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인데 프로 수준으로 잘 그리는 애,
그림 시작 1년 만에 작가보다 잘 그리는 애.
이 정도 타고난 애들은 그림판에서 정말 흔해터졌음.
미술학원 아무 데나 들어가서 눈 감고 아무나 걷어차면
저런 애들이 몇 명씩 발에 걸릴 정도. 농담이 아니라 진짜로.
그중에는 "이 새끼는 자폐 아니면 천재 둘 중 하나" 싶다가
아마 둘 다인 것 같은 애들도 있음. 전공생 100명 모아놓으면 한두 명은 꼭 보임.
그런데 웃긴 건, 저런 애들 중에서도 그림으로 돈을 만원이라도 벌어본 애들은
냉정하게 보면 10% 정도? 관대하게 봐도 30%는 절대 넘지 않음.
프로가 되어서 작품 활동을 계속하는 사람은 100명 중 다섯 명 정도.
그리고 한두 해 지나면 그중 절반은 또 사라짐.
첫 작품 하나 완결하는 것도 쉽지 않은데, 그 처녀작이 마지막 작품인 사람도 거의 절반은 되는 것 같음.
어디서 상 받고, 유학 다녀오고, 공모전에서 수천 명 중 1등하고 그런 애들.
분명 재능 있는 놈도 있고, 천재도 있고, 노력하는 걸 즐기는 미친 천재도 있지만..
재능은 말하자면 공장의 자동기계가 아니라 토양의 토질 같은 거라
갖고있다고 해서 그림이 툭툭 저절로 나오는 건 아니거든.
천재건 재능이건 보통 사람이건, 결국 시간을 들이고 손을 움직여서 실제로 작업을 해야 함.
당연한 말 같지만, 사람들은 이 당연한 사실을 모르는 것 같음.
천재면 당연히 존나 잘 그린 그림이 백장쯤 있는 거 아냐?
근데 현실은, 습작과 실패작을 백장쯤 해야 잘 그린 그림이 겨우 한 장 나옴.
내가 그렇다는게 아니라 상받고 타고났다는 애들 사물함이나 집가서 까보면 그렇다는거
크로키, 데생, 스케치, 묘사, 소묘, 원고, 잡지떼기, 모작 다 해놓은 종이를
자기 키만큼 쌓아야 "아, 얘 좀 선 긋네" 소리를 들음.
근데 재능 있고 천재인 놈들이 그림을 더 이상 즐길 수 없게 되어서 펜을 꺾는 걸 정말 많이 봐 왔음.
멘탈이 약해서, 허리가 약해서, 집에 돈이 없어서, 여친이 임신해서, 우울증 때문에 먼저 떠나서...
다들 다양한 이유가 있었지만. 그에 비견될정도로 '즐길수 없게 되었다'는 경우가 많은거..
그림이 좋아서 시작한 애들이.. 입시악플억까졸전교수원고편집자에이전시하꼬시절을 견딘애들이
어째서 그림을 즐기지 못하게 된 걸까? 그런 의문이 항상 있음.
업으로 삼는 이상 먹고살라고 하는 짓이 되는데 즐기는 사람들이 특이한거라고 생각함
예체능쪽은 그걸로 돈벌어먹고 사는비율이 적은편이지 더군다나 그림이면 더 힘들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