔은 1902년 건립되었습니다. 대한제국 시대네요.
로비에는 1910년대부터 이 호텔과 연이 깊은 많은 작가, 화가, 음악가와
관련된 일러스트로 장식되어 있습니다. 이름은 잊었지만 그림 작가도
뉴욕 타임즈였나 뉴욕 포스트였나? 엄청 유명한 시사 삽화가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어쨓거나 문학 관련된 유명인들에게 완전 인기가 많았다네요.
특이하게 이 호텔로비에서 살고있는 고양이 한마리가 있습니다.
보통 알곤퀸 고양이(Algonquin Cat)라고 불리죠.
대를 이어 호텔에서 키우고 있는 고양이인데 공식 직함도 있습니다.
C.C.O (Chief Cat Officer). 손님들에게 재롱을 떠는 직무.
보긴 봤는데 이날 따라 뭔가 잽싸서 사진을 못찍었네요.
로비 한편에 블루 바로 들어가는 문이 있습니다.
푸른 빛이 정말 뭔가 이세계 입구같네요.
1933년에 모든 조명이 파란 이곳이 처음 열었을때
그당시 사람들도 정말 신기해 했을듯.
1998년에 왔을 때가 제 첫 방문인데 그 이후로 인테리어가
조금 리노베이션을 한듯 합니다. 가구 등 여러가지가 현대화됐네요.
첫 시작 칵테일은 저도수의 아페롤 스프리츠로.
오렌지 껍질을 원료로 만든 약간 쌉사래한 아페롤이란 리큐르와
프로세코란 이탈리아산 탄산 백포도주가 들어가서 적당히 쌉살달달한게
식전에 마시기 좋은 칵테일입니다.
와- 근데 조명때문에 뭔 색깔인지 구분이 아예 안되네요.
플래쉬 키고 한장 더.
무슨 오렌지 환타같이 나왔습니다.
프렌티 어니언 스프와 슈림프 칵테일.
걸쭉하니 진국인 국물이긴한데 조명덕인지 완전 이건 거시기하네요.
저주받은 황천의 악마선지탕인건가...
왠지 1930년대 오픈 당시의 사람들의 심정이 그려집니다.
취해도 취해보이지 않았을거고 뭘 마셔도 다 푸르죽죽한 색.
금주법 말기 시대니 일부러라도 자신이 뭘 마시는 줄도 모르고 먹었을 듯.
도저히 안되겠어서 다시 플래쉬 키고...
레드와인을 넣고 끓였는지 국물 자체가 색이 진하네요.
엄청 큼직한 새우로 만든 슈림프 칵테일.
잘 삶아 내서 통통 쫄깃한 맛.
역시 술안주는 다르네.
한잔으로는 아쉬워 이 바 창업때부터 내려오는 오리지널 칵테일인 '알곤퀸'을 시켜봅니다.
도수는 꽤 쎈술이지만 즉석에서 짠 파인애플 주스가 들어있어 혀위에서 목으로 넘어가는 맛이
부드럽고 좋아요. 전형적인 작업주.
2000년대 초까지 구십 몇세의 초고령 베테랑 바텐더가 있던 곳지만
시대의 흐름은 어쩔수 없는지라 그 당시 막내스탭이 지금 총괄 바텐더가 되었다고 합니다.
그 베테랑 바텐더분이 마릴린 몬로니 프랑크 시나트라 같은 쟁쟁한 스타들에게 칵테일
서빙했던 곳이 여기였다죠. 오래된 장소의 옛날 이야기만큼 또 재밌는게 없는 듯 합니다.
이것으로 몇번에 나눠 올렸던 뉴욕 사진이 마무리됐네요.
안타까운 집안일로 짧게 다녀온지라 많은 시간은 못보냈지만
간만에 옛생각을 나게 해준 일정이었습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편안한 밤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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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못들어왔더니 오른쪽 베스트에 올라가 있네요.
대단히 감사합니다.
항상 고퀄 음식과 적절한 해설 잘 보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사진과 설명 잘 봤습니다.
와 재밌게봤습니다. 언젠가 미국을 간다면 저 블루 바는 꼭 가보고 싶네요 ^^
와 프랭크 시나트라에게 서빙!
바삭하게 구운 페킹덕 먹고 싶네요
예전에 마카오 갔을때 베이징덕 정말 맛있게 먹었던 추억이 있는데 사진을 보니 새록새록 기억이 나네요~ 지금은 맛이 기억 안나지만 기억을 떠올릴 수 있어서 좋네요 :)
뉴욕살때 자주 가던 곳이네요, 떠나온지 십년인데 한번씩 생각나네요.
재밌게 읽었습니다 :D
추천요 멋지네요.
유태인들은 돼지고기 안 먹나요? 저 오리요리 한번 먹어봐야 하는데...크 잘봤습니다.
으어 지난주에 뉴욕 갔다 왔는데... ㅜㅜㅜ 이글을 쫌만 일찍 봤어도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알곤퀸 입구 사진에 남자 둘이서 껴앉고 가는 사진은 뭔지...ㅋㅋ 단순한 어깨동무 사진이 아닌거 같은데 ㅎ
맛나보인다 ~
와 뉴욕 분위기 다운...너무 좋네요. 페킹덕은 혹시 한국인가 해서 맛있겠다 기대하며 들어왔는데 ㅎㅎㅎ 사진 잘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