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신주쿠로 돌아왔습니다.
이왕 신주쿠까지 온 김에
숙소에 들려 재정비를 하려고 했습니다.
덥고 지친 것도 있어서요.
그런데 숙소에 가면 침대에 누을 거 같고
침대에 누으면 그대로 잠들 거 같아서
바로 다음 장소로 이동하기로 했습니다.
다음 목적지를 향해 걷는데
여긴 뭐랄까...
그냥 평범한 길이었는
녹음이 가득한 나무와 깔끔한 길 때문인지 몰라도
생각보다 좋았습니다.
마치, 평화롭고 조용한 한여름의 길처럼 말이죠.
다음 목적지는 도쿄도청입니다.
뭔가 컴퓨터 칩셋같은 독특한 디자인은 볼 때마다 신기하네요.
도쿄도청은 도쿄에 올 때마다 방문하네요.
입장이 무료인데다가
제가 높은 곳을 좋아해서 그런 거 같습니다.
도쿄도청 아래 도민광장입니다.
생각보다 넓고 큽니다.
그러고 보니 건물과 건물이 이어주는 회랑에 간 적이 있었는데
어떻게 갔는지 기억이 나지 않네요.
생각보다 내부가 꽤 아늑한 분위기라서
한 번 더 가보고 싶었는데 말이죠.
드디어 도쿄도청 전망대에 올라왔습니다.
한창 붐빌 때라 그런지 사람들로 바글바글했습니다.
9년 만에 와서 그런지
아니면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지
예전에 왔을 때와 내부 분위기가 많이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이렇게 피아노도 있어서 누구나
연주하게 할 수 있는 공간도 있습니다.
이건 9년 전에는 확실하게 없었던 건데 말이죠.
도쿄도청이 세계에서 손꼽힐만큼 높은 건 아니지만
주변에 도쿄도청보다 높은 건물이 없어서
풍경을 감상하는데는 큰 문제가 없었습니다.
무료로 이정도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니
오히려 정말 좋은 정도였습니다.
오후 날씨는 엄청 좋았습니다.
오전에 흐렸던 게 거짓말처럼 느껴질 정도로 말이죠.
이렇게 좋을 줄 알았다면
여행은 조금 늦게 시작하는 건데 말이죠.
건물 특유의 독특한 디자인 때문에
이렇게 미니어처 사진을 찍기가 참 좋았습니다.
충분히 구경도 했고 더위도 식혀서
슬슬 다음 장소로 이동하기로 했습니다.
다음으로 바로 옆에 있는 신주쿠 중앙공원에 들렸습니다.
공원은 깔끔했고 녹음을 우거졌습니다.
게다가 운치가 있게 푸드트럭도 있습니다.
심지어 술까지 팔고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니 저기서 한 잔 했던 것도
좋은 경험이 됐을 텐데 말이죠.
그런데 처음 신주쿠 중앙공원에 왔을 때와
이미지가 완전히 달라진 느낌을 받았습니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 받았던 느낌은
날씨도 흐렸고 공원에 노숙자들은 많았고
정리는 안 되어 있었죠.
공원이라기 보다는
무법천지 같은 위험한 곳이라는 이미지였습니다.
그래서 밤에 숙소에 돌아갈 때
공원을 가로지르는 게 더 빨랐지만
일부로 돌아갔을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옛날 이미지를 전혀 찾을 수 없었습니다.
같은 공원이 맞나 할 정도로 말이죠.
솔직히 지금 신주쿠 중앙공원은 정말 마음에 들었습니다.
크거나 멋지거나 대단한 특색이 있는 건 아니지만
가만히 쉬는 것만으로 힐링이 되는 듯한 공원이었습니다.
공원 내에 있는 쿠마노 신사입니다.
이 신사는 나름 저에게 특별한 곳입니다.
왜냐하면 제가 일본에 와서 가 본 최초의 신사입니다.
뭐, 그럴 수 밖에 없는 게
처음 왔을 때 숙소가 이 근처였거든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가장 먼저 가게 되었죠.
큰 신사는 아니지만 오후의 시간과 맞물려
고즈넉해서 나름 운치가 있었습니다.
이건 제가 제법 좋아하는 풍경입니다.
멀리 도쿄도청이 보이고 그 아래
아기자기한 파출소가 있습니다.
평범한 풍경이지만
제가 일본에 처음 왔을 때 본 풍경이었죠.
벌써 10년도 넘었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별 차이가...
없어 보인 것 같은데
이쪽은 뭔가 확 바뀌었네요.
구글 지도로 확인해보니 진짜 여기만 바뀌었네요.
이왕 온 김에 예전 묵었던 숙소에도 가봤습니다.
위에서부터 첫 번째, 두 번째 그리고 세 번째 방문입니다.
재미있는 건 왼쪽 주차장에 있는 BMW는
10년 넘게 저 자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물론 모델은 바뀐 거 같지만요.
번호도 앞뒤로 1씩만 올라갔는데 같은 주인일까요?
아마 같겠죠?
사실 오후 계획이 전혀 없었습니다.
그래서 하릴 없이 도쿄도청 주변을 걸었죠.
걸으면서 고민했습니다.
이대로 신주쿠에서 여행을 마무리 할지,
아니면 다른 장소로 이동할지.
우선 일단 역으로 향하기로 했습니다.
아, 이 길 생각이 나네요.
처음 도쿄에 왔을 때 하필 태풍이 올라왔죠.
이까짓 태풍이 내 여행을 막을 수 없다
하면서 나갔다가 목숨을 장담할 수 없었죠.
바람이 어마어마하게 불어서
제대로 움직이기도, 숨쉬기도 힘들었죠.
그 때, 이 길에서 비와 바람을 피하면서 숨을 고르고
그 날 여행을 포기하기로 했었죠.
아직 죽고 싶지 않았으니까요.
평범한 길인데도 그런 추억이 있으니
조금 특별하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역에 도착하기 직전 상점가가 나왔습니다.
그런데 상점가들이 많이 낯이 익었습니다.
그러다 한 스시가게를 봤는데
9년 전에 갔던 가게였습니다.
엄청 맛있는 건 아니지만
나름 만족스러웠고 추억도 되살릴 겸 해서
가보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괜히 간 거 같았습니다.
낮이라 그런지 레일 위에 초밥이 거의 없어서
따로 주문을 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할아버지 한 분이 혼자서 모든 주문을 받고 있었죠.
혼자서 힘겹게 만들고 있었는데
3개 주문하는데 무려 30분이나 걸렸죠.
그래서 그냥 3접시만 먹고 나왔습니다.
그냥 추억은 추억으로 둘 걸 그랬습니다.
여행 마지막 장소를 정했습니다.
바로 닛포리였습니다.
여행 첫 날에 갔던 곳이지만
원래 이곳은 여행 마지막 날 가려고 했던 곳이었습니다.
그래서 서둘러 유야케단단으로 갔는데...
이미 해가 졌네요.
아니, 정확히는 건물 때문에 햇빛이 비추지 않았습니다.
아니, 첫날도 이 시간에 와서 노을을 못 봤는데
며칠 지났다고 그걸 잊어버리다니...
진짜 저는 똥멍청이인가봐요ㅜㅜ
차라리 그냥 오다이바나 시부야에 갈 걸 그랬습니다.
아니면 그냥 신주쿠에서 시간을 보냈던가요.
그래도 이왕 온 거 여행 마무리할 겸
느긋하게 둘러보기로 했습니다.
마을은 여전히 정겹고 사람 냄새가 나는 동네였습니다.
여행 마지막 날로 이곳을 정한 게
마을 분위기가 여행에 대한 아쉬움과 아련함을
잘 느낄 수 있을 거 같았거든요.
그 생각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물론 첫날에 이곳에 오지 않았다면 말이죠.
두 번째라 그런지 조금 심심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다시 신주쿠로 돌아왔습니다.
신주쿠역 앞에는 언제나 사람이 많습니다.
버스킹 하는 사람들도 제법 있었고요.
가부키초의 상징.
숙소가 근처였는데도 정말 딱 한 번 밖에 못 봤네요.
지나가면서 본 좁은 골목
왠지 골목 분위기가 아는 사람들에게만 알려진
작고 유명 술집들이 있을 거 같았습니다.
드디어 돌아가야 할 날이 오고 말았습니다.
여행 내내 지겹게 봤던 이 자판기도
이제 당분간 볼 수 없겠네요.
나리타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도쿄를 방문한 건 3번째지만
나리타 공항으로 돌아가는 2번째네요.
맨 처음 도쿄에 왔을 때와 지금.
그래서 그 사이 기간이 10년이 넘다 보니
처음 온 공항마냥 새롭게 느껴졌습니다.
시간이 남아 잠깐 밖으로도 나와봤습니다.
하늘은 푸르렀고 날씨는 후덥지근했습니다.
그래도 돌아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도쿄의 공기를 쐬고 싶었습니다.
드디어 한국으로 돌아갑니다.
돌아가는 좌석은 좌측 창가로 잡았습니다.
신중하게 고른 자리였습니다.
특별한 경우가 없으면 보통 우측 좌석에 앉습니다.
그럼 손을 흔들어주는 정비사를 볼 수 있으니까요.
드디어 비행기가 날아오릅니다.
사실 좌측으로 좌석을 선택한 건 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바로 좌측에 앉아야지만 후지산을...
후지... 후...
......
......
......
......
......
후후후...
빌어먹을 구름 때문에 망했습니다.
이제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이렇게 4박 5일 도쿄 여행이 끝났습니다.
코로나가 끝나고 제대로 준비한 첫 해외여행이기에
나름 빡세게 계획한 여행이었습니다.
뭐, 세상만사 마음대로 되는 건 하나도 없었지만
새로운 곳에 가서 새로운 풍경을 보고
새로운 음식을 먹으며 새로운 경험을 하는 건
매우 즐거웠고 좋았습니다.
그래서 제가 여행을 좋아하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여행을 하다 보면
여행은 여행이고 나는 나구나 라거나
내가 여긴 왜 온거지 하면서
현타가 올 때도 많이 있었습니다.
그래도 매일 반복되는 지루한 일상에서
여행에서 느꼈던 시간과 경험이
추억으로 미화되면서 삶의 자그마한 활력이 되어 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여행을 계속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다음 여행기에서 뵙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잔잔하니 너무 좋네요
감사합니다~~~
오우 잘봤습니다. 피아노에 쿠사마 야요이 패턴 인상 깊네요. 첨엔 왜 유명한지 몰랐는데 보다보니 예뻐보이는 ㅎㅎ
오~ 저 피아노 패턴이 유명한 디자인인가봐요. 새로운 걸 배워갑니다~~~
기분좋아지는 사진들이네요. 너무 좋아요.
감사합니다~~~
도쿄 여행기 잘봤습니다.
감사합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매번 느끼는거지만 돌아올때 느끼는 감정은 언젠까 또 오겠지 하고 매년 여름휴가때 느끼네요 그 공허함
그래도 그게 추억으로 변하면 힘들 때 힘이 되어주더라구요~~~
야나카가 동네가 참 좋죠 비단 야나카만이 아니라 아카바네~우에노 사이 케힌토호쿠센 연선 주변이 시타마치 분위기에 사람냄새 확 나서 좋습니다
맞아요. 사람 냄새가 확 나는 곳이었어요. 그래서 여행 마지막 날로 잡으니 그 여운이 생각보다 길게 남아서 좋았어요.
너무 즐겁게 읽고 갑니다~저도 또 가고싶어지네요~후후
감사합니다. 저도 글을 올리면서 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