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인가 선생의 방을 정리하면서 보게 된 붉은 색 코트.
얼핏봐도 어느 조직의 정복으로 보이는 의상이다.
여러번 꿰멘듯이 실밥과 비슷한 색깔의 천을 덧댄 흔적, 불에 그슬린 흔적...그리고 갈색으로 변색된 혈흔이 남아있는 오래되 보이는 복장이었다.
다만 오래된 것에 비해 소중히 보관하고 관리했다고 느껴지는 붉은 코트같은 어느 기관의 정복.
언젠가 물었을 때 옛날에 자신이 속한 조직에서 받은 복장이라고 말하는 선생은 희미한 미소를 띄우며 추억에 잠긴듯한 눈빛을 자아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걸 입은 선생을 본 유우카는 알 수 없는 불안감에 가슴 속 깊은 곳에서 피어오르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아...그냥 입어봤어."
"왜 옷이라던가...전자기기라던가...사람 손때 안탄지 오래되면 망가진다잖아?"
"그래서..."
"...그냥 입어봤어."
그렇게 말하는 선생의 시선은 잠시 왼쪽 상단을 향했다 유우카를 향한다.
다른 이라면 눈치채지 못했겠지만 선생이 샬레에 부임하고 나서 가장 곁에서 오랫동안 함께한 유우카는 알고 있는 선생의 습관.
대화를 얼버부릴 때 선생이 습관적으로 취하는 행동.
유우카는 가슴 안쪽이 저려오는걸 느끼며 선생에게 한발자국 다가가 올려다보며 말한다.
"선생님...? 어디...안가실꺼죠?"
유우카의 불안이 깃든 물음에 선생은 잠시 말이 없다가, 곧 평소와 같은 미소를 지으며 유우카의 푸른 머리칼을 부드럽게 쓰다듬는다.
"얌마, 내가 가긴 어딜가?"
"당연히 너희 곁에 있지."
크고 따뜻한 손길과 어른의 매력이라도 뽐내는듯한 부드러운 말투지만 유우카의 마음 속에 자리잡은 불안감 천천히, 그리고 확실히 커져만긴다.
왜냐하면 유우카는 분명 이렇게 말하는 선생의 목소리를 들은적이 있기에...
하늘이 붉어졌던 그 날, 무너져가는 방주에서 모든 학생들을 안전하게 대피시키며 학생들에게 남겼던 한마디.
<걱정하지마. 나도 곧 따라갈께.>
죽음을 각오하고 미소지으며 말했던 선생의 얼굴이 떠오른 유우카는 마치 지금 선생님을 잡지않으면 마치 신기루처럼 사라질까 선생의 손을 잡고는 애걸하듯이 말한다.
"....정말이죠?"
"정말로...어디론가 안가실꺼죠...?"
"옛날 옷 한번 입었다고 뭐 어디 죽으로 가는 사람 취급당하긴 처음이네~~!"
장난기 어린 말투로 가볍게 대답하고는 선생은 곧바로 붉은 코트를 벗고는 옷걸이에 걸어 원래 있던 위치에 걸어놓고는 옷장의 문을 닫는다.
점점 닫히는 문 틈 사이로 오래된 붉은 코트가 어둠 속에 완전히 파묻히는 걸 보고나서야 유우카는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그보다 유우카."
"오랜만에 사격 연습이나 하러 가볼까?"
"네? 갑자기요?"
"그냥 오랜만에 총질이나 해볼까 싶어서."
그렇게 말하며 휘파람불며 앞장 서는 선생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유우카는 사그러들어가던 불안이 다시 커져나는 걸 느끼며, 혹여나 선생을 놓칠까봐 재빨리 뛰어간다.
-------
소전2 사전예약 하고나서 갑자기 떠오른 괴문서
가긴어딜가 두개 동시에 돌려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