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전역할 때까지 근무했던 모 부대의 기지 안에는 주인 모를 개가 돌아다니고 있었어요.
대충 어디어디 자리 잡는지는 제가 알아서 지나다니다가 틈날 때 가서 쓰다듬어주거나 먹을 것을 줘보기도 했어요.
그런데 개가 자주 가는 구역이 본부 건물 주변이어서 제가 개 좋아하는 것이 참모 분들 눈에도 띄곤 했어요. ;
기지 안에는 설비나 영선이나 전기나 이런 일하시는 전직 군인인 재향군인회 분들이 많이 계셨는데요.
개가 그 분들 주간에 대기하는 사무실 방향으로도 자주 갔기에 그쪽 분들도 먹을 거 많이 주시곤 했어요.
아무튼 간에 저는 결국 전역을 했습니다.
그런데 몇 주 후에 부대에서 제게 전화가 왔습니다.
"*대위님 잘 지내십니까? 혹시 개 안 키우시겠습니까? 거 *대위님 계실 때 좋아하고 그랬잖아요?"
인사과에 아는 하사가 전화한 거였는데요.
얘기를 들어 보니 그 즈음에 부대 지휘관 이취임식이 있어서 새 지휘관이 부임했는데, 그 분이 개 키울 사람을 찾으라고 시켰나봅니다. ㅎㄷㄷ
뭐 저는 제 사정상 그럴 여유가 되지 않아서 안 된다고 의사를 밝혔는데 개가 걱정이 되더군요. 그나마 부대 안에서 조용히 살아가기라도 하던 개가 어디 이상한 곳에 가서 학대 받거나 식사가 되지는 않을까 걱정을 했지만 지금은 이미 여러 해가 지나 어떻게 되었을지 모르겠네요.
아무튼 그 개 사진 찍어둔 것이 몇 장 있는데 재향 군인회 분들이 서툴게나마 가위로 털 깎아주고 한 적도 있고 ; 병사들도 좋아하는 부대의 귀염둥이였는데 하는 생각이 나네요.
털 깎은 후
전역하기 전 가장 마지막에 찍은 사진
털 깎기 전
----- 여기부터는 이제 다른 이야기 -----
아직 제가 전역하지 않았던 시절, 볼 일이 있어서 본부로 언덕 올라가면서 중간에 병사 숙소를 지나게 되었는데요.
병사 둘이 저한테 그럽디다. "필승 *대위님, ㄱㅊ이 좀 보십시오. 웃기지 않습니까?"
정확한 말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ㄱㅊ" 부분이 중요한데요. ; 그거 당시 부대 지휘관 이름이었습니다. ;
병사들이 몰래 부대 지휘관 이름을 개한테 붙여서 부르고 있던 거였습니다.
저는 식겁해서 병사들에게 주의를 줬지요. "간부 있는데서는 절대 그렇게 부르지 마라."라고 했는데 얼마나 지켜졌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그 뒤로 지휘관이 한 번 바뀌었다가, 제가 전역하고서 또 바뀐 분이 개 키울 사람을 찾았다는 걸 고려했을 때,
지휘관에 따라 개 이름도 같이 바뀌지는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지난번에도 읽은거 같은데 유게 좀 줄여야겠다
그냥 내가 몇 주만에 다시 올린 건데 우연히 본 것일 뿐임
보통 그럼 이름은 병사들끼리만 공유하는데 간부한테 말하는 똘끼는 뭐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