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전 2를 25년도 더 전에 접한 후
엔딩을 10번 가까이 봤던 사람 입장에서,
전투 시스템은 모바일 버전을 기준으로 제공된 점에 굉장히 열이 받으면서도
스토리 텔링 방식에는 감동이 있었습니다.
광활한 전장에서 벌어지는 한땀한땀 전략이 필요했던 전투가
딸깍 플레이로 전락한 것이 너무 아쉬웠습니다.
고차원의 AI가 25년이 지난 오늘날 무지성 AI가 되버린 것에 한탄합니다.
사기 시스템으로 인해 절륜한 청년 라시드도
턴 활용에 미스가 나면 암흑기사 뒷치기에 푹찍 당하는 일이 발생해
기사계열의 함성으로 사기를 올리고
창계열 함성으로 사기를 떨구는 준비작업도 해야했었죠.
애정들여 키운 팔라딘도 재수없이 암흑살수나 스나이퍼 크리 한방에 피 1 남고 호달달 하던
그런 의외성 넘치는 전투의 맛이 싸그리 사라졌네요.
클래스 상성도 미비해져서
아군 기사계열 케릭들이 45레벨 제국창병에 썰리고
혹시하고 출전시킨 아군 제너럴, 어스퀘이커도 쏟아지는 도끼병에 와장창하는 그 짜릿함에
출전 배치를 공들여 했던 그 맛이 사라져버렸네요.
그런 것들을 기대했었습니다만, 만들다 만 모바일 게임을 만난 느낌이었습니다.
심지어 이건 모바일로 준비했다는 생각이 너무 여실히 드는 것이 애시당초 진영 별 인벤토리를 사용하다
후반부 합류에서 오는 카타르시스를 하나로 묶이게 되는 인벤토리로 줄 수 있었던 게임인데
통짜 인벤토리를 사용함으로, 반 귀속에 가깝던 케릭터 장비를 계속해서 바꿀 수 있게되는
패키지형 창세기전으로는 상상도 안해본 경험을 해봤습니다.
반면에 많이 모자랐던 스토리 상 굵직한 빈 칸들을 잘 캐치해서 완성도 있게 버무려준 것은
오랜 팬으로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아쉬운 점은 정말 많지만
한정판을 산 것을 후회하지는 않습니다.
다시하라면 하지 않을 테지만
오랫만에 돌려보는 버추얼pc로 창세기전 2를 켜볼 기대감을 잔뜩 주네요.
평가하기는 참 애매한 작품(?) 혹은 물건(?)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