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텀 블레이드 제로 60점 리뷰
유로게이머 《팬텀 블레이드 제로》 리뷰 — 눈부시게 유려한 검술, 아쉬운 완성도
침착하게, 계속 튕겨내라.

《팬텀 블레이드 제로》는 놀랍도록 유려하고 영화 같은 무술 전투를 구현한다는 목표를 달성했다. 하지만 전투의 균형과 완성도 문제가 끝내 그 빛을 흐린다.
나는 무술 영화의 황금기를 직접 지켜본 세대는 아니다. 하지만 《팬텀 블레이드 제로》를 하다 보면, 시간의 틈새로 굴러떨어져 무술 영화 촬영장에 도착한 듯한 순간이 찾아온다.
특히 머릿속에 남아 있는 전투가 하나 있다. 그늘진 계곡에서 적 무리에게 다가가며 천천히 검을 들어 올리자, 첫 번째 적이 나를 향해 달려든다. 어리석기는. 나는 공격을 완벽하게 튕겨내고, 시간이 느려진 듯한 공중제비로 적의 뒤에 착지한 다음 등에 검을 깊숙이 꽂는다. 다음 놈이 달려들자 그 얼굴을 발로 걷어차면서, 동시에 앞선 적의 목을 찌른다. 세 번째 적이 싸움에 끼어든다. 이번에는 말을 타고 있다. 나는 그를 말에서 걷어차 떨어뜨리고, 그 말을 이용해 무력해진 동료를 짓밟는다. 그리고 마침내, 정적이 찾아온다.
이것이 《팬텀 블레이드 제로》가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는 순간이다. 영화 같고, 막힘없이 흐르며, 끊임없이 놀라움을 준다. 전투는 최고의 무술 영화에서 볼 수 있는 매끄러운 움직임과 창의적인 동작 구성을 담아낸다. 솔직히 감탄이 나올 정도인 전투 동작들은 그 기발함과 다양성에 끝이 없는 듯하다. 입이 벌어지는 풍경과 야심 찬 전투 장면까지 갖춘, 대단히 아름다운 게임이다. 이 장대한 이야기의 모든 부분에서 그 놀라운 유려함을 유지할 수만 있었다면. 정말 그럴 수만 있었다면!
모험의 무대는 ‘무림’이라는 이름의 환상적인 무협 세계다. 사악한 불한당들이 날뛰면서, 그저 하루하루 살아가려는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괴롭히는 무술의 뒷세계다. 참으로 우리가 사는 세상과는 한참 동떨어진 곳이다.
플레이어는 ‘오더’라는 조직에서 쫓겨난 전사, 소울이 된다. 게임을 끝까지 했는데도 오더가 정확히 어떤 가치를 내세우는 조직인지는 여전히 잘 모르겠다. 그래도 처음에는 좋은 뜻으로 시작했으리라 믿는다.
이야기에 관해 어디까지 말해도 되는지도 잘 모르겠다. 도입부에서 벌어지는 일은 일절 언급하지 말라는 요청을 받았으니, 이 부분은 여러분의 상상에 맡겨야겠다. 다만 배신,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주인공, 복수의 여정, 그리고 다른 세계에서 온 여러 사악한 존재가 등장한다는 것까지는 말할 수 있다. 환상적인 대서사시에 필요한 재료는 정석대로 갖춘 셈이다.
《팬텀 블레이드 제로》의 실제 모습을 보여주는 예고편 — 유튜브에서 보기
미리 경고하자면, 게임이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정신이 아찔할 만큼 많은 인물 이름과 혈통, 사교 집단, 서로 다투는 문파가 한꺼번에 쏟아진다.
세계관을 전달하는 방식은 분명 이 게임의 장점이 아니다. 무림 곳곳에서 수집하는 두루마리에 빼곡히 적힌 글을 통해 설명하는 경우가 많다. 등장인물 대부분은 별 내용도 없는 이야기를 길게 늘어놓는다. 상투적인 말과 뻔한 진리, 자신이 중시하는 가치에 대한 선언이 이어지지만, 그것이 중심 이야기와 어떻게 연결되는지는 알기 어렵다.
내 조언은 일단 너무 붙잡고 이해하려 하지 말고 흘려들으라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주요 줄거리는 결국 파악하게 된다. 이야기의 내용에는 아쉬움이 많지만, 그것을 보여주는 방식에는 눈이 즐거워지는 장면도 있다. 중국의 전통 예술 형식까지 활용한다. 안타깝게도 이 요소들 역시 리뷰에서 언급하지 말라는 요청을 받아, 충분히 칭찬할 수는 없다.
어쨌든 우리가 이 게임에 주목한 이유는 다들 알고 있을 것이다. 《팬텀 블레이드 제로》의 가장 큰 매력은 전투다.
세계 곳곳에 놓인 ‘종’ 형태의 중간 저장 지점부터 여러 단계로 구성된 우두머리까지, 게임의 수많은 부분에서 프롬소프트웨어의 영향이 드러난다. 그렇다. 우두머리들은 한 번에 목숨을 앗아가는 공격도 한다.
어떤 무기를 장비했든 우두머리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붉은 공격을 제대로 피하고, 푸른 공격을 튕겨내는 것이다. 우두머리의 방어를 무너뜨려 반격 기회를 만들고, 마침내 강력한 기술을 꽂아 넣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한층 더 속도감 있게 만든 《세키로》 같은 느낌이다. 따라서 이런 회피와 튕겨내기 중심의 전투가 취향에 맞지 않는다면, 이 게임 역시 맞지 않을 수 있다.


최대 체력을 늘리려면 푸른색 ‘기억의 꽃’을 수십 개 모으게 된다. 그만큼 많은 이야기를 들을 준비를 하자. 사진 제공: 에스게임 / 유로게이머
어쩌면 《팬텀 블레이드 제로》는 ‘소울류의 부담을 덜어낸 게임’이라고 부르는 편이 더 정확할지도 모르겠다. 다른 소울류 게임보다 훨씬 빠르게 싸울 수 있도록 영리하게 조정한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지구력 막대 대신 ‘살기’라는 자원이 있다. 적의 공격을 막거나 튕겨낼 때, 그리고 강공격을 사용할 때 줄어든다. 덕분에 빠른 공격과 달리기, 회피는 지구력 소모를 걱정하지 않고 사용할 수 있다. 꽤 영리한 방식이다.
여기에 두 가지 주무기를 번갈아 쓰도록 유도하는 체계가 연결된다. 한 무기의 살기가 부족해졌다면 다른 무기로 바꾸면 된다. 그러면 짠! 새 살기 막대를 사용할 수 있다. 물론 이를 무한정 악용하지 못하도록 약간의 재사용 대기시간은 있다.
이 방식은 강공격을 연이어 넣고 싶을 때나, 살기가 부족해져 방어가 무너지는 일을 막아야 할 때 특히 유용하다.
또 하나 반가운 조정은 튕겨내기와 회피의 성공 판정 시간이 상당히 넉넉하게 느껴진다는 점이다. 적의 공격이 그토록 빠르게 날아드는 게임에서는 필수적이다. 마지막 순간에 튕겨내야 한다면 거의 모든 동작을 취소하고 대응할 수 있다. 덕분에 우두머리가 머리 위로 거대한 도살용 칼을 들어 올리는 바로 그 순간, 내 공격 동작에 묶여 아무것도 못 하는 짜증스러운 상황을 피할 수 있다.
그중 가장 큰 배려는 우두머리전의 두 번째 단계에서 죽었을 경우, 다시 도전할 때 그 두 번째 단계부터 시작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실패의 상실감이 조금 줄어들고, 각종 자원을 가득 채운 상태로 곧바로 전투에 복귀할 수 있다.

난이도는 네 가지다. 그중 극도로 어려운 난이도에서는 죽을 때마다 소울에게 남은 66일에서 하루씩 줄어든다. 사진 제공: 에스게임 / 유로게이머
무기 자체도 무척 화려하며, 상당히 흥미로운 능력을 제공한다.
어떤 검은 술을 잔뜩 마신 다음 공중으로 날려 보내, 멀리 있는 적을 공격하게 한다. 가장 효율적인 장비 구성은 아닐지 몰라도, 익살스럽고 즐거운 기술이다.
이후에는 적을 꿰뚫으며 돌진할 수 있는 긴 장대 같은 검, 몸 주위를 빙빙 도는 쌍검, 땅에서 꽃을 피워 적의 살기를 빼앗는 무기도 얻는다. 이런 무기에 숙달되고 각 능력을 전투에서 어떻게 활용하는 것이 좋은지 알아가는 과정은 분명히 존재한다. 특히 무기마다 고유한 연속 공격이 있으며, 세계 곳곳에서 강화 재료를 찾을수록 하나씩 해금된다.
나중에는 무기를 ‘영혼 담금질’해 가장 강력한 잠재 능력을 해방할 수 있는 임무용 물품도 찾게 된다. 이 강화 하나로 약했던 무기가 갑자기 충분히 쓸 만해지기도 한다. 술 마시고 쓰는 검아, 다시 만나서 반갑다.
‘환영 무기’라는 보조무기 종류도 있다. 우두머리의 높은 방어력이나 막을 수 없는 공격처럼, 전투에서 마주치는 문제에 대응할 수 있는 추가 수단이다.
나는 무기의 감각을 익히려고 계속 바꿔 가며 시험했고, 여러 적을 상대할 때 쓸 구성과 우두머리의 방어를 무너뜨릴 때 쓸 구성을 따로 마련할 수 있었다. 전투의 흐름을 제대로 타기 시작했고, 피해를 최대한 많이 주려면 어떤 순서로 기술을 써야 하는지도 정확히 알게 됐다.

초반에는 재료를 잃지 않고 무기를 자유롭게 강화하거나 이전 단계로 되돌릴 수 있어, 부담 없이 시험해 볼 수 있다. 다만 높은 강화 단계에서는 되돌릴 때마다 전용 교환권이 필요하다. 일부 플레이어는 이를 아끼느라 사용을 망설일 수도 있다. 다행히 교환권은 꽤 넉넉하게 주어진다. 사진 제공: 에스게임 / 유로게이머
무림을 돌아다니며 만나는 일반 적에게 이런 무기들은 대단한 위력을 발휘한다.
전투는 무술 영화에 완전히 몰입하는 듯한 이상적인 흐름을 만들어낸다. 적 사이를 오가며 공격을 튕겨내고, 방어를 약화시키고, 처형할 틈을 만들 수 있다.
이 게임이 처형 기회를 아낌없이 준다는 점이 정말 마음에 든다. 화면의 지시에 맞춰 정확한 순간에 버튼을 누르면, 적 둘을 한꺼번에 쓰러뜨릴 수 있다.
처형 동작도 끝없이 나오는 듯하다. 소울은 종종 적의 무기를 빼앗아 그 주인에게 사용하기 때문에, 게임을 30시간쯤 진행한 뒤에도 새로운 처형 동작을 발견하게 된다. 덕분에 전투는 계속 놀라움을 주고, 매번 다른 느낌을 선사한다. 이런 치명적인 마무리 공격을 끌어내기 위해 적극적으로 싸우고 싶어지기도 한다.
일반 난이도인 ‘개척자’에서 보통 적들의 균형은 상당히 잘 잡혀 있다. 전투의 흐름에 몸을 맡길 수 있으면서도, 적절한 장비 없이 무작정 돌진하거나 원거리 적부터 처리하지 않으면 얼마든지 일이 꼬일 수 있다.
하지만 우두머리를 상대하면, 그토록 강력했던 무기들이 갑자기 이빨 빠진 무기가 된다.
내가 플레이하는 동안 상당수 우두머리는 공격을 지나치게 오래 버텼다. 특히 ‘개척자’ 난이도에서 심했지만, 시원하게 적을 쓸어버리며 즐기도록 마련된 ‘여행자’ 난이도로 낮춰도 마찬가지였다.
다른 적에게는 그토록 효과적이던 무기가 우두머리 앞에서는 이쑤시개가 된다. 방어를 무너뜨려 공격 기회를 잡았을 때조차 그렇다. 튕겨내기나 회피에 성공해도 우두머리의 살기는 아주 조금만 깎인다. 그러면 곧바로 맥이 빠진다. 아주 길고 반복적인 싸움이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기 때문이다.

능력 성장 구조는 비교적 단순하다. 서로 다른 전투 방식을 만들어내기보다는 진행에 따라 꾸준히 강화되는 쪽에 가깝다. 사진 제공: 에스게임 / 유로게이머
소울류 게임에서 공격이 잘 먹히지 않는다면, 보통은 장비 구성을 바꾸거나 다른 무기를 시험해 우두머리 공략의 ‘열쇠’를 찾아보라는 신호다. 하지만 《팬텀 블레이드 제로》는 그 열쇠가 무엇인지 전달하는 데 능숙하지 않다.
예를 들어 초반의 필수 우두머리 중 하나는 가시 달린 방패를 사용한다. 이 적을 공격하면 내가 출혈 상태에 빠진다. 방패를 부숴야 한다는 점, 그리고 이를 위해 보조무기를 써야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런데 도끼형 환영 무기를 사용해도 눈에 띄는 변화가 거의 없다. 반응이 너무 미미하다 보니 나는 무언가를 놓쳤다고 생각했고, 세계를 다시 돌아다니며 찾아보게 됐다.
알고 보니 방향은 맞았다. 그 기술을 계속 반복해서 쓰거나, 힘을 모은 공격을 사용하면 됐다. 다만 게임이 그 힘을 모으는 공격을 사용하도록 적극적으로 유도하는 것도 아니다. 환영 무기의 충전 공격은 준비 동작이 너무 길어, 빠르게 돌아가는 전투 도중에는 보통 쓰기 어렵다.
또 다른 경우에는 물을 발사하는 환영 무기를 사용했다. 설명에는 불 속성에 효과적이라고 명시돼 있었지만, 정작 불 속성 적에게는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이처럼 여러 환영 무기를 시험해도 보람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장비 선택지가 제한적인 초반과 중반에는 우두머리의 지나친 내구도 때문에, 많은 전투가 억지로 길어진다는 인상을 받았다.

효과가 조금씩 다른 약 두 종류를 선택하고, 특정 능력치나 기술을 강화하는 여러 장신구를 장착해 구성을 더 세밀하게 조정할 수 있다. 사진 제공: 에스게임 / 유로게이머
이것은 게임에 대한 내 가장 큰 불만 중 하나다. 그런데 여기서 상황이 조금… 복잡해진다.
리뷰 공개 제한이 풀리기 이틀 전, 개발사 에스게임은 67기가바이트 규모의 업데이트를 배포했다. 실행 성능과 오류를 수정하고, 우두머리와 일반 적, 능력, 무기의 수치를 조정하는 내용이었다.
개발사는 이렇게 설명했다.
“이번 변경은 우두머리전과 각 지역을 진행하는 과정 모두에서, 난이도가 좀 더 매끄럽게 변화하도록 하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당연히 게임 전체를 다시 플레이하면서 이 변경이 전반적인 경험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확인할 시간은 없었다.
다만 예전 저장 자료 몇 개를 불러와 다시 확인했는데, 여러 우두머리전에서 지나친 내구도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었다. 특히 초반의 필수 우두머리들이 그랬다. 따라서 이 문제는 아직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출시판에서는 튕겨내기와 회피, 무기 공격이 우두머리에게 조금 더 효과적으로 느껴질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나는 내가 직접 플레이한 버전에 대해서만 쓸 수 있다.
우두머리들은 다양한 동작과 기술을 사용하지만, 상당수 전투는 엄격하게 구분된 ‘방어하고, 공격하는’ 순서로 흘러간다. 적의 공격 흐름에 끼어들어 그것을 끊을 기회는 많지 않다.
그렇다고 모든 우두머리전이 똑같다는 뜻은 아니다. 작은 적이 여러 명 등장하는 전투는 내가 더 많은 피해를 주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가장 기억에 남는 전투 중에는 기존 형식을 벗어나 완전히 다른 것을 보여주는 경우도 있다.
어떤 우두머리는 탄막을 피하는 사격 게임처럼 가로 방향으로 유도탄을 쏟아낸다. 또 다른 전투에서는 기둥 꼭대기를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적과 대포 공격을 주고받는다.
후자는 정말 환상적이었다. 눈을 사로잡는 장면이었고, 예상 밖이었으며, 다른 무엇도 섞이지 않은 순수한 즐거움의 순간이었다.

미술과 배경 설계는 훌륭하다. 섬뜩하고 저주받은 여러 마을부터, 정말 숨이 멎을 듯했던 거대한 개방형 지역까지 인상적이다. 사진 제공: 에스게임 / 유로게이머
물론 소울류 게임이든 그 부담을 덜어낸 게임이든, 우두머리전 사이에 세계를 돌아다니며 강화 요소를 찾고 긴장을 푸는 과정은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팬텀 블레이드 제로》의 탐험은 칭찬받을 만하다.
세계 지도는 손으로 그린 전통 수묵화로 표현된다. 새로운 종을 발견할 때마다 안개가 걷히면서 새로운 지역이 드러난다.
이 아름다운 지도는 각 지역에서 무엇을 만나게 될지 ‘암시’할 뿐이다. 실제로 길을 찾으려면 풍경을 살펴보고, 직접 걸어 다니며 숨겨진 통로를 찾아야 한다.
한참 전에 멀리 절벽 위에서 보았던 상자에 마침내 올라가는 길을 발견했을 때처럼, “아, 여기였구나!” 싶은 순간이 많다.
새로운 능력을 얻으면 이전에 막혀 있던 길을 열 수 있는 탐험 구조 역시, 기존 지역에 다시 돌아가고 싶게 만든다. 주요 이야기를 진행하며 얻는 환영 무기를 이용하면 과거에는 들어갈 수 없던 지역에 접근할 수 있다.
다만 에스게임은 가끔 닫힌 문을 너무 가까이 몰아넣어 지나치게 욕심을 부린다. 중심 도시에 들어갔을 때는 처음 몇 개 거리에서만 잠긴 구역 일곱 곳을 연달아 만났다. 조금 맥이 빠졌다. 불쌍한 소울을 받아줄 방은 여관에도 없는 모양이다.
내 조언은 처음 지역을 탐험할 때 충분히 시간을 들이라는 것이다. 현재 단계에서 갈 수 있는 곳을 거의 다 살펴봤다는 확신이 들기 전에는, 다음 지역으로 서둘러 넘어가지 않는 편이 좋다.
세계 지도만 보고는 무엇을 놓쳤는지 파악하기 어렵다. 게다가 적이 다시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나중에 같은 지역을 다시 돌아다니면 이상할 정도로 텅 빈 느낌이 들 수 있다.

안개 속에 감춰진 신비. 사진 제공: 에스게임 / 유로게이머
《팬텀 블레이드 제로》에는 대단히 뛰어난 순간이 있다. 하지만 작은 불편이 하나둘 쌓이면서, 플레이가 이어질수록 점점 부담으로 다가온다.
작은 상처가 수없이 쌓여 결국 치명상이 되는 셈이다. 개발 과정의 플레이 점검에서 발견했어야 할 문제들이다.
꼭 필요한 열쇠가 주황색으로 빛나는데, 같은 색의 불 바로 옆에 놓여 있어 쉽게 놓칠 수 있다.
지형에도 쉽게 걸린다. 긴 연속 공격으로 적을 벽 쪽으로 밀어붙이다 보면, 전투의 상당 부분을 벽에 바짝 붙은 상태로 벌이게 된다.
우두머리가 전투 구역 밖으로 뛰어나간 뒤, 보이지 않는 벽 너머에서 나를 공격하는 일도 여러 번 있었다. 오히려 적이 내게 꼼수를 부리는 셈인데, 전혀 달갑지 않았다.
일부 부가 임무는 지도에서 잘못된 방향을 안내해 같은 곳을 빙빙 돌게 했다. 알고 보니 전혀 관계없어 보이는 다른 임무를 먼저 끝내야 했다.
특정 지역에서는 화면의 움직임이 심하게 끊기기도 했다. 빠르게 진행되는 액션 게임에 어울리는 상태는 아니다.
이런 불편은 계속 누적된다. 에스게임은 최신 수정에서 전투 구역을 벗어나는 우두머리, 실행 성능 문제, 잘못된 임무 안내를 해결했다고 밝혔지만, 모든 문제가 완전히 해결됐는지는 단정하기 어렵다.
업데이트 이후 화면 움직임은 나아진 듯하다. 하지만 부가 임무 때문에 같은 곳을 맴도는 짜증스러운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접근성 설정
빠르게 움직일 때 화면이 흐려지는 효과와 카메라 흔들림을 켜거나 끌 수 있다. 화면 밝기를 조절할 수 있으며, 글자 크기는 두 가지 중 선택할 수 있다.
음악, 효과음, 대사의 음량은 각각 따로 조절할 수 있다. 난이도는 네 가지다.
조작 안내 화면에 쉽게 접근할 수 있고, 모든 키와 버튼의 배치를 변경할 수 있다. 시점 조작의 상하·좌우 방향을 반전할 수 있으며, 조종기의 진동과 조작 민감도도 조절할 수 있다.
이 모든 것을 종합하면, 평가는 꽤 복잡해진다.
이 게임은 캐릭터의 동작과 아름다운 배경 등 여러 면에서 탁월하다. 전투가 제대로 맞아떨어질 때의 흐름도 놀랍다. 거리에서 여러 상대와 싸우는 장면은 정말 영화 같고, 대단히 만족스럽다. 자신만의 싸움 방식을 창의적으로 펼치고 표현할 수 있다.
그러다가 우두머리전에 들어서면, 그 강함이 모두 사라지는 느낌을 받는다. 나무칼로 한 대씩 때리기 위해 자기 차례를 기다리는 기분이다.
특히 초반과 중반의 진행 속도가 이 때문에 느려진다. 에스게임이 우리가 이 게임의 진짜 재미에 조금 더 빨리 도달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면 좋았을 것이다.
여기에 다른 작은 문제와 불편,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은 이야기, 한꺼번에 쏟아지는 세계관 설명까지 더해지면서, 상당히 인상적인 액션 게임이 될 수 있었던 작품의 빛이 바랜다.
누가 알겠는가. 한두 번 더 수정하면 문제들이 해결될지도 모른다. 이곳에는 다뤄보면 무척 재미있는 무기들이 있으니까.
그 날을 조금만 더 날카롭게 벼렸더라면.
이번 리뷰에 사용된 《팬텀 블레이드 제로》는 배급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