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자전거 타다가 종기가 생긴 잉여입니다.
자전거 갤러리에서 도움을 받아서 저도 미천한 글솜씨와 경험으로 작게나마 도움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안 보셔도 되는 소소한 팁을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일단 저 역시 이제 막 걸음마를 배우고 있는 수준의 초보자이기 때문에 큰 도움은 되지 않을 거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쓰고 싶기 때문에 쓰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저는 저번달부터 외발자전거를 타기 시작했습니다. 하루에 약 1시간 동안 타기 때문에 실력은 그렇게 많이 늘진 않지만 그래도 하루하루 외발자전거를 타면서 재미를 느끼고 있습니다.
1. 최소한의 보호장구. 무릎보호대, 헬멧, 장갑
기본적으로 자전거를 타시는 분이면 헬멧은 다 있으실 겁니다. 저는 자전거를 잘 타지 않아서 헬멧을 사지 않았습니다. 사게 된다면 외발자전거로 주행이 가능해진 다음에 사려고 했죠.
좋은 생각은 아니었습니다. 왜냐하면 외발자전거를 타면서 뒤통수가 두번 정도 깨질 뻔 했거든요. 그렇게 오래 탄 것도 아닌데 말이죠.
외발자전거는 잘 넘어지기 때문에 헬멧을 착용하시는 게 좋습니다. 저 또한 빠른 시일내로 헬멧을 장만할 생각입니다.
무릎보호대는 별로 많이 쓰이진 않습니다만 있으면 무릎건강에 좋습니다. 앞으로 넘어질 때 가끔 내릴 타이밍을 놓쳐서 무릎으로 착지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인데요, 저는 현재 딱딱한 외피가 있는 것이 아닌 쿠션만 있는 형태의 무릎 보호대를 바지 밑에 착용합니다.
외피가 있는 건 자주 흘러내리더라구요.
장갑 또한 기본적으로 다 있으실 겁니다. 저는 현재 군대에 있을 때 2만원 주고 산 장갑을 쓰고 있습니다.
손목까지 약간이나마 보호해줘서 넘어질 때 부담이 덜한 편입니다. 추가적으로 장갑은 손바닥이 잘 보호되고 손가락 끝까지 덮는 걸로 구매하시는 걸 추천합니다.
처음 타실때에는 벽이나 난간을 손으로 지탱하시면서 타실텐데 고통과 오염을 줄여줍니다.
정강이 보호대도 있으면 좋지만 반드시 있어야 할 수준은 아닙니다. 하지만 페달이 정강이를 공격하는 횟수가 너무 빈번하게 일어난다고 판단하신다면 정강이 보호대의 구매도 고려해볼 만합니다.
엉덩이 보호대 또한 있으면 좋지만 반드시 있어야 할 수준은 아닙니다. 엉덩이의 단련도에 따라서 필요할 수도 있고,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차라리 허벅지 안쪽을 보호할 수단이 있다면 그쪽이 더 좋습니다. 넘어질 때 안장에 찍히면 많이 아픕니다.
2. 의류
날씨가 슬슬 추워지고 있습니다. 올해 초만해도 화악산 꼭대기에서 한 낮에 영하 20도의 추위 속에서도 체련복의 팔을 걷고 다녔어서 한국의 겨울은 문제 없다고 생각합니다.
……최소한, 그렇게 생각하던 때가 저에게도 있었습니다.
전역하니까 약해지더라고요……. 필리핀 놀러가서 감기걸려서 왔습니다.
하여튼,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신 분들께는 야상이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습니다. 저는 있습니다. 덕분에 자전거 의류를 살 필요는 없었습니다.
로드바이크를 타시면서 기록 갱신을 노리시는 분들이라면 야상은 별로 좋아하지 않으실 거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제가 자전거를 타는 이유는 그냥 자전거가 있어서 이기 때문에 야상은 저에게 아주 좋은 의류입니다. 주머니도 크고 2년동안 입어서 정도 들었고 돈도 안나가고 말이죠.
집 근처에 군부대가 있어서 그 근처에 갈때는 솔직히 긴장하긴 합니다. 민간인이 야상 왜 입냐고 할까봐요. 걱정돼서 검색해본 결과 민간인이 군용 야상을 입으면 안될 이유가 없다는 결론에 도달해서 그냥 입고 다니긴 합니다.
당연히 현역 군인처럼 보이면 문제가 될테니 부착물을 전부 떼고 군복과 혼동할 수 있는 바지나 신발은 착용하지 않습니다. 야상 외에 위장무늬가 있는 의류는 야상 밑에 입는 독일군 전투복 상의가 전부고요.{할인할 때 샀는데 잘 쓰고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머리카락을 기르고 있습니다.
어, 옆길로 많이 샜습니다. 하여튼, 날씨가 추워지니 땀을 흘리시고 식을 때 감기걸리지 않게 조심하십시오. 그리고 움직임에 큰 방해가 없는 의류가 좋습니다.
자전거 탈 때 야상은 편합니다. 무엇보다 주머니가 크고 많습니다.
신발같은 경우에는 편한걸로 신으시는 게 좋습니다. 밑창이 얇고 충격흡수가 안되는 건 피하시는 게 좋습니다. 외발자전거가 넘어질 때 착지하면서 무릎에 큰 무리가 가거든요.
3. ㅂㄹㄹㅋ!
소제목 보고 놀라셨을 것 같습니다. 사실 저도 이걸 쓰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만 며칠 전에 겪었던 일 때문에 쓰도록 하겠습니다.
며칠 전에 내리막길에서 연습하다가 외발자전거가 뒤로 기울어져서 내릴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내릴 타이밍을 놓쳐서 고간으로 제 체중을 지탱하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기껏해야 2~3초 정도였지만 그 고통은 마치 기훈단에서 유격훈련 받을 때 받았던 고통을 한꺼번에 받는 것 같았습니다.
그 날은 그 길로 집에 왔습니다.
이건 딱히 어떻게 대처해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그냥 마음의 준비……아니, 이럴 수도 있다는 것만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4. 파이프 담배
왜 갑자기 담배가 나오냐고 생각하실 것 같습니다. 게다가 왜 그냥 담배도 아니고 파이프 담배냐고도 생각하실 것 같습니다.
파이프 담배 얘기를 하기 위해선 제가 군대에 있을 때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군요. 상병 때부터 파이프 담배를 폈습니다. 사놓는 건 입대하기 전에 사놨는데 정작 그때는 비흡연자였습니다. 군대에서 담배 살 돈이 없어서 휴가나와서 샀습니다.
그 이후로 롤링타바코와 스누스도 군대 안에서 해봤습니다. 정기적으로 수도통합병원에 갔는데 그 근처에 담배가게가 있어서 일이 빨리 끝나면 담배가게에 들릴 수도 있었습니다.
하여튼, 파이프 담배가 왜 필요하냐면 바로 자세유지 때문입니다. 처음 외발자전거를 타실 때에는 허리를 곧게 펴시고 정면을 주시하셔야 하는데 그게 하다보면 계속 허리가 앞으로 숙여지더라고요.
그래서 오늘 파이프 담배를 피면서 해봤습니다. 파이프 담배를 피면서 고개를 숙이면 침이 파이프 안으로 들어가 향이 안좋아져서 고개를 들어야 하거든요.
효과가 상당히 좋았습니다. 파이프를 물고 고개를 빳빳이 세우니까 허리도 자동으로 곧게 펴지고, 무엇보다 기분이 좋았습니다. 담배 향이 꽤 좋거든요.
만약 비흡연자시거나 파이프를 안피신다면 괜히 파이프 사지 마십시오. 대체품이 있는데 지출이 있을 필요는 없습니다.
간단하게 고개를 숙이면 침이 흘러나오도록 하게 하는 기구{개구기나, 연필을 옆으로 물고 계시거나}가 있다면 그걸 쓰는 것도 좋습니다. 아니면 입을 계속 벌리고 계시는 것도 괜찮은 방법 같습니다만 잘못하면 벌래를 먹을 수도 있으니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생각해보니까 연필을 옆으로 물고 있는 거나 파이프를 물고 있는 건 굉장히 위험하네요.
그냥 자세에 신경 좀 더 많이 쓰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5. 장소
외발자전거를 배우실 때에는 평평한 바닥과 벽, 혹은 잡을 만한 것이 있는 넓은 공간이 좋습니다. 인적이 적은 곳도 우선순위에 들어갑니다.
저는 현재 아파트 옆 인도에서 타고 있습니다.
낮에도 차량이나 사람이 많이 다니지 않고 나름대로 평평하고 단단한 울타리가 있습니다. 체중을 다 실어도 흔들리지 않습니다.
밤에는 1시간동안 통행이 사람과 차량 전부 합해도 10번이 안됩니다. 가로등도 잘 켜져 있고요. 좀 탈 수 있게 된 다음에는 근처 초등학교 운동장도 한 번 가 볼 생각입니다.
기본적으로 외발자전거를 처음 타보신다면 울타리나 봉같은 걸 잡고 외발자전거에 탑승하게 되실 겁니다. 바퀴가 하나다 보니까 타는 것도 일이기 때문입니다. 이 때 손을 많이 쓰기 때문에 장갑이 있는 게 좋습니다.
바닥이 평평하지 않고 요철이 있다면 넘어질 확률이 매우 올라갑니다. 초보자라면 2cm정도 단차가 있는 정도로도 넘어질 수 있으니 바닥은 평평할 수록 좋습니다.
저같은 경우에는 인적이 적은 곳일 수록 더 과감하게 탈 수 있습니다. 많이 넘어지다 보니까 인적이 많으면 조금 그렇습니다.
게다가 자전거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은 곳이라면 무수한 악수 요청이……
6. 음주?
당연하지만 안됩니다. 운동능력이 떨어져서 잘못 넘어지면 진짜 뒤통수가 깨질 수도 있습니다. 멀쩡한 상태에서 타시는 게 더 재밌고 좋습니다.
7. 운동량?
처음 타실 때에는 '이야, 이거 운동 진짜 잘되겠다. '라고 느끼실 겁니다. 균형을 잡기 위해서 자주 쓰지 않는 근육을 쓰기 때문에 전신에서 땀이 나고, 안장에 앉는 게 아니라 허벅지로 몸을 지탱해서 허벅지에 자극이 많이 오고, 넘어지지 않기 위해 팔에 체중을 실어서 팔에도 자극이 많이 옵니다.
익숙해지시면 허벅지와 팔에 오는 자극이 줄어들고 슬슬 덜 힘들어지기 시작할 겁니다. 하지만 허리를 곧게 세워야 하기 때문에 허리 건강에 약간의 긍정적인 효과는 기대해볼 수 있습니다.
운동량보다는 그냥 재미를 위해 타시는 게 좋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8. 나이
균형감각이 많이 요구되다보니까 어렸을 때부터 배우는 게 좋습니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못배우실 건 없습니다. 사람이 타라고 만들어진 거라서 연습하시면 탈 수 있습니다.
9. 타이어 공기압
저는 타이어 공기압을 약간 말랑말랑한 상태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닿는 면적이 넓으면 균형잡기 쉬울 것 같아서요.
10. 넘어짐
저는 넘어질 거 같으면 외발자전거는 무시합니다. 아무리 비싼거라도 제가 안 다쳐야죠. 게다가 외발자전거는 범퍼가 있고 구조가 단순해서 넘어지는 걸로는 끄떡도 없습니다.
재미있으려고 타는 건데 다치면 썩 유쾌하지는 않으니 넘어질 때는 외발자전거가 아닌 사람이 다치지 않는 방향으로 뛰어내리시는 게 좋습니다.
넘어지는 게 아니라 내리실 때에는 안장에 붙어있는 손잡이를 한 손으로 잡고 내리시면 됩니다.
11. 그 외에
처음 목표로 삼으실 건 몸을 지탱한 상태로 외발자전거에 올라타는 것. 그 다음은 몸을 지탱한 상태로 앞으로 가는 것입니다.
프리 마운트나 아이들링, 후진은 나중에 생각하셔도 늦지 않습니다. 먼저 재미를 느끼시는 게 더 만족스러운 외발자전거 생활을 이어나가기 위해 필요합니다.
이상으로 읽어보지 않으셔도 상관 없는 소소한 팁들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길고 누추한 글을 봐주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여담으로, 30시간 정도 투자하면 몸을 지탱하지 않은 상태로 주행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그 30시간동안 울타리를 잡고 한 바퀴, 한 바퀴 나아가시게 될 겁니다.
하지만 포기하지 말고 계속 하시길 부탁드립니다. 어제보다는 오늘 1cm라도 더 갔고, 어제보다는 오늘 1바퀴 더 돌린 셈이니까요.
아무리 짧은 한 바퀴라도 모이면 자유롭고 재밌는 주행이 가능할 정도로 길어집니다.
그 날이 올 때까지 수십 번도 더 넘어질 것이지만 마침내 주행이 가능하게 될 때에는 그 무엇보다도 강한 성취감을 느낄 것입니다.
그 날이 올 때까지 응원하도록 하겠습니다.
날이 점점 추워지는데 감기 조심하십시오. 이만 글 마치겠습니다.
길고 누추한 글 봐주시느라 고생하신 점,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이상입니다.
예전 중랑천서 외발자전거잘타던 꼬마들본게 생각나네요.
저도 외발자전거 잘 타고 싶습니다 현실은 발보다 팔이 바쁜 초보자……
긴글 잘 읽어봤습니다 중요 내용 잘 써주셧네요 약간 덧붙여드리자면 있는데 외발자전거탑승시 한쪽으로만 벽 지탱해서 타지 마시고 오른쪽 /왼쪽 번갈아가며 지탱하며 연습하시는걸 제안드립니다 -한쪽만 연습하면 추 후 탑승시 어색함?을 느끼게되실거에요 주행연습은 벽이나 봉잡고 혹은 다른 지인분의 손으로 잡고 연습하시는것도 크게 도움이 될겁니다 -벽,봉 하고 손잡는거 하고 탑승자분이 힘들어가지시는게 다르시더라고요 타이어를 한번 빵빵하게 해놓고 타보시는것도 제안드립니다 - 물렁한만큼 균형을잡기위해흔들리는 현상이많아지는분 간혹 보임 이상입니다 외발자전거에 관심을 가져주시는 분이 늘어나서 더욱 가분이 좋네요 약간 어색하더라도 근처 동호회 참석하셔서 나가보시는것도 괜찮을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