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목걸이
내 눈에는 ‘큰 것’보다는 ‘작은 것’이 먼저 보인다.
작은 것이 큰 것을 겸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래전에 본 아마존 인디언의 한 다큐가 떠오른다.
아이들과 어른들의 목에 전부 목걸이가 걸려 있었다.
자세히 보니 모두 구슬이 하나씩 깨어져 있었다.
깨어지지 않은 구슬들 사이에 깨어진 구슬 하나를
살짝 끼워넣어 목걸이를 완성한 것이었다.
인디언들은 그 깨어진 구슬을 ‘영혼의 구슬’이라고 불렀다.
여러 개의 완벽한 구슬들 사이에서 한 개의 불완전한 구슬을
서로 동등하게 배열해 함께 평등한 존재로 거듭 태어난다
는 것
어쩌면 인디언들에게는 처음부터 완벽한 것은 존재하지 않
았고
그 완벽 속에는 영혼이 존재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어떤 것이든 상처가 있어야 완전하고
가장 인간적인 것이 가장 완벽할 뿐이었다.
이 세상은 어느 곳이나 인디언의 구슬 같은 상처가 있다.
그 상처가 하나라도 존재하는 한
그들에게 이 세상은 결코 완전할 수가 없었다.
그 목걸이를 본 이후 내 영혼은 완벽한 잿더미로 변했다.
악의 평범성
이산하, 창비시선 4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