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비 소프트의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라고 하면, 비디오 게이머라면 한 번쯤 들어본 작품일 것이다.
페르시아의 왕자와 레이맨으로 유명한 유비 소프트가 내놓은 이 시리즈의 첫 작품은 엄청난 호평과 기대 속에 팔려나갔는데, 그 시대로서는 구현하기 어려웠던 로딩없고 넓은 오픈월드의 구현화와 암살 게임의 만남에 대체 역사물을 버무려 양키는 물론 국내 일부 게이머들도 끔뻑 죽는 멋진 작품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이 첫 작품하면 이야기하는, 많은 이들의 ‘어째서 암살자가 대놓고 상대를 죽이고, 적을 쓸어버리는가’, 와
‘컷신의 스킵은 불가능하고, 자막이 없으니 알아듣기도 힘들며, 내용은 불친절하다’, 라는 두 가지 문제를 먼저 이야기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어쌔신 크리드
(Assassin's Creed)?
어쌔신이라 하면 일반적으로 암살자를 떠올리기 마련인데, 이는 ‘어쌔신(ASSASSIN)’, 을 번역할 때 암살자로 번역을 해버리기 때문인데 여기서 무엇이 문제인가 하니
어쌔신(Assassin) : 암살자, 사람을 죽이는 것에 탁월한 기술을 가진 사람 또는 살인청부업자.
이란 의미를 가진 것을 중의적인 의미를 생략하고 암살자로만 익숙해져 있는 우리 동양 게이머에겐 적들 눈에 띄지 않고 어둠 속에 숨어 적을 죽이는 그런 의미에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구권에선 이런 우리와는 달리 이미 어쌔신이 의미하는 것을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반향은 크게 없었다.
보다 암살에 가까운 미션이나 퀘스트가 추가되었음하는 이야기는 있어도 말이다.
─다빈치 코드에 필적하는 음모론과 역사가 뒤섞인 스토리텔링.
시작은 갑작스럽게
2012년─앱스테르고라는 어느 조직에 납치당한 청년 ‘데스몬드 마일즈’ 가 DNA에 남겨진 선조의 기억을 가상현실로서 재생할 수 있다는 기계인 ‘애니머스’ 를 통해 11세기, 십자군 전쟁 시기 활약한 암살자, ‘알타이르 이븐-라 아하드’ (이하, 알테어) 의 기억을 본다는 스토리지만
애니머스에서 깨어나는 데스몬드와 주위의 인물인 애니머스 관련의 앱스테르고 주요 인물들의 설명만으로 우리는 데스몬드와 똑같은 반응을 보이게 될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저 긴 설명이 게임상에서도 첫 초반 플레이 약 10분 이내로 이루어 진다는 점에서 이미 불친절하단 불평을 듣기엔 충분하고도 남을 지경.
어찌되건 그런 알 수 없는 소리는 모르겠으니 필요없고 빨랑 알테어나 보여줘! 하는 사람이 게임을 진행하다보면
애니머스를 통해 과거의 알테어가 되어 있다.
‘템플러’ 라 칭해지는 템플 기사단과의 전쟁이 한창인 암살자들 안에서도 가장 뛰어난 암살자인 알테어는 동료 두 명과 함께했던 한 임무에서 자만에 빠져 임무는 실패하고, 적들에게 임무에 필요한 ‘어느 물건’ 을 빼앗기기에 이르는데 어쌔신들의 그랜드 마스터이자, 스승인 ‘알 무알림’ 은 이에 알테어의 계급을 최하급까지 강등시켜버리고 다시 계급을 회복하기 위해 9명의 암살 대상을 죽이라는 명령을 내리게 되는데
9명의 암살 대상이 있는 도시인 다마스쿠스, 아크레, 예루살렘, 아르수프를 다니면서 암살 대상을 처치해 나가는 알테어지만, 그들이 죽으면서 남기는 말들에 이상한 의문을 품기 시작하고 이는 작품 내 이야기 후반으로 이어지게 된다는 것이 주요 줄거리지만
─밑도 끝도 없는 불친절함.
위에서 언급한 데스몬드가 사실은 암살자로서 태어나 암살자로서 자라 그렇게 될 운명이고, 그것이 싫은 나머지 가출하여 바텐더로서 세상을 속이고 살아가다 괴한들에게 납치되어 앱스테르고에 감금되기에 이르러 애니머스에 들어가게 된다라는 경위가 설명되는 부분은 한 부분도 없다.
그저 작품 초반, 짧은 대화를 통해서만 우리는 그가 암살자이고 그러한 일을 통해 여기에 납치당했다는 정도를 알 수 있게 된다.
뿐만 아니라 작품 초반부 지지직 거리는 화면 연출과 함께 그들을 바라보는 듯한 시각으로 플레이를 하게 되는데
이는 작품 내내 감금당해 있는 데스몬드를 감시하는 감시카메라로서 그를 바라보는 듯한 연출을 위한 것이지만
난데없이 시작하는 그러한 연출에 작품을 플레이하는 플레이어의 입장에선 몰입을 방해하는 연출 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 이 스토리텔링 내에서의 최대의 문제점.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의 상징요소 중 하나인 신뢰의 도약)
──게임의 시스템.
첫 작품치고, 게임적인 디자인이나 시스템의 완성도는 상당히 뛰어난데
암살자들이 있는 마시아프부터 암살 대상들을 처치하러 떠나는 각 도시들의 특색에 맞게 연출한 분위기나 절제되어진 브금
그리고 (당시기준)고퀄리티인 배경 그래픽은 단순히 스크린샷만 찍고 놀아도 좋을 정도로 높은 구현도를 보여준다.
설정상 데스몬드의 선조인 알테어가 가진 능력인 ‘독수리의 눈’ 은 적과 아군을 가려낼 수 있는 능력으로
게임 상에서 일반 시민들 사이에 섞인 경비원이나 적, 암살 대상을 찾아내는 데 쓰이고
계급이 최하급부터 시작하는 이야기를 토대로, 처음엔 암살검 뿐이지만 점차 장검, 단검, 투척 단검이 생기고 적에게 들키지 않고 처리한다면 암살검으로 한 번에 적을 죽이는 것이 가능한 어쌔신 다운 게임성을 가지고 있다.
적에게 들키더라도 전투에선 적의 공격 타이밍에 맞춰 반격하는 ‘카운터’ 를 통해서 적을 손쉽게 처리하는 것이 가능하고
이후 시리즈 최대의 장점이자 특징이 되는 ‘파쿠르’ 움직임을 통해 원하는대로 도시 내 건물과 벽을 오를 수 있어서 어떻게 적에게 접근하여 처치하는가가 중요해진다.
(다마스커스)
작품 내에 보이는 곳이라면 거의 대부분을 올라가고 내려갈 수 있게 하는 파쿠르와 신뢰의 도약은 처음 몇 번은 신선할 지 몰라도, 그 수가 너무 많고, 대부분 올라가는 방식이 비슷비슷하기 때문에 이는 나중엔 단점의 일부분이 되기도 한다.
특히나 ‘왜 그걸 해야만 하는지’ 플레이어를 납득시킬 수 없단 점에서 지적을 받을 부분이다.
또한 이전 작품 시리즈인 페르시아의 왕자처럼 수집 요소로서 깃발 찾기라는 것이 있는데
길 군데 군데 위치한 깃발을 찾는 것으로 지도상에 표시되어 있지도 않아서 작품 내에서 가장 최악의 난이도이자 단점으로 손 꼽히고 있다.
(유명한 편인 예루살렘)
어쌔신인 만큼 작품 내에서 선택한 은신/은폐 시스템 역시 특이한 편인데
쌓여있는 짚단이나 천막, 당시대 종교의 신앙심 아래 있는 하얀 로브를 뒤집어 쓴 학자들로 위장하거나
길가에 있는 의자에 앉아 적들을 따돌리는 모습은 다른 게임에서 볼 수 없는 신선함이다.
다만, 그 수가 적거나 제한적인 부분 때문에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가 말하는 군중 속에 자연스레 녹아든 어쌔신을 표현하기 위해 이 작품 이후로 2년이란 시간이 더 걸리게 된다.
암살 대상을 처치하는 흐름은 크게
알 무알림이 이야기한 도시에 도착 → 암살단 지부에서 암살 대상에 대해 듣는다 →
정보 수집으로서 부가 미션 → 암살단 지부로 돌아와 정보를 정리하고 암살 대상 위치를 확인 → 대상을 처치하고 암살단 지부로 돌아온다
의 반복인데 도시마다 있는 필수 미션들을 통해 정보를 모으거나 도시 내의 주민, 자경단의 도움을 받거나 하는 둥이지만
오픈월드임에도 선형적인 구조를 따르고 있고 미션이 크게 바뀌지 않기 때문에 9명의 암살 대상을 처치하는 동안 지겨움을 느낄 수 밖에 없다.
때문에 어크1은 존나 지겹고 재미없으니 요약 영상만 보고 스킵해~ 하는 결론이 다다른 것은 어찌보면 당연할지도 모를 이야기다.
(당시의 학자들로 위장하여 각 도시 내로 들어가는 알테어)
(진 어쌔신 무쌍의 시초를 알리는 죽창카운터 시스템은 알고보면 1부터 있었고, 이땐 보스조차 한 방... 한 방이면 돼...)
─당시로선
위에서 언급한 단점들이 부각되는 작품이긴 했지만
당시에 이만한 리얼함을 가진 오픈월드는 상당히 적었고.
있다고 하더라도, 어쌔신 크리드 만큼의 뛰어난 그래픽과 구현도를 보여주진 못했기 때문에
막말로, 플레이한 첫 날은 스토리고 뭐고 그냥 도시를 돌아다니기만 해도 재밌다, 싶을 정도로 즐기는 이들도 더럿 있었다.
게임 내 구현화된 도시 그리고 스토리 특유의 분위기는
이후, 많은 시리즈가 나온 현재도 시리즈 내에서 수준급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고 단순히 게임이 주는 암살의 재미는 단연 뛰어났고.
당시에 모두가 그랬듯, 호평하는 이들과 불평하는 이들이 불협화음을 이루면서 유비 소프트는 엄청나게 성공해버린 이 작품에 대해 하루빨리 차기작에 착수하는데…….
(X발 이게 뭔 X소리람? 싶은 훼이크주인공, 데스몬드. 사실 저거 듣고 있는 우리도 그렇다)
이후 호평 받은 후속작을 생각하면 기본 밑거름은 잘 다져진 작품이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처음부터 끝까지 불친절하다, 로 축약할 수 있는 갖가지 문제점들이 그러한 장점을 가려버리고
자막이 없는 작품 특유의 언어적 문제를 해결할 콘솔 정발판의 괴악한 우리말 더빙조차 짜증나는 거지와 정신병자에만 쓸데없는 장인정신이 들어간 물건이 되버렸으니 국내 게이머라면 사실 즐길 여건이 그닥 좋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어쌔신 크리드를 입문하는 유저라면 최근 한글 패치가 나오기도 한 PC판이라거나 에치오 님 좀 짱인듯! 싶은, 마찬가지로 한글화 된 콘솔판 2로 입문하는 것을 적극 권하며
행여 스토리가 신경쓰인다는 사람이라면 1의 스토리를 축약한 영상물을, 꼭 1부터 플레이하는 성미라는 사람은 그 불친절함과 1만의 분위기와 스토리를 진득히 느껴보길 바란다.
아... 스토리 나만 이해 안됬던게 아니었구나... 그레도 정말 액션은 쩔어주죠 좀만 익숙해지면 내가 원하는대로 암살하는 맛이 있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