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내가 장교훈육관 근무하다가 중대장이 된 지 얼마 안 되어서 벌어진 일이다. 설 연휴 직후였다.
교육부대였는데, 설 연휴동안에 병 교육생과 부사관 교육생들 모두가 특별외박을 가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대대는 관리할 교육생이 없으므로 연휴동안 당직근무를 세우지 않고, 모든 출입구를 잠그고 당직사령실에 열쇠를 맡기면 되는 일이었다. 그래서 실제로 그렇게 했다.
그런데 연휴가 끝나고 대대장이던 엄** 중령(별명은 2층 악당)님이 나를 질책하는 것이었다.
엄 중령님이 설 때 빈 대대 본부 건물(병 교육생 생활관을 겸하고 있다) 들어와서 씻으려고 물을 트니 온수가 나왔다고 하셨다.
글쎄 그러면서 나보고 나랏돈을 아끼지 않는다고 보일러를 연휴동안 계속 틀어놨냐고 질책하셨다. 더럽게 억울했다.
1만 리터가 넘어가는 거대한 물탱크가 바람이 통하지 않는 지하에 위치해 있고, 거기에 가득찬 온수를 아무도 쓰지 않았기 때문에 보온이 되었던 것인데, 더더군다나 연휴가 다 지나서도 뜨거웠다는 것도 아니고 연휴가 시작되자마자 대체 왜인지는 몰라도 근무일도 아닌데 굳이 잠가놓은 빈 건물에 들어와 씻는 기행을 벌이시고는
'물을 틀었는데 뜨거웠다. 네가 보일러 켜놓고 놀러갔지! 세금 도둑!'이라는데
너무나 억울해서 당시 내가 이공계 인맥들에게 '지하에 보관중인 가로 x, 세로 y, 높이 z인 물탱크에 가득찬 섭씨 70도 온수가 아무도 쓰지 않는 상황에서 자연적으로 보통의 수돗물 온도까지 식으려면 대체 얼마의 시간이 걸리나' 좀 계산해달라고 도움을 구했으나 안타깝게도 도움을 얻지는 못했다.
그런데 그 분은 평소에 '자신은 보일러실에 들어가보지 않아도 대대장실에서 보일러 진동을 느껴서 켜진 것을 알 수 있다'고 하신 적이 있는 분이어서 솔직히 말해 웃겼다.
켜지지도 않은 보일러의 진동을 느끼셨나보지. ㄷㄷ
이외에도 그 분 때문에 마음 고생 정말 많이 했었으나 그건 또 다른 이야기
나 중대장은 대대장에게 실망했다
나 중대장은 대대장에게 실망했다
대대장이 똥령이였네
복무할때 제일 ㅈ같은게 저런 같잖은걸로 트집잡는거였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