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가 부대표로 있는 봉사단체가 있어서 가끔 봉사활동 나감
자의는 아님 씨1발 난 집에서 딸이나 치고있으면 삶의 만족도가 충분한 사람인데
친구 잘못둔 덕에 팔자에도 없는 도덕적 포만감을 아가리에 쑤셔박히는 개같은 상황임
몇년째 이지랄중이라 봉사활동의 규모를 보면 난이도가 대충 감이 옴
독거노인 소방장비 20개 설치? 난이도 이지. 참가수락
노인요양원 어르신분들 안마하기? 난이도 이지. 참가수락
고아원 빵 150개 배달? 난이도 노말. 그냥저냥 할만함. 참가수락
사랑의 김치담그기? 20톤? 난이도 하드. 당장 튀어야됨
사랑의 도시락 200개 배달? 한겨울에? 난이도 인세인. 이거 하자고 날 부르는 새끼가 있다면 난 그날 행방불명 되어있을 예정임
이 와중에 규모고 지랄이고 살필 필요도 없이
그냥 두글자 들어가면 난이도 '지옥에 온것을 환영한다'가 되는 활동이 있음
'연탄'임.
가끔 뉴스나 TV에서 연탄하러 가는 연예인들 봤을거임.
그거 보고 '얼굴에 검댕묻히고 오바질한다'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있다면... 취소해라... 그 생각!
봉사활동계의 불지옥
자원봉사자의 허리파괴자
근육통의 수호자
도덕적 만족감을 원하는 뉴비들의 무자비한 분쇄자
나열된건 그냥 문장일 뿐이지 실체는 훨씬 더 끔찍하다네
저길 보게나 이번 연탄에도 자신만만한 헬창이 보이는군
저 자는 내일부터 사흘간 그 좋아하는 쇠질을 못하는 불구가 될 예정일세
오바가 아님.
자의로 연탄봉사 두번 나가는 놈이 있다면
정말 예수님처럼 이웃을 사랑하는 분이시거나 끔찍한 고통을 즐기는 극한의 마조히스트임에 분명함
그래서 난 연탄은 절대 안감 죽어도 안감 내 인생에 연탄은 한번이면 충분함.
추위에 떨고있는 달동네분들한테 미안하지도 않냐고? ㄴㄴ 전혀 안미안함 내 목숨이 더 중요함
친구가 날 두번째 연탄에 초대했을때는 이런 나를 파악하고 있었기에, 사력을 기울여 설계를 했음.
사랑의 도시락때 규모 함부로 말했다가 내가 행방불명 됐었기 때문에 봉사 참가 인원이랑 규모, 지역까지 모조리 날조해서 불러줌.
분명 친구의 입으로 100명에 2천장, 평지에서 진행될 것이라 들어 참여한 연탄봉사는
50명에 3500장, 가파른 언덕이라는 고행 16단계 지옥불 난이도에서 시작됐음
와중에 연탄갯수는 속인게 아니었음
나의 개같은 위선을 간파한 하느님이 '함 ㅈ돼봐라ㅋㅋ 븅신' 하고 뿅 내린것이 분명함
1500장이 씨1발 진짜 당일 아침 갑자기 하늘에서 쿵 떨어졌다고!
하늘에서 떨어진 위선자를 죽이는 1500개의 새까만 천벌의 진상은 이랬음.
이 전날 여기서 연탄봉사 처음했던 봉사뉴비들이 있었는데 뉴비답게 규모를 못쟀음.
20명이 3천장? 이게 뉴비의 패기인가?
그 뉴비들이 딱 절반 배달하고 포기한 다음 남은 천오백장을 우리 단체에 무료로 넘긴것임
씨1발 연탄이 복사가 된다고!
그걸 또 좋다고 줏어먹고 앉았네 우리 부대표님 진짜 씨1발 연탄 천오백장 위에 올려놓고 구워버리고싶다
봉사계의 동탁같은새끼 사회공헌을 위해서라면 남녀노소 가리지않고 봉사활동을 시킬 무자비한 연쇄봉사마새끼
그런 나에게 미안했던건지 부대표는
"야 그래도 보직은 괜찮게 줬다."
라며, '인솔'이 적힌 목걸이를 건냄
대규모 연탄봉사에만 있는 개꿀보가 하나 있음. 인솔임.
어느집으로 연탄을 몇장 배달해야되는지 파악해서 연탄 든 사람들 이리저리 끌고다니는 역할임.
인솔은 그래서 연탄을 안듬.
인솔받고 싱글벙글하고 있는데 대표님이 도착하셔서 본인의 보직을 질문하심.
보직표를 확인하고 잠깐 눈을 의심함.
"그 대표님 유감이지만 오늘이 대표님을 보는 마지막 날이 될것같습니다. 그동안 즐거웠습니다. 고인의 명복을 액션빔"
뭔 개소리야 이새끼라는 표정으로 날 쳐다보는 대표님 옆에 쌓인 지게를 가르키며
"타십쇼. 아니 미친 타십쇼래. 드십쇼."
라고 말하며 보직표를 보여드림.
"?"
대표님도 보직표를 보고 눈을 의심하는 표정이 되심
"지게? 내가?"
"대표님 본인손으로 스스로를 고려장하라는 메세지가 아닐까요?"
"아니 임마 메세지는 무슨 메세지야"
"순욱은 조조에게 빈찬합을 받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하죠"
"야 이새끼야 위치상으로 내가 조조인데 순욱이 나한테 빈찬합을 준거잖아 이건 쿠테타야 임마"
"날씨가 참 우울한게 고인이 가시는 날이라는걸 하늘도 아는건가..."
"아오 이 미1친새끼... 아니다. 야 부대표 이새끼 어딨어"
"저기 있습니다"
대표님이 지게를 들고 부대표한테 달려가서 부대표 등짝을 존나 때림
"아 형님이 창고는 싫다메요!!!!"
"창고가 싫다고했지 이새끼야 내가 언제 지게를 든다고 했어 이또1라이새끼야!!!"
"아 어쨌든 창고는 아니잖아요!!!"
연탄봉사 보직별 난이도 최악이 지게임. 창고가 두번째고.
지게가 하는 일이란 연탄 여섯장을 지게에 지고 가파른 언덕을 올라가서 내려놓고...이걸 연탄이 없어질때까지 반복합니다.
대표님은 그날 지게가 되어 달동네 언덕 꼭대기로 연탄을 나르시다 꼭대기보다 더 높은곳에 도달하실뻔 하셨음.
원래 개꿀보로 빨아야했던 나는 당일 봉사활동에 참가한 한 셀레브리티가
"와 존나 얄밉다 진짜"
"우리 일시키면서 자기는 손에 검댕한톨 안묻히는거봐 존나 얄밉다 진짜"
라며 인솔 무용론을 꺼내들고 나의 꿀보를 갈라버리는 사태에 직면하여
달동네 언덕 꼭대기로 연탄을 나르다 꼭대기보다 더 높은곳에 도달할뻔 했음.
분명 오늘 날씨는 흐림 약간의 비라 회색하늘이 보여야하건만 하늘이 노란것을 보니 황건적이 거병했구나 싶었다.
그리고 그 모든것의 원인인 부대표는
본인은 응원단장이라며 연탄 릴레이 옆에서 핸드폰으로 BGM을 틀고 깝추다가 분노한 헬창(본직 오페라 가수)에게 살해당할뻔 했음
"부대표님! 연탄으로 대가리 한번만 찍어도 되겠습니까? 연탄값은 낼게요!"
라는 소리가 분명 들렸음.
확실치는 않음. 그때쯤 3000장 이상을 소진했기에 나를 비롯한 모두가 노란 하늘을 보고 있었을 테니까.
그날 하루가 저물때까지 부대표의 손에는 결국 검댕한톨 묻지 않았음.
여기 단체 전통이 활동 끝나면 대표님이 참가자들한테 밥이랑 술 배터지게 사는건데
이 날 술자리에선 조금 특이한 매너가 추가됐음.
'손에 검댕 안묻은 놈은 남이 주는 술을 거절하지 말라'
부대표는 딱 죽기 직전까지 악기바리를 당함.
악! 연탄이 너무 좋아 해병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