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애식가입니다.
많이 먹지도, 맛을 알지도 못하지만 그냥 먹는게 좋습니다.
할아버지의 정기검진이 있어 원주에 내려왔습니다.
검사가 끝나고 결과가 나올때까지 시간이 있어 밥을 먹기위해 밖을 나오니 화창한 햇살이 반겨주더군요.
원주는, 제 학창시절을 보낸 곳입니다. 그런만큼 주변에 널린 평범한 한식집은 너무나도 익숙해서 먹기에 꺼려지던 중, 한 가게를 발견했습니다.
비스트로일산? 처음보는 가게였습니다.
바로 옆집이 인테리어 가게였나, 아무튼 먹을것과는 연이 없는 가게여서 크게 주의를 돌리지 않았었군요
낮 1시인데도 저리 그늘이 졌으니 잘 보지 않는다면 놓칠만 하겟더군요
모던하고 감각적인 간판, 귀여운 메뉴판거치대, 빗겨걸친 오픈 시그널
뭔가 제 감성적인 부분을 자극하더군요.
알리오 올리오, 감바스 알 아히요 같은 메뉴를 보면 양식집인거 같습니다.
와인의 분류와 설명을 보면 심도가 꽤나 깊은거 같은데....
중식의 대표주자인 크림새우와 칠리새우가? 거기에 아라비아따와 마라의 퓨전??
바로 들어가 봤습니다.
안은 예상외로 본격적인 한옥이었습니다.
먹고 나와서 가게설명을 봤는데 50년된 한옥이라고하더군요
나름 리모델링과 관리를 깔끔하게 한 느낌이 풍겼습니다.
들어가자 마자 반겨 주는것은 빵이 었습니다.
다른 식당에서 김치나 반찬을 꺼내먹듯, 이 식당은 빵과 곁들여 먹을 것을 셀프 서비스로 열어두었습니다.
빵과 할라피뇨, 발사믹식초와 올라브오일, 그리고 마늘 스프레드
이건 또 처음 보는 조합이었습니다.
내부 데코는 고전적인 한옥에 테이블을 더한 느낌 조명도 차갑지 않고 따뜻한 느낌이 강해서
한옥에서 느낄수 있는 예스런 미학을 더하는 거 같습니다.
자리에 앉자마자 보이는 안내판 입니다
좋은 맛이라... 기대되는군요
저는 트러플버섯크림파스타, 칠리가지, 레모네이드를 시켰습니다.
밥은 그리땡기지 않았거든요
가장 먼저 나온건 레모네이드였습니다.
짐빔 잔에 주는데, 맛이 엄청 시고 진해서 알콜 탄줄알았어요
흔히보는 바삭함이 아닌, 중식 튀김 특유의 쫄깃한 튀김옷이 칠리를 듬뿍 머금었습니다.
맛은 강렬하지만 뒷맛이 남는 중식 특유의 느낌이 아니라
진하지만 담백하고 부드러워 뒷맛이 깔끔한 느낌이 강했습니다.
전 술을 안마셔서 그런지 이게 더 좋더군요
익힌오이, 잎채소,방울토마토와 마늘 플레이크를 위에 얹어 줬습니다. 버섯 특유의 풍미가 얹어진 담백하고 깔끔한 크림파스타라.
이 가게가 내세우는 장점이 바로 깔끔함 인거 같습니다.
양도 엄청 많이주더군요, 이렇게 많이줄줄 알았으면 하나만시키고 밥이랑먹는건데, 진짜 꾸역꾸역 먹었습니다.
끝나고 갈려는데 서비스로 조그만 푸딩을 내어줬습니다.
살면서 푸딩이라고는 편의점 커스터드푸딩밖에 안먹어봐서 궁금했습니다.
맛은 커스타드크림보다는 바닐라아이스크림에 훨씬 가까웠습니다. 식감도 편의점푸딩 보단 훨씬 단단한 편이었구요.
엄청 맛있어서 허겁지겁 먹었습니다. 얼마나 급하게 먹었으면 사진도 안찍었네요
학창시절부터 제가 자주 이용하던 병원의 근처에 이런집이 있었다니.
이걸 알았으면 학창시절이 훨씬 맛있었을텐데 라는 생각이 스쳐지나갔습니다.
이런 집을 발견하게 된 오늘도 참 운 좋은 하루였던거 같습니다.
분위기 좋아 보이네요
뭔가 포근한가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