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파랑살별 입니다.
땟쿵 -> 밤별자리 -> 파랑살별을 끝으로 별명을 정했네요.
모자란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늘을 올려다보는 일은 이제 그만두거라.”
고개를 숙여 책을 읽고 있던 나를 향해 선생님이 말을 날렸다. 이런 일은 전에도 자주 있었지만, 이렇게 직설적으로 다가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어째서죠?”
“그건, 네가 하는 행동이 앞으로 네 미래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기 때문이지.”
“그걸 선생님이 어떻게 아시는 겁니까? 무엇을 보고 그런 판단을 내리시는 겁니까?”
“이 시대에 하늘을 보는 일 만큼 멍청한 짓이 없다는 것을 너도 알고 있지 않나?”
“단언컨대 저는 단 한 번도, 하늘의 별을 올려다보는 것을 멍청하다고 생각한 적이 없습니다. 그 생각은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거고요.”
“나는 그저 너를 위해서 충고를 해주는 것뿐이다. 내 제자가 어리석은 짓은 하지 말았으면 하거든.”
무어라 더 말할까 고민하다가 어차피 결과를 알고 있었기에 그만 두기로 했다. 선생님은 여전히 예의주시 하는듯한 눈빛으로 자리를 떠나갔다. 주변 친구들은 모두 나를 쳐다보고 있다가 내가 고개를 들자 모두 시선을 피했다. 늘 있는 일이라 크게 개의치 않지만 기분이 좋은 것은 아니다. 언제부턴가 세상은 하늘을 올려다보는 일을 그만두었다.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하늘을 올려다본다. 그곳엔 하얀 빛을 뽐내며 누군가를 기다리는 그네가 있기 때문이다.
언젠가 부모님에게 그네에 대해 물어본 적이 있다. 그네는 부모님이 태어나기도 전부터 줄곧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고 하는데, 많은 사람들이 그 그네에 오르려다 다치거나 죽었다고 한다. 그 후로 그네는 거짓된 희망의 상징이라 여겨지며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다시는 그네에 오르려는 시도를 하는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나는 그네에 더 관심이 생겼다. 원래 밤하늘에 떠 있는 별을 보는 것을 좋아했지만, 그네는 더욱 흥미로운 대상이었다.
한 가지 의문점이 있다. 그 시절 사람들은 어째서 그네를 희망의 상징이라 여겼던 걸까? 어째서 그네에 오르는 것이 그들의 희망이라 생각한 걸까? 궁금했지만 물어볼 곳이 없었다. 요즘 세상에 그런 걸 묻고 다니다가는 몰매를 맞기 십상이다. 하늘에 대해, 저 먼 곳에 있는 것에 대해 알고 싶으면 스스로 해결해야만 한다. 그때 도서관은 나에게 일말의 희망을 가져다주었다. 나는 그곳에서 그네에 대한 조금 더 많은 정보를 얻는 쾌거를 이뤘다.
첫째로 하늘에 있는 그네는 하늘 그네라고 불린다. 둘째, 하늘 그네는 그 기원이 분명하지 않다. 다만 기록에 따르면 아주 혼란스러운 시기에 갑자기 나타났다고 한다. 셋째, 하늘 그네는 낮에는 그 모습을 볼 수가 없다. 무슨 영문인지 모르겠지만 오직 해가 지고 밤이 되어야만 그 모습을 두 눈에 새길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하늘 그네는 사람들을 저 먼 곳으로 인도해 준다고 한다. 앞에 있는 세 기록에 비해 이 기록은 불명확한 정보다.
하늘 그네가 나타나던 날 어느 노인이 말하길 하늘 그네는 사람들을 더욱 멀고 기이한 곳으로 그들을 인도한다고 말한 것이 지금까지 소문처럼 퍼져 이 책에 기록된 것이다. 그래서인지 책에서도 주의를 요하고 있다. 이 대목에서 가장 중요한 혼란스러운 시기에 대한 기록은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가 없었다. 어째서일까? 그 시기를 제외한 대부분의 역사는 모두 빠짐없이 기록되어 있다. 그러나 혼란스러운 시기에 대한 기록은 그렇지 못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기록에 남길 수도 없을 정도로 혼란스러운 시기는 생각보다 더 끔찍한 시기였을지도 모른다. 또 다른 생각으로는 그 시기에 나타난 하늘 그네라는 거짓 희망을 숨기기 위해 그러한 짓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이유는 알 수 없다. 그저 추측만 있을 뿐. 아무도 이에 대해 말해주지 않는다. 학교에서도 이 시기는 그저 혼란스러웠다는 것만 알려줄 뿐, 아무것도 가르쳐 주지 않는다. 그들은 어째서 인지 그때의 기억을 숨기고 있다.
하지만 아무도 이에 대해 의문을 제시하지 않는다. 이미 시도해 봤지만 내 의견은 처참히 묵살 당했다. 다른 친구들도 그런 나를 비웃었다. 예전에 한 명, 내 의견에 동의하고 나와 친하게 지내던 친구가 있었다. 하지만 그 친구는 얼마 지나지 않아 나와 어울린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친구들에게 협박을 받게 되고 어쩔 수 없이 나를 떠나갔다. 난 그 친구를 원망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친구를 위해 알아내고 싶을 뿐이다. 저 하늘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하늘 그네를.
어둑한 골목길을 지나가다 누군가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뒤를 돌아 봤을 때 허름한 복장을 한 노인이 이리로 오라는 손짓을 보내고 있었다.
“당신은 누구시죠?”
“자네 하늘 그네에 대해 조사하고 있지 않은가?”
“그걸 어떻게?”
“요즘 이 마을에서 자네를 모르는 사람이 없다네. 모두가 자네를 예의 주시하고 있지.”
“그들은 어째서 그런 불쾌한 짓을 한다는 겁니까? 제가 죄라도 짓는단 말입니까?”
“그들의 입장에서 보자면 자네는 명백히 죄를 짓고 있는 걸세. 하늘을 올려다보는 것이 이 시대에 얼마나 죄악인지를 알고 있을 테지?”
“저는 이해할 수 없습니다. 드넓은 하늘을 본다는 것이 어째서 죄인지 여전히 의문입니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 일세. 혹시 자네만 괜찮다면 나를 따라오지 않겠는가?”
무슨 영문인지 나는 자연스레 노인을 따라 어둑한 골목길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최대한 빠르게 사람들 눈에 띠지 않는 길을 지나 작은 언덕을 올랐다. 노인은 어디서 났는지 모를 돗자리를 깔고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나도 그를 따라 바닥에 앉아 그가 말하기를 기다렸다.
“자네는 어째서 하늘을 보는가?”
“알고 싶기 때문입니다. 당신도 알고 있지요? 하늘 그네를.”
“물론 잘 알고 있지.”
“저는 그것이 궁금합니다. 그것의 기원과, 그것의 이유가. 하지만 사람들은 이런 호기심을 거부합니다. 그럼에도 저는 저것이 알고 싶습니다.”
“나도 한때는 저 그네를 탐구했네. 하지만 그네는 아무런 대답도 주지 않았지.”
“애초에 그네는 대답을 줄 수 없지 않습니까?”
“바로 그걸세. 나는 방향을 잘못 잡았었네. 내가 자네를 여기로 데려온 것은 자네가 나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았으면 해서 그랬네. 하늘 그네는 아무리 불러도 답하지 않고, 아무런 흔적도 내어주지 않는다네. 저것은 그저 기다리네. 누군가 자신을 찾아오기를. 하지만 저것에 닿는 것조차 힘든 것이 현실이지.”
노인은 이번엔 낡은 망원경을 꺼내어 나에게 주었다.
“하지만 굳이 닿을 필요는 없다네. 멀리서도 하늘 그네를 탐구하고 음미 할 수 있지.”
“그것은 저도 뼈저리게 느끼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 정도로 만족 할 수 없습니다. 저와 같이 하늘을 보았던 당신이라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 않습니까?”
“자네와 나는 어딘가 통하는 것 같군. 자네의 말대로 나 또한 그 정도로 만족하지 않았네. 망원경 너머로 보이는 그네를 음미하는 것은 즐겁긴 했지만 부족했네. 좀 더 가까이 그것에 다가가고 싶었네. 하지만 한 동안 방법을 찾지 못했지. 과거의 기록은 마치 조작이라도 한 듯 모두 지워지고 사람들은 지금과 마찬가지로 거부했네.”
“혹시 기록되어 있는 혼란스러운 시기에 대해 아는 것이 있습니까? 그것에 대해 알아보려 했지만 어디서도 발견 할 수 없었습니다.”
“그 기록은 조직적으로 은폐되고 폐기 되었네. 지금 그 기록을 찾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 한 일이지.”
“그걸 어떻게 아는 겁니까?”
“내가 그 작업에 몸담고 있었기 때문이네.”
도대체 이게 무슨 말인가? 알 수 없는 복잡한 감정이 머릿속을 지배했다.
“믿기지 않을 테지. 하지만 사실이라네. 나는 실제로 그 작업에 참여 했고 기록을 세상에서 완전히 폐기시켰네. 그러나 그 일부는 여전히 내 머릿속에 두고 있지.”
“그렇다면 그 혼란스러운 시기에 대해 알려 줄 수 있습니까?”
“자네라면 얼마든지 알려주도록 하지.”
노인은 잠시 숨을 고르고 다시 말을 이어갔다.
“그 시기는 한 마디로 혼란스러웠지. 인간에게 닥칠 수 있는 재앙이란 재앙은 모두 밀려왔다네. 전쟁, 질병, 재해 모두가 한 번에 일어나 세상을 덮쳤고, 인간은 나락으로 빠져 들었네.”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한 거죠?”
“그걸 설명 할 수 있다면 오직 신만이 가능하겠지. 나도 직접 경험한 일이 아니기에 그것에 대해 무어라 말하지 못하는 것을 이해해 주게나. 아무튼 나는 그 기록을 순수히 받아들이지 않았네. 의심을 품었지. 함께 작업을 하던 동료들은 그런 나를 경멸했지. 제국의 기록자를 의심하는 것은 엄청난 이단 행위였기에 나는 사형을 당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다네. 다행히도 동료들은 나를 고발하지는 않았네. 그러나 작업이 끝난 뒤 난 그들과 의절 할 수밖에 없었지.”
“그래서 무엇을 알아내셨습니까? 기록은 정말로 조작되어 있었던 겁니까?”
“확실치는 않지만 정황상 그렇다고 보았네. 기록에 따르면 혼란스러운 시기가 끝나갈 무렵 난데없이 하늘 그네가 등장했네. 사람들은 그것을 보고 공포와 경외심을 느꼈네. 황제는 그것을 신의 선물이라 칭하고 숭배했네. 사람들도 황제를 따라 하늘 그네를 숭배했지. 하늘 그네는 나락으로 떨어진 인간이 다시 한 번 모일 수 있도록 해주었네. 그 시기에 사람들은 무엇이든 희망이란 것을 붙잡고 싶어 했겠지.”
“그런데 어째서 사람들은 하늘 그네를 저버린 것입니까?”
“그것이 헛된 희망이라는 것을 깨닫는데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네. 사람들은 의심을 품었네. 하늘 그네를 숭배하고 있던 자신과 황제를 의심했고, 결국 그것은 제국의 멸망으로 이어졌지.”
“반란입니까?”
“그렇다기 보다는 몰락이었네. 애초에 하늘 그네는 희망이 아니었네. 그것은 그저 그곳에 존재하고 있었을 뿐이네. 그것을 보고 희망이라 칭한 건 다름 아닌 사람들이었지. 스스로 만든 희망에 절망하여 그들은 몰락했네. 그로인해 또 다른 암울한 시기가 도래했고, 인류는 퇴화했네. 그 뒤로 하늘을 올려다보고 음미하는 것은 금기시 되다시피 했지. 그리고 오늘날 그것은 결국 죄악이 되었네.”
“한 가지 의문이 있습니다. 어째서 지금을 살고 있는 우리가 그 죄악을 업보로 지고 있어야 하는 것입니까? 몇 번을 생각해 보아도 이해할 수 없군요.”
노인은 지그시 눈을 감으며 말문을 열었다.
“그렇지, 하늘을 올려다보는 것을 죄악으로 정한 것은 그들이지. 그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네. 나 또한 방관자였다는 것을 부정하지 않겠네. 그렇기에 나는 자네를 도우고 싶다네. 기록에 적혀 있지 않은 사실을 하나 알려주겠네. 자네는 아마 하늘 그네에 오른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알고 있을 걸세. 그렇지 않은가?”
“그건 그렇습니다. 저는 부모님에게서 그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단언컨대 그것은 사실이 아니네. 딱 한 명, 그네에 오른 사람이 있었네. 나는 그것을 직접 내 두 눈으로 목격했지. 그날의 기억은 여전히 생생하다네.”
“그게 도대체 누구 입니까?”
“부자도, 영웅도, 정치인도 아닌 아주 평범한 소녀였다네.”
“소녀?”
“그렇다네. 그날은 유독 달이 밝고 유성우가 빗발치는 밤이었지. 나는 지금과 같이 이 언덕에 앉아 하늘에서 떨어지는 유성우를 멍하니 보고 있었네. 나는 그 소녀가 어느새 옆으로 와 있는 것조차 알지 못했지. 소녀는 나에게 말을 걸어왔네. 소녀는 하늘 그네가 자신을 어디로 인도할지 궁금했네. 나는 대답할 수 없었네. 모르는 것을 함부로 내 뱉는 행위로 인해 소녀를 상처 입힐 거라 생각했네. 소녀는 마치 내 마음을 읽었다는 것처럼 싱긋 미소를 짓더니 곧바로 하늘 그네로 날아올랐네.”
“믿을 수가 없군요.”
“나도 마찬가지네. 그때 나는 정말로 귀신에 홀린 줄 알았네. 하지만 그것은 거부 할 수 없는 사실 이었고 이내 받아 들였네. 그네에 오른 소녀는 즐겁게 그네를 탔네. 그리고는 그네가 인도하는 곳으로 사라져 버렸지.”
“그게 무슨 말입니까? 사라지다니요?”
“정말이네. 소녀는 사라졌네. 그 후 어디서도 소녀를 볼 수 없었네. 수소문도 해보았지만 그 소녀를 아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네.”
“그렇다면 소녀는 하늘 그네를 타고 어딘가 다른 곳으로 가버렸다는 것입니까?”
“그네가 인도하는 곳으로 갔겠지. 나는 그렇게 믿고 있네. 유일하게 그 소녀만이 희망을 타고 먼 곳으로 떠난 것이지.”
노인의 말이 정말 사실이라면 가능성이 남아 있다. 하늘 그네는 헛된 희망이 아니라 정말로 희망이 될 수도 있다.
“솔직히 말해서 당신의 말을 모두 믿지는 못하겠습니다. 하지만 소녀가 간 그 길을 저도 걷고 싶어지는군요.”
“자네는 가능할걸세. 자네라면 비단 그 길을 가는 것뿐만 아니라 좀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을게야.”
“이야기를 들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만남은 즐거웠네. 나는 이만 물러나 자네가 원하는 것에 닿기를 기도하겠네.”
그 말을 남기고 노인은 사라졌다. 그가 머물던 자리에는 허름한 돗자리와 그의 망원경만이 남아있었다. 나는 여전히 자리에 앉아 망원경을 들어 하늘 그네를 들여다봤다. 여전히 그곳에 있으며, 여전히 하얗게 빛나고 있었다. 한 가지 달라진 점은 망원경을 통해 하늘 그네를 더욱 깊이 음미 할 수 있게 되었다. 노인에게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수업을 받던 도중 교실로 누군가 찾아 왔다. 그들은 곧잘 나에게로 다가와 여러 가지를 캐물었다.
“언제까지 그런 바보 같은 짓을 할 텐가? 당장 그만두게.”
“이건 다 자네를 위한 일이네. 그러니 맹세하게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이건 경고야! 어서 사과를 빌고 정상적인 세상으로 돌아오게.”
행색으로 보아 이들은 기관에서 나온 자들이었다. 나를 회개시키려고 온 것이 분명했다. 허나 나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아니, 그럴 필요가 없었다. 나에게서 신은 이미 떠났다. 정확히 말하자면 애초에 오지도 않았다. 나에게 신은 하늘이요 우주다. 누구도 그것을 대신 할 수 없다. 설령 법에 심판을 받아 마땅한 행위라도 그것을 포기할 이유는 없었다. 나의 행동에 불쾌감을 느낀 그들은 저주를 퍼부으며 교실을 떠났다.
선생님과 친구들은 그런 나를 보며 걱정과 경멸의 눈초리를 동시에 보내왔다. 신경 쓰지 않는다.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 하늘 그네가 기다리고 있기에 더딤은 사치이다. 그날 밤 망원경을 들고 다시 언덕을 올랐다. 언덕위엔 아무도 없었다. 풀과 나무와 구름과 달과 별과 하늘만이 나와 마주하고 있다. 어느 때 보다 기분이 좋다. 내 생에 이보다 좋았던 적이 없다. 망원경을 들어 하늘 그네를 본다. 그것은 그곳에 있다. 언제고 그곳에 있을 것이다. 그런 생각이 든다.
아마도 그들이 나를 잡으러 올 것이다. 나를 본보기로 삼아 다시는 하늘을 올려다보는 것을 못하도록 할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런 그들에게 협력할 생각이 없다. 저 높은 하늘에서 유성우가 떨어진다. 그날 소녀도 이와 같은 광경을 보았을까? 소녀의 모습을 본적도, 소녀의 목소리를 들은 적도 없지만 은연중에 우리 둘 사이에 동질감과 같은 것이 느껴진다. 숨을 크게 들이쉬고 손에 쥔 망원경을 하늘 높이 던졌다.
망원경은 끝없이 올라갔고 나를 끌어 당겼다. 마침내 망원경은 하늘 그네에 닿았고 나는 그리로 올라섰다. 드디어 하늘에 섰다. 그토록 갈망하고 원하던 하늘에서서 반짝이는 별들을 보고 있다. 나는 여기 있고, 하늘 그네와 함께였다. 망원경을 들어 저 먼 곳을 응시했다. 그러자 그네가 움직이고 그것에 몸을 맡겼다.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지상에서 보던 것과는 사뭇 달랐다. 그러나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들이 하늘과 우주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 사실이었다.
망원경 너머 상이 보인다. 저곳이 내가 가야할 곳임을 알 수 있었다. 다시 한 번 망원경을 던져 그곳으로 가는 길을 열었다. 하늘 그네가 높이 오를 때 나는 잡고 있던 줄을 놓아 저 먼 곳으로 날아올랐다. 이것은 더 이상 헛된 희망이 아니었으며, 희망도 아니었다. 나는 그 자체로써 이곳을 지나고 있다. 한 줄기 섬광이 나를 관통하고 지상에 닫자 그네는 멈추었고 모습을 감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