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우리나라에서도 RAW(이하 로우)를 안방 TV에서 2시간짜리 풀로 볼 수 있게 되었다. SmackDown(이하 스맥) 또한 편집본이긴 하지만 대충 메인이벤트 시나리오는 볼 수 있게 되었다. 히트나 벨로시티 같은 프로그램마저도 방영할 정도이며, 또한 국내의 레슬매니아들이 열망했던 PPV TV 방영이 2003년 1월부터 드디어 실현되게 되었다.
하지만 이런 좋은 환경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인터넷 상에서는 "요즘 WWE 재미없다" 라는 글들이 난무한다. 왜 그런것일까? 문제점은 한국의 로우와 스맥,그리고 PPV는 현지보다 3주가량 늦다는 것이다. 인터넷이 발전하고 레슬매니아들은 인터넷에서 정보를 얻는다. 하지만 그 정보는 단순히 텍스트 일 뿐이라는게 문제인것이다. 국내의 몇몇 레슬매니아들은 경기결과나 현재 WWE에서 이슈가 디는것을 단지 글로만 듣고 3주 뒤에 방영되는 로우와 스맥을 본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WWE를 봐서 무슨 재미를 얻을수 있을까? 가령 예를 들어, 작년 하반기에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로우에서의 TLC 매치를 생각해보자. 경기결과를 뉴스를 리포트를 통해 봤다. 그 리포트에는 버버레이 더들리가 제리코의 불독에 의해 뇌진탕을 당했다는 뉴스나, 결국 케인이 혼자 나와서 타이틀을 방어했다는 등, 모든 정보가 다 들어가 있다. 그리고 그것을 본 레슬매니아는 3주 뒤에 TV에서 방영되는 로우를 보고, TLC 매치를 본다. 무엇에서 재미를 찾을까? 어느 부분에서 제리코가 버버레이 더들리를 불독하는것을 보고 "아~이것이 뇌진탕 당하는 부분이구나" 라고 하고 제리코가 겨우겨우 사다리를 올라가는것을 보며 "뭐~이제 케인이 올라가서 방해하고 케인이 타이틀 따내면서 경기 끝나겠지" 이런 식일것이다. 이런 식으로 레슬링을 시청하는것에서 무슨 재미를 얻을 수 있을까?
WWE는 말 그대로 엔터테이먼트 쇼이다. 쇼 라는 말에 반감을 가지는 분이 많을지는 모르겠지만, "쇼"는 말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레슬링이 주기는 하지만 일단, "즐기는것" 이 먼저인 WWE 인것이다. 그런 것을 경기 결과를 단순한 글로서만 알고 보는것은 반전 영화의 반전을 알고 보는것이나, 추리 소설의 범임을 알면서 보는것과 같이 재미를 잃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최근 WWE도 이것을 아는 것인지 "즐기기 위해" WWE를 보는 사람을 위한 배려를 많이 시행하고 있다. 일단 2003년 1월 3일부로 폐지되었다. 이것은 "XXX가 어느 시기에 컴백할것이다" "XXX가 부상을 당하게 되었지만 곧 컴백할것이다" 라는 식의 텍스트로 된 정보는 레슬매니아들이 "단지 WWE를 보면서 즐기는" 것을 방해하는 요소라고 생각했기 때문일것이다. 많은 예를 들 수 있겠지만,특히 부상 당한 선수가 "최근 HWA나 OVW 에서 몸을 풀고 있다" 라는 식의 글들을 자주 접하다 보면 선수들의 컴백에 대한 쇼크 효과를 떨어뜨리는것은 사실이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짐 로스 리포트는 정보를 주는것에 대한것과 레슬러에 대한 친근감을 높이고 거리감을 줄인다는 면에서는 좋았지만,레슬매니아들이 레슬링을 "즐기며" 보는 권리를 심각히 간섭한 면도 있었다.
우리나라같이 3주의 시간간격이 없는 현지에서조차 이런 방법을 취하는데,국내 실상은 어떤가? 뉴스란에서는 시시각각 현지의 뉴스들이 올라오고 게시판에서는 그런 결과물을 빨리 알아내어 게시판에 제목으로 적으면서 다른 사람에게 알린다. 그것이 매니아일까? 그것은 매니아이기 보다는 매니아이고 싶은, 매니아인것처럼 보이고 싶은 사람들의 생각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런 식으로 매주매주 WWE에 대한 정보를 먼저 알고 TV로 방영되는 WWE 쇼를 보는 사람은 이렇게 말한다. "레슬매니아로서 비평하지만 로우가 참 지겹고 재미없는것 같습니다." "요즘 PPV 참 수준이하입니다. WWE는 PPV를 옛날처럼 줄여야 합니다" 라는 식으로 말이다.
그런 식으로 행동하면서 레슬매니아 인 척하고, 끝내 "WWE 재미없다." 라고 말하는것은 레슬링에 대한 기만행위이며,잘못된 스포츠 관전 자세라고 생각한다. 결과를 알고 보는 경기와 스포츠가 무슨 재미가 있겠는가? 작년, 월드컵에서 한국과 이탈리아의 경기를 이미 경기결과를 알고 봤다면 재미가 있었겠는가? 한국과 스페인과의 경기에서 승부차기까지 몰고가는 치열한 접전을 손에 땀을 쥐어가며 볼 수 있었겠는가? 아닐 것이다. 축구는 축구고,프로 레슬링을 프로 레슬링일 뿐이다 라고 반박할지도 모르겠지만, WWE 또한 엔터테이먼트를 추구하는 속에서 스포츠이기도하다. 선수들은 피와 땀을 쏟아내가며 레슬매니아들에게 즐거움을 주기위해 자기 몸을 망쳐가면서까지 투혼을 불 사른다. 하지만 그런 투혼에 잘못된 관전 태도 때문에 재를 뿌리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극단적으로 말했는지도 모르겠지만, 이것은 최근 여러 레슬링 사이트에서 생기는 고질적인 문제점이라고 생각한다. "WWE가 재미없다." 이런 말을 하기 전에 자신의 관전 자세가 잘못되지는 않았는지 생각해 주길 바란다.
PS.오늘 나의 이슈거리는 로우에서의 4호스맨 결성과 테디 롱의 매니저로서의 컴백이지 에릭비숍의 해고가 아니다. 나에게 있어 에릭 비숍의 해고가 이슈가 될 날은 3주 후지, 지금이 아니다.