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소녀전선 자체는 이미 퇴물이었다.
게임이 나온것은 2010년대 후반.
현재는 이미 22세기가 아니던가?
그러나 그것은 소녀전선 1(게임이 처음 출시될때는 1이 붙지 않았었다. 1이 붙은것은 후대사람들이 부르기 시작한 것)의 이야기이고, 소녀전선이라는 프랜차이즈는 소녀전선2, 빵집소녀 리메이크를 비롯해서 VR, 가상현실등 여러 방면으로 뻗어나가, 지금은 가히 새로운 전성기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높은 인기를 구가하게 된 것이었다.
그러나 그것과는 별개로, 창민은 소녀전선 시리즈 자체에 흥미가 없었음은 물론 오히려 증오심 비슷한 것을 가지고 있었다.
차원공학을 연구하는 창민의 아버지는 거대기업의 스폰을 받아 소녀전선의 새로운 프로젝트를 맡고 있었는데, 그것에만 너무 몰두하여 창민의 어머니가 병으로 죽어 장례식을 할때도 참석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창민이 어려서부터 보아온 장면에는 항상 어머니는 아버지의 수발을 들고 있고 아버지는 자신의 일에만 신경썼기에, 아버지에게 이미 자신과 어머니라는 것은 사실 끊어지기 직전의 침과 같은 것이 아닐까, 하고 창민은 그때 생각하였다.
아버지에 대한 그러한 감정은 장례식도 이미 3년이 지나 14살의 새어머니와 16살의 의붓여동생이 생긴 지금에 와서도 사라지지 않고 마음에 남아있는 일종의 응어리같은 것이었다.
창민은 새어머니와 새여동생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 둘이 자신에게 살갑게 대할때마다 복잡한 부담감을 느껴 잠시 혼자 여러가지 정리의 시간을 가지기로 하였고, 우선 자기 몸뚱아리를 스스로 책임질 수 있도록 아르바이트를 하기로 결심한 것이었다.
그 중 무료급식소 아르바이트는 돈은 적게 주지만 자신도 배식후에 음식이 남는다면 공짜로 먹을 수 있기에 창민이 좋아하는 아르바이트중 하나였다. 물론 여러 안좋은 점도 있었지만, 고등학교 중퇴인 창민은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었으니까.
창민은 식은 국에 밥을 말아먹은 후 곧바로 어디론가 향하기 시작했다.
해야만 하는 일이 있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