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이건 덜 익었네."
가끔 서툰 요리를 먹을 때면
입안에서 네가 생각날 때가 있다.
자르는 것도 서툴러서 조각들의 크기가 천차만별이질 않나
익힐 때 불 조절은 얼마나 맞추기 어려운지
어느 부분은 새카맣게 타버리거나
또 어느 부분은 설익어서 사각사각 씹히는 때가 있고
국물은 맹탕인지 국인지 모를 정도로 밍밍한 맛이 난다.
전부 네가 실패하고 난 것들의 흔적이다.
내 입은 공짜 요리 시험장이 아니라고 툴툴대긴 했지만
가면 갈수록 발전하는 실력을
맛으로 느끼는 건 즐거운 일이었다.
변하는 건 맛 뿐만 아니라 네 얼굴도 마찬가지였으니까.
조마조마하던 그 작은 얼굴이 갈수록 점점 자신감이 붙고
끄트머리엔 뿌듯해하는 그 표정을 보는게
얼마나 좋았는지, 너는 알까?
벚꽃이 가득한 교문을 천천히
지나쳐나가는 그 뒷모습을
눈물 자국이 남지 않게 꾹꾹 눌러
배웅하는건 조금 힘든 일이었다.
영영 못 보게 된 것도 아닌데.
지금이라도 전화 한통이나 메시지 한번이면
반가운 얼굴로 기쁘게 나를 찾아와 줄거라는 건 안다.
하지만 그때의 너와 지금의 너는 다르다.
병아리와 닭의 분류가 다르듯이.
이미 다 커버린 것을 지나간 과거에
다시 가두어 버리기란 불가능한 것이다.
작은 도시락 통에 담긴 어설픈 당근 한 조각을
젓가락으로 집어 올려 입 안에 밀어넣자
사각사각하는 소리가 방 안에 울리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다 먹은 도시락 통의 뚜껑을 덮고
조용히 문 앞을 바라보자
똑똑,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 얼기설기한 도시락을 내게 가져온 장본인.
그리고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서툰 담당이다.
네 도시락에서 뿌듯한 맛이 나는 건 언제부터일까,
그런 기대를 하며 나는 다시 트레이너실의 문을 열었다.
---
그문을 열면.... 결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