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90년대 말에 초판 1쇄 분량만 출판되고 이제는 도서관에서도 찾기 어려운 기타카타 겐조의 "삼국지"입니다.
일본에서는 90년대 초에 나와서 이후 창천항로 등 2차물에 영향을 준 걸로 알려져 있지요.
하드보일드 스타일이라고 해서 문체가 다소 건조합니다. 캐릭터들에 완전한 감정이입하는 걸 막는 효과가 있지요.
이 소설의 미덕은 군사작전은 상당히 입체적으로 보여준다는 점, 거리와 병력 수 등의 실제적 감각에 충실하다는 점 등 역사에 충실하려는 면이 있지만 오리지널 캐릭터를 많이 넣는 등 반대인 점도 많습니다.
조조를 미화하는 성향은 제법 많지만 아마도 여포를 미화하는 것은 이 작품이 최초가 아닌지.
하비성에서 농성하는데 그래도 무리하지 않고 방어해내다 배신자에 의해 진궁이 납치되고, 그를 구하기 위해 단기필마로 조조군에 공격해 들어가는데 조조가 공포에 질리는 등... 살려달라 구걸하는 그런 실제의 최후와는 정반대지요.
작중에서 여포와 마초의 비중은 매우 커졌고 둘이 전후반의 정서적인 면을 대변한다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그저 아내가 좋아할 것 같아서, 적토마가 늙어 더 달릴 수 없게 되기 전에 천하를 제패하고 싶다던 여포, 일가족이 다 죽고 마음을 닫아건 채 죽음을 위장하고 산속으로 숨어들어가 평화를 얻는 마초.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노력하는 유비, 제갈량과 의도적으로 비교를 해놓은 것 같습니다.
제갈량의 죽음이 이렇게 가슴 저리게 표현된 건 연의보다 훨씬 뛰어납니다.
사마의의 우주방어에 휘둘리다 힘이 다해 죽은 공명이 아니라, 늘 소수의 병력이지만 사마의를 질질 끌고 다니고 전략적으로 성공을 거두려는 직전에 갑자기 혼자 심장마비를 일으키고, 죽기 전 얼마의 시간에 철수전략, 이후의 대위전략, 후계자 등을 작성한 뒤 쓸쓸히 죽는 모습이 진하게 남지요.
사실 책은 지금 상태 깨끗한 두권만 남아있고 너무 낡아가고 있어서 북스캔 업체에 맡겨 PDF로 바꿔놨습니다.
책값도 중고로 비쌌고 작업비용도 제법 들었지만 보람있습니다.
이제 북스캔대리 합법 됐나요? 예전에 불법이라해서 기존 업체들 다 쓸려나갔었는데
이거 전권 소장하고 있는데 정작 다 보진 못했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