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난 인생 암흑기를 20대 초반에 밟아서 심연으로 기어 들어가다가 정신 차려 아득 바득 기억 올라오니 20대 후반이 돼 있었음
인생 암흑기가 뭐냐하면 그냥 별거아니고 체중이 134까지 불어났던 일인데
그때 자존감도 나락가고 대인기피증도 좀 생기고 공황장애도 좀 생겨서 일상생활 불가능 상태였음
집구석에서 어떻게 홈트라도 열심히 하고 굶어가며 살좀 빼서 통통정도 된 이후에야 사회생활 복귀할수 있었는데
사실 공황은 여전히 좀 있어서 사람 많은데 가면 급격하게 쇄약해짐
1분에 1년씩 늙는 기분...
무튼 인생의 암흑기를 벗어나고 어떻게든 사람들과 어울려 살려고 노력을 했었는데
내가 20대 초반때는 없던 많은게 생겨서 그게 노력만 하니 글케 어렵진 않더라
무튼 그래서 모임활동을 이어가던 중 모임 내에서 좀 데면데면한 사이인 여자애가 자기가 아는 언니가 있는데 혹시 소개받아볼 생각 없냐길래 나도 드디어 인생 암흑기 벗어나 첫 연애구나! 하고 소개받기로 하고 소개 받음
그래서 소개 받았는데 진짜 이쁘고 키 크고 늘씬한데
성격이 약간 ㅁㅁ에 오타쿠 같음
근데 예쁨
예쁜 ㅁㅁ 오타쿠 = 예쁜 사차원이 되기 때문에 너무 좋았음
좀 엉뚱하고 자기주장이 강한것도 매력있었고
근데 난 당시에 사회생활을 어떻게든 하고있지만 자존감 여전히 회복 못한 상태였고
원래도 말이 많지 않았는데 그런 상태다 보니 말 그대로 꿔다놓은 보릿자루 마냥 입 꾹 다물고 만나기만 했음
카톡은 좀 했었지만...
무튼 그랬었는데 그 사람이 네번째 만났을때쯤 장문의 카톡을 보냄
자기가 맘에 안드냐고
다가가려 해도 아무말도 안하고 단답만 하고 자기한테 궁금한것도 없고 같이 하고싶은것도 없냐면서 지친다고
그 순간 아 내가 여기서 입 잘못놀리면 이 사람하고 영영 빠빠이 하겠구나 싶어서 그냥 있는 그대로 말함
원래도 말이 많은 편은 아니지만 이러이러한 일이 있었어서 너무 오랜 시간 다른 사람들과 소통이 없었다 보니 어떻게 소통해야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나도 당신에게 호감이 있고 너무 마음에 든다
그렇기 때문에 주말마다 나 나름대로 최대한 꾸며서 당신 만났다
그럼에도 당신이 답답하게 한건 내가 아직도 겁이 많이 나서 그렇지만 당신이 이렇게 말하니 나도 이러다간 당신과 연결고리가 영영 끊어질까 겁이 난다
그러니까 마지막으로 기회를 달라
다음주는 내가 최대한 당신을 리드해서 즐겁게 해 보이겠다
라고 했었음
뭔가 더 길고 구구절절 찐따같이 말했었지만 대충 저렇게 말함
뭐 간절히 원하면 통한다고 상대방쪽에서 알았다 한번만 더 봐보겠다 해서
그때부터 닷새동안 데이트 코스 졸라 열심히 짜고 그 사람이 좋아했던것들 나무위키 싹 긁어 보면서 공부함
토요일 점심 지나서 만났었기 때문에 토요일 오전 일찍부터 데이트 코스 그대로 싹 다 다녀보면서 다시 점검 하고
만나서 산책하고 카페가서 얘기하고 밥먹고 뭐 그런 평범한 데이트 했음
근데 솔직히 내 입장에선 원래 그 사람이 리드하던 데이트를 그냥 내가 리드 한다 뿐이지 그대로 한거같아서 뭐가 달라진건지 몰랐었는데
그 사람은 내가 노력한게 너무 좋았나봄
너무 즐거웠다고 다음에 또 보자고 하고 이후로도 몇번 더 만남을 가지면서 진도가 잘 나갔었고 결국 내가 수원 화성에서 배경에 성문이랑 열기구 깔아두고 두달동안 만나보면서 너무 좋았고 좀 더 명확한 관계로 만나고 싶다고 고백했음
이후에 뭐 여자쪽 사정 때문에 헤어지긴 했었지만
그 일 이후로 공황 제외한 내 인생 암흑기의 잔재를 대부분 털어냈었음
공황은... 안털어지네...
사람 많은데 가면 너무 힘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