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싱 사가2 리메이크 체험판 하다가 사가 시리즈가 땡겨서 비교적 최신작(?)인 사가 스칼렛 그레이스를 한번 해봤습니다.
이 게임이 비타 시절에 트레일러만 봐도 망겜이 확실하다고 판정받았다가 막상 게임나오고 의외로 괜찮단 평가를 받은 게임으로 기억합니다.
JRPG 매니아들 사이에서도 전투 시스템 하나만큼은 우주갓겜이 맞다고들 하는걸 들어본 적도 있습니다.
그래서 몇년전에 PS4 버전 뒤늦게 한글화된거 사놓고 안하다가 이제야 해봤는데 첫인상은 정말... 로맨싱 사가2 리메이크가 선녀로 보일 정도였네요.
로맨싱 사가2 리메이크가 플삼 시절 JRPG 게임 느낌이었다면 이건 그냥 소규모 제작 인디 JRPG 수준입니다.
맵이라곤 종이 아이콘 떠있는 필드맵이 전부고 마을이나 던전이 맵 형태로 아예 없는게 좀 충격적이었네요.
극단적인 레벨디자인으로 유명했던 파판13조차 마을은 없었어도 던전은 존재했는데 이 게임은 저 종이쪼가리 필드맵이 끝입니다.
회화씬은 비주얼노벨만도 못한 수준에 스토리텔링도 그다지 매력적으로 다가오진 않더군요.
대신 엄청나게 방대한 양의 이벤트를 자유롭게 즐길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고는 하는데 별로 재미도 없는 이벤트가 무수해봤자 큰 의미는...
다만 그렇게들 호평하던 전투 시스템만큼은 좀 독특한 맛이 있긴 하더군요.
사실 로맨싱 사가2 리메이크 비스므리한 전투를 기대했는데 그것과도 완전히 결이 달랐습니다.
사가 시리즈 전통의 전구 뜨면서 기술 배우는것과 라이프 포인트인 LP 정도 외에는 많이 달랐던거 같아요.
턴제로 전개되긴 하나 행동순서를 땡기거나 밀거나 하면서 전개되는 방식인데 여기에 애니팡 비슷하게 터지는 연격 시스템이 꽤 참신하다 느꼈습니다.
애니팡의 블록이 겹치는것처럼 아군의 타임라인이 겹치면 연격이 터지며 콤보로 터트릴수도 있던데 연격을 콤보로 터트리면 쾌감이 개쩔긴 합니다.
근데 잡몹 하나하나가 아군만큼이나 강하고 잡몹들 역시 연격을 터트릴수 있기때문에 아군 역시 정말 시원하게 팡팡 터져나갑니다.
그나마 백업 멤버로 설정해두면 LP가 충전되기때문에 죽었을때의 리스크가 아주 큰건 아니지만 그래서인지 더더욱 아군이 잘 죽는거 같기도 합니다.
이 게임의 난이도는 처음에 고르는 방식이 아닌 전투가 벌어지는 이벤트 직전에 이지, 노멀, 하드로 표시되는 방식인데
이지 전투만 고르면서 진행할수는 없기때문에 노멀이나 하드 난이도의 전투를 마냥 제낄수도 없습니다.
근데 노멀 난이도의 전투 정도만 되어도 요즘 게임들만큼 시시한 노멀이 아니라 최소한 아군만큼 강한 적들이 나오는 전투라 게임이 너무 빡세네요.
오로지 전투 시스템 하나만 매력적인 게임인데 전투 시스템의 진입장벽이 굉장히 높다고 느꼈습니다.
그 벽을 넘어설수 있다면 꿀잼이 보장되는 게임인건 확실한거 같은데 지나치게 피곤한 감도 커서 이 게임은 결국 포기할 생각이네요.
다른 사가 시리즈도 궁금한데 로맨싱 사가2 리메이크만큼 진입하기 편한 사가 시리즈는 찾기 어렵거나, 아예 없지 않을까 같은 암울한 예상이 드는군요.
그래픽이나 뭐 그런건 다 참을수 있는데 하드코어한건 역시 못견디겠네요... 저도 그 누구나 쉽게 즐길수 있다는 점에서 JRPG에 빠지게 된거니까요.
파판13 언급하시니 다시금 그 끝날때까지 지독한 일자맵 진행에 후반부 적 보스들 체력이 몇백만이던 말도안되는 밸런스가 생각나네요 역대 파판중 최악의 쓰레기겜 파판13
그럼에도 전 15보다 13을 좀 더 재밌게 해서 최악은 아니었네요. 물론 파판에 대한 기대치 생각하면 13이나 15나 실망한 분들도 이해는 갑니다.
이거 속편은 점수는 좋던데 반응은 그닥 이더라구요
속편도 한글화될진 모르겠는데 지나치게 어려운게 그대로면 아마 한글화되어도 안할듯 싶네요.
이게 레벨 스케일링 시스템때문에 우리가 강해지는 만큼 적들도 역시 강해지게 되어있어서 전투 스트레스가 상당합니다. 처음엔 꿀잼인데 나중에 장비 다 갖추고 나서도 버튼 연타로 하다간 걍 몰살입니다. 안좋은 시스템 같아요
아직 밀봉 소장중인데 선물님 소감보고 영원히 밀봉보관 하는걸로.. 할 게임도 밀리는데 시간낭비 하면 안될듯 ㅜ
근데 하드코어한거 좋아하면 전투 하나만큼은 잘 맞을수도 있을겁니다. 전 JRPG를 좋아하는 이유 자체가 그런거 싫어해서 좋아하는거에 가까웠다보니 좀 안맞았던거 같아요. 독특한 재미는 확실히 있어서 턴을 풀어나가는게 조금만 더 쉬웠다면 계속 했을거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