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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베네치아는 왜 자신의 피봉신국을 쳤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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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꽤 복잡합니다. 사실 로마 제국과 베네치아를 위시한 이탈리아 도시국가들 사이가 십자군 전쟁 초기부터 그렇게 좋지는 않았어요. 콤니노스 황조 시기에 알렉시오스 1세가 외교적으로 음험하게 군 적도 있기도 하고, 마누일 대제라고 불리는 마누일 1세가 서유럽 국가들에게 개방적인 태도를 보이자 로마 제국민들이 그런 마누일 1세를 고깝게 보기도 했거든요. 로마 제국민들 입장에서는 황제가 최근에 힘이 강성해졌다고는 하나 여전히 야만스러운 국가들과 친선 관계를 유지한다는 게 별로 보기 좋지는 않았을 거예요. 게다가 안드로니코스 1세가 시민들의 봉기로 말미암아 축출되고 앙겔로스 황조가 개창된 이후로 로마 제국 상태가 영 말이 아니었거든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민속놀이'라 칭해질 정도로 내전과 제위 찬탈이 빈번한 나라였는데, 앙겔로스 황조 시기에 그런 내전이 1204년 콘스탄티노폴리스 함락 및 로마 제국의 일시적 멸망을 불러오는 데 어느 정도 일조했습니다. 결정적으로 베네치아는 로마 제국 등을 위시한 국가들이 진 빚을 돌려받으려는 것에 혈안이 되어 있었는데, 문제는 어떤 분의 말마따나 '채무자가 돈을 안 갚는다고 채무자의 장기를 털어버리는 짓'을 벌였습니다. 4차 십자군이 로마 제국뿐 아니라, 같은 크리스트교 국가인 헝가리도 약탈했거든요. 결국 여러 요인도 있긴 하지만 "돈 문제"라는 게 가장 크게 작용했다고 보면 됩니다. 문제는 약탈의 수준이 도를 넘었단 거였죠. 로마 제국 황제들의 묘소를 털어서 값어치가 있어 보이는 부장품은 금괴로 만들어 본국으로 넘겨버리고, 시신들은 그냥 버렸으니까요. 이런 사태가 서유럽에 알려지자 당대 서유럽인들도 미쳤다고 경악했을 정도로, 4차 십자군은 정말 문제가 많았습니다(이 문제로 20세기 들어와서 교황이 콘스탄티노폴리스 총대주교에게 사죄했죠). 그렇게 로마 제국을 털어버린 결과 베네치아는 일시적으로는 부강해졌습니다만, 장기적으로는 아시다시피 오스만이 지중해를 틀어막은 이후로는 쇠락했고, 대항해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자 완전히 퇴락해버립니다. 게다가 르네상스 말기에 베네치아가 교황과의 동맹을 저버리고 교황을 도와주지 않으면서 란츠크네히트의 로마 약탈("사코 디 로마")을 방관한 전적도 있어요. 이것도 결국 베네치아가 약탈당하지 않을 테니 로마를 도울 이유가 없다는 손익 계산 때문이었는데... 그래서 제가 베네치아 공화국을 별로 좋게 보지 않습니다. 나쁘게 말하면 '돈에 미친 양아치' 국가라서요.
잉여잉여칠면조 | (IP보기클릭)110.9.***.*** | 22.02.08 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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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꽤 복잡합니다. 사실 로마 제국과 베네치아를 위시한 이탈리아 도시국가들 사이가 십자군 전쟁 초기부터 그렇게 좋지는 않았어요. 콤니노스 황조 시기에 알렉시오스 1세가 외교적으로 음험하게 군 적도 있기도 하고, 마누일 대제라고 불리는 마누일 1세가 서유럽 국가들에게 개방적인 태도를 보이자 로마 제국민들이 그런 마누일 1세를 고깝게 보기도 했거든요. 로마 제국민들 입장에서는 황제가 최근에 힘이 강성해졌다고는 하나 여전히 야만스러운 국가들과 친선 관계를 유지한다는 게 별로 보기 좋지는 않았을 거예요. 게다가 안드로니코스 1세가 시민들의 봉기로 말미암아 축출되고 앙겔로스 황조가 개창된 이후로 로마 제국 상태가 영 말이 아니었거든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민속놀이'라 칭해질 정도로 내전과 제위 찬탈이 빈번한 나라였는데, 앙겔로스 황조 시기에 그런 내전이 1204년 콘스탄티노폴리스 함락 및 로마 제국의 일시적 멸망을 불러오는 데 어느 정도 일조했습니다. 결정적으로 베네치아는 로마 제국 등을 위시한 국가들이 진 빚을 돌려받으려는 것에 혈안이 되어 있었는데, 문제는 어떤 분의 말마따나 '채무자가 돈을 안 갚는다고 채무자의 장기를 털어버리는 짓'을 벌였습니다. 4차 십자군이 로마 제국뿐 아니라, 같은 크리스트교 국가인 헝가리도 약탈했거든요. 결국 여러 요인도 있긴 하지만 "돈 문제"라는 게 가장 크게 작용했다고 보면 됩니다. 문제는 약탈의 수준이 도를 넘었단 거였죠. 로마 제국 황제들의 묘소를 털어서 값어치가 있어 보이는 부장품은 금괴로 만들어 본국으로 넘겨버리고, 시신들은 그냥 버렸으니까요. 이런 사태가 서유럽에 알려지자 당대 서유럽인들도 미쳤다고 경악했을 정도로, 4차 십자군은 정말 문제가 많았습니다(이 문제로 20세기 들어와서 교황이 콘스탄티노폴리스 총대주교에게 사죄했죠). 그렇게 로마 제국을 털어버린 결과 베네치아는 일시적으로는 부강해졌습니다만, 장기적으로는 아시다시피 오스만이 지중해를 틀어막은 이후로는 쇠락했고, 대항해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자 완전히 퇴락해버립니다. 게다가 르네상스 말기에 베네치아가 교황과의 동맹을 저버리고 교황을 도와주지 않으면서 란츠크네히트의 로마 약탈("사코 디 로마")을 방관한 전적도 있어요. 이것도 결국 베네치아가 약탈당하지 않을 테니 로마를 도울 이유가 없다는 손익 계산 때문이었는데... 그래서 제가 베네치아 공화국을 별로 좋게 보지 않습니다. 나쁘게 말하면 '돈에 미친 양아치' 국가라서요.

_ 잉여잉여칠면조 | (IP보기클릭)110.9.***.*** | 22.02.08 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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