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사는 마침내, 오랜 시간 왕국을 악몽으로 몰아넣었던 사악한 용과 대면했소!
축성된 망치와 모루로 벼려낸 성검이 햇빛 아래에서 찬연히 빛나고 있었던 바, 그 검으로 용의 심장을 찔러 오랜 여정의 마침표를 찍을 때가 온 것이오!”
수인 마을의 광장에서, 에피카는 하프를 켜며 열정적으로 공연을 하고 있었다. 장장 두 시간에 걸친 이야기의 결말이 임박하자, 광장에 모인 관중들은 모두 눈을 빛내며 에피카의 손짓 하나, 말 한마디도 놓치지 않으려 온 신경을 기울였다.
“날개를 다친 용은 비참하게 바닥을 기며 연신 피를 토해냈지.
모든 것을 불태우는 화염 숨결도, 강철을 손쉽게 갈라버리는 발톱도, 성벽도 너끈히 무너뜨리는 꼬리도, 용을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구원할 수는 없을 듯 보였소.
용의 눈동자에는 비친 성검을 든 용사는, 마치 거대한 낫을 든 사신과도 같아 보였지.”
에피카가 몸을 낮추어 만신창이가 된 용의 흉내를 낸다. 엘리아스 최고의 이야기꾼 답게, 눈 앞에서 그 광경을 직접 보는 것 같은 생생함이 느껴졌다.
“용사는 한 걸음, 한 걸음, 용에게 천천히 다가갔다네. 마침내 그 검이 용의 목줄기에 닿을 즈음이 되자, 용은 공포에 질려 눈물마저 흘리는 지경이었어.”
관중들이 숨을 죽인다. 실감나는 묘사 탓에 짙고 짙은 공포가 그들 사이로 스멀스멀 퍼져나갔다.
“하지만 이게 웬일인가! 용사는 검을 그대로 놓아버렸다네! 그는 심지어 거기에서 멈추지 않고, 아무것도 쥐지 않은 손으로 용을 감싸안고 안심시켰소!”
예상치 못한 전개에 일제히 술렁이는 관객들.
“그래! 용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지! 지금 여러분이 그러하듯 말이오!”
에피카는 관객들을 가리키며 분위기를 잠시 환기시킨 다음 말을 이어나간다.
“용사는 기나긴 싸움 끝에 깨달았던 것이외다! 피를 피로 씻어내는 싸움은 또다른 복수를 불러일으킬 뿐이라고! 그렇기에 그는 용을 끝장내기보다 손을 내밀기를 선택한 것이었소!
용은 용사가 진심임을 깨닫고, 이제껏 저지른 모든 행동을 마음 깊이 후회하고 또 참회하였소! 둘은 나란히 왕국으로 돌아가 더 이상의 싸움은 없을 것이라 모두에게 알렸지.
용은 왕국의 모두에게 일일이 찾아가 진심 어린 사죄를 건넸고, 용사는 그런 용의 곁에서 응원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네.”
더없이 심각했던 분위기가 점차 풀려간다. 용사가 사악한 용을 무찌르는 전형적인 스토리를 기대했으나, 이런 변주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용이 불태운 들판과 숲이 다시 자라나고… 무너진 성벽이 다시 견고하게 쌓아 올려지고… 모두의 상처가 희미하게 아물 때까지는 참으로 오랜 시간이 걸렸소.
하지만 왕국의 모든 신민들은 용이 진정으로 뉘우쳤음을 깨닫고 그를 왕국의 일원으로 받아주었다오.
용은 왕국의 수호룡이 되어, 용사의 손자, 그 손자의 손자, 그 손자의 손자가 주말농장에 갈 때까지 왕국을 부흥시켰지. 그러다 끝내 용이 주말농장에 가게 되었을 때, 왕국의 모든 이는 더없이 슬퍼하며 그를 애도하고 그리워하였다네.
지금도 그 왕국에는 충직한 용이 주말농장에서 왕국을 굽어살피며 지키고 있다는 전설이 내려오고 있소.”
에피카가 고개를 푹 숙이며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그와 동시에 사방에서 박수소리가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에피카! 에피카! 에피카!”
“고맙소! 고맙소, 동무들!”
광장을 가득 채운 모두가 연신 에피카의 이름을 연호하며 박수와 환호를 내지른다. 에피카는 목덜미에 줄줄 흘러내리는 땀을 닦아내며 손을 흔들어 관객의 호응에 답했다.
“에피카! 오늘도 최고다아앗!!”
무대인사를 하던 도중, 에피카는 관객들 사이에 우뚝 솟아있는 교주와 눈이 마주쳤다. 순간 에피카의 미소가 명확히 한층 더 밝아졌음을, 교주를 포함한 그 누구도 알아채지 못하였다.
————————————————
“후우! 오늘 공연도 보람찼구려!”
에피카는 얼굴을 붉히고 비틀대며 자신의 방에 들어섰다. 공연 뒷풀이로 조금 과음을 한 모양이었다.
“괜찮아? 조금 많이 마신 것 같던데.”
교주가 에피카를 부축하며 걱정스레 묻는다. 엉거주춤하게 몸을 숙여 키를 비슷하게 맞춰주는 데에서 교주의 깊은 배려심을 엿볼 수 있었다.
“갠찮소, 갠찮소! 떠도리 이야기꾼이, 딸꾹! 술에 약해서야 대겟소?
자랑은 아니지마안, 이 에피카! 주량으로는, 끄윽! 그! 누구에게도! 지지 아늘 자신이, 잇다오! 히끅!”
혀 꼬부라진 소리로 겨우 답하는 주제에 그런 소리를 해봐야 그다지 안심이 되지 않는다. 아무래도 에피카가 얌전히 잠드는지를 확인하고 떠나야 할 듯 싶어, 교주는 에피카를 침대 위에 뉘이고 바닥에 걸터앉았다.
“흐히히! 교주의 손은 언제 바도 크고 믿음직스럽구려. 손가락 수가 달라서 처으메는 뭔가 이상햇는데, 보다 보니 정이 든 것 같소.”
“오늘 공여늘 하다가 실수 몇 번 햇는데, 혹시 아라차렷소? 어찌어찌 얼버무리긴 했지만 누가 눈치챗을까 걱정이 대는군….”
“슬슬 하프 조유를 해야 하는데 이게 보기보다 소니 많이 가서 벌써 막막하오. 반나저른 꼬박 써야 하는 이리라….”
에피카가 한참 동안 두서없이 이런저런 말을 쏟아낸다. 전형적인 취객의 화법이다.
“별것도 아닌 손을 좋아해주니 고마운걸. 마음대로 만져봐도 괜찮아.”
“엥? 진짜? 평소처럼 완벽하다고만 생각했는데? 실수라고 생각한 사람 아무도 없을걸?”
“내가 뭐 도와줄까? 많은 도움은 못 되어도, 말동무 정도는 해줄 수 있는데.”
교주는 에피카의 말에 적당히 맞장구를 치며 대화를 이어나갔다.
“오늘 공연이 성공적으로 끝난 것은, 모두 교주님 덕분이오! 고맙소!”
에피카가 교주의 손을 잡고 그의 눈을 바라보며 감사를 표했다. 술이 조금 깼는지 혀 풀린 발음도 어느정도 정상으로 돌아와 있었다.
“내가 뭐 한게 있다고. 다 에피카가 잘 해서 그런거지.”
“실은 말이오, 이번 이야기의 모티브가 바로 교주님이었다오.”
“응? 그래? 어떻게 봐도 나랑은 겹치는 부분이 없는 것 같은데.”
교주가 어리둥절하며 되묻는다. 세상을 구한 용사 이야기의 모티브가 자신이라니? 자기가 하는 거라곤 네르가 주는 서류더미에 파묻혀 끝없이 일하는 것 뿐인데 말이다.
“후후, 교주님이 이제껏 이 엘리아스를 구한 것이 몇 번인데 그런 말씀을 하시다니. 겸손한 것도 지나치면 독이라오.”
에피카는 손가락을 까딱이며 교주의 말을 부정했다.
“엘리아스를 멸망의 위기에서 수없이 구하면서도… 불평 한 마디 하지 않고… 그 모든 일의 원흉에게마저도 손을 내밀어주는 교주님의 모습이 항상 인상깊었소.
이야기꾼으로서 이런 좋은 소재를 사용하지 않고는 참을 수가 없었다오.”
에피카가 교주의 손을 양손으로 감싸쥔다. 교주의 손바닥을 겨우 가릴 만큼 크기 차이가 났지만, 따스한 온기만큼은 교주 못지 않았다.
“무릇… 영웅담이란 것이… 후아암… 사람들의 가슴을 뛰게 만드는데… 가장 적합한 이야기 아니겠소….”
에피카는 늘어지게 하품을 하며 나른하게 웃음지었다. 열정적으로 공연한 데에 이어 술까지 잔뜩 마신 탓에 수마가 몰려오고 있는 듯했다.
“좋게 봐줘서 고마워. 슬슬 많이 졸리지? 피곤할 텐데 푹 자. 난 이제 그만 가볼게.
…어, 에피카? 손 좀….”
교주는 에피카가 자는데 방해가 되지 않도록 자리를 뜨려 했으나, 에피카가 교주의 손을 잡고서 놓아주지를 않는다.
“가시기 전에… 내 한가지만 부탁할 것이 있소….
조금 전 번뜩이는 악상이 떠올랐는데, 다음 공연에 쓸 수 있도록… 조금만 도와줄 수 있겠소?”
“음, 뭐 그 정도야. 도와줄 수 있다면 뭐든지… 우왓?!”
허락이 떨어진 순간, 에피카는 교주에게 번개처럼 달려들어 그를 밀어 넘어뜨렸다.
“흐읍, 푸하앗…♡”
교주가 정신을 차릴 틈도 주지 않고, 물 흐르듯 그의 입술을 빼앗는 에피카. 그녀의 작은 체구만큼이나 짧고 앙증맞은 선홍색 혓바닥이 교주의 입 이곳저곳을 찌르고 핥으며 게걸스레 타액을 뒤섞는다. 짙은 알코올 냄새가 교주의 비강을 가득 채워 덩달아 취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베에…♡”
“에, 에피카? 갑자기 무슨….”
에피카가 입을 떼고서는 활짝 벌려 보란듯이 혓바닥을 내보였다. 교주는 당황을 숨기지 못하고 그리 물을 뿐이다.
“실은 말이오. 방금 말한 악상이란 것이… 세계를 구한 영웅과 떠돌이 이야기꾼의 하룻밤 불장난에 관한 이야기라오.
고결한 영웅을 남몰래 사모하는 이야기꾼이 그 마음을 솔직히 전하지 못하고, 술기운을 빌려 막무가내로 영웅을 덮치는 거요. 마음씨 착한 영웅은 차마 이야기꾼의 애끓는 연정을 내치지 못하고 그녀의 몸을 취하지.”
에피카는 교주의 목덜미에 코를 박고 숨을 크게 들이마신다. 땀냄새와 섞인 그의 체향이 썩 마음에 들어 정신없이 그 향기에 취하는 에피카.
“강물에 휩쓸리는 모래와도 같이 덧없이 사라질 하룻밤의 꿈.
하지만 덧없기에 아름답고, 덧없기에 달콤하지. 밤공기를 수놓는 모닥불의 불티처럼, 산들바람에 흩어지는 한 조각의 구름처럼.
두 사람은 밤새도록 하나로 얽혀 뒹굴며 사랑을 나누고, 날이 밝았을 때 이야기꾼은 이미 사라져 영웅만이 지난밤의 달콤한 꿈을 되새기는 것이 이 이야기의 결말이라오.
어떻소, 흥미롭지 않소? …영웅님의 아랫도리는 꽤 관심있어 하는 것 같소만.”
에피카가 연신 입술을 오물대며 교주의 귀와 목을 지분댄다. 그 노골적인 유혹에 결국 교주의 본능은 굴복하고 말았다. 에피카는 자신을 밀어올릴만큼 단단하게 팽창한 교주의 하물을 손으로 쓰다듬으며 야릇한 웃음을 흘렸다.
“영웅이 색을 밝힌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은 아니었구려. 그럼, 날 도와주겠다는 뜻으로 알고 이만 실례하겠소….”
에피카는 교주의 바지춤을 잡고 단숨에 끌어내렸다. 잔뜩 성나 있던 교주의 물건이 불쑥 튀어나오며 짙은 수컷의 냄새를 풍겨대자, 에피카는 암컷의 눈빛을 하고서 군침을 삼키는 것이었다.
“오늘밤… 날 당신의 여인으로 만들어 주시오. 나의 영웅님♡”
그 말을 기점으로, 교주 역시 이성의 끈을 놓아버리고 본능만이 남은 한 마리 짐승이 되었다. 교주는 에피카를 안아올려 침대 위에 뉘인 뒤, 거칠게 키스하며 그녀의 옷 역시 모두 벗겨 실오라기 하나 없는 나신으로 만들었다.
교주는 얼굴을 붉히고 자신을 올려다보는 에피카와 눈을 마주친 뒤, 그대로…
(셰럼이 검열한 내용입니다)
(바리에가 검열한 내용입니다)
교주는 에피카에게 마지막 한 방울까지 정을 토해낸 뒤, 실이 끊어진 인형처럼 그대로 잠이 들고 말았다. 에피카는 땀범벅인 교주의 머리칼을 들추어 그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고서 그를 껴안고 단잠을 청했다. 밖에서 들려오는 풀벌레의 노랫소리가 마치 두 남녀를 축복하는 축가처럼 느껴졌다.
————————————————
“으음….”
둘 중 먼저 깨어난 것은 에피카였다. 그녀는 방 안에 가득찬 야릇한 냄새를 맡고서 어젯밤의 격렬한 정사를 떠올렸다. 그 때의 광경을 떠올리기만 해도 아랫배가 견딜 수 없이 저려와 다시금 얼굴을 붉히고 만다.
‘벌써 아침 해가 뜬 건가…. 교주님이 깨어나기 전에 어서…’
에피카는 교주가 깨어나지 않도록 조심하며 그의 품을 빠져나갔다. 처참하게 박살난 침대의 잔해를 밟지 않도록 주의하며 벗어던진 옷가지로 다가간다.
어젯밤에 술기운을 빌려 선을 넘어버리긴 했지만, 반쯤 억지로 밀어붙였다는 자각이 있는지라 맨정신으로 교주와 마주할 수는 없을 듯 싶다. 어젯밤 이야기했듯, 하룻밤의 달콤한 꿈이라 여기고 잊어버리는 것이 서로를 위해 더 좋을 것이다.
“일어났어? 에피카.”
“히야악!”
주섬주섬 옷을 주워입던 도중 교주가 깨어난다. 깜짝 놀란 에피카는 펄쩍 뛰며 비명을 질렀다.
“아, 아하하! 일어났소, 교주? 옷 입고 나가려던 참이었소! 깨워서 미안하구려!”
에피카는 옷에 억지로 팔다리를 쑤셔넣으며 문 쪽으로 비틀비틀 걸었다. 기왕이면 교주를 깨우지 않은 채로 떠나고 싶었지만, 이미 깨어난 교주를 다시 재울 수는 없는 노릇이었으니.
“그, 그럼 난 이만 가 보겠소! 어젯밤 즐거웠소!”
“에피카, 잠깐만.”
“히끅.”
교주가 침대에서 일어나 에피카의 손목을 잡는다. 적나라하게 드러난 교주의 알몸을 보고 에피카의 온 얼굴이 새빨갛게 물들었다. 분명 어제 그리도 낱낱이 보았는데 왜 이리도 민망스러운지.
“어제 들려준 얘기 말야. 다 좋은데 결말만 조금 수정하자.”
교주는 한쪽 무릎을 꿇어 에피카와 눈높이를 맞춘 채로 말했다.
“그, 그렇소? 어떤 부분이 마음에 들지 않았소? 말해 주면 반영하리다.”
에피카는 민망함을 이기지 못하고 교주의 시선을 피한다.
“영웅과 이야기꾼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영원한 사랑의 맹세를 나누었습니다-라고 고치면 좋겠어. 나는 해피엔딩이 좋거든.”
“...!”
교주의 말에 에피카의 귀가 쫑긋 솟아올랐다.
“교, 교주님? 잠깐… 그 말은….”
에피카의 목소리가 떨려오기 시작했다. 교주의 말에 담긴 의미를 그녀 역시 깨달았기에.
“에피카, 듣고 있노라면 마음이 더없이 편해지는 네 목소리가 좋아.
끝없이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해주는 너의 이야기가 좋아.
가슴을 떨리게 하는 너의 하프 연주도, 무지개를 녹여 만든 것 같은 너의 머리칼도, 은하수가 담겨 있는 듯한 너의 눈동자도, 나는 너무 좋아해.”
교주는 에피카의 손을 감싸쥐고 담담하게 말했다. 서툴고 투박한 진심을 담아.
“에피카는 내가 대단한 영웅이라며 칭송하지만, 진짜로 대단한 것은 내가 아니야. 내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준 수많은 친구들이야말로 칭송받아 마땅한 존재들이지.
그런 영웅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응원해주는 에피카가, 나에게 있어서 가장 위대한 영웅이야.”
“교, 교주…니임…!”
에피카의 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하게 맺히더니 방울방울 흘러내렸다.
“오, 나의 영웅이여. 부디 이 가련한 이방인의 사랑을 받아 주지 않으시겠소?
나의 쓸쓸하고 고된 하루하루를, 그대의 색으로 가득 채워 주지 않으시겠소?
이 드넓은 세상의 끝까지 전해질 영웅담을, 자손대대로 잊혀지지 않을 영웅담을, 나와 함께 그려나가 주지 않으시겠소?”
에피카의 공연을 흉내내어 그녀를 사랑하는 마음을 전하는 교주.
“...어찌… 어찌 거절할 수가 있겠소…. 최고의 짝에 걸맞은 최고의 고백이구려…. 이 기쁜 마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도 알 수가 없소…. 그저, 고맙다는 말 밖에는 할 수가 없겠소….”
에피카는 교주를 힘껏 껴안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앞으로도 쭉, 재미있는 이야기를 잔뜩 들려줘. 하프 연주와 함께 아름다운 노래를 불러줘.
두려움 없이 내일을 맞이할 수 있는 용기를, 망설임 없이 한 걸음 내딛을 수 있는 용기를, 언제나 누구에게든 손을 내밀 수 있는 용기를 내게 전해줘.
내 영웅님께서 그래준다면, 나도 언제까지나 모두의 영웅일 수 있으니까.”
“응… 응…. 물론이오. 언제나 그대를 위해 노래하리다.”
모두의 영웅이자 이방인인 남자는, 누군가의 영웅이자 떠돌이 이야기꾼인 여자를 꼭 껴안았다.
이 드넓은 세상의 끝까지 전해질, 자손대대로 잊혀지지 않을 영웅담의 첫장은 그렇게 시작된 것이었다.
에피카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