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기타 게랑초
산으로 불던 바람 비에 젖어 잠시 주춤하는 사이
안개 자욱한 창탕 고원에 앉아 그대를 생각하네
오늘은 내 오래된 기타 게랑초를 들고 라싸로 지원
가는 날
지난겨울 혹독했던 날씨에 라싸의 골목들은 여전
히 얼어붙어 있고 조캉 사원은 여태 감기를 앓고 있
다는데
아픈 그대를 생각하며 창탕 고원으로 찾아온 봄과
뜨거운 차와 몇 병의 술을 들고 바람의 말안장에 오
르네
오늘은 게랑초를 어깨에 둘러메고 그대 사는 오래
된 골목으로 지원 나가는 날
말을 타고 천천히 창탕 고원을 내려가며 말안장 위
에서 피우는 담배 연기는 내 영혼이 그대에게로 보내
는 몇 모금의 밀지, 나보다 먼저 그대에게로 달려갈
내 영혼의 밀사
목련 전등 환하게 켜진 이 대낮의 길을 달려 어두
워지기 전에 그대에게 당도해야 할 텐데
후드득, 후드득, 달려가는 말발굽 소리에 소리 없
이 떨어지는 한 잎의 저녁
산수유 노오란 꽃잎처럼 돋아나 벌써 화안하게 웃
고 있는 저 맨발의 초저녁 별들
그 별들 아래를 지나 말안장 위에 실린 나의 저녁
은 여전히 그대를 향해 가고 있는데 나직이 그대 안
부를 물어보고 있는데
타쉬 델레, 그대
안녕한지, 그대여
영혼의 고원을 횡단하던 야크들, 얌드록초의 파아
란 물결들, 라싸의 골목들과 조캉 사원의 독경 소리들
풀잎을 스치며 지나가던 바람들과 바람이 밀고 가
던 몇 장의 구름들
모두 다 잘 있는지
그러나 지금 그대에게 보낼 수 있는 것은 낡은 종
이 위에 서툴게 적은 단 한 장의 시일 뿐이어서 나 이
렇게 그대의 안부를 물어 어두워지는 바람의 말안장
위에 실어 보내는 것이네
타쉬 델레, 타쉬 델레, 나이 게랑
안녕한지, 잘 있는지, 나의 그대
* 내가 시를 쓰는 이유는 이 세상의 초록들 때문, 그동안 내 시의 초
록이었던 창탕 고원 아래 사는 맑은 영혼들에게 이 시를 바친다
** 게랑초―게랑은 ‘너, 그대’, 게랑초는 ‘여러분’이라는 뜻의 티베
트어, 그러니까 ‘타쉬 델레, 나이 게랑’은 ‘안녕하세요, 나의 그대’
혹은 ‘잘 있는지, 나의 그대’ 정도의 뜻을 지닌 말
삶이라는 직업
박정대, 문학과지성 시인선 3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