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노량, 시마즈 함대. 사쓰마는 시마즈 가의 령이었다.)
1609년 류큐는 사쓰마 세력의 공격을 받아 사실상 사쓰마의 통제하에 놓이게 되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류큐는 1610년에 명나라에 조공사절을 보냈는데 흔히 사쓰마의 의도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이 때 움직인 류큐의 조공단의 행로와 일정은 사료마다 다른데, 추측성 정보에 의한 오기가 아니라 당시 사신으로서 움직였던 류큐인들의 증언을 토대로 한 기록들이 일정차이를 보이는 것인지라 여러모로 의미심장하다고 할 만하다.
1611년 북경에서 류큐 사신들을 만났던 조선의 동지사 겸 주청사 이수광은 『지봉집』에 이들과의 대화를 통해 파악한 일정을 기록했다. 이 때 류큐의 사신들은 이수광에게 본인들이 1610년 음력 9월에 본토 류큐를 출발하여 항해 5일만에 복건에 도착하였고 이듬해인 1611년 음력 8월에 북경에 도착했다고 증언했다.1
또한 동서에 의하면 해당 류큐 사신들이 제주도로 표류하여 밀려온 사실을 치계한 제주목사 이현은 해당 류큐 사신들이 1612년 음력 1월 23일 북경을 출발하여 음력 5월에 복건에 다시 도착했고 음력 7월 1일에 배를 타고 출항하여 류큐로 돌아가던 중 12일에 바람 탓에 표류하게 되어 제주도까지 밀려오게 되었다고 증언했다고 한다.2
이를 종합하자면 다음과 같은 조공 일정이 만들어진다.
1610년 음력 9월 미상일 류큐 출발- 1610년 음력 9월 미상일(출항후 5일째)에 복건 도착-1611년 음력 8월 북경 도착 - 1612년 음력 1월 23일 북경 출발 - 1612년 음력 5월 복건 도착- 1612년 음력 7월 1일 류큐행 출항- 1612년 음력 7월 12일 거센 바람으로 인해 표류 시작
한편 숙종시기 송정규가 찬술한 『해외문견록』에는 해당 류큐 사신단의 일정이 이와는 조금 다르게 기록되어 있다. 류큐 사신단이 1612년 제주도에 표류해온 것은 같으나 그들의 증언에 따른 조공일정과 표류시점이 다른데, 이에 따르면 표류자들의 대표였던 마희부가 말하기를 1610년 음력 9월 20일에 류큐를 출항하여 9월 28일에 복건에 도착했고 다음해인 음력 5월 복건에서 북경으로 출발하여 음력 9월에 북경에 당도했다고 한다.
또한 이후 1612년 음력 2월에 복건으로 돌아온 뒤 음력 6월 29일에 배를 띄워 출항했으나 역풍으로 인해 표류하게 되어 제주도로 밀려오게 되었다고 한다.3
대체적인 일정은 비슷하지만 일정에 포함된 각 사건들의 발생 시기가 미묘하게 차이가 난다. 해외문견록에 기록된 일정을 종합하자면 다음과 같은 조공 일정이 만들어진다.
1610년 음력 9월 20일 류큐 출항 - 1610년 9월 28일 복건 도착 - 1611년 음력 5월 북경행 출발 - 1611년 음력 9월 북경 도착 - 1612년 음력 2월 복건 복귀 - 1612년 음력 6월 29일 류큐행 출항- 1612년 음력 7월 미상일 역풍으로 인해 표류 시작
차이가 나는 부분은 대체적으로 다음과 같다.
1.출항 시기가 9월 미상일인 지봉집에 비해 해외문견록은 9월 20일로 비정
2. 5일만에 복건에 도착했다는 지봉집에 비해 해외문견록은 8일만인 1610년 9월 28일 복건 도착
3.음력 8월에 북경에 도착했다는 지봉집에 비해 해외문견록은 9월에 북경 도착
4.음력 1월 23일에 북경을 떠나 음력 5월에 복건에 돌아왔다는 지봉집에 비해 해외문견록에서는 음력 2월에 복건으로 돌아옴4
5.음력 7월 1일에 복건에서 출항했다는 지봉집에 비해 해외문견록은 음력 6월 29일에 복건에서 출항
미시적인 차이라고 할 수 있으나 그래도 꽤 많은 부분에서 자잘하게 차이가 난다. 그렇다면 지봉집과 해외문견록중 어떤 서적에 기록된 사신 일정이 보다 실제 일시에 가까울까. 아무래도 저서의 편찬자인 이수광의 생존시기와 『지봉집』의 편찬시기, 그리고 송정규의 생존시기와 『해외문견록』의 편찬시기를 생각해 보자면 이수광의 지봉집이 보다 신뢰성이 높지 않을까 한다.
다만 송정규 역시 제주목사로 일하면서 본인이 부임하기 전까지 제주도에서 있었던 일들에 대해 관아에 남은 기록들을 통하여 가까이에서 접할 기회를 가졌으므로 송정규의 기록의 신뢰성을 무조건적으로 지봉집보다 아래로 보는 것 역시 조심스럽다.
1. 이수광, 『지봉집』 권 9, 自言庚戌九月離本國. 水行五日抵福建. 由福建陸行七千里. 辛亥八月達北京.
2. 이수광, 동서, 識
3. 송정규, 『해외견문록』(E-book), 김용태, 김새미오 역, 휴머니스트, 2016, p.12.
4. 『해외문견록』의 해당 부분은 음력 2월에 복건으로의 귀환을 시작했다는 것이 오기된 것으로 판단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