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빛이 보였다. 황금의 빛을 띠고 있는 밀밭을.
춥지도 덥지도 않은 시원한 날씨는 밀을 수확하기 딱 좋은 날씨라는 것을 알려주었다. 당당히 고개를 들고 있는 자랑스러운 모습을 보니 건강하게 잘 자라주었다는 의미이기도 하고.
저것들을 다 수확하면 어떤 음식들로 만들어질까?
푹신한 하얀 속과 겉이 바삭한 빵? 하얀 크림이 발라진 딸기 케이크? 초콜릿이 촘촘히 박힌 쿠키? 어묵과 튀김 그리고 하얀 국수가 떠다니는 따뜻한 우동?
아니면…
“으아악-“
비명과 함께 아름다운 포물선을 그리면서 날아가는 모험가라던가. 나무뿌리에 묶여서 한숨 쉬는 마녀 누님을 구하기 위해 대검을 들고 달려든 전사는 땅속에서 쏟아온 나무뿌리에 다리가 묶인 뒤 멀리 날아갔다. 궁수는 쇠뇌를 나무에 쏘려다가 날아온 나무 열매로 인해 그대로 코를 부여잡고 땅을 뒹굴고 있었고.
우리 세 명은 멀리서 과자를 야금야금 씹어먹으면서 구경하고 있었다. 지금 우리 모습을 표현하자면 강 건너 불구경하는 거와 비슷할까?
“내가 말했지? 지금 당장 달려들면 안 된다고.”
“아까는 그렇게 잘난척하더니.”
“밥 먹는데 개도 건들지 않는다는 말을 쓰지, 이럴 때.”
달려오는 모험가들을 벌레 쳐내듯 치던 나무는 밀밭에 자리를 잡아,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장승처럼 기분 나쁜 미소를 짓는 얼굴에서 괴성을 내뱉으면서.
이게 무슨 일인지 일단 몇 시간 전으로 돌아가야 한다.
“네? 없다고요? 하나도요?”
“말그대로야 젊은 친구.”
갈색 머리의 고슴도치를 보는듯한 수염을 가지고 있던 갈색 옷에 검은 바지를 입고 있던 중년의 남성은 골치가 아픈 듯한 검지와 엄지를 이마에 대고 있었다.
“현재 몬스터가 밀밭을 점령해가고 밀가루 배달에 차질이 생겼다나. 며칠 내로 도착하지 못할 거라고 하고.”
“언제 도착하나요?
“짧게는 일주일 후?”
“길어!”
데이비드 씨의 대답은 내 입에서 비명이 나오게만들고도 남았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케이크 만들기 의뢰가 늦어진다. 길드 의뢰가 늦어지면 단순히 보상금이 깎여지는 점이 아니라 모험가 및 요리사로서의 평가에 벌점에 생겨서 내 캐리어에 먹칠하는 격이 될 테고.
“나도 지금 골치야. 덕분에 고드윈 어르신께서도 투덜거리면서 식당으로 돌아가셨어. 이놈의 몬스터들 확 회 떠서 육포로 만들어 버릴까 보다 하면서.”
“마스터 고드윈이라면 그러고도 남으시겠네요.”
밀가루 배달이 늦어져서 못 했어요-라는 변명도 통하지 않을 테지. 왜 진작에 밀가루 비축하지 않았어? 요리사의 기본 아니야? 라는 말이 의뢰인으로부터 올 테고.
딸랑-
“학교 다녀왔습니다. 아빠.”
“마렌 어서 오너라.”
“성운이 오빠도 와계셨네요?”
“안녕.”
갈색 계통의 망토에 하얀색과 푸른색 계통의 옷과 긴 치마를 입은 극지방의 오로라와 비슷한 색이 감도는 눈빛을 가진 10대 초로 보이는 소녀가 들어왔다. 자신을 등을 따뜻하게 해준 망토를 벗으니 망토의 후드로 인해 가려졌던 머리가 드러나면서 허리까지 내려오는 진한 푸른 머리카락을 비롯해 자신의 머리색과 비슷한 고양이귀가 쫑긋하고 튀어나왔다. 그에 반응하듯 소녀의 뒤에 있던 고양이 꼬리도 살랑거렸고.
“학교 갔다 오는 길이었어?”
“아니요. 모험가 길드요. 아빠가 거기에 보내야 할 서류가 있어서 전달하고 온 거에요.”
“학교 일도 하고 심부름도 하고 바쁘게 사는구나 너도.”
“적어도 가게일 보다는 쉬운 편이에요 오빠. 가게 일 하면 팔 물건 수량 파악해야 하지 아빠가 피운 시가와 마신 술 횟수도 적어야 하지…학교는 그냥 과제만 충실히 하면 되니까요.”
“이 녀석이 이젠 아빠의 낙마저 없애려고 하는구나. 아빠한테 적어도 덜 까칠하게 대할 수 없니?”
“고양이는 까칠하다고요 아빠.”
마렌이라 불리우던 소녀는 에헴 하고 헛기침을 한 뒤 가게 카운터에서 장부를 꺼내면서 차근히 읽고 있었다. 10살짜리 소녀가 그런 일을 한다는 것은 쉽지 않겠지만 어릴 적부터 아빠로부터 차근히 가게 운영하는 법을 배워왔다고 해서 그런지 이런 일은 익숙하다고 한다.
“아 맞다 오빠.”
꼬리의 흔들림의 맞춰 작은 손가락으로 연필을 몇 바퀴 돌리면서 장부를 보던 도중 나에게 말을 걸었다.
“키스 언니하고 쉐라 언니가 오빠 만나면 당장 모험가 길드로 출동하라고 전해달래요.”
“아? 그래? 알려줘서 고마…”
“그리고 키스 언니가 오면서 쿠키 상점에 한정 쿠키가 나왔으니 반드시 사달라고 했어요.”
모험가 길드는 오늘도 시끌벅적했다.
인간으로부터 시작해서 수인, 마족, 드워프, 엘프 등 수많은 종족과 함께 전사, 마법사, 프리스트 심지어 갓을 쓰고 검은색 계통의 한복으로 보이는 옷을 입은 동방국에서 온 검사들도 허리춤에 찬 검을 쥔 체 서 있었다. 이들중 세 명에서부터 많으면 여섯 명의 모험가들이 한 테이블에 모여서 자신들의 모험담을 얘기하거나 모험을 떠나기 전 일종의 의식을 치르듯 다 같이 맥주를 가득 채운 술잔을 하늘 높이 들어 올리는 모습 또한 보였었다.
수많은 모험가들 사이를 지나가다가 퀘스트 보드 앞에 검은색 계통의 망토 속에 양팔을 들어낸 하얀 옷과 검은색의 치마를 입은 허리까지 닿은 분홍색 머리카락의 소녀 곁에 딱 봐도 전사라고 말해주듯 옆구리에 검을 찬 푸른색 망토가 달린 갑옷과 함께 다리 보호대를 입고 있던 갈색 단발 머리카락의 소녀가 서 있었다.
나를 보더니 두 사람은 여기야 여기– 라고 말해주듯 손을 흔들었고 나는 빠른 발걸음으로 두 소녀에게 다가갔다.
“무슨 일이야? 큰 건 하나라도 잡혔어?”
“성운아 너 혹시 오늘 밀가루 못 샀어? 밀밭에 몬스터가 점령했다던가.”
“어떻게 알았어? 데이비드 아저씨 말에 의하면 몬스터들이 점령하고 있어서 적어도 일주일 뒤에 배달온데.”
쉐라는 그 대답을 기다렸다는 듯 의뢰용 종이를 보여주었다.
긴급 상황
트렌트들의 습격.
트렌트들이 밭을 점령해서 농작물 수확에 차질이 생겼습니다. 모험가들은 즉시 출동해 주시길 바랍니다.
한 마리당 보수: 25000 G
주의사항: 몬스터를 물리치되 가능하면 농작물에 피해가 가지 않게 조심해주십시오.
“왜 이리 보수가 세? 거의 한달 먹고 살 정도인데? 강한 몬스터야?”
“그전에 키스 선생님의 재미있는 몬스터 교실에 듣기 전에 뭐를 먼저 해야 하지요 성운 학생?”
“네 여기 있습니다. 선생님.”
나는 주머니 속에서 주먹만한 크기의 쿠키 봉투를 키스에게 건네주었다. 안에는 분홍색과 보라색 그리고 파란색의 쿠키가 담긴 별 모양의 리본으로 묶인 봉투를 보면서 황홀해하기 시작했고.
“오오-이거야 이거-가을마다 나오는 한정 쿠키-한번 팔리면 올해 내내 못 먹기로 유명한 쿠키지-”
키스는 자기 머리카락 색깔과 비슷한 분홍색 쿠키를 한입 베어 먹더니 음-하면서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씹어 먹을 때마다 입으로 퍼져오는 과즙과 코를 찔러 오는 향기. 비록 가을에만 구할 수 있지만 그만큼 매년 기다리게 해주는 보람이 있지-“
“넌 참 하루하루 재미있게 사네 키스. 이렇게 뭔가를 기다리는 재미로도 살고.”
“기다리는 취미가 있는 거야말로 즐거운 거랍니다 쉐라양.”
키스는 대답과 함께 나와 쉐라의 입에 쿠키 하나를 입에 넣어 주었다. 그녀의 뜬금없는 행동에 우리는 잠시 당황했지만, 키스의 말대로 입으로 퍼져오는 순수 과즙과 함께 향이 코로 나오는 느낌이 그대로 전달되어 오고 있었다.
“어때 맛있지? 내가 왜 사 오라고 했는지 이해가 가지?”
“확실히 맛있네? 가서 만드는 것을 배워보고 싶어질 정도야.”
“과일향 덕분에 졸음이 확 달아날 거 같아.”
나하고 쉐라가 쿠키를 먹는 사이 키스는 옆구리에 차던 책을 펼치면서 손을 한번 허공에 젓더니 페이지 위에 푸른색의 마력으로 그려진 나무가 마치 3D 영상 보듯 나타났다. 키스가 검지를 허공에 돌리니 나무 주변에는 보리나 벼로 추정되는 길다란 식물들이 주변을 감쌌고.
“자 먼저 성운이 학생의 질문에 대답해 주자면 두 가지 이유 때문인데, 첫 번째 이유가 지금 트렌트들의 상태가 매우 굶주린 상태라는 거야. 정확히 말하자면 동면 준비라고 해야 할까.”
동면 준비……곰이나 사슴이 겨울을 준비하기 위한 가을에 먹을 것을 잔뜩 먹는다는 건데. 이 세계에서는 식물도 동면 준비라는 것을 하나?
“식인 식물이야? 그렇다면 왜 하필 농촌을 노려? 숲에 가면 잡아먹을 동물들도 많을 텐데?”
“육식성이 아니라서 농촌을 노리는 거야.”
키스가 허공에 손가락을 한번 튕기니 푸른색 마력으로 그려진 트렌트의 뿌리가 서서히 길어진 동시에 주변에 있던 보리와 쌀들의 그림이 마치 가뭄으로 인해 말라가듯 하나씩 시들어지기 시작했다.
“얘네들은 땅의 지력을 자신의 식량으로 삼는데 입맛이 보통 까다로운 게 아니라서 농촌 같은 맛난 곡물들이 자라는 곳을 최우선으로 노리거든. 맨땅은 맛없다나-“
“몬스터 주제에 식성 하나 까다롭네. 쯧.”
“사람이든 몬스터든 맛있는 것을 먹고 싶어 하는 거랍니다 쉐라 학생.”
키스의 설명에 옆에서 칼을 닦고 있던 쉐라는 고개를 저었고 나 또한 입에서 쓴웃음이 지어졌다. 멀리 볼 것도 없이 우리가 흔히 키우는 강아지나 고양이도 맛있는 거라면 사족을 못 쓰는데 이 세계의 몬스터들도 맛난 것을 먹고 싶어 하나 보다.
“또 하나는…자 두 학생 여기서 문제 줍니다. 우리가 주로 먹는 것은 무엇일까요? 아침, 점심 그리고 저녁으로.”
“오늘 우리 셋이서 아침으로 샌드위치 먹지 않았어?”
“어제 저녁으로 볶은 국수(마카로니 종류) 먹었고.”
“자 그럼 이 쿠키까지 포함해서 무슨 재료로 만들었을까요?”
키스 손에 들린 쿠키 봉지를 약 5초 동안 바라본 뒤 나하고 쉐라에게서 아-하는 말이 나왔다. 세 개 다 밀가루로 만들어졌고 비단 우리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주로 먹는 것이 바로 밀에 관련된 음식들이 대부분이었다.
즉 다시 말해서 밀밭을 점령한 몬스터 들을 제때 퇴치 못 한다면 올겨울 내내 밀가루 공급에 차질이 생긴다는 의미가 된다. 그래서 이렇게 비싼 돈을 들여서 밀밭이 돼 찾으려는 거고.
왜 쌀을 먹지 못하나 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내가 사는 대륙은 쌀을 키우기에는 서늘한 기온을 가진 이유였다. 키우는 곳이 있긴 있지만 대부분 제한적이었고 서민들이 먹기에는 비싼 음식 재료였다. 그거 먹을 바에 차라리 주변에서도 살수 있는 밀가루로 빵을 굽는 게 낫지.
“하나만 짚고 넘어가고 싶은데. 저거 혹시…”
말이 끊긴 뒤 쉐라는 오른손으로 자기 팔을 꼭 잡았다. 주변은 모험가 길드의 소란스러움으로 인해 들리지 않았지만, 고개를 약간 떨군 체 조용히 무언가를 말하고 있었다.
한참 동안 입만 움직이다가 크게 숨을 내 내뱉은 뒤 말을 꺼내었다.
“저 몬스터 혹시 상대 석화하는 능력 그런 거 없지? 먹히면 석상으로 변한다거나.”
“그런 거 없으니 걱정마 쉐라.”
키스는 자신의 답을 윙크와 함께 쉐라에게 보내주었다. 쉐라도 어느 정도 마음이 놓였는지 표정 또한 풀렸고.
“그랬다면 진작에 의뢰 취소했을걸? 우리 쉐라 울릴 일 있어?”
“밀가루 정 못 얻으면 케이크 의뢰 취소하면 그만이니까. 괜히 무리하지 마.”
“난 괜찮아. 고마워 두 사람.”
쉐라의 입에 옅은 미소를 지었지만 나는 알 수 있었다. 억지로라도 웃고 있는 거라는 것을. 조금이라도 우리의 걱정을 덜어주기 위해.
“저녁에 먹고 싶은 거 있어?”
기분 제대로 다운된 소녀를 따라 하듯 나도 입에 미소를 그렸다. 웃고 있던 쉐라도 얘가 왜저러나 하는듯한 표정을 지었고.
“힘들 때는 오늘의 저녁밥을 기대하는 거만큼 기운 나는 거 없으니까. 오늘은 무슨 밥이 나올까, 아 힘들게 일했는데 가서 맛난 거 먹어야지 이렇게 말이야. 원한다면 타닥타닥 모닥불 피워서 고기 구워줄게.”
그 말에 쉐라는 피식-하더니 작은 웃음을 내뱉었다. 웃음을 가리려는 듯 한 손으로 자기 입을 가리면서.
“그래 그럼 부탁할게. 전부터 먹고 싶었던 것이 있었으니까.”
“나도 하나 주문해도 되나요 성운이 오빠아-?”
“이젠 내가 오빠가 됬어?”
키스도 기다렸다는 듯 오른손을 들면서 해맑게 웃고 있었다. 나한테 성운이 학생이라고 한지가 언젠데 이젠 오빠네.
쉐라도 다시 기운 차렸다는 듯 자신의 갈색 단발 머리카락을 뒤로 넘기면서 표정이 밝아졌다. 아까처럼 숨기기 위한 표정이 아닌 그녀만의 귀여운 미소가 그려졌고.
우리가 도착했을 때쯤 밀밭은 이미 트렌트들이 점령한 상태였다. 마치 자신들의 둘러싸인 모험가들을 향해 경고하듯 괴성을 지르고 있었고 가까이 오려고 하면 손과 같은 나뭇가지를 휘둘렀다.
나무에 해맑게 웃는 얼굴이 그려져 있어서 그런지 왠지 모르게 길 가다가 곳곳에 보였던 정승을 생각나게 하네. 덕분에 기분 나쁘게 생겼고.
“저거 그냥 태우면 안 될까? 나무라서 화염 마법 쓰면 끝날 거 같은데.”
“참아 쉐라. 설마 잊은 거 아니지? 농작물에 피해 입히지 말라고.”
“그냥 해본 소리야.”
몸이 근질거리는 듯 쉐라는 검을 쥔 한팔을 빙글 돌리고 있었고 그 와중에 키스는 책을 보면서 열심히 무언가를 만드는 모습이 보였다. 미니 테이블을 땅에다 놓은 뒤 다양한 색의 포션들을 섞으면서. 아예 작업장을 차렸구먼 얘는.
“야 키스 얼마나 기다려야 해. 이젠 슬슬 지겨워지는데.”
“지금 달려들지 마 무슨 일이 있어도. 검 휘두르기는커녕 털끝도 못 건드릴 테니까.”
“와하하하하하하하-그렇다는 것은 이 몸이 직접 나서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하나?”
웬 고전 애니에 나오는 슈퍼맨 복장을 한 램프 거인처럼 웃는 소리가 들려와 고개를 돌려보니 또 다른 모험가 파티가 서 있었다. 전신에 은색의 갑옷을 입은 흑발의 전사 곁에 허리까지 닿은 긴 머리카락의 은발을 가진 검은색 계통의 마녀 복장을 한 여성이 지팡이를 들고 있었고 반대편에는 초록색 옷과 사냥용 모자를 한 어린아이 크기만 한 테루스족이 양손에 쇠뇌를 들고 있었다.
“이렇게 화창한 날씨에 아가씨 아리따운 아가씨 두 명이나 보이길래 한번 보러 왔는데 세상에 그대들도 저 몬스터랑 싸우러 온 것인가? 이 얼마나 아름다운 장면이란 말인가?”
“야 조용히 해.”
쉐라는 미간을 찌푸리면서 전사를 노려보았다. 어지간히 거슬리긴 했나 보다.
“그렇게 소란 피워서 몬스터에게 자극 주면 어떻게 하려고? 우리 모두 파티 전멸 가게 할 셈이야?”
“라딘 대장님에게 예의를 갖춰라! 아가씨!”
테루스 족 궁수는 쇠뇌를 등에 멘 뒤 무대 위에서 아나운서가 인기 가수를 소개하는 듯 양손을 펼쳤다.
“이분은 상급 랭킹에 속해져 있고 훗날 전설로 이름을 남게 될 위대한 라딘님이시다! 미안하다고 말해라 소녀!”
“쑥스러우니, 너무 치켜세우지 마라 코달. 뭐 사실이지만 말이다 와하하하하하-!”
“저기 지금 키스가 뭔가 만들고 있는데 적당히 해주셨으면……”
“어허-거기 소년-레이디와의 대화에 끼어드는 것은 버릇없는 것이라는 것을 모르나-!”
자칭 상급 랭킹이라 칭하는 전사는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켰다. 옆에 있던 코달이라 불리우던 테루스족도 따라하듯 손가락으로 가리켰고 마녀 누님은 모자를 눌러쓴 체 가만히 있었고.
혹시나 해서 키스를 바라보았는데 마치 아무 일도 모른다는 듯 포션 제조를 계속하고 있었다. 안경까지 낀 체 무표정으로.
“양손에 꽃이랑 같이 여행을 하는 소년이여- 이렇게 아름다운 소녀들이랑 여행을 할거면 젠틀맨 스러운 모습을 보여야 하지 않겠는가? 어디서 그런 무뢰배스러운 행동을 배운겐가!”
“그쪽이야 말로 제대로 소란 피우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만…”
“보아하니 같은 일행인가 본데 상당히 부럽구나! 소년이여 예쁜 여자애를 두 명이나 끼고 있다니. 이들 중 한 명을 나한테 주지 않게에에에에에에엣-“
갑자기 말끝이 늘어지더니 치지직-하는 스파크 튀기는 소리가 들려왔다. 레딘이라 불리우던 남자의 뒤를 보니 은발의 마녀 누님이 자기 손에서 번개를 뿜고 있었다. 옆에 있던 테루스족은 라딘 형님! 이라고 외쳤고.
“라딘군. 엉뚱한 생각하지 않기로 했잖아.”
“그렇다고 전기로 지질 필요가 없잖아 갈레나.”
“다른 데로 튀려고 했잖아 이 바보 멍청이.”
갈레나라 불리던 여성은 라딘에게 향하는 대답이라는 듯 이번에는 지팡이로 머리를 콩-콩-하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때렸다. 맞는데도 기분 좋은 듯 에헤헤 소리가 나오고 있었고.
바보인가? 라고 속에서 밖으로 나오는 것을 간신히 참고 있었다.
“상급 랭킹이시건 좋고 소란 피우는 것은 다 좋은데 무대포로 달려들지 않는 것이 좋을 거예요.”
한참 동안 포션 제조에만 집중하고 있던 키스는 마치 다 끝냈다는 듯 안경을 벗고 약물을 담은 병들을 허리춤에 찬 뒤 미니 테이블을 다시 접은 뒤 가방 속에 넣었다. 마치 가방 안에는 우주가 들어있다는 듯 쑥 들어갔고.
도대체 어떤 원리로 저런 게 가능한지 원.
키스의 말에 의하면 이렇게 해서 검이나 갑옷 같은 것도 쏙쏙 집어넣을 수 있다고 하고. (단 무한적으로는 넣을 수 없다고 한다)
“저것들은 밥 먹을 시간에 방해 받는 것을 싫어해서 달려드는 순간 목숨은 보장 못 한다고요 상급 모험가님.”
“걱정하지 마라 분홍빛의 꽃이여. 그것 또한 대비해 놓았으니까.”
상급 랭킹이라고 언급하는 거 보면 저 녀석 아까부터 다 듣고 있었나? 귀도 밝다니까. 아까까지만 해도 옆에 폭탄이 터져도 포션 만들기에만 집중할 거 같은 분위기더구먼.
한쪽 팔을 몇 번 돌린 뒤 등에 메고 있던 자기 크기만 한 대검을 그대로 양손에 쥐었다. 평소 관리를 잘해왔다는 듯 태양 빛에 비치니 윤기가 나고 있었고.
“내 뒤에는 나의 오랜 동료인 갈레나하고 의동생인 코달이 있는데 무슨 걱정이 있는가! 나의 검과 실력 그리고 끈끈한 동료애만 있으면 어떤 적이든 상대가 가능하다!
“맡겨만 주십시오 라딘 형님!”
전사와 궁수는 기합과 함께 달려갔다. 갈레나씨는 쓴웃음을 지으면서 활활 불타오르는 두 사람을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 이 광경을 한두 번 본 게 아니라는 듯.
“하여간…”
갈레나씨는 은발의 머릿결을 뒤로 넘긴 뒤 마법으로 지원을 준비하려는 듯 지팡이에 마력을 모으고 있었다. 그녀의 주변에는 별 모양의 푸른색 마법진이 그려졌고.
“막아야 하지 않아?”
“내버려 둬. 저런 사람들은 한번 호되게 당해야 정신 차려.”
키스의 눈빛은 문자로 표현하자면 이거였다.
저러면 안 되는데.
쉐라도 어떻게 되려나 라는 듯 팔짱을 낀 채 서 있었고. 팝콘이 있었다면 3D 안경 끼고 구경했을 분위기로.
그리고 우리 세 사람의 예상이 맞았다고 얘기 하듯 미약한 흔들림이 발에서 느껴짐과 함께 땅속에서 나무뿌리가 튀어나오더니 마법 주문을 외우고 있던 갈레나 씨를 묶어버린 것이다.
“라딘 형님! 갈레나 누님이!”
“뭐!? 갈레나가!?”
코달씨의 외침으로 인해 라 단 씨는 하던 것을 멈춘 뒤 나무뿌리에 묶여 있는 갈레나를 향해 달려갔지만, 또 다른 뿌리가 솟아오르더니 그대로 다리를 붙잡은 뒤 멀리 던져 버렸다. 매우 아름다운 포물선을 그리면서. 코달씨는 어떻게든 반격하려고 쇠뇌로 얼굴을 노리려 했지만, 나무에서 날아온 열매가 그대로 얼굴을 맞추어서 나가떨어졌다. 으악-내 얼굴-이라고 외치듯 양손으로 얼굴 감싸면서 뒹굴었고.
이 어이없는 광경에 갈레나씨는 하아-하면서 한숨 쉬고 계셨다. 속으로 바보 멍청이라고 말씀하시는 게 아닐까.
나하고 키스 그리고 쉐라는 아까 사 온 쿠키를 먹으면서 구경했다. 말 그대로 강 건너 불구경하는 상황이랄까.
“내가 말했지? 지금 당장 달려들면 안 된다고.”
“아까는 그렇게 잘난척하더니.”
“밥 먹는데 개도 건들지 않는다는 말을 쓰지 이럴 때.”
-------------------------------------------------------------------------------------------------------------------
드디어 2화 시작입니다.
조금 늦게 올린 이유가 제가 그동안 하멜의 제주도 포류기 및 음식의 역사 같은 서적을 읽느냐 조금 늦었습니다.
p.s 피드백 환영입니다.
쉐라는 석화에 안좋은 일이 있었나보네요. 하기사 석화란게 기분 좋은 일은 아니겠지만. 키스가 만드는게 트렌트 전용 농약이려나요? 나무같은 큰걸 잡으면서 밀에는 피해 적게 만드려면 일반적인 농약으로는 힘들거같은데 다음화가 궁금합니다ㅎㅎ 누군가가 쿠키 만들 여력이 있으면 밀가루 자체는 남아있을 확률이 높은데, 바가지 엄청 씌우고있나보네요. 파티에 혼돈이나 악 성향 인물 있었으면 트렌트가 날뛰는 사이, 조용한 곳의 밀을 들키지 않게 도둑질하려들지 않았을까싶네요. 농사꾼들도 트렌트 잡는거 기대 안한채 모험가들이 시간 끄는 사이 다른 곳의 밀을 수확하고 있을지도 모르겠고.
쉐라가 석화에 관한 트라우마는 에피소드 3 에서 밝혀질 예정입니다. 쿠키 만들 여력이 있는것은 몇주간 써먹을 밀가루 정도는 비축해 놓았다고 생각해두고 있습니다. 엄연히 손님들이 매일 찾아오는 식당인데 계속 돌아가야하니까요. (이부분을 묘사할까 했지만 왠지 전개가 지루해질거 같아 빼버렸지만 역시 넣을걸 그랬나 싶네요.) 확실히 파티 3인방중 누군가가 악성향 인물이 있었으면 밀만 베고 그대로 런했을지도 모르겠네요. 나머지는 뒤지든 말든 난 몰라-이렇게. 그리고 농사꾼들이 모험가들이 트랜트들이랑 싸우는 사이 다른곳의 밀 수확이라.....이 전개로 가면 재미있을거 같기도 하고 잘못 하다가는 모험가들하고 갈등의 불이 붙여질수도 있고....
농부들이 트렌트가 수확 방해 못하게 하는 쪽을 중점으로 의뢰 넣으면 모험가랑 갈등 생기지는 않겠죠. 농부가 수확하는 사이 피해 없으면 되는거니. 트렌트를 잡아오면 추가수당을 주되, 농작물에 피해가 생기는만큼 손해배상 청구하면 되고. 어차피 트렌트 살려두면 지력 소모하려들테니 잡긴해야겠지만, 농작물을 수확한 다음에 잡아도 되는거니까요.
음...농작물에 피해만 안 가면 된다라......그뒤 수확한뒤 트렌트를 죽이면 되고.... 듣고보니 그럴싸하네요....좀 생각을 해봐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