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듭 이론은 말 그대로 매듭을 연구하는 분야임. 즉,
이런 물건을 연구하는 분야임. 다시 말하지만, 이것이 바로 매듭임. 이것이야말로 대표적인 "수학적 매듭"의 예시임. 엄밀하게는 매듭의 사영이긴 함.
매듭 모양이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 다른 데는 이유가 있음. 우선 매듭은 단순히 실을 꽈배기처럼 배배 꼰 것과는 구별이 되어야 함. 즉 "뭔가 잡아당겨도 풀리지 않는 무언가"여야 할 필요가 있는데, 사실 현실에서는 마찰이 존재해서 매듭이 잘 풀리지 않을 뿐이고 순수하게 이론적인 관점에서 보면 어느 매듭도 한쪽 끝을 가지고 매듭을 맺는 과정을 거꾸로 밀어 나가면 다 풀리게 되어 있음.
따라서, 양쪽 끝이 존재하는 매듭은 의미가 없음. 그래서 나온 해결 방법이 바로
양쪽 끝을 이어 붙여서 끝이란 게 없게 하면 되는 거 아님?
이라는 방법임. 이것을 염두하고 위 "매듭"을 다시 보면
실제로 다른 게 아니라 가장 간단한 매듭인 옭매듭의 양 끝을 용접한 모양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음.
그리고 더 나아가서, 매듭 그 자체만 바라보는 것은 의미가 없음.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끈 내부에 살고 있는 개미가 있다면 이 개미는 자기가 살고 있는 끈이 매듭 지어진 끈인지 아니면 그냥 하나도 꼬이지 않은 고리인지 구별할 수 없을 것임. 이를 좀 더 고상하게 표현하자면, "모든 매듭은 위상수학적으로 원과 동형임". 어떤 면에서는 전에 다룬 적이 있는 조르당 곡선의 3차원 버전이라고도 할 수 있음. 조르당 곡선 정리 또한 2차원 평면에 "어떻게 배치되어 있느냐"가 중요한 요소였던 점도 마찬가지.
즉, 매듭은 반드시 "3차원 공간 내에 어떻게 배치되어 있는지" 매듭 바깥에서 관찰하는 것이 중요한 요소가 되고, 두 매듭이 같은 매듭인지 다른 매듭인지 판별할 때에도 그 정의에 반드시 이 사실이 반영되어야 할 것임. 그래서 실제로 두 매듭이 같다는 것은
3차원 공간을 연속적으로 움직였을 때 한 매듭이 다른 매듭과 같아지면 매듭이 동형
이라는 방식으로 정의하게 됨. 매듭을 "원의 3차원 공간으로의 매장 함수"라고 부르는 것 또한 이런 관점이 반영된 것. 여기서 3차원 공간이란 요소는 굉장히 중요한데, 2차원 이하에서는 애초에 다른 종류의 매듭을 만들 수가 없고, 4차원 이상에서는 모든 매듭이 동형이 됨. 4차원 공간에서 매듭 이론 비슷한 것을 전개하려면 선이 아닌 면을 다룰 필요가 있음.
여하튼, 저렇게 동형을 정의한 것까지는 좋은데, 저 동형 정의 대로 두 매듭이 같은지 판별하기에는 서술이 너무 번거로움. 다행히 매듭에는 라이데마이스터 변환이란 것이 있어서
동형인 매듭은 반드시 위의 당연해 보이는 변환들의 반복으로 얻어진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음.
두 매듭이 같다는 것은 이렇게 증명하면 되는데, 그렇다면 두 매듭이 다르다는 것은 어떻게 증명해야 하는가 하면. 저런 변환이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사실을 증명해야 함. 이를 위해서는 한 매듭에 위의 변환을 어떻게 반복해서 적용해도 절대로 다른 매듭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하는데, 이걸 정말 다 나열하는 방식으로 서술을 하다 보면 무한히 많은 경우를 해결해야 하며, 어떻게 유한하게 정리를 한다고 하더라도 너무 반복적이고 지루한 작업이 될 것은 분명함. 어떤 면에서는 "악마의 증명" 같은 면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음.
물론 정의에 따라서는 "모든 대상이 그 성질을 가지지 않는다"라는 것을 쉽게 증명할 수 있는 경우도 있지만, 성질이 복잡해질수록 이는 어려워짐. 따라서 수학에서는 저런 "존재하지 않음"을 증명하기 위해서 대체로 다음과 같은 방법들을 사용함.
1. 귀류법을 사용, 존재한다고 가정하고 모순을 유도
2. 동형이면 같은 "불변량"을 계산해서 이것이 서로 다름을 보임
엄밀하게 따지면 2.도 궁극적으로 1.의 논리를 사용한다고 할 수도 있지만, 어쨌든 "존재하지 않음"은 많은 경우 저 방법으로 증명한다고 할 수 있음. 그런데 여기서는 "저런 변환들의 반복"이 존재한다고 가정한다고 해서 이를 직접적으로 사용해서 모순을 증명하기는 까다롭고, 따라서 매듭 이론에서는 "매듭 불변량"이 중요한 연구과제가 됨.
여기서 불변량이라는 것은 반드시 어떤 "숫자"로 된 값일 필요는 없음. 실제로 알려진 매듭 불변량은
1. 호모토피에서 비롯된 기본군
2. 다항식
같은 형태로도 나타남. 여기서 기본군은, 위에서 말했든 매듭 자체는 모두 원과 동형이기 때문에 이것의 기본군을 계산하는 것은 원의 기본군을 계산하는 것이라 의미가 없고, "공간에서 매듭을 뺀 여집합"의 기본군을 계산하게 됨. 어떻게 보면 이 관점에서는 "매듭"에 관심이 있는 게 아니라 "매듭을 빼고 남은 것"에 관심이 있는 셈
다항식의 경우는 딱 하나의 다항식만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고 이런 저런 다항식들이 존재함.
매듭 불변량 다항식이 이렇게 여러 종류가 있는 것은 다름이 아니라 "아직 어떤 매듭 불변량 다항식도 완전하지 않기" 때문임. 여기서 완전하다는 것이 무엇이냐 하면, "매듭이 같다는 사실 또한 검증할 수 있다" 라는 의미임. 불변량은 그 정의상 다르다면 원래 것이 다르다는 것을 보장하지만, 같다는 것은 보장하지 않음. 두 사람이 키가 다르다면 다른 사람이지만, 키가 같다고 같은 사람이라는 보장이 없는 것과 같음.
물론 억지로 완전한 다항식을 만들 수야 있을 것이고, 다항식이 아닌 것으로 눈을 돌리면 완전한 불변량이 있기야 하지만, 불변량은 본디 "계산하기 쉬운" 아무리 못해도 "확실하게 계산이 가능한" 수준은 되어야 함.
이런 의미에서 매듭 이론의 과제 중 하나로는 "현실적으로 계산 가능한 완전한 매듭 불변량 다항식"을 정의하는 것을 들 수 있음.
1. 매듭 이론의 매듭은 현실 매듭 양 끝은 용접한 물건이다
2. 매듭은 3차원 공간에 어떻게 놓여있는 지가 중요하다
3. 부존재의 증명은 수학에서도 까다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