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숫자는 신비의 대상이었음. 그러다 보니 예상치 못한 곳에서 예상치 못한 규칙이 보이면 신기해하곤 했고, 그와 관련된 연구도 끊이지 않았고.
"거의 정수" 또한 이런 식으로 정수가 아닐 것 같은 값이 정수에 굉장히 가까운 경우를 가리키는 것으로, 이 또한 숫자의 신비를 언급할 때면 같이 따라나오곤 함. 특히 위의 숫자열 같은 경우는 우리가 보통 항상 10진법을 사용하기에 문제는 없어도 본질적으로 진법에 의존하는 규칙성이지만, 거의 정수라는 성질은 그런 진법에 상관 없이 그 숫자가 가지는 지극히 본질적인 성질이라고 할 수 있어, 수학적으로는 이쪽이 조금은 더 의미가 있다고도 할 수 있음.
이런 거의 정수는 정말 우연히 그렇기에 전혀 이유를 모르는 경우도 있고, 수학적으로 이유가 있는 경우도 있으며, 때로는 그 이유가 있긴 한데 너무 복잡한 경우도 있음.
이유를 설명하기 쉬운 예시로는, 황금비의 거듭제곱을 들 수 있음. 황금비는 이름은 들어본 사람이 좀 있을 것인데, 직사각형에서 정사각형을 잘라내어도 직사각형의 비율이 유지되는 직사각형의 두 변의 비율을 가리키는 것으로
라는 수임. 이 수 자체는 정수와 거리가 멀어 보이지만 5제곱 정도 부터 그 실체를 드러내는데,
5제곱 : 11.090...
6제곱 : 17.944...
7제곱 : 29.034...
...
으로 매번 정수에 가까운 값이 되고, 이는 계속 곱해가면 더더욱 가까워져서 20제곱쯤 되면
15126.99993...
정도의 값이 됨.
이러한 성질이 성립하는 이유는 황금비가 x^2 - x - 1이라는 방정식의 해이기 때문임. 이 방정식은 황금비와 1 - 황금비 (-0.618... ) 을 해로 가지는데, 이 때 a_n = 황금비 ^n + (1-황금비) ^n으로 정의하면
a_0 = 2
a_1 = 1
임을 쉽게 알 수 있고, 황금비와 1-황금비가 x^2 - x - 1이라는 방정식의 해라는 성질을 이용하면
을 만족한다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음. 이로부터 a_{n+2} = a_{n+1} + a_n 이라는 점화식을 얻으므로, a_n은 항상 정수임.
그런데 여기서, -0.618은 절대값이 1보다 작아서 n승을 하면 할수록 0에 가까워지고, 따라서 황금비의 거듭제곱은 정수인 a_n에 가까운 값이 됨.
위의 점화식은 또한 초기항이 다를 뿐 피보나치 수열을 정의하는 점화식이기도 함. 실제로 피보나치 수의 비율은 황금비에 수렴하고, 더 나아가서 사실 피보나치 수는 황금비를 이용하여
이렇게 나타낼 수 있다는 사실이 잘 알려져 있음. 다시 말해서, 황금비의 거듭제곱을 루트 5로 나누면 피보나치 수가 되고, 따라서 이 또한 거의 정수임. 즉 황금비의 거듭제곱은 그 자체도 거의 정수지만, 이를 루트 5로 나눈 값도 거의 정수인 수임.
또한, 피보나치 수의 비율이 황금비에 수렴한다는 것을 이용하면 단계가 많이 차이나는 피보나치 수 사이의 비율 또한 황금비의 거듭제곱에 수렴하고, 따라서 이 또한 거의 정수가 됨.
이 성질을 잘 보면, 이러한 성질은 황금비만 가지는 것이 아니고, 그 수를 해로 가지는 정수 계수 방정식을 하나 찾아서, 그 방정식의 해가 모두 정수거나 절댓값이 1보다 작으면 만족하는 성질임. 특히 2차 방정식의 경우, 최고차항과 상수항이 모두 1이거나 -1인 경우를 생각하면, 두 해의 곱의 절댓값이 1이 나오기 때문에 하나는 1보다 크고 하나는 1보다 작아지는데 (둘다 1이거나 -1인 경우가 아니라면) 이로 인해서 이 중 절댓값이 1보다 큰 수는 항상 이런 성질을 가지게 됨.
이러한 수를 피솟 수라고 부름
이렇게 철저하게 수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처럼 다른 식으로부터 명확하게 유도되는 식을 찾지 못한 경우도 있음. 흔히들 이런 숫자로 생각하는
의 경우에는 사실 pi가 22/7과 가깝다는 사실과 다른 등식을 통해서 유도될 수 있음.
그리고 이런 거의 정수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라마누잔 상수
인데, 이 수는 겔폰드 슈나이더 정리에 의해 초월수지만, 동시에 거의 정수인 이유에는 굉장히 무시무시한 이론이 뒤에 숨어있음. 정말 단순하게 요약을 하자면
으로 정의되는 j 불변량이라는 것을 고려하는데에서 출발함. 왜 이런 함수를 정의하느냐를 얘기하려면 정수의 분할이라든지, 모듈러 형식이라든지, 라마누잔 타우 함수라든지, 데데킨트 에타 함수라든지, 타원곡선이라든지 각종 개념을 끌고 와서 이것을 왜 정의하게 되었는지, 이것이 무슨 의미를 가지는지를 설명해야 하는 뒷배경이 있음.
라마누잔의 택시 번호 에피소드로 유명한 12^3 + 1^3 = 1728 + 1 = 1729 = 1000 + 729 = 10^3 + 9^3 이라는 성질도 사실 이 연구와 관련이 있음. 저 분모에 24승이 나오는 것도 그렇고, j 불변량을 하다보면 1728을 마주치게 되는 것도 그렇고, 아무래도 대칭성을 연구하는 분야다보니 2, 3이라는 작은 소인수로 이루어진 숫자가 아무래도 중요하게 작동하는 면이 있음.
라마누잔은 이 j 불변량에 (a + 루트 (-b)) / c 꼴의 수를 대입했을 때의 값에 대해서 이런 저런 연구를 했는데, 그 중 한 결과가
라는 결과임. 이 결과를 위의 식에 넣고 정리하면 저 라마누잔 상수는
640320^3 + 744 - 매우 작은 값
이 된다는 것을 관찰할 수 있음. 여기서 640320은 12의 배수이며, 이 사실은 또 괴랄한 파이 근사식을 유도하는 데 사용될 수도 있음.
게다가 여기서 163인 경우가 되는 것도 사실 여러 경로로 설명할 수 있는데, 이 163은 41 * 4 - 1로, x^2 - x + 41이라는 오일러의 소수를 만들어내는 다항식 (x = 0부터 x = 40까지 전부 소수임)의 판별식이 -163인 것과 연관이 있음. 이와 관련되서는 유수라든가 이런 저런 개념 또한 얽혀 있는데, 결론만 얘기하자면, 163 외에도 저런 꼴이 정수에 굉장히 가까운 수는 있음. 그런데 163이 자주 예시로 등장하는 이유는 유수가 1인 수 중에서 가장 큰 수가 163이기 때문임.
여하튼 이러한 수학 전공이라도 평생 한 번도 접하지 않을 수도 있는 이론이 뒷배경에 있는 것이 이유다 보니, 이 수가 왜 정수에 가까운 지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설명을 꺼리기 마련이지만, 수학적으로는 명백한 이유가 있다고 할 수 있음.
이런 식으로, 거의 정수인 수에는 단순한 이론이 있을 수도, 복잡한 이론이 있을 수도 있고, 아직 뒷받침하는 이론이 없을 수도 있음. 사실 우리는 생각보다 정수에 대해 모르는 것이 많은데, 대표적으로
같은 경우는 아직 정수인지 아닌지도 모름. 아직 인류의 컴퓨터로는 이 숫자조차 계산하지 못함. 물론 이 수가 정수인지 아는 방법은 단순히 계산하는 방법밖에 없는 것은 아니고, 샤누엘 추측이 참이라면 이 수가 정수가 아니라는 사실은 알려져 있음. 이 추측을 증명할 수 있을지는 별개고.
결론
1. 모든 것에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
2. 그렇다고 모든 것에 이유가 없는 것도 아니다
3. 이유가 없어 보이는 것이 이유가 있을 수도 있고 이유가 있어 보이는 것에 이유가 없을 수도 있다
4. 수론은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