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other side----
서로 의식하는 남녀가 술에 취한 채 밀실에 단 둘이 남겨졌다. 어떤 일이 일어날까?
H는 약간의 기대를 가지고 I의 자취방에 귀를 붙이고 소리를 들었다. 살이 부딪히는 소리, 액체가 찔꺽거리는 소리, 남녀의 신음소리……같은 건 안 들렸다. 그냥 아무런 소리도 안 들렸다. 아무도 없는 것처럼.
H는 의아해하며 문을 열었다.
자취방에는 아무도 없는 것은 아니었다. I가 땅에 널브러져서 자고 있었다. 술상은 H가 떠나기 전 그대로. R은……보이지 않았다.
H는 짐을 내려놓고 화장실 문을 두드렸다.
“R?”
대답이 없었다. 그래서 문을 열었다. 화장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얘는 어디 갔데?”
H는 자취방을 둘러보고 한 가지를 깨달았다. R의 짐이 없었다. H는 영문을 알 수 없었다. 평소라면 집에 가더라도 H가 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집에 간다고 말을 하고 갔을 R이다. 심지어 H가 술을 사러 간다고 했을 때 아이스크림을 사오라고 말했었다. 그런데 아무 말도 없이 짐을 챙기고 집에 가다니.
무슨 일이 있었던 게 분명하다.
“I. I. I.”
H는 자고 있는 I를 깨웠다.
“으으으으응. 왜애?”
한참을 흔들고 나서야 간신히 일어나는 것을 보니 꽤 깊게 잠든 것 같았다.
“R은?”
“내 옆에.”
“없어.”
“없어?”
“응.”
“화장실 갔나보지.”
보아하니 I가 잠든 사이에 나간 것 같다. 그 전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추궁해도 I의 상태를 보니 제대로 된 경위를 듣기까지 오래 걸릴 것 같다.
H는 I의 몸에서 얼굴을 묻고 냄새를 맡았다. R의 냄새가 났다. 단순히 같은 방에 있어서 스며든 냄새가 아니라 몸을 부대낀 것처럼 진한 냄새가 났다. 그리고 옛날에 맡은 적이 있는 냄새. 애액 냄새. 희미하지만 그 냄새가 났다. 정액냄새도 났다. 하지만 이 역시 희미한 것을 보면 정사까지 간 것은 아닐 것이다.
H의 가슴이 두근거렸다. 성욕으로 인한 것도 있었지만 R의 이상행동으로 인한 불안함을 느껴서이기도 했다. 오늘 R이 자신을 대하는 태도가 이상했다. 기피하는 듯 한 태도. 그냥 ‘부끄러우니까 그런 거겠지.’라고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는데 지금 상황을 보니 그것보다 더 큰 이유가 있는 것 같았다.
H는 폰으로 R의 폰에 전화를 걸었다.
신호는 간다. ……그러나 받지는 않는다. 안 받는 걸까? 못 받는 걸까?
H는 생각했다. 자신이 자리를 비운 시간은 20분 정도.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고 R은 자신의 짐을 챙기고 떠났다. 여기서 지하철역까지는 도보로 8분 정도. 지금 따라가면 따라잡을 수 있었다.
H는 재빨리 신발을 신었다. H가 I의 자취방 문을 열고 나가기 직전 그녀는 몸을 돌려 자신이 사온 물건 중에서 아이스크림이 든 봉지를 들고 밖으로 뛰쳐나갔다.
“R!”
R은 자신을 부르는 소리를 들었다. 그러나 못들은 척 지하철역 계단을 내려갔다. 그러나 이런 게 통할 상대는 아니다.
“R.”
계단을 뛰어내려가 먼저 바닥에 도착하여 R을 올려다보는 H. I의 자취방에서 쉬지 않고 뛰어왔음에도 불구하고 헐떡임이나 땀 같은 건 없었다.
R은 입술 안쪽을 깨물었다. 쫓아올 줄 알았다면 뛰어서 지하철역까지 오는 거였는데. 아니. H는 그랬다면 집까지 쫓아올 성격이다.
“이거는 먹고 가야지.”
H는 손에 들고 있던 것을 들어보였다. 아이스크림이다. R이 술에 취하면 언제나 찾는.
R은 고민했다. 어쩔까? 무시하고 그냥 갈까? 아니면 이야기를 할까? H는 무시하면 붙잡아서라도 자기 궁금증을 풀 성격이다. 하지만 이야기는 하기 싫다. 어쩌지?
H는 다시 계단을 올라와 R의 앞에 섰다. H는 고민하느라 굳어있는 R의 손을 잡고 아이스크림을 쥐어주며 말했다.
“미안해.”
H는 사과했다. R은 H를 바라보았다.
“정말로 미안해. 내가 뭘 잘못했는지는 모르겠지만……미안해. 내 성격 알잖아. 뭔가 저지르면 앞뒤 안 가리고 해버리는 거. 이런 성격이라서 I가 나에게 화냈고, 이런 성격이라서 욕도 많이 먹어. 그치만……”
H는 평소에는 뾰족하게 서 있는 귀를 꺾고 눈물을 글썽이고 있었다.
R이 제일 먼저 떠올린 단어는 ‘악어의 눈물’이었다. 그것을 통해 R은 자신이 얼마나 H를 불신하는지 통감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R이 I에게 마음이 있다는 것을 H에게 들킨 이후 보여 주었던 H의 모략가적 모습. 그때의 언행을 고려해보면 H가 거짓눈물로 호소하는 것은 일도 아닐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R은 H가 철저한 기분파라는 것을 친구가 된 이래로 옆에서 지켜보아서 알고 있었다. 평소에도 쉽게 감정을 드러내고 고집도 세서 I를 통해서 들은 이야기지만 신입생 때 OT에서 똥군기를 잡으려는 선배들과 싸웠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평소에는 쉽게 감정을 드러내면서 모략가처럼 행동할 때는 철저하게 모략가로 행동하는 종잡을 수 없는 인물이 눈물을 보이며 사과한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H가 간절하게 말했다.
“네가 아무 말도 안 해줬는걸. 그래서 너도 좋아하는 줄 알았어. 이런 식으로 이유도 모른 채로 내가 좋아하는 친구가 날 싫어하는 거 싫어. 여기까지 달려오면서 생각해봤어. 짐작 가는 거 있어. 내가 고압적으로 굴기도 했는걸. 그치만 네가 날 싫어하니 그걸로 끝. 이러는 건 싫어. 부탁할게. 말해줘. 고칠게. 응? 제발.”
그리고 R은 깨달았다. 자신도 잘못이 있다는 것을. H의 이상성욕에 대한 혐오와 친구의 연인을 유혹한다는 죄책감, 연모하는 이의 연인인 친구에 대한 질투, 연모하는 이와 이어질 지도 모른다는 기대 등.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드러내지 않고 그저 H의 계획에 협조만 했다. 제대로 자신을 표현하지 않았으면서 상대가 알아주길 원하고 있었다.
심지어 자신은 인사불성, 제대로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I에게도 제대로 고백하지 못하지 않았던가.
세 사람의 관계가 이상해졌다고 한탄하면서 그것을 어떻게든 해볼 노력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이라면 완전히 옛날처럼 돌아가지는 못 할지라도 어느 정도 수습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어쩌면 이게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
R은 드디어 입을 열었다.
“H.”
“응.”
“나 솔직히 지금 네가 거짓으로 눈물 흘리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의심하고 있어.”
“아니야!”
H는 버럭 소리쳤다. 주위 사람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역사에 쩌렁쩌렁하게 울릴 정도로. 바로 앞에 있던 R은 갑작스러운 고함에 놀라 몸을 굳혔다.
“안 그래! 미안해! 용서해줘! 응? 어떻게 할까? 응? 어떻게 하면 용서해줄래? 어떻게 해야 믿어줄래? 응? 제발 말해줘. 무릎 꿇을까?”
H는 계단 위에 급하게 무릎을 꿇었다. 무릎을 꿇을 때 난 소리를 들어보면 상당히 고통스러울 게 분명했지만 H는 내색하지 않았다.
두 여자의 기이한 모습과 고함소리에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H는 그것을 신경 쓰지 않았지만 R은 얼굴을 붉히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이런 곳에선 사소한 이야기도 못 나눌 것이다.
R은 H의 손을 잡아 일으켜 세웠다.
“일어나. 여기 말고 다른 데서 이야기하자. 빨리.”
두 사람은 사람들을 피하기 위해 지하철역을 벗어났다.
지하철역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놀이터. R과 H는 놀이터 벤치에 앉아 숨을 돌렸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숨을 돌린 건 R만이었다. H는.
“멍들었어.”
바지를 걷어 계단에 무릎을 꿇으면서 새로 생긴 멍을 살펴보고 있었다. R은 헐떡이면서 H의 상처를 곁눈질로 살펴보다가 자신이 들고 있던 아이스크림을 H의 상처에 갖다 대었다.
“차가워.”
R은 헐떡이느라 ‘참아’라는 짧은 말도 하지 못했다.
한참 후. R의 호흡이 안정되고 H의 고통도 적당히 가라앉았을 때. H는 걷었던 바지를 다시 내리고 아이스크림 뚜껑을 열었다.
“많이 녹았네. 이럴 줄 알았으면 드라이아이스 넣어달라고 할 걸 그랬어.”
“누가 이럴 줄 알았겠어.”
두 사람은 봉지에서 숟가락을 꺼내 반쯤 녹은 아이스크림을 떠먹었다. 잠시 후. R은 먹기 위해서가 아니라 말하기 위해서 입을 열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말하지 않았던 것들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H.”
“응?”
“너 이상성욕자라는 자각은 있지?”
“……응.”
“난 도저히 이해 못하겠어. 연인이 다른 사람이랑 성교하는 것에 흥분하는 거. 만약에 나라면 울면서 화낼 거 같아. 연인한테도. 그 상대한테도.”
“하지만 그 배덕감이나 질투심이“이해시키려 하지 마. 이해하고 싶지 않으니까.”……응.”
H는 R이 단호하게 말을 끊자 기가 죽어 귀와 꼬리를 늘어트렸다. R은 잠시 H의 모습을 바라보다가 H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러자 H의 귀가 다시 뾰족하게 서고 꼬리가 파닥거렸다.
그 모습을 보며 R이 말했다.
“나. 모르겠더라. 전에 내가 I자취방에서……자위한 걸 들킨 이후에 네가 보여준 모략가스러운 모습이랑 사과하려고 울면서 무릎을 꿇던 네 모습 중에 어느 게 진짜인지.”
“안 울었어.”
“울었어.”
“안 울었다니까.”
“그러면 안 울었다고 치고.”
“안 울었다니까.”
“알겠어. 알겠어. 중요한 건 그게 아니고.”
R은 벤치에 등을 기대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하아.”
그리고 한숨을 내쉬었다.
“알게 뭐야. 둘 다 너겠지. 의심해봤자 사람에 대한 불신만 늘어날 뿐이지. 복잡하게 생각 안할래.”
“……미안해. 내 생각만하고 네 생각 안 해서. 내가 너무 고압적으로 말했다는 자각은 있어.”
“나 말이지. 네가 날 친구가 아닌 도구로 여기는 게 아닌가 그런 의심이 들었어.”
R의 말에 H는 즉각적으로 대답했다. 소리쳤다.
“아니야! 친구라고 생각했어! 계속!”
“쉿! 여기 주택가야. 조용히. 또 다시 다른 장소로 도망치기엔 너무 지쳤어.”
“……응.”
R은 이어서 말했다.
“그렇게 생각하니까 너한테서 친근감을 느끼지 못하게 되더라.”
“지……금은?”
H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R은 H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H의 얼굴에는 걱정으로 반쯤 울상이 되어 있었다.
만약 이게 연기라면……아무리 의심을 해도 무의미할 것이다.
R은 옆으로 드러누웠다. H의 허벅지를 베고 누웠다.
“글쎄. 어떨까.”
R은 똑바로 누워 H를 올려다보았다. 걱정 반 기대 반인 얼굴이다.
R은 손을 뻗어 H의 앞머리를 정돈해주었다. 그리고 앞머리를 정돈한 손은 다시 내려오며.
“얍!”
H가 입고 있던 브래지어의 프론트 후크를 풀었다. H의 가슴이 받치던 지지물의 장력이 약해지자 출렁거리며 흘러내렸다. H는 반사적으로 팔로 자신의 가슴을 받쳤다.
“흐응. 역시나 내가 전에 본 그 속옷이네.”
R은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갑작스럽게 브래지어 후크가 풀리는 일을 당했지만 H는 R의 미소를 보고 마주 미소 지었다.
“미안해. 고마워.”
R의 심상에서 얽힐 데로 얽혀있던 실뭉치 같던 인간관계가 풀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완전히 풀리지는 않았다.
“H. 나. I 좋아해.”
“응.”
“사랑해.”
“……응.”
“언제부터였을 것 같아?”
갑작스러운 질문이었다. 하지만 진지하고 중요한 질문이었다. H는 잠시 생각한 후에 대답했다.
“어설프게 추론해서 대답하고 싶지 않아. 알려줘.”
R은 대답했다.
“나도 몰라.”
“그게 뭐야.”
두 사람은 작게 웃었다. 두 사람의 웃음이 그칠 즈음에 R은 말했다.
“하지만 나. 너랑 I가 사귄다고 들은 날. 집에서 울었다?”
R은 H의 몸이 굳는 것을 느꼈다.
“그 날 사귄다고 들었을 때 축하해줬잖아. 그럴 줄 알았다고. 그런데 그 날 집에 와서 침대에 누우니까. 눈물 나더라?”
고백하는 R의 목소리가 젖기 시작했다. 그리고 R의 붉은 눈에서도 물기가 배어나오기 시작했다.
“그 때. 확실하게 알겠더라. 나 I 좋아하던 걸. 사랑하던 걸. 아니 그 전에도 알고 있었을 거야. 그런데 나 고백 못했어. 겁먹었어. ‘괜히 고백해서 사이가 서먹서먹해지면 어쩌지?’하고. ‘어차피 지금도 즐겁잖아. 이대로도 괜찮잖아.’ 하면서 안 했어. 그러다가. 흑. 너, 너랑. I랑. 사귀게 된 날. 훌쩍! 집에서 침대에 누워서 울었어.”
R은 양 팔로 얼굴을 가렸다. 날개에 가려 얼굴을 완전히 가려졌다. 그러나 소리는 완전히 숨기지 못했다. 그리고 H는 자신의 허벅지가 따뜻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나. 나. 너랑 I랑 싸웠다고 들었을 때. 다. 다시. 나한테도. 훌쩍! 기회가 왔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유혹하려고 했어. 그러다가 너한테 들켰어.”
H의 눈가에도 눈물이 고이다가 흘러내렸다. H는 소매로 그것을 닦았다. 그러나 눈물이 그치지 않자 소매로 자신의 눈을 가렸다. 친구의 슬픔에 함께 슬퍼하는 감정, 그런 친구를 이용하려고 했다는 죄책감이 그녀를 눈물 흘리게 했다. 비록 그 상대가 자신의 연인이었지만 그것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은 없었다. 알다시피 H는 연인이 다른 사람과 성교를 하기 원하는 이상성욕자다.
“무서웠어. 네가 나한테 화낼까봐. 그런데 너는 오히려 나한테 I를 유혹하고 자라고 말했어. 네가 그렇게 말했을 때. 훌쩍! 내가 어떤 느낌이었을 것 같아? 역겹고 이상하고 화나더라. 내가 가지지 못한 소중한 것을 가졌으면서 마음대로, 마음대로 다루고 선심을 쓴다는 듯이 그딴 취급을 하니까. 끅! 썅년아.”
“미안해.”
연인이 있는 남자를 유혹하려 한 여자가 남자의 연인을 욕하고 그 연인이 사과하는,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적반하장인 상황. 그러나 이상성욕이 끼어있는 이상 상식은 여기서 설 자리가 없었다.
“더 개 같은 년은 나야. 그래도 좋다고 고개를 끄덕였어. 역겨운 년. 시발 년. 훌쩍! I한테 내 알몸 사진 찍어달라고 하고, 마사지 해달라고 하고, 오늘은 가슴 주물러달라고 했어.”
마지막은 H가 처음 듣는 소리였다. 그러나 평소와는 다르게 H는 흥분하지 않았다. 흥분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는 H조차 흥분할 수 없었다.
“I 엄청 취해서 정신 못 차리고 오늘 분위기 엄청 야릇했어. 마, 만약에 내가 I한테 섹스하자고 했으면 섹스 했을지도 몰라. 나도 흥분하고 I도 흥분했으니까. 훌쩍! 너도 오면 셋이서 하고. 그런데 싫었어. I가 이런 거 싫어한다고 했잖아? 그렇지?”
“응.”
“그래서 I가 날 피하게 되면 어쩌나 걱정했어. 나중에 술 깨고 기억하면. 지금 이상한 관계도 박살날 것 같았어. 끅! 그리고 내가 싫었어. 아무리 잘해봤자 섹스 프렌드잖아.”
R은 다시 고백했다.
“나 I 사랑해. 그래서 섹스 프렌드 따윈 되고 싶지 않아. I의 연인이 되고 싶어.”
그 말을 듣는 순간. H는 가슴이 꽉 조였다. 평소 성욕을 불러일으키던 것과는 달랐다. 더 강렬했다. 완벽한 상실, 참을 수 없는 고통, 진짜로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절박감이 그녀의 심장을 쥐어짰다.
“미안해. H. 미안해. 나 I 사랑해. 미안해.”
R은 H의 허벅지를 베고 누운 채 끊임없이 사과하며 울었다. H는 R의 사과에 위로도 용서의 말도 하지 못했다. 단지 R의 되풀이되는 사과를 들으며 울었다.
----another sid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