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본문] 넥슨은 11월 17일부터 20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진행되는 지스타 2016에 앞서 띵소프트가 개발하고 자사가 서비스할 예정인 MMORPG '페리아 연대기'의 기자 시연회를 진행했다.

지난 2011년 프로젝트가 공개된 페리아 연대기는 셀 애니메이션 그래픽으로 만들어진 높은 자유도를 자랑하는 MMORPG이다. 인간과 공존하며 살아가는 생명체 '키라나'를 활용한 전략적인 전투 시스템 또한 본 작품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꿈과 현실이 뒤섞인 세계 '페리아'에서 플레이어는 모든 환경 요소를 자유롭게 바꿀 수 있다. 자신이 원하는 형태로 창조하고 변형시킨 환경은 다른 플레이어들과 공유할 수도 있다.

이번 시연 버전에서는 전투 시스템을 포함한 콘텐츠 플레이를 20분 정도, 그리고 지형 편집 시스템 시연을 5분 정도 진행할 수 있었다. 먼저 자신만의 캐릭터를 생성하고 게임을 시작하면 약간의 스토리 이벤트가 진행된 다음 마을에서 토미니아와 만나 계약을 하고 차원문을 타고 계약자의 섬으로 이동한 뒤 등장하는 적과의 전투를 체험할 수 있었다.

지스타 시연 버전을 따로 만들면서 시간이 부족해서인지 최적화 부분이 매우 아쉬워 보였다. 전체 화면으로는 플레이할 수 없었고고 창 모드로만 강제적으로 플레이해야 해서 좋은 사양의 PC임에도 프레임은 20~30프레임 정도로밖에 구동하지 않았다.

불안정한 프레임과 함께 게임 진행 자체도 매우 답답한 느낌이었다. MMORPG에서 초반 가장 시간을 들이게 되는 파트인 캐릭터 생성 화면에서는 원하는 세팅으로 바꿀 때 변경 사항이 바로 적용되지 않고 몇 템포 뒤에 느릿느릿하게 적용되어서 원하는 설정을 마음껏 할 수 없었다.

이런 부분은 캐릭터들끼리의 대화 장면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NPC에 다가가서 대화를 몇마디 나눌 때에는 서로 다른 차원에서 이야기를 하듯 어색한 시선 처리와 너무 늦게 처리되는 대화창 연출은 서로 이야기를 하는 것조차 버거운 게임이라는 인상을 이끌어내기에 충분했다. MMORPG에서는 몇 천번은 족히 이루어질 이러한 대화 연출에 이런 템포는 개선이 시급해 보였다.

시연 버전을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도 않았지만 페리아 연대기에 대한 첫인상은 매우 나빠진 상황에서 이어지는 모든 연출이 기대 이하였다. 북쪽으로 가라고 하는데 북쪽이 어디인지 알 수 없었다. 시연 버전에서는 미니 맵이나 전체 지도를 어떻게 꺼내는지도 알려주지 않아서 방황하다가 겨우 목적지를 찾은 후에야 본격적인 게임을 시작할 수 있었다. 캐릭터 대화와 방향 찾기가 이토록 고된 MMORPG는 처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물론 최적화를 통한 프레임 상승과 자연스러운 대화 연출, 그리고 쾌적한 진행을 위한 유저 인터페이스는 얼마든지 내년 테스트 버전에서 개선될 것이라 예상된다. 실제로 개발사 측에서는 미니 맵 UI는 플레이어가 직접 제작하고 미니 맵을 통해 플레이어끼리 서로 중요한 정보를 공유하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급하게 만든 시연 버전에서 많은 부분이 부족하다는 것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이해하고 있지만, 아무리 많은 부분이 부족한 시연 버전이라고 해도 약간의 배려가 더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크게 남았다. 특히 개발 기간이 짧은 게임도 아니고 언제쯤 나오나 소리가 나올 정도로 개발 기간이 긴 게임이니 만큼 더욱 그러한 아쉬움이 남는 시연이었다.

하드웨어의 발전과 함께 게임 그래픽에서도 점점 더 사실적인 묘사가 이루어지면서 페리아 연대기 같은 애니메이션 같은 느낌의 MMORPG를 찾아보기 힘들어진 것도 사실이다. 그러한 상황에서 페리아 연대기 같은 그래픽은 개인적으로도 마음에 드는 부분이었다. 다소 반사광이 과한 느낌도 들지만 실사에 가까워지는 그래픽과는 차별되는 비주얼은 좋은 점수를 줄 수 있었다. 앞서 언급한 프레임 저하 역시 시연 버전이었기에 발생한 문제여서 정식 서비스 버전에서는 당연히 정상적으로 출력될 것이다.

던전은 방과 복도가 연결된 구조로 구성되어 있으며, 하나의 방을 클리어하면 다음 방으로 진행할 수 있다. 일반 적들과 전투를 한 다음에는 강한 보스와 싸우게 되며, 그 후에는 플레이어 캐릭터와 대등하게 싸우는 또 하나의 인간 보스와도 싸우게 된다.

일반적인 전투 시스템과는 달리 페리아 연대기의 전투 시스템은 책(=카드)과 키라나를 소환해서 간접적으로 전투를 하게 된다. 이들 두 요소는 다른 MMORPG에서의 스탯/스킬 트리/장비 아이템/NPC/적을 하나로 통합한 듯한 개념으로 등장한다. 결국 TCG 스타일의 전투 시스템에 가까워졌으며 이는 게임 내의 세계관과도 일맥상통하다고 개발사에서는 설명했다.

카드가 전투 시스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개발사 측에서는 현재 계획으로는 뽑기 시스템을 넣을 계획은 없으며, 필드에서 직접 입수하거나 퀘스트를 통해 얻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플레이어는 독특한 능력을 가진 다양한 키라나와 계약해서 새로운 스킬을 배우고 성장시킬 수 있으며, 캐릭터 자체는 별도의 클래스를 가지고 있지 않지만 키라나의 덱 조합에 따라 다채로운 기술을 사용할 수 있다. 지스타 시연 버전에서는 미리 정해진 간단한 덱을 가지고 진행할 수 있었다.

전투는 실시간으로 진행되며,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키라나를 소환해서 싸우게 된다. 소환된 키라나는 각각 독특한 기술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상황에 맞춰 가장 효율적인 키라나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게임 진행에 따라 '책'을 받으면 해당 책에 부여된 키라나를 소환할 수 있다. 키라나를 소환하기 위해서는 '영기'가 필요하며 이렇게 소환된 키라나는 적을 자동 공격하거나 강한 위력의 주문을 외우기도 하고 버프/디버프 등의 효과를 발생시키기도 한다. 또한 일정 시간 무기나 갑옷이 되어주기도 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된다.

페리아 연대기가 내세우는 주력 콘텐츠는 게임 시스템 커스터마이징이다. 게임 내에 인공지능이 운영하는 점령전이 존재하고, 이에 맞서 다양한 시스템을 만들어 플레이어들끼리 협력하여 싸워 나간다는 것이 페리아 연대기의 전체적인 구조다.

단순히 맵과 아이템을 제작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규칙과 계약을 비롯한 전반적인 사회 시스템을 만들고 이를 다른 유저들에게 관철할 수 있다. 작게는 요리에서부터 플레이어가 직접 만드는 퀘스트나 직접 만들고 운영하는 던전까지 다양한 개발 요소가 존재한다.

마을이나 던전을 만들고 운영할 때 많은 플레이어가 필요하기 때문에 게임 시스템 자체가 플레이어간의 협동을 필수적으로 요구하게 된다. 플레이어에 따라 스킬이 달라지기 때문에 여러 사람이 제각기 다른 성장을 하고 협력할 필요가 있다.

지스타 시연 버전은 전투 부분만 떼어낸 것이며, 전체적인 개발 진척도는 약 60% 정도라고 개발사 측은 밝혔다. 또한 70% 정도가 되면 테스트를 진행하면서 피드백을 반영할 계획이다.

이번 시연에 사용된 빌드는 어디까지나 페리아 연대기가 '개발 중'이란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고, 페리아 연대기를 오랜 시간 기다려준 유저들에게 널리 알리기 위해 지스타에도 참여했다고 개발사 측은 밝혔지만 솔직한 감상으로 페리아 연대기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로 부족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른바 '양산형 MMORPG'가 아닌 새로운 게임을 만들고자 하는 의욕 자체는 보이지만 오랜 시간 기대해온 게임을 조금 더 제대로 된 상태로 플레이해보고 싶었다는 것이 시연을 마친 솔직한 심정이라 할 수 있다.

페리아 연대기는 2017년 테스트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권장 사양은 GTX 650 8Gb, 최소 사양은 intel HD 5000 4Gb 정도를 목표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