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사키는 변장의 명수다.
익히 잘 알려진 얼굴임에도 불구하고 각잡고 변장을 하면 루미 같은 불알친구 정도가 아니고서야 아무도 알아보지 못할 정도.
그 변장을 더욱 완벽하게 만드는건 그 특유의 관찰안과 지성이 겸비된 혼신의 연기 덕분이 크다 할 수 있겠다.
실제로 이번 스토리에서 키키의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라 평상시의 그 쿨한 문주님이 맞냐 싶을 정도로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형식에 구애되지 않고 자신이 연기하는 인물 그 자체에 몰입하는 것.
이것은 메소드 연기라 볼 수 있다.
카구야는 경극부의 부장인 동시에 경극 즉, 무대극의 천재이기도 하다.
그녀가 뛰어난 배우인 것은 맞음 하지만.
체리노는 그 경극에 열광하고 뛰어난 무대극임을 인정하면서도 색다른 예술의 형식에 기인한 것이지
정말로 그 경극의 문구 하나하나가 담고 있는 의미를 이해한 것은 아니었다.
이해할려고 노력은 하였지만
이처럼 경극을 모르는 타인이 보기에는 이해하기가 난해하고 어려운 부분이 있다.
보기엔 멋지지만...
이는 전통과 형식을 중요시하는 카구야에게는 굴욕으로 받아들여졌다.
자신의 경극은 거기에 담긴 전통과 깊이를 이해하는 자가 아니고서야 그 의미가 희석되기 때문이다.
키사키와 카구야는 스토리 상으로도 대립하는 구도이기도 하지만
둘은 각각 무대극의 '배우'로 생각하면
카구야는 전통적이지만 폐쇄적인 경극을 의미하고
키사키는 서구적이고 개방적인 메소드를 의미한다 생각하면 꽤나 그럴싸하다.
실제로 키사키는 산해경을 점진적으로 개방하려드는 입장이고
카구야는 쇄국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으니 말이다. 뭐, 일단은 충신이라서 문주님 말씀이면 따르기야 하겠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