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는 제목의 글을 2년전에 올려 힛갤에 간 적이 있습니다.
찾아보니 2014년 3월 저는 정품 유저들에게 금단의 영역이나 마찬가지이던
게임기 개조 방지를 위한 씰을 과감히 뜯어버리고 PS2의 배를 가르고 말았던 것입니다.
그 이유는
지난 17여년간의 루리웹 덕후 생활 동안 수백장, PS2만 이백장 이상으로 불어난 게임들을
플레이스테이션의 연약한 렌즈가 버티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제게는 PS2가 한대 더 있었습니다.
고등학생 시절, 루리웹에 상주하시던 지금은 40 ~ 50대를 넘기셨을 어르신들이 막 정발된 PS2를 구매하는 모습을
부럽게 손가락 빨며 쳐다만 보던 그 고등학생 시절. 진인환 마스터님의 그 유명한 사진이 막 탄생했지만 아무도
지금과 같은 그런 의미로 관심을 갖지는 않았던 그 순수했던 시절...
수능만 끝나면 산다... 고 마음먹고 한푼 두푼 모으다가
수능 끝나자마자 부리나케 가서 사왔던 국내 최초 정발된 PS2 30005번 모델.
나는 PS2와 함께 특수 부대원이 되어 바다를 건너 적진에 단독 침투해보기도, 우주 전사가 되어보기도,
닌자가 되어 바람처럼 적들을 베어 넘기기도, 아름다운 판타지 세계에서 달달한 연애를 즐 -_- 겨 보기도 했습니다.
꿈과 희망과 모험의 세계로 나를 데려다줬던 PS2.
...데려다 준 동시에 수능 실패해서 일년 재수를 해야했으며 집에 게임기를 사 둔 일반인 유저 A에 불과했던
나를 진성 십덕후로 이끄는 운명을 가져다 주기도 했지요.
그 PS2가 이제 쓸모가 없어졌으니 또다시 배때기를 갈라 버리려 합니다.
예비용 ps2 렌즈입니다.
오픈해보겠습니다.
좌측이 구형 PS2용 KHS-400C
우측이 신형 슬림 PS2용 PVR-802W
물론 모델이 저것만 있는건 아닌데 국내 정발된 PS2는 대부분 위의 두개로 쓰면 맞습니다.
아래쪽 큰 나사 2개가 렌즈 상태가 안 좋을때 돌려서 저항값 등을 조정하는 나사인데
그냥 건드리지 말고 새 렌즈로 교체를 추천합니다.
손대서는 안되는 물건에 손을 댈 때의 이 희열.
망설이고 망설이다 금단의 영역을 넘어버릴때 인간이 느끼는 이 묘한 두근거림과 설레임과...
이히히히히히히히히
...하고 나는 지난 십삼년간 가문의 명예를 걸고 소중히 지켜왔던 봉인을 풀었다.
봉인을 풀자, 그 안에 숨어있던 흑염룡
따위가 있을리가 있나요.
장난은 이쯤 하고 2년전과 마찬가지로 굳이 공돌이 아니더라도
다X소에서 파는 드라이버 세트만 있으면 밀레니엄 시대에 발매된 겜기 부품 따위
순식간에 교체할 수 있다는걸 보여드리겠습니다.
일단 30005번 기준으로 위에 흑염룡의 봉인을 뜯은 사진 바로 윗 사진을 자세히 보시면
나사 포인트가 총 6군데가 아니라 8군데 입니다. PS2는 상자 2개를 겹친듯한 디자인인데
그 부분에 2개가 더 있습니다. 일자 드라이버 같은걸로 고정 고무와 플라스틱을 뽑아 내고 나사를 풀면
엄청 긴 나사 4개와 짧은 나사 4개가 나올 겁니다.
그러면 쉽게 윗 뚜껑이 젖혀지는데
절대 확 제끼지 마십시오
왜냐하면 전원/트레이 오픈 스위치가 연약한 리본 케이블로 연결되어 있는고로...
본체에서 뚜껑을 너무 멀리 분리하지 말고 전원 스위치를 고정하고 있던 플라스틱을 조심조심 빼내 줍니다.
렌즈도 오픈, 본체도 오픈.
그리고 렌즈가 숨어있는 ODD 베이 윗 뚜껑을 분리하기 위해 나사 4개를 풀어 줍니다.
이 베이 뚜껑을 잘 기억해 두세요.
렌즈를 교체하기 위해 분해해야 할 곳은 바로 여기까지 입니다.
끝났습니다. 어때요, 참 쉽죠?
원래는 더 분해해서 ODD 베이 자체를 뽑아 내거나 해야하는데 탑로딩 방식도 아니라
구조도 복잡하고 더 손대기도 귀찮으니 이제 편법을 동원할 차례입니다.
동영상을 첨부해보죠.
이 상태로 전기를 연결해줍니다.
그리고 전원을 넣고 트레이를 밖으로 뺀 후에... 전원을 꺼 버립니다. 끝.
그럼 트레이는 밖으로 나오고 렌즈가 노출되는거죠.
그나저나 트레이 방식 ODD가 저런 식으로 작동하는군요. 저도 처음 봤습니다.
픽업부가 위로 솟아오르면서 디스크 구멍을 물게 되어있네요.
자, 이제 주둥이가 튀어나왔으니 렌즈에 접근 가능합니다만... 트레이가 튀어나온 상태이므로
잘못 힘을 가해서 퍽 쳐서 박살을 내거나 하지 않도록 합시다.
렌즈를 교체하려면 나사 2개를 추가로 분해해주면 됩니다. 사진상에 드라이버로 풀고 있는 나사,
바로 대칭되는 반대편에 똑같은게 하나 더 있죠? 그거 2개가 끝입니다.
나사 두개를 풀고 렌즈가 왔다갔다하는 지지대 봉 2개를 뽑아내고...
이제 렌즈를 살짝 잡고 뒤집어 줍니다.
리본 케이블을 분리할 차례인데 잡아 뽑으면 되는게 아니라 흰색 커넥터 좌우에 살짝 잡아 뽑을 수 있는
플라스틱 걸림쇠 시스템이 있습니다. 그걸 먼저 밖으로 당겨 풀어주고 리본 케이블을 뽑아내면 잘 빠집니다.
낡은 렌즈에서 분해해줄 부품이 있습니다.
오른쪽의 저 나사 1개를 풀어 저 부품을 분해해줘야 하는데 저게 렌즈가 위아래로 왔다갔다할 수 있도록
모터와 연결된 나사산 나 있는 회전축 위에 걸쳐지는 부품입니다.
렌즈는 살 수 있어도 저건 살 수가 없습니다. 잃어버리지 맙시다.
그리고 하나 더 체크할 게 있는데 정전기 방지 탭 입니다.
납땜으로 회로 3개를 붙여놓은건데 저게 저렇게 떨어져 있어야 전기가 제대로 흐르면서 렌즈가 동작합니다.
슬림형 PS2 렌즈는 저게 다 붙어서 나와서 여러분이 구매하신 후에 직접 땜질로 떼줘야 합니다.
게다가 땜질이 셀로판 리본 케이블 위에 있어서 더 까다로울 수도...
어쨌든 렌즈에 리본 케이블을 결합하고 다시 자리에 놓은 후에 봉 2개를 끼우고 나사를 조여주고
테스트를 합니다.
테스트 할때 주의할 점.
아까 떼어낸 베이 뚜껑 가운데에 디스크를 잡아주는 흰색 원형 판이 있는데
사실 여기 자석이 들어 있습니다.
디스크를 삽입하고 트레이가 들어가면 픽업부가 솟아오르면서 회전축이 디스크 구멍에 끼워지고,
저 흰색 원형 판에 든 자석이 위에서 회전축 모터에 찰싹 달라 붙으면서 디스크를 고정하는겁니다.
이게 없으면 디스크가 회전축 모터에 제대로 고정이 안되니 디스크가 헛돌면서 로딩이 제대로 안 되거나
길어지거나 하겠죠.
저 흰색 원형 판을 조심조심 빼낼 수도 있습니다만 플라스틱 탄력을 이용해 빼내는 거라서 부러질 수도 있습니다.
렌즈는 다시 살 수 있어도 저건 부러지면 파는데가 없습니다. 좀 귀찮더라도 베이 뚜껑을 결합하고 테스트 합시다.
윙~ 하고 정체불명의 다각형들이 나타난 후 빠르게 사라질 수록 렌즈 상태가 좋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뽕 하는 소리와 함께 PS2 로고가 뜨니 매우 정상적으로 동작하는군요.
저 테오데1 리메는 제가 무려 군대에서 엔딩을 본 작품입니다.
다시 조립할때 주의할 점은 이 전원스위치 고정 플라스틱을 조심조심 끼워주는 것 밖에 없습니다.
뚜껑을 닫고
나사 8개를 결합해주고
상태가 안 좋은 렌즈는 이렇게 처리.
D급이라고 쓴 이유는... 사실 렌즈가 죽은건 아닙니다.
디스크를 넣으면 인식하기까지 분 단위 시간이 걸리더군요. 그래서 걍 교체.
그리고 또 하나, 이 구형 PS2는 이게 두번째 렌즈 교체입니다.
대학생활 내내 게임만 했던 헤비 게이머인 저의 혹사를 견디지 못하고 4년만에 렌즈가 사망했거든요.
그때는 소니 정식 대리점에 맡겨서 8만원인가 주고 교체했습니다.
다시 8년에 가까운 세월이 흘러 너무 오래 내버려둬서 그런지 또 렌즈가 오락가락 하시길래
직접 교체해버렸습니다.
그리고 또 다시 하나, 사실 2년전에 교체한 슬림 PS2는 렌즈가 멀쩡했습니다.
예비용 렌즈를 사 두니 어느날 갑자기 뜯어보고 싶어지더군요.
-_-
PS2 렌즈만 두개를 소모해버릴 정도로 덕후가 되었지만 아직도 게이머의 길은 멀고도 험하군요.
가....가도되...? 무..물론 ..가도되.. 그럼..가..간다앗!!!!!!! 오른쪽으로 가버려어어어엇!!!!
되->돼
제발...주...죽여줭...ㅜㅜ 글쓰시는 솜씨가 정말 좋으신것 같아요. 재밌고 자세한 렌즈 교체기 잘봤습니다.(-^.^- )
덤벼라 십년아!
렌즈교체 잘 보고 갑니다!
대단하시네요ㅎ
힛겔 가실듯
제발...주...죽여줭...ㅜㅜ 글쓰시는 솜씨가 정말 좋으신것 같아요. 재밌고 자세한 렌즈 교체기 잘봤습니다.(-^.^- )
오른쪽으로 가버려!!!!
렌즈는 어디서 구입하는건가요?
렌즈 옆에 들어가는 가이드 암도 구입 가능합니다. 저는 그게 플라스틱으로 되어있는 버전이었는데 렌즈보다 암이 먼저 마모되어서 맛이 가더군요 ㅋ 이베이 같은데서 ps2 lens arm 으로 검색하면 나옵니다. 가격도 얼마 안함.
가....가도되...? 무..물론 ..가도되.. 그럼..가..간다앗!!!!!!! 오른쪽으로 가버려어어어엇!!!!
이끄ㅡ으ㅡ으응
되->돼
크으 적절한 유머와 자세한 설명이 있어서 재밌군요. 근데 제가 가지고있는 5만번 플2는 뚜껑에 연결된 리본케이블이 없더군요. 그래서 인터넷 글보고 쫄아서 조심조심 여는데 케이블이 없어서 띠용했던 기억이 있네요 ㅎㅎ 플2가 13년 정도 되었는데 알리에서 렌즈 하나 구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PS2 렌즈교체 잘 봤습니다 추천드려요~
손재주가 좋으시네요 지금 렌즈 맛가서 플스2 봉인중인 사람들도 꽤나 될듯요...
마리오님 힛갤로...ㄷㄷ
영혼까지 묘사하는 이모션 엔진과 지구를 시뮬레이션 할수있다는 그래픽 신디사이저가 탑재된 슈퍼컴퓨터.
[일단 30005번 기준으로 위에 흑염룡의 봉인을 뜯은 사진] 플스 넘버링이 대략 3만정도 가면 흑염룡이 봉인되는거군여. 제 게임기도 마르고 닳도록 오래오래 살 수 있으면 좋겠네여.
저도 정발 30005 가 있는데 요 글 스크랩했다가 고장나면 고쳐야 겠네요
수능때 플2라니... 님도 이제 아재가 되셨네요;
전 수능보기 직전에 30005를 샀는데 동년배시구만요 반갑습니당
다이소에서 드라이버 셋트만 사면 손쉽게 할수 있다면서요.. 중반부터 문법 공부만 했습니다.
글을 소설가 같은 사람들 하곤 또 다르게 맛깔나게 쓰시는 듯. 블로거 같은거 하심 되게 잘하실것 같음 ㅋ
이글 즐겨찾기 등록! 미리 저도 렌즈나 사둬야겠네요 ㅋ
플스2는 명작만 골라서 해도 죽을때까지 다 못한다는 말이 있죠.
플2 뒈질까봐 예비로 몇대 더 사놨지요 ㅎㅎ 평생 굴려도 걱정없을듯..
오랜만에 PS2 게시물을 접하게 되어 반갑고 기쁘고 좋습니다~! @_@ %_% ^_^
정말 대단한 게임기죠. 하위호환도 되고, 당시 대용량매체의 dvd을 도입하고 발매된 게임소프트의 갯수도 엄청나고 명작도 많고 부속만 구할수 있다면 죽을때까지 플레이할수 있다고 생각해요.
콘솔게임기는 좀 아쉬운게 저렇게 고치지 못하는 이상 단종된 이후 고장나면 플레이 할 방법이 마땅히 없다는 거. 나도 나중을 위해서 렌즈 좀 사놔야 될 듯.
아....저도 플스투 부팅이 현저히 느려졌는데 이거 렌즈 손상인거 맞나요?렌즈 클리너도 해보고 진리의 문 열고 먼지도 제거해봤는데....간만에 다시 켜봐야겠네요
덤벼라 십년아!
죽.......여...........줘.............
명기의 증명 잘 봤습니다.
ㅎㄷㄷㄷ
제 플투는 넘 오래 안썼더니 트레이가 끼긱 거리면서 힘들게 움직이네요.
제 플투도..3만번대인데 플탐은 50시간도 안될듯한데 트레이가....
갑자기 보드가 죽어버린 일판 ps2가 떠오르네요.....변압기 문제로....아....
동영상으로 자막까지 곁들여서 전체 교체과정을 보여준다면 훌륭한 셀프수리 교본이 될수 있을지도!!
이래서 한국말은 끝가지 들어봐야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거 그냥 글따라서 하다가 확째끼는분 잇을거같음 ㅋㅋ
글 잘봤습니다. 손재주 좋으시네요. 저는 그냥 소니 as 맡길래요;;;;
수능 끝나자마자 ps2 사러간 사람 여기 하나 더있어요 ㅋㅋ 괜히 공감공감 열매 먹고 센티해짐
ps2의 오로치마루 시네 예토전생!
저 90005번 슬림플스 렌즈 구매처 궁금합니다 (90알리에서 구매가능하다는것 보다는(사용 경험 무) 구체적으로 어디가면 좀 더 쉽게 살수 있는지 알려주시면 더 좋습니다 ㅜㅜ;
오른쪽에서 다시보죠
3005 랜즈 조이다가 들오게 됐습니다 ㅠㅠ 아무리 조여도 안되네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