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왕, 이 게임은 제게 있어 단연코 (현재까지) 최고의 칼부림 게임입니다.
최근 ‘소울류’ 게임이 상당히 많이 나왔습니다. 소울시리즈를 굳이 플레이해보지 않고도 이제 ‘소울류’ 의 정체성 하면 딱 드는 생각이 1. 초심자를 거부하는 어려운 난이도 2. 일자진행형(오픈월드의 반대개념으로 썼습니다) 이라는 개념이 정립되었을 정도이니까요...
그러나 딱 잘라 말해서 인왕은 소울본류가 아닙니다.. 아니, 이견이 있을수 있으니까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예전 칼부림 액션 게임 귀무자에 디아블로형 파밍 시스템을 섞어놓은 게임에 가깝습니다. 시대적 배경, 무구류 및 인법운용, 플레이 스타일에 있어 귀무자에 비슷하고, 파밍의 재미도 있다는 것에서 디아블로에 유사한데 단순히 졸개에 해당하는 적이 강하다든지, 일정한 저장포인트에 도달하면 적이 부활한다든지, 한번 죽어도 다시 경험치를 회수할 기회를 준다든지, 공격하는데조차 스태미너를 소비한다라는 이유만으로 이 게임을 소울류의 아류작으로 취급하는 것은 너무나도 아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혹시나 오해하실까봐 사족을 답니다. ‘개성없는 소울류 아류작’ 이라는 평가가 아깝다는 의미이지, 소울류의 아류작이라는 말을 비하의 의미로 쓴 게 아닙니다. 참고로 저는 소울류 팬입니다...)
인왕은 위에서 말한 몇 가지를 제외하고는 그 개성이 살아 있습니다. 몇 가지를 추려서 말씀드리겠습니다.
1. 미션 진행 방식입니다.
물론 미션의 스테이지 내에서는 소울본류와 동일한 진행방식이지만, 최소한 숨돌릴 타이밍은 주고, 익숙해 진 곳에서 반복플레이도 가능합니다. 그 덕분에 아이템 파밍도 수월하게 할 수 있죠(원하는게 잘 안나오니까 문제입니다만, 그건 파밍시스템 자체의 문제이고). 미션제를 싫어하시는 분들은 ‘사이드미션이 결국 무늬만 조금 바꾼 거지, 다 똑같아서 재미없고 지루하다’ 라고 하시는데, 그건 맵을 재탕하는 사이드미션의 본질적인 문제라서....그냥 취향 탓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오히려 미션제라서 맵에 더 익숙해지고 꼼꼼히 체크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2. 잔심과 기력 게이지
이 잔심이라는 것은 인왕의 정체성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행동시 스태미너를 소비하고 일정 시간이 지나야 완전히 회복된다는 소울류 시스템에 인왕 자신만의 개성을 실현한 시스템입니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공격 모션 후 정해진 타이밍에 R1을 눌러 순간적으로 그 스태미너 회복 시간을 단축시키는 것인데, 제대로만 한다면 쉴새없이 적을 몰아붙이는 것이 가능합니다. 그러면 상대방 역시 가드만 하다 기력이 바닥나 그로기 상태가 되는데, 이때 일격을 찌르는 것도 가능합니다. (세키로의 체간을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다만 잔심 행동 자체는 무적이 없기 때문에 무조건 남발할 수 없고, 상대의 공격을 예상해야 하는 등 은근히 눈치싸움도 있습니다(물론 나중에는 회피하면서 잔심을 발동할 수 있습니다만, 그러면 공격을 이어가기 힘들죠)
3. 실시간 자세변경에 따라 공격방식이 달라집니다.
자세 변경은 소울류도 있었지만, 공격중 자세를 바꿀 수는 없었지요.(블러드본의 무기형태 변경은 논외로 하겠습니다) 인왕은 특이하게 3가지(납도상태까지 포함하면 4가지)를 별도의 셋팅 없이 즉각적으로 변경할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R1+각 버튼) 강하지만 느린 상단, 밸런스의 중단, 빠르지만 약한 하단이 그것으로, 하단으로 가드한 상대를 빠르게 압박하다가 틈을 봐서 상단의 강한 일격을 찔러넣거나, 멀리서 상단으로 니가와 플레이를 하다가 중단으로 바꾸어 맥을 끊어주는 방식도 가능합니다. 무기에 따라 위력도 다르지만 리치도 다르므로 개성적인 플레이가 가능하며, 저렇게 자세를 바꾸면 기력 회복도 늘어나는 방식이라 순간적으로 자세를 스위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4. 아이템 셋팅의 재미가 있습니다.
제가 아직 초반수준이었던 때에도, 무기에 따라 옵션이 다양하게 붙은 아이템들 정리하느라 눈이 빠질 지경입니다. 같은 아이템이지만 레어도에 따라 그 능력은 천차만별인데, 단순히 줍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직접 부가능력을 부여해줄 수도 있어 이런 재미도 쏠쏠합니다. 요새 인챈트의 개념은 빠지지 않긴합니다만, 기본적으로 플레이어의 능력만이 우선시되는 이러한 액션게임에서도 이런 요소를 넣어 육성의 즐거움을 더합니다.
또 좀 지나칠 만큼 장비 아이템의 드랍률이 높은데, 이러한 아이템은 팔아서 환금하거나 경험치로 더할 수 있으며 나아가 ‘먹여서’ 장비한 아이템의 레벨도 높일 수 있습니다. 또, 무기 중에는 ‘혼주입’ 이라는 메뉴를 통해 일정 능력(옵션)을 다른 무기에 부여하는 방식도 있습니다. 이것 또한 무작위로 되는 게 아니라 각 무기마다 설정된 ‘애용도’(쉽게 말해 사용한 횟수)가 최대치어야 이전되기 때문에, 다양한 무기를 사용하는 동기를 부여했습니다.(물론 이것도 숫돌이라는 아이템을 쓰면 애용도를 올릴 수 있습니다만..)
5. 멀티플레이가 한층 효율적입니다
전술하였듯이 인왕은 미션제로 진행됩니다. 따라서 특정 미션을 선택하여 호스트를 도와준다든지, 아니면 동일한 조건에서 같이 클리어를 한다든지 하는 방식도 가능합니다. 바이오 해저드5이후로 진정한 스토리모드에 대한 코옵이라고 할 수 있지요. 물론 호스트를 도와주는 방식으로 참전할 경우 호스트의 레벨에 맞추어 너프되는 현상은 있지만.. 게임이 지나치게 어렵다, 도저히 못 깨겠다 생각하시는 경우 도움을 받아 클리어도 가능하며, 자신이 도움을 주어 경험치나 아이템을 파밍하는 것도 재미입니다.
6. 난이도가 있지만 초심자도 곧 익숙해지기 쉽게 만들었습니다.
인왕은 분명 쉽지 않은 게임입니다. 하지만 미션제, 온라인을 통한 도움, 인법이나 음양술 등의 버프기, 아이템의 파밍 등으로 확실히 소울본류보다는 극복하기가 수월합니다. 참고로 저는 최초 두목 원령귀에서30번 죽은 사람입니다만 레벨업을 하고 무구를 맞추는 도중 실력도 자연스럽게 올라가 이젠 원령귀라 함은 거의 힘만 조금 센 잡몹 수준입니다.
7. 절대 고인물만 하는 게임 아닙니다.
이걸 제일 어필요소로 주장해야 할 것 같은데, 인왕2 출시를 앞두고 관련 댓글에 보면 ‘게임이 드럽게 어렵다’ ‘소울시리즈 좀 보고 배워라’ 하는 글이 많습니다. 소울시리즈는 분명, ‘컨트롤만 받쳐주면 템빨없이도 깰 수 있는’ 게임이고, 얼핏 보면 ‘저걸 사람이 상대하라고 만든 건가...’ 싶은 보스라도 파해법이 있어 노력하면 깰 수 있습니다. 그래서 훌륭한 레벨디자인이라고 하는 거겠지요.
근데 인왕도 그정도 노력하면 다 클리어 가능합니다. 아니, 오히려 실력이 안 받쳐줘도 무구, 음양술셋팅을 잘 한다면 소울류만한 노력 안 들여도 클리어 가능합니다. ...5회차 넘어가고 무간옥 가면서 거의 데메크 DMD모드 난이도에 들어와서 ‘방어구가 의미없다’ ‘레벨 디자인 잘 해라’ 라고 하셔도... 원래 이 게임은 2회차까지가 정석인데다가, 3회차 이상부터는 DLC로 해금된다고 알고 있습니다. 즉, 게임 본편하고는 무관한, 말 그대로 도전정신을 가진 고인물들을 위한 모드인데 그게 지독하게 어렵다고 게임 본편을 욕하는 건 억울한 처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모란 무리 같이 좁은 곳에 미친 보스 두마리나 잡아넣고 상대하란 것은(코옵으로 하면 세명으로 불어납니다) 좀 안 했으면 좋겠습니다.
8. 이런 분에게 추천합니다.
귀무자, 세키로 스타일의 칼부림 액션을 좋아하는 분
아이템 파밍에 재미를 느끼시는 분
일본 전국시대 배경에 흥미를 가지고 있는 분
반복플레이를 하면서 완벽함을 추구하시는 분
9. 이런 분은 안 하시는게 정신건강에 이롭습니다
복잡한 조작을 싫어하시는 분
복붙한 느낌의 사이드미션을 노가다라고 생각하여 기피하시는 분
먼치킨 주인공(스파이더맨 같은 류)을 선호하시는 분
장비 셋팅이나 인챈트 등의 요소를 귀찮아 하시는 분
곧 인왕2가 나옵니다. 인왕2를 하시기 전에 1을 정주행 해보고 싶은 분들에게 이 글이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오랜만에 유튜버의 조회수 올리기용 동영상이 아닌 정성스럽게 쓰인 리뷰 보니 반갑네요. 저는 인왕을 아직 안 해봤지만 관심은 약간 있었는데 어떤 성격의 게임인지 덕분에 대략적으로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꼭 해보시고 즐기셨으면 좋겠네요 ^^
오랜만에 유튜버의 조회수 올리기용 동영상이 아닌 정성스럽게 쓰인 리뷰 보니 반갑네요. 저는 인왕을 아직 안 해봤지만 관심은 약간 있었는데 어떤 성격의 게임인지 덕분에 대략적으로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꼭 해보시고 즐기셨으면 좋겠네요 ^^
갓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