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세취호전이나 창세기전 나오기 전에 잠깐 가볍게 할만한 게임을 찾다가 마침 고전 이스 시리즈가 하고 싶은 강렬한 충동을 느껴 한 번 잡아봤습니다. 만 생각했던 것보다 플레이 타임이 좀 짧네요. 나이트메어로 22시간 정도 걸렸습니다. 몇몇 보스들이 꽤나 어려워서 1~2시간 정도 길게 꼬라박았는데도 22시간이면 그 이하 난이도에서는 20시간 이내로도 클리어가 가능하다는 이야기인데 최근 30시간 정도 되는 이스 시리즈에 비해 볼륨이 짧네요. 약간 더 즐기고 싶었는데 아쉬웠습니다.
뭐, 옛날 게임 답게 무난하게 그래픽 구리고, 무난하게 이팩트 지저분하고, 무난하게 록온같은 현세대 액션 게임에 있는 편의 기능 없음. ...이지만 그런 거 생각하면 애초에 고전 게임을 잡으면 안 되는 법이죠. 일단 게임이 적당히 도전 정신을 자극하는 난이도라 제법 재미있었습니다. 최근 액션 게임들의 경향에 대해서 이렇다 저렇다 할 생각은 없지만, 가끔씩 게임을 하다보면 '아니. 얘들은 날 뭐 숟가락도 못 집는 바보로 아나?' 라고 느낄 정도로 과도하게 친절하다고 느낄 때가 있거든요. 그런 면에서 진짜 힌트라고는 일절 주지 않고 알아서 깨보시라고 툭 던져놓은 보스들을 보니 왠지 모르게 90년대 오락실 게임의 매콤함이 떠올랐습니다. 특히 갸르바인가 하는 보스는 뭘 어떻게 하라는 건지 일절 감을 잡을 수 없었는데 알고 보니 회전베기 차지에 필요한 에메랄드 보석을 안 먹고 와서 차지를 못해 제대로 때리질 못하는 거더라구요. 클리어에 반 필수인 아이템조차 필수로 입수하게 해주지 않는 호쾌한 구성에 진짜 부랄이 막 떨리고 그랬습니다. 그 뿐만 아니라 정면 공격은 무조건 반격한다는 사실을 전혀 알려주지 않는 체스터 2차전이나 정해진 패턴 없이 무작위로 자기가 가진 패턴을 한 두가지 섞어 쓰는데, 재수없으면 죽을 때까지 공격 판정이 있는 팔찍기 패턴은 나오지 않는 최종 보스 2페이즈 같은 경우는 요즘 이렇게 게임 내면 욕먹기 딱 좋겠다 싶긴 하지만, 그래도 가끔 이런 부조리, 불합리한 게임을 꾸역꾸역 깨고 나서만 느낄 수 있는 희열을 맛보고 싶을 때가 있는 법이죠. 도전 정신을 자극하는 게임을 해보고 싶다거나, 고전 이스 시리즈에 대한 특별한 애정이 있는 분들이라면 한 번 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듯 합니다.
SD이스가 플탐이 짧긴 합니다 ㅋㅋ 당시 게임들에 비하면 요즘 나오는 게임들 편의성이 진짜 좋아지긴 했죠
다른 시리즈도 비슷한가 보군요. 나중에 짜투리 시간 생기면 하나 더 잡아봐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