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대일 컨설팅
너무 몰두해서 속 쓰린 사람도 있을까 역류성 뭐라든가 하
는 거, 자꾸 입으로 뭐가 넘어와서, 제발 내 입에서 나가줄
래요? 부탁해도 들어주지 않았어
분명 아랫배가 단단해졌었는데, 컨설팅 듣고 나올 때까진
주먹에 힘이 들어 있었는데, 카페까지 오는 동안 벌써 약기
운이 떨어졌나봐, 아님 머리에 저체온증이 온 걸까, 우뇌야
일어나, 제발 일어나라구
‘맥주잔을 나르면서/저는 매주 두 번 시설의 아이들과/휴
학한 뒤 육 개월간/호주 대륙을 횡단하였고/지구를 위협하
는/철저한 서비스 정신과/워렌 버핏에 따르면/위험이 올 때
마다/저돌적으로/감샇고/미래가 점점……’
아, 이건 뭔가 구조적으로 미래가 없는 말들
오 년 전 밑바닥까지 더듬었는데 나를 소개할 게 없었어
난 밥 먹고 잠만 잤구나 새벽 두시에 치킨 먹다가 운 것밖에
생각이 안 나, ‘참다운 멘토는 없다. 모든 인간은 스스로에
게 멘토’ 강사 아저씨가 해준 말을 다시 새겨봤지, 혀뿌리에
서 씀바귀가 자라나봐, 뭐가 이렇게 자꾸 넘어와, 책이라도
뒤적일까 이제와서 언제 뭘 읽어, 그래도 나마의 크리에이
티브가 나올 때까지 너를 포기하지 마
‘덜컹거리며 국경을 넘었다. 창밖 세게가 뿌옇게 흐려졌
다. 오래된 가방에서 심해 생물 모양의 향수병이 열린 것 같
았다. 처음 맡아보는 매혹. 나는 그때부터 마음이 아파오기
시작했다’
그래 이거야! 여행사 카피가 내 것보다 더 썼구나, 좌뇌
를 더 썼어! 잡지를 덮고는 다시 시작햇지 ‘당연하지 않은
걸 쉽게 믿어버리는 스스로를 믿지 마라’ 강사 아저씨가 마
지막에 해준 말, 밑줄 다섯 번을 치고 노트북에 달려들었어
‘저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국경을 넘어서 매혹의 향수 판매
원이……’ 못살아, 척 봐도 건질 게 없는 말들, 두 번 읽으면
무시무시하게 텅 비어 있어
다 드셨으면 치워드릴게요
앞치마 두른 여자애가 웃으면서 내 잔을 가져갔지 한 모
금은 남았는데…… 돈 줄 테니까 나한테 좀 팔아요, 아직 남
아 있는 그 친절함을 나한테 좀 떼어주요…… 다른 손님 애
들, 노트북을 들여다보면서 뭔가 하고 있었지 저러다 빨려
들어가겠어, 농축 포도당 맞은 사람들, 서커스단 불붙은 링
처럼 타오르고 있어!
‘그때부터 저는 마음이 아파오기 시작했습니다 야마하 드
럼 세트라도 있으면 막 때리고 싶을 정도로요’
거기까지 써놓고 보니까 알았다
내 머리는 이제 살리기 어렵다는 걸.
오늘 같이 있어
박상수, 문학동네시인선 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