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가이낙스 애니메이션 <천원돌파 그렌라간> OST <"Libera me" From Hell>
※본편과는 하등 상관없는 2차 창작이니만큼, 너무 진지하게 생각하진 마세요.
※제목의 의미는 "나를 지옥에서 구원하소서"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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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관님, 군수지원을 나갔던 제대들이 전원 복귀했습니다."
"그래? 그렇다면 더 이상 지원 안 나가도 된다고 전해 줘. 내 명령이 있기 전까진 지휘부 내에서 대기하라고 말이야. 부탁한다."
"알겠습니다."
부관인 리엔필드가 명령을 수행하기 위해 지휘관실을 나서고, 지휘관은 깊은 피로감을 느끼며 의자에 파묻히듯 앉았다.
'정규군 특작부가 우리의 뒷통수를 치고, 철혈공조는 만전이 아닌 상태에서도 우리를 위협한데다, 들어보지도 못한 미지의 세력이 그리폰 전체를 위협하며 날 지옥의 구렁텅이 입구까지 끌고 갈 뻔했지.. 정말이지 파란만장한 길이었구만.'
생고생한 과거를 회상하며, 지휘관은 눈살을 찌푸렸다. 자신만 고생한 건 아니지만, 사장이 잡혀간 탓에 그리폰은 지금껏 전대미문의 위협을 어떻게든 헤쳐나왔다는 것이 믿기지가 않았다. 그 뒤를 이어 새로운 고생길이 나타날 것이 눈에 훤했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살아나온 나에게 있어서, 그리폰에 있어서도 선택의 자유 따윈 없는 미래가 존재하고... 인생 참 엿같구만. 수많은 전장을 헤쳐온 나에게 있어서도 이런 고생은 규격 외라고, 젠장맞을.'
그렇기에 지휘관은 그리폰을 존속시키기 위해, 자유 없는 선택을 강요당했고 결국 그 선택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지휘관은 그 너머를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그리고 우리 아이들이 원하는 평온을 위해서라도. 내가 쉬는 일은 절대로 없어. 그 아이들이 누구의 명령을 듣는 일도 없이, 스스로가 선택하고 스스로가 나아갈 세상을 위해서라도.'
벽에 기대 세워둔 붉은 날의 곡괭이를 바라보며, 지휘관은 담뱃갑에서 담배 한 개비를 빼물었다. 아니, 정확히는 빼 물려고 했다.
지휘관실에 들어온 붉은 브릿지의 귀여운 반려자 때문에 담배 따윈 이미 관심 외였기 때문이다.
"지휘관, 다녀왔어. 더 이상 군수지원 안 나가도 된다며?"
"왔구나, SOP2. 거기 앉아보렴."
"담배 피려던 거 아니었어?"
"나중에 피워도 되니까. 이야기할 게 있다."
M4 SOPMOD II는 문을 닫고서, 지휘관의 무릎 위에 올라탔다.
"거기 아냐.. 진지한 이야기인데 그렇게 들을 거야?"
"앗, 미안. 지휘관 컨디션 아직 회복 안 됐었지?"
SOP2는 미안함을 표하며 지휘관실 한켠에 마련된 소파에 앉았다.
"할 이야기란 게 뭐야?"
"지금껏 숨죽여가며 군수지원만 시켰지만, 이제 더이상의 일은 없을 거야. 더 이상 참아가며 수모를 당해왔지만 이젠 아니게 되겠지."
"그렇다는 건?"
"나라고 해서 지휘부 내에서 숨죽이고만 있진 않았지. 물밑으로 끌어모을 수 있는 카드는 모조리 모아두었다. 이제 한바탕 뒤엎어버릴 때가 온 것이야."
"그래서 철혈공조를 포섭하고 전 T.F. DEFY의 인형을 끌어들인거야?"
"끌어들였다기보단, 떠넘겨졌다고 봐야지. 덕분에 전력이 어느정도 올라갔지만."
"그렇다는 건, 이제 들고일어날 시기라는 거지?"
"그래. 지금까지 오면서 희생된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그들에게 한 방 먹여줄 때라는 거다. 전원 전투 준비시켜둬."
지휘관은 자리에서 일어나, 벽에 세워둔 곡괭이를 쥐어들며 말했다.
"드디어, 올 것이 왔다. 그들에게 지옥도를 보여줄 때가. 우리들의 평온을 쟁취할 때가."
"기적은 바라는 것이 아니라. 쟁취하는 것이야. 그걸 보여주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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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노래듣다 싸질러봤습니다. 전에 썼던 곡괭이 복수귀가 다른 미래를 걸었다는 전제로 쓰긴 했습니다만. 뭔가 자꾸 오글거리네요.
소녀전선 세계의 평온을 바라는 제 심정을 어느정도 담아 쓰긴 했는데 안 나온 것 같아 우려스럽네요.
참고로 저 시점에서 안젤리아는 죽었고, 죽기 직전 당시 지휘관에게 남은 리벨리온 소대(테스크포스 DEFY)의 지휘권을 반강제적으로 양도했습니다.
엠포랑 스타도 군수지원 명목으로 물밑에서 수색작전을 펼쳐, 간신히 지휘부로 끌어들였고요. 404는 의뢰 형식으로 지휘부에 존재한다는 설정입니다.
사실 이번에도 망상작이라서 이래저래 허술한 면 많습니다. 보이면 바로 후려쳐주세요.
평온을 위한 투쟁이라는 것으로... 그러므로 망치와 낫을 듭시다.
망치는 있는데 낫이 없어서 대체제로 곡괭이 썼다네요.
고든 프리먼 빠루가 생각나네...
빠루 쥐어주려고 했는데 주인이 너무 유명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