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소!! 반갑소!! 모나티엄의 관중 여러분!
이 에피카를 기다려주어 고맙소!
이 에피카가 사랑하는 이야기들을 기다려주어 고맙소!!
그래! 오늘은 어떤 이야기로 관객 여러분들을 기쁘게 하고, 또 슬프게 해볼까?
으음... 이야기가 풍부하다는 건, 고민하는 즐거움을 주는구료! 자, 어디 보자...
그래! 자신을 용서하게 되는 죄인의 이야기를 해야겠군!
그대들 모두 일전의 초대형 위조 화폐에 대한 이야기는 들어보았을 거요.
경제를 쥐고 흔듦으로서 세상을 손에 거머쥐고자 했던 두 사람의 이야기를!
다들 알다시피, 이 이야기는 그들의 옛 동료였던, 범죄보다는 의리를 사랑하였던 한 호인의 개입으로 완전히 끝났다는 걸 알고 있을 거요.
그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는, 순수하게 자신의 능력에 기뻐하고, 기대하고, 또 슬퍼해준 친우의 도움으로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모든 벌을 받고서, 지금은 자유가 되었지.
그렇다면, 자유를 되찾은 범죄자는 어찌 되었을까? 결국 자신이 성공 직전까지 갔던 그것을 다시 한번 시도하려고 할까?
그도 아니면, 자신의 죄를 뉘우치고 떳떳하게 살려고 할까.
나는 궁금했소. 그래서 그녀의 이야기를 알아보았지.
그러나, 내가 앞서 말한 두 가지 모두 다 아니었소.
그녀는 자신이 떳떳하지 못하다는 듯, 무언가에 쫓기는 듯이
그녀는 먹을 것도 거른 채 며칠이고 연금술에 몰두했소.
복역의 대가로 받은 금화는 모조리 광물에다가 때려 박은 뒤, 모조리 남김없이 연금술을 연구하는 데 연구했지.
자신의 연금술에게서 뭔가 가능성이라도 본걸까?
그런 것 치곤 이상했소.
그 어떤 누가, 확신을 가진 일을 하는데 그렇게 절실하고 다급하게 행동하겠소?
나는 이야기를 함에 있어서, 누군가를 만족시키지 못하는 경우를, 그리고 누군가를 환희에 가득차게 만들 수 있다는 확신은 가지지 않소.
그러나, 내가 꺼낼 이야기가, 내 솜씨로 인해 완벽하게 빚어내지 못하였을 뿐, 모두를 감동시킬 수 있는 이야기라는 것만은 확신한다오.
그렇지만, 그녀는 그렇지 않았소.
그녀는 확신도 없이, 그저 자신을 내던지고 있었소.
먹고, 자는 시간을 제외하면, 모두 연금술에.
다들 눈치 챘겠지. 그녀가 정상적이지 않다는 걸.
그런데, 그런 그녀를 옆에서 지켜봐온 다른 사람들은 어떻겠소?
처음에는 참 별 짓거리를 다 한다고 생각했겠지만, 그 절실함과 절박함을 보고도 과연 그렇게 생각할까?
결국, 이 이야기는 교주님의 귀에까지 들어가고야 말았소.
"교주... 제발 도와줘... 제발..."
"키디언? 무, 무슨 일이야!"
"내, 내 친구가... 피라가 이상해졌어... 내 말조차도 안 들어... 제발... 교주의 도움이 필요해..."
키디언의 눈물섞인 호소에, 교주는 잠시 자신의 책무를 내려놓았소.
더 큰 책무가 있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지.
그는 교주였고, 사도들을 책임질 의무가 있었으니까.
교주님은 연금술 공방의 문을 두들겼다오.
그러나, 아무도 답하지 않았지.
애초부터 손님을 받는 곳이 아니니, 답할 이유조차 없었겠지만.
결국, 교주는 제대로 잠그지도 않은 연금술 공방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오.
그 안에는 간신히 잠만 청할 수 있는 좁다란 방과, 그녀의 실패작들이 아무렇게나 내팽개쳐진 결과물들로 가득한 실험실이 있었지.
그 지저분하고 정리 안 된 방 속에서, 간신히 실험만 할 수 있는 수준의 공간에서, 피라는 필사적으로 실험을 하고 있었다오.
키디언의 이야기처럼, 절박하고 절실하게.
"피라."
"...."
"피라."
"으헷...? 오, 오야. 언제 온거냐로. 금방 기다리고 있으라고래. 내가 금방 음료를..."
교주는 그녀의 말까지 끊어가며 그녀의 양 어깨룰 붙들고는 추궁했소.
"너, 얼마나 잤어? 뭐 먹기는 한 거야?"
"으, 응? 괘, 괜찮으니 걱정말라고래. 난 멀쩡하니..."
교주는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품 속에서 거울을 꺼내 그녀의 얼굴을 비추었다오.
볼따구마저 쪼그라들고, 엘레나와 비슷한 수준의 다크서클, 그리고 푸석푸석한 머리카락.
그녀 스스로가 한 말이 무색하다 느껴질 만큼, 그녀는 정상이 아니었소.
"쉬어. 지금 당장. 너 지금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야. 연금술을 하지 말라고 말리진 않을 테니, 건강하게라도 있어."
"그, 그럴 순 없어. 조금만 더 하면 성공할 지도 몰라... 내, 내가 조금만 더 노력하면..."
"피라!!"
교주는 큰소리로 피라를 부르며 다그쳤다오. 그렇지 않으면, 또다시 연금술을 하겠다고 무리할 것 같아서.
"넌 지금 휴식이 필요해! 넌 지금 지쳐서 제대로 된 판단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야!!"
그 말에, 피라는 갑자기 눈을 부라리며 외쳤다.
"웃기지 마!!"
피라의 고함에는 분노가 들어있지 않았소.
다급함과 황망함만이 묻어나왔지.
"이제 정말 조금만 더 하면 될지 모른단 말이야!! 아, 아무리 오야라고 해도, 이것만큼은 절대 안 돼!! 절대로 안 돼!!"
"정말로 조금만 남았다면, 푹 쉬고 나중에 해. 그렇게나 중요한 일을, 그 엉망진창인 컨디션으로 그르칠 셈이야?"
"으으... 으으으...!!"
피라는 이대로 물러설 수는 없었지만, 연금술을 지속할 명분이 없었기에 발만 동동 구를 뿐이었다.
"...푹 쉬어. 아무리 연금술이 그렇게나 중요하더라도, 그렇게 허겁지겁 해서야 아무 것도 안 돼."
"우, 웃기지 마..."
"...뭐?"
"웃기지 말라고!! 오야가 뭔데 나한테 참견이야?! 난 멀쩡해!! 어느때보다도!! 정신 상태도, 해야할 일도 명확한 상태라고!! 그러니까 방해 말고 꺼지란 말이야!! 오야가 대체 무슨 자격으로 참견하려는 건데!!"
억지. 결국 그녀가 선택한 건 억지였소. 터무니없는 억지.
교주님을 두목이라 부르면서, 그에게 자격이 없다 소리치는 것만 봐도 그랬소.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더 많은 시간과 예산을 연금술에 퍼붓고 싶어서 안달이 난 상황.
그녀의 이러한 억지는, 교주로 하여금 그녀를 더더욱 멈추게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오.
"...그래. 네 말이 맞다. 난 네 개인사를 왈가왈부할 수 없는 상황이지."
"그, 그럼...!"
"하지만, 키디언도 그럴까?"
"...!!"
교주는 단호한 표정으로 한번 뿌리쳤던 그녀의 양 어깨를 다시 한번 붙잡곤, 무릎을 꿇어 눈높이를 맞추며 말했다오.
"키디언은 널 멈춰달라고 했어. 피라. 하루하루 망가져가는 네 모습을 보면서 오열하면서 말이야."
그 말에, 황철석의 용은 고개를 푹 숙인 채 부들거렸다오.
자신을 막아 세우는 것이 분해서 그런 것이었을까 싶었지만, 그게 아니었다오.
왜냐하면, 황철석의 용은 흐느낌을 참기 위해 가늘게 떨고 있는 것에 불과했으니까.
"...맙소사. 피라. 너 울어?"
교주님이 그녀를 걱정스럽게 바라보며 묻자, 결국 그녀의 눈가에 맺힌 슬픔이 한줄 물줄기를 그리며 바닥을 적셨다오.
황철석의 용은 교주에게 억지를 부릴 힘조차 없다는 듯이 흐느끼며 힘없이 말했소.
"오야... 나, 나 너무 아파...."
"..."
"내가... 내가 키디언에게 건넸던 희망고문들이, 키디언에게 유리쪼가리라고 지껄였던 지난 날의 말이... 깨진 흑요석의 조각처럼 박혀서... 그래서..."
"멈추지... 못하겠어... 내가... 내가 성공하지 못하면... 이 아픔이 끝나지 않을 것 같아서..."
황철석의 용은 눈물을 감추지 못하였소.
"키디언을... 나를... 이런 나를 믿어줬단 말이야... 그런데..."
지난 날, 자신이 던진 말이 그대로 돌아와 자신을 아프게 했으니까.
"내가... 내가 그 애를 속이고, 상처입히고, 거짓말을 했어... 녀석에게 상처를 줬어... 그게, 그게 너무 아파..."
말 없이 그녀를 안아준 교주의 품에서, 그녀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오.
지난 날, 생각없이 던졌던 말과 행동으로 인해 한없는 고통을 느끼면서.
"키디언은 괜찮다고 했지만... 난... 날 용서하지 못하겠어..."
"..."
"그러니... 가짜가 아니라 진짜가 되고 싶어... 정말로... 우리의 꿈을 이루고 싶어..."
"피라..."
"나도... 아니, 우리도... 가치 있는 금속이 되고 싶어..."
지난 날에 던진 그 모든 말들이 자신에게 되돌아와, 옛 상처를 자극하는 고통으로부터, 그녀는 자유로워지고 싶었던 거요.
그러니, 어찌 그녀가 절박하지 않을 수 있겠소?
어찌 그녀가 자신의 일에 몰두하지 않을 수 있겠소?
"...가치 있는 금속이라."
교주는 조곤조곤한 투로 피라의 마지막 말을 중얼거리더니, 그녀를 품에 안고 눈물을 펑펑 쏟을 시간을 주었다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황철석의 용의 상처입은 마음을 조금 추스른 후에야, 교주님은 입을 여셨다오.
"네게 어떤 아픔이 있었는지, 알 수 없었고, 알려고 하지 않았던 점. 정말 미안하다."
"...아니다고래. 내가 마음이 급해서 아무 말이나 했던 것에 불과하다고래."
"네가 원하는 바를 이루길 바란다. 하지만, 나에게 넌 꽤나 가치있는 녀석이야."
교주의 말에 피라는 눈물을 그치고 놀란 눈으로 교주를 올려봤지만, 이내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투덜거렸다오.
"...오야. 동정따윈 필요없다로."
그런 피라의 퉁명스러운 반응에, 교주는 피식 웃으며 답했지.
"동정하는 게 아니야. 난 황철석을 꽤 좋아하거든."
"...어?"
그렇게 말한 교주는, 자신의 품 속에서 무언가를 꺼냈다오. 그것은, 정육면체 모양의 황철석이었지.
"황철석은 자연 상태에서 이런 정육면체의 모양을 띄는 경우가 있어. 그 사실이, 난 너무나 멋지다고 생각했지.
네가 이곳에서 가짜 금화 소동을 일으킨 덕분에, 뒤늦게 황철석에 대한 이야기를 떠올리고, 하나 장만했어.
시스트 녀석. 이것 가지고도 사기를 치려고 하는 게 괘씸했는데, 너무 예쁜 정육면체라서 꿀밤 한대 때리고 그 값이라고 치고 가져왔지."
"뭐... 뭐? 그, 그게... 예쁘다고?"
"예쁘지 않아? 나만의 행운의 주사위 같아서 마음에 드는걸."
교주는 그 커다란 주먹보다 조금 큰 황철석 정육면체를 공기놀이를 하듯 몇번 던지며 가지고 놀더니, 이내 자신의 품 안에 집어넣으며 말했다.
"네가 네 스스로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태도는, 부정적인 면만 제외한다면 향상심과 비슷해서 응원해주고 싶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네 스스로에게 아무런 가치도 없다곤 생각하지 마.
남들에게 네가 황금보다 가치가 없다고 해서, 네가 가치가 없는 녀석인 건 아니니까."
"그, 그으으...! 이, 이런다고 내가 포기할 거라고 생각하지 마!"
"? 포기하지 마. 네 꿈이라면서. 누가 포기하라고 했어?
난 교주야. 네 꿈을 응원해야할 사람이지, 네 꿈을 포기하라고 할 사람이 아니라고."
"으읏...."
"그렇지. 나랑 약속 하나만 하자, 피라."
"...약속?"
"언젠가, 네가 하려는 실험이 성공하는 날이 찾아올 지도 몰라.
그게 금방 찾아오지는 않겠지. 정말 먼 미래일 수도 있고, 정말 가까운 미래일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네가 성공하는 그때가 온다면...
내가 가지고 있는 이 황철석 주사위를 네가 바뀌길 원했던 광물로 바꿔줘."
"...그 주사위를?"
"응. 그때가 오면, 난 네가 바꿔준 주사위를 모두에게 자랑할게.
황철석이 아니라 다른 광물이 된다면 조금 아깝긴 하겠지만, 너의 실험이 성공했다는 걸 남들에게 자랑하고 싶으니까.
피라가 바꿔준 황철석 주사위야. 이제는 황철석이 아니지만. 정말 대단하지? 안 그래?
이렇게 말이지."
교주님은, 마치 자신의 사도에게 소중한 물건을 자랑하는 투로 허공에다 대고 연기했다오.
그 모습이 썩 나쁘지 않았지.
그 모습을 보노라면, 교주님도 언젠가 이 에피카와 함께 연극이라도 해주었으면 싶었다오!
...크흠. 사담이 좀 길었군.
아무튼! 교주님의 이야기를 들은 피라는 언제부터인가 눈물을 그치고, 자신의 금속을 주사위 가지고 놀듯 휙휙 던지던 그 모습을 머릿속에 그리고 있었소.
그 눈이 시리도록 빛나던 노란색 광채가 떠올랐기 때문일까? 갑자기 시려오는 눈 때문에, 그녀는 눈물을 흘렸지.
그렇지만, 그녀는 웃고 있었소.
"흥...! 교주 오야...! 잘도 말해줬겠다...!"
평소의 그 의기양양한 태도를 되찾은 채로 말이오.
"교주 오야를 간판 삼는다니. 완벽한 계획이군. 그거라면, 엘리아스에서 떼돈을 벌 수 있을 거야!
그때가 돼서 광고비를 안 주니 뭐니, 울고불고 해도 소용없을걸!!
이 피라는 아무리 교주 오야라고 한들, 단 한 푼도 주지 않을 거니까!!"
그렇게, 그녀 자신을 가혹하게 채찍질하던 무언가가 사라졌다오.
결과만 놓고 말하자면, 그녀의 행동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소.
무리만 하지 않을 뿐, 여전히 자신의 모든 걸 연금술에 투자하고 있으니까.
그렇지만, 이제 그녀는 자신을 재촉하지 않소!
자기 자신에게 이자를 매겨, 그 이자를 재촉하며 자학을 하던 황철석의 용은 온 데 간 데 없었소!
한 사람의 연금술사만이 그곳에 있을 뿐이었으니 말이오!
오늘의 이야기는 여기까지라오!
이 에피카의 이야기를 들어주어 고맙소! 모나티엄의 시민 여러분!
이 에피카가 사랑하는 이야기를 함께 사랑해주어 고마웠소!
그럼, 다음 만남까지 안녕히!
헉 너무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