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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떠난 학교라는 장소는 언제보아도 소름끼치도록 조용한곳이다.
아마도 있어야할 것의 부재, 그리고 극도의 어둠이 조성해내는 공포감이 원인일것이다.
3년째 이 학교의 경비를 하고있지만 이 풍경은 좀처럼 적응이 되지않는다, 야간경비말고 주간경비는 없는걸까?
이 순간만은 쓸데없는 의구심이 고개를든다.
휴대용 손전등을 이리저리 흔들어본다. 언뜻언뜻 무언가 보이지만 하얗게 나부끼는것은 커튼이고 바스락거리는 소리가나면 창밖의 나무소리다.
이 정도면 솔직히 귀신이나 도둑이라도 나왔으면 좋겠다는 심정이다.
"이봐요-경비씨-"
"아,오늘은 또 왜?"
익숙한 차가운손이 어깨에 얹어진다.
혈기라고는 하나도 없는 하얀손, 어찌보면 당연한것이다. 시체에는 혈기가 없으니까.
"그래서 오늘은 무슨일 있었길래 그러는건데?"
"그게...솔직히 이제 [부교재]노릇도 못해먹겠어요...!!"
보시다시피 내가 대화를 나누고있는 이 여자는 좀비다. 그리고 이 학교에서 해부학 부교재로 3년째 근무중이다.
긴 생머리에 까맣고 윤기나는 머릿결, 피부도 백옥같아서(물론 시체라서 그런것이지만)꽤나 미인이기 때문에 시체라는게 참으로 안타까운 여성이다.
맨처음 이 학교의 야간 경비를 맡았을때 처음 만났으니 올해로 3년째지만 이름은 아직도 알수없다.
그도 그럴것이 이름을 물어보려해도 본인이 이름을 모른다, 본인 말로는 죽은지 너무 오래되서 잊어버렸다고한다.
그래서 평소에는 편의상 부교재, 부교재씨 교재씨 등으로 부르고있지만 왜인지 본인도 꽤나 마음에 들어하고있다, 신기할 노릇이다.
"왜 그러는데 또? 장기라도 섞어 놓은거야?"
"아니요! 차라리 그런거면 나중에 다시 맞춰놓으면 돼죠!"
"그러면?"
"이 놈들이 마법으로 허파 한쪽을 심장으로 바꿔놨다구요!"
"그러면 지금 심장이 두개인거야?"
그러자 부교재씨는 황당한 눈빛으로 잠시 나를 쳐다보았다.
"장난해요? 당연히 박 선생님 한테가서 고쳐달라그랬죠.."
"음,그럼 다행인거 아닌가..?"
"일단은 그런일을 당한거잖아요!"
시체의 프라이드는 이해할수가없다, 난 사람이다.
장기의 위치를 섞어놓는것과 장기를 다른 부위로 바꾸는것 둘중에 어느것이 심한행위인지 전혀 이해할수없다. 인간인 나로서는 어느 쪽을 택하든
그냥 사망확정이니깐
그렇게 부교재씨와 잡담을 하며 3층을 다돌았을 무렵 언제나의 또 한명이 모습을 드러냈다.
"오! 경비 오늘도 열심이네!"
어두운 풍경에 완벽하게 녹아드는 검은색의 고양이가 노란색의 눈을 빛내며 유쾌하게 물어봤다.
"아,달수씨- 그,뭐냐 오늘 급식실에서 생선은 많이 받았어?"
"에이, 생선은 무슨 오늘은 풀만 잔뜩나왔어! 하여튼 사람은 고기를 먹어야 사는데 말이지!"
잠시 곰곰히 생각해봤다, 뭔가 이상하다.
"달수씨는 고양이잖아."
"사소한거에 따져묻지마! 짜쌰!"
이 성질더러운 검은고양이의 이름은 달수씨, "씨"까지 붙여야 풀네임이라고 본인이 바락바락 우기는 바람에 호칭을 정확히 붙이자면 달수씨씨가 되어버리는 괴상한 이름을 가진 괴팍한 성격의 고양이다.
원래는 학교에 상주하고있던 도둑고양이였지만 2학년 녀석들이 마법장난을 치다 그 불똥에맞고 말을 할수있게된걸 계기로 마초 성격의 이 학교 교장의 취향에 딱 들어맞아 단번에 학교의 마스코트급으로 승격, 남자아이들에게는 달수형님, 여자 아이들에게는 "뭐야 저 고양이 이상해"로 불리워지고도있다.
"아, 맞다! 경비! 그거알아?"
달수씨는 뭔가 신이 난듯했다.
"뭔데 그래요?! 저도 알려줘요! 달수씨씨!"
부교재씨도 달수씨의 이야기에 관심이 쏠린듯했는지, 어느새 내옆에 찰싹 달라붙어서 달수씨의 말에 귀기울이고 있었다.
"좋아,좋아 잠깐만 목좀 풀고 크허 흠 카학! 칵 칵!"
달수씨의 목에서 꽤 커다란 털뭉치가 튀어나왔다, 털뭉치라고 해도 달수씨의 침에절어서 몹시 혐오스러워 보였다.
고양이라면 어쩔수없이 겪는 생리현상이라지만 제발 사람앞에서 갑자기 하지는 말아줬으면 싶다.
"달수씨씨!! 그거 너무 더러워요!!"
"더럽긴 뭐가 더러워! 내눈에는 너네 인간도 더러워!"
"전 인간 아니거든요!"
"그,그런가...?!,아, 아무튼 내말 듣기 싫은거야?!"
부교재씨는 난처한 표정이 되었다.
"에에에?! 아니요 그럴리가요!! 빨리 해주세요!!"
"그래? 그럼 말해주지.."
처음에는 무관심으로 대응하자는 생각이었지만 나도 어느새 관심이 쏠린것일까? 발걸음이 점점 느려지고 달수씨의 말에 귀기울이고있었다.
대체 고양이가 하는 말 따위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니 이게 대체 얼마나 한심한 짓일까?
"그게 말이야..그 박 선생 말이야?"
"박선생님이요?! 저 오늘 고쳐주신?!"
실용 마법과목의 박기태 선생이 오늘의 대화의 메인 소스인듯하다.
"고쳐줬다고?, 뭐 그건 모르겠다만 어쨌든 그 박선생한테 요즘 꽤나 나쁜소문이 돌고있다나봐"
"나,나쁜 소문이요..?"
"그래, 나쁜소문! 듣자하니까 그 선생이 마법의 실패한 결과물을 학교안에 몰래 숨겨놨다는거야?"
"실패한 결과물...이요?"
고양이의 얼굴인지라 표정은 알아볼수없지만 달수씨는 일단은 심각한 분위기를 잡아보려는것 처럼 눈을 약간 가늘게떳다.
"자기 죽은 애인을 되살리려고 했다나봐, 물론 실패해서 괴물이 된채로 이 학교 어딘가에 숨겨져있고 말이야..!!"
"괴,괴물이요....?!"
부교재씨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본인도 좀비면서 무서운 이야기나 괴담에 약한것도 부교재씨의 재미난점이다. 물론 이걸로 놀려먹은적은 이미
한 두번이 아니다.
"음, 그런데 달수씨."
"내가 존칭을 붙이라고 했지! 이 골빈놈아!"
달수씨는 존칭을 달지않았다고 불같이 화를 냈다, 처음에 불렀을때도 분명 존칭은 붙이지않았을텐데 역시 아무리 아저씨 같아도 고양이의 기억력인걸까? 아니면 이게 평균적인 아저씨들의 기억력인걸까?
"존칭 붙여야해? 달수씨? 달수씨씨 라고 하면 뭔가 이상하지않아?"
"넌 어른을 공경하라는 말도 못들었냐! 이 못배운 녀석아!!"
아무리 내가 못배웠다고 한들 과연 고양이만큼 못배웠을까? 아,물론 고양이에게도 고양이만의 전문 교육기관이라도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말이다. 그래도 일단은 달수씨의 비위를 맞춰주는것이 중요하기때문에 존칭을 붙이기로했다.
"그럼 달수씨씨, 그 애인이라는 사람 이름은 뭐야?"
"그...뭐였더라...아마 메리였을꺼다..!"
달수씨는 말해놓고서도 기억이 애매한지 눈을 더욱 가늘게떴다. 샛노란눈이 이제 초승달처럼 보였다.
부교재씨는 이걸듣고 호기심이 공포심을 압도한것인지 눈물을 그치고 어느새 다시 눈을 똘망똘망하게 빛내고있었다.
"ㄱ,그럼 박선생님 외국인이랑 사귀고있었던 거에요...?!"
부교재씨의 혈기없는 볼이 더욱더 하얗게 질렸다. 뭐랄까 살짝 흐릿하게 보였다. 아마 얼굴을 발그레하게 붉히는것의 대신인걸까?
좀비의 세계는 알면 알수록 모르는것 투성이다.
"흠, 그런거겠지 아마!"
달수씨는 자신감에 넘치는듯한 동작으로 혀로 털을 정리했다. 물론 이게 자신감의 표현인지는 모르겠으나 아마도 말투가 자신감에 넘쳤으니
자신감이라고 해석하겠다.
"어쨌든 기대했는데 별것도아니네 달수씨"
"너 임마! 내가 존칭 붙이라고했지 임마!!"
달수씨가 바락바락 달려들며 바지를 할퀴려고했다.
"보통은 사람은 고양이한테 존칭안써 달수씨."
"너 이자식!! 어른을 놀려!!"
물론 고양이의 나이를 인간의 나이로 대입해본다면 달수씨는 아저씨정도의 나이다. 그렇지만 현실은 달수씨는 3살 난 26살이다. 삶에대한 경험은 내가 압도적으로 많다고 보증할수있다.
"그런데 달수씨도 나보다 어리지않아?"
"뭐! 임마! 내가 사람이었으면...!!!"
그때였다.
"꺄아아아아아아아아!!"
가만히 있던 부교재씨가 갑자기 비명을 질렀다.
부교재씨는 복도 저편을 가리키며 손을 부들부들 떨고있었다.
"뭐,뭐야..? 교재씨? 뭐..,뭘 본건데?"
"저...저...저기...!!!"
부교재씨가 가리킨 곳을 재빨리 라이트로 비춰보자 무언가 시꺼먼 물체가 재빨리 복도 끝으로 사라졌다.
저게 뭘까? 뛰어간것으로 보아서 생물임은 틀림없고..설마 저게 바로 그 "메리" 인건가...?
"저,저게 메리인거 아니에요? 경비씨?!"
"진정해요...일단...경비실에 갑시다, 거기에 cctv가 있으니까 방금 그게 어디로 숨었는지 알수있을거에요...!!"
메리인지 무엇인지 알수없는 생물의 정체를 밝히기위해 우리는 경비실로 향했다.
오오... 재밌어요.
은근히 재밌네요. 소재도 참신하고 캐릭터들도 개성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